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 오늘이 B양네서의 마지막 날이다.
아침 느즈막히 일어났더니 B양네 어머니가 바닷가에서 공수해오신
게로 찜을 해서 풍성한 밥상을 차려주셨다. 한 시간 동안 게살 발라먹느라 너무 집중했더니 나중엔 정말 힘들기도...ㅎㅎ 암튼 마지막까지 감동을 선사해주시는 B양 어머니, 감사해요!! ^^
02. 밥 먹고 B 남친을 만나 삼청동으로.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바스키아전 관람. 그림 몇 점 없는데(20여점 되려나?) 입장료 5000원.그 흔한 리플렛 하나 없고 작가 약력 소개한 A4용지가 전부다. 몇년전 안젤름 키퍼 전때도 이랬던거 같은데, 좀 너무한다 싶다. 1982년부터 86년 사이의 낙서화와 유화, 콜라주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워낙 유명한 작가니까 사람도 많고, 안내하는 이도 정신없고... 실물 크기의 재미난 바스키아 작품을 직접 했다는 거 외엔 사실 감동은 없었다. 바스키아로 논문쓰려다가 포기한 친구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고나 할까? 자유롭고 아이디어가 넘치고,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살아온 아티스트의 감성이 물씬 배어있는 것, 그래피티가 한때는 트렌드였지만, 그것만으론 이야기(아니 논문을)를 풀어내기에 조금 부족하다. 영웅에 대한 오마주, 해부학, 발랄하게도 슬프게도 느껴지는 붓질과 낙서들이 두서없이 혼합된 바스키아의 작품은 그냥 그 자체로 뉴욕이다. 멜팅팟(melting-pot).
03. 삼청동엔 가을이 조금씩 스며들고 있다. 이제 막 은행이 노오랗게 물들어가고. 바람이 꽤 선선하다. 오늘은 정말 사람들이 많이 나와 그곳을 점령해버렸다.
04. 삼청동에서 나와 부암동으로 차를 돌려 <클럽 에스프레소>에 들러 커피 한잔. 나도 이 커플(B양 남친이 여기 커피 매니아다)의 단골 커피집에 어느새 물들어버려, 여기 커피가 제일 맛나게 느껴지게 되어버렸다. 이 집만의 적당히 뜨겁고 부드러운 커피의 맛,이 오늘은 더욱더 좋았다.
05. 커피를 마시고 한 블럭 정도 세검정쪽으로 내려가 부티크 9, 이라는 옷가게 들러 구경을 했다. B양 남친 회사 동료의 친구(아 멀고 멀지만....ㅡ.ㅡ)가 하는 곳이라 매출 좀 올려주려고 방문(인지상정이 발휘되는 시점이다...>.<). B양은 누빔 코트 한벌, 나는 재키 케네디 스타일 얇은 재킷을 한벌을 샀다. 주인이 아는 사람이라고 저기 위 사진에 있는 핸드폰 줄을 주었다. 캬캬. 이런 콩꼬물이 때론 더 좋기도 하다.ㅎㅎ
06. 지금.
B양과 남친 데이트 하라고 나는 잠시 회사에서 일해야 한다는 핑계대고,
일은 아주 조금만 하고 이렇게 서재질...ㅡ.ㅡ
남 데이트 같이 다니는 것도 좋지만, 내 앞가림부터 해야할텐데. 흠...
내일은 드디어 이사.
하루 휴가를 내고 이사짐 들어가는 거 보고, 정리하고,
드디어 가족들과 집에서 상봉한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