그남자...
그냥 커피를 마시다가 니 생각이 났어,
사실 해마다 여름밤이면
가끔 생각했지.
그 해 여름 방학
처음으로 엠티란 걸 갔을때,
다들 잠들고 우리 둘만 깨어 있던 밤.
그 때 넌 갑자기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했고,
그래서 난,
누룽지가 남아 있던 코펠에 물을 끓였어,
밥알이 떠 있는 그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면서,
넌 그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라고 했지.
그 커피 맛은 평생 못 잊을 거라고.
혹시나
너도 여름밤이 되면 그 커피 생각이 날까...
내가 생각날까...
내 생각이 나면, 한번 쯤 연락하지 않을까...
그런데 여름이 또 이렇게 다 갔네..
한 번쯤 네 소식이 들릴 만도 한데
아무도... 나한텐 전해 주질 않나봐..
너랑 헤어진 다음에...
내가 너무 엄살을 피워서 그런 거겠지?
하긴...어차피 다시 어쩌기엔
너무 오래전 일이지...
그땐 우린 둘다 스무살..
그때가 참... 좋았던것 같아..
그여자...
머그잔 가득 커피를 뽑았어..
향기를 맡으며 조금씩 머금다 보면,
어느새 바닥이 드러나지.
만약 니가 이런 날 본다면
그때처럼 말해 줄까?
늦은 밤에 무슨 커피냐고.
그래..커피는 그렇지..
몸이 좋지 않은 날엔
심장을 마구 뛰게도 만들지..
수학 시험지를 받아들 때처럼
백미터 출발선에 설 때처럼..
그리고...여러 해 전 여름밤.
니가 끓여 준 커피를 받아들 때처럼..
그 때도.. 심장이 참 빨리 뛰었다..
난 그게 커피 때문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너 때문이었지,
이 밤에 무슨 커피냐고 말하면서도
서둘러 커피믹스를 찾아보던 너..
밥이 남아 있는 코펠에 그대로 물을 끓이고,
거기다 커피믹스를 쏟아 붓고,
그렇게 제대로 젓지도 않은 커피를 내밀며
반딧불이처럼 웃어주던...
너....때문이었어..
그 밤처럼 짧던 스무살 여름.
그리고 첫사랑 너를
난, 커피향으로 기억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