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 입성 1년차라 좀 부실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몇 군데 떡볶이집을 돌아보고 내 나름의 품평을 써본다. 이젠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니 매콤한 떡볶이에 따뜻한 오뎅국물이 진면목을 발휘할 시점이 머지않아서...
조폭떡볶이 혹은 옛날떡볶이. 매일 오후 4시 개점. 트럭 한 대에 떡볶이와 오뎅, 튀김, 순대를 파는데 아저씨 3인조가 운영하는 홍대 앞의 유명한 떡볶이. 일설에 의하면 이 떡볶이 트럭을 운영하는 아저씨들이 과거엔 조폭이었다 떡볶이로 업종전환을 했다는데 진실은 모르겠음. 떡볶이와 튀김을 1인분씩 같이 시켜 먹으면 정말 양이 많아 배부르다. 오뎅국물도 같이 주는데, 그건 잘 안 먹게 되는....(오뎅 솥에 덕지덕지 낀 때를 이미 봐서인지 그게 멀쩡하게 넘어가지 않는다는...-_-;) 하지만 떡볶이와 튀김은 먹다보면 계속 생각나는 맛. 지난주엔 어찌어찌해서 3번이나 먹었다(생각해보니 홍대 앞으로 이사를 와선 이 떡볶이 트럭을 서성거린 나날이 정말 많다!). 내가 일조한 덕분인지 뭔지 얼마 전엔 트럭을 반짝반짝 빛나는 새 걸로 교체.ㅋㅋ
즉석에서 떡볶이 만드는 걸 여러번 봤는데 딱히 비법은 없는 것 같다. 특제 소스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떡, 오뎅, 물, 고추장, 설탕으로 끝. 고추장에 이미 양념이 되어있는 건지도... 암튼 홍대 앞에서 놀다가(클럽이든 술집이든) 여기 떡볶이 먹고 헤어지는 게 홍대앞 코스의 수순이란다. 언제나 사람들로 붐비는 곳. 새벽까지 한다. 야근하다 새벽 2시에도 달려가 봤는데 한창 신나게 떡볶이가 팔리고 있더라...ㅎ
X 세대 김밥 혹은 엄마 김밥의 떡볶이. 주차장 골목 수노래방 건너편에 있는 아주 조그마한 분식집. 드라마에 많이 등장했던 곳. 지난해 김삼순, 올해 봄의 왈츠 등. 분식집에 들어서면 다니엘 헤니와 주인 아주머니가 같이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는...ㅎㅎ 테이블이 7개 정도 밖에 안 되고, 겉에서 보기엔 좀 허름해 보이지만 음식맛이 정말 깔끔하고 맛있어 애용하는 집. 아주머니가 조금 무뚝뚝하긴 해도 그 손맛은 정말 탁월하다. 김밥과 라면류도 다 맛있고, 떡볶이는 조폭에 비해 조금 고추장맛이 진하지만, 오뎅과 야채를 아낌없이 넣어주는 것이 마음에 든다. 24시간 영업하는 곳. 마감 때 일하다 배고파 새벽 4시에 친구랑 라면 먹으러 출동한 적이 있는데, 바깥은 술 먹은 사람들로 난장판으로 흥청거리고, 라면 먹으면서 그런 풍경 보는 것도 참 이채롭다 해야할지.... -_-b
요기의 떡볶이. 극동방송국 가는 길 코너에 있는 국수와 납작만두로 유명한 요기. 여름엔 비빔국수, 겨울엔 오뎅국수를 먹으러 자주 간다. 국수들도 다 맛있는데 매주 수요일 4시 이후에만 파는 떡볶이가 또 이 집의 다크호스. 다른 분식집에서 파는 떡볶이에 비해 양이 조금 적고(떡이 딱 10개만 나오는) 아주아주아주 맵다. 다만 진짜 쌀떡으로 만들어서 그 쫄깃한 식감이 좋다는 게 요기 떡볶이만의 매력. 떡볶이를 먹을 땐 그 매운맛을 순화시켜줄 수 있는 오뎅국수나 납작만두와 함께 먹기를 권한다.
합정역 농협 근처의 할머니분식. 허리가 거의 90도로 굽으신 할머니와 딸 혹은 며느리가 하는 테이블 3개짜리 작은 분식집. 여기 떡볶이는 양념이 조금 순하게 되어 있어 다른 곳보다 덜 맵다. 이 분식집의 강력추천메뉴는 김말이튀김. 이제껏 먹은 김말이 중 최고! 조폭의 기름기 도는 맛에 익숙해져있다 여기 김말이의 환상적인 맛에 반해 떡볶이가 조금 쳐지는 것도 다 커버됐다. 연세가 꽤 있으신 듯한데 여전히 정정하신 할머니가 연신 설거지와 행주질을 하시는 모습에 왠지 마음이 짠해져 더 자주 찾게 되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