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회 O.S.T. - JTBC 월화드라마
모차르트 (Wolfgang Amadeus Mozart) 외 작곡, 송영민 외 연주 / 제이티비씨스튜디오(주)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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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특급? OST. 이남연씨, 김소형씨 연주 때문에 파가니니, 라흐마니노프, 슈베르트 정말 열심히 찾아들었는데....

피아노학원을 갈까, 신시사이저를 사서 집에서 연습할까 얼마나 고민했던지.

이런 드라마 또 나오길~

글렌 굴드, 토마스 베른하르트 <몰락하는 자> 컨셉으로다가...

음, 너무 음울하고 기괴해서 시청율은 꽝이겠구나;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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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1-09 0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이 비중이 있게도 나와야..ㅎㅎ
밀회는 그래서 그 간질간질함 때문에
다들 좋아했을거예요. 몰락하는 자..정도 옮겨놓으려면..노희경..정도 음울함도 잘 그려낼것 같아요.

AgalmA 2015-01-09 06:45   좋아요 0 | URL
노희경씨 시나리오, 배우 조합도 신뢰 많이 가긴 하죠. 이번 밀회는 연출,시나리오, 음악감독,배우 모두 기적처럼 잘 맞았죠. 드림팀였어요 정말ㅎ

[그장소] 2015-01-09 0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밀회 누구극본을 누구연출에 감독한건지..그걸..모르네..ㅎㅎ 음악만 정신없이 빠져서..파가니니..좋죠.슈베르트.
굴드..말해뭐해..

수이 2015-01-09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회_는 보고 또 보고싶은 드라마였어요. O.S.T.도 들어보고 싶어집니다.

AgalmA 2015-01-09 23:02   좋아요 0 | URL
밀회라는 타이틀을 걸고 나온 것만도 총 8장이더군요. 다른 앨범들은 드라마에 수록된 원곡 감상을 들어보는 편집본이고, 이 앨범이 이남연, 송영민, 김소형 구성의 드라마 속 재현곡들과 배우들의 육성이 담긴 실제 ost이자 마지막 정리본이 되는 셈이죠. 드라마에 삽입된 딱 그 정도의 분량이라 짧아서 좀 아쉽더라고요.

[그장소] 2015-01-09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또 봐도 역시..내가..저 피아노 건반여야하는 건데..싶죠..?

AgalmA 2015-01-09 23:00   좋아요 0 | URL
ㅎㅎ..아이고..전 이선재이고 싶던데ㅎ..피아노는 책보다 더 강한 소통을 줄 거 같은.

[그장소] 2015-01-09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둘 다 느끼고 싶은 욕심장이..우후훗~
(-_ど)

AgalmA 2015-01-09 23:05   좋아요 0 | URL
ㅋㅋ...네네. 그러나 현실에서 우리는 일단 읽은 책 정리부터;

[그장소] 2015-01-09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열심히 마음정리하고..파아노 건반 닦고 있었는데...쩝....!

AgalmA 2015-01-09 23:15   좋아요 0 | URL
다 하세요 ... 천천히 하면 다 하실 수 있어요 :)
 

 

§ 휠덜린 "우리는 하나의 징후다"

한국 (대중)음악 평론가들은 모르는 걸 감추기 위해 다른 걸 자꾸 가져오는 무능력자이거나, 자기가 아는 것 외엔 알려고 하지 않는 게으름뱅이이거나, 사대주의가 아닌 척하는 사대주의자이거나, 주목받는 음악만 쫓아다니며 인증사진 찍기 바쁜 그루피이거나, 자기 회고를 섞어 파는 직업적 감상주의자이거나, 타인의 음악을 제 보석인 양 떠들어대는 속물이거나, 비밀을 혼자만 간직하길 좋아하는 그저 수집광들이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그들은 비밀에 서약한 연주자도, 이거 좀 팔아 주십사하는 판매자(이 부분은 좀 의심스러운 공모가 더러 보이지만)도 아니면서, 해석자라는 직위만 이용할 뿐 직분에 대한 책임은 없다.

미셸 슈나이더의 음악 에세이를 보면 늘 놀랍다. 음악과 음악가에 대한 풍부하면서도 겸손한 문학적 스케치, 음악 작법에 따른 철저한 분석, 음악가에 빙의된 듯한 정신분석 접근을 담아 그의 책은 다시 한편의 음악이 된다. 나는 한국에서 이런 음악평론가를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비평이 사고수습 같은 성질이긴 하지만 뉴스 브리핑 같은 글들이나 강 건너 불구경 같은 인터뷰들은 정말이지…….

누군가 듣고 계시오? 나는 당신이 비밀리에 수행 중이라고 믿고 싶소. 어떤 징후를 가져올지 기대합니다.

 

 

 

 

 

 

 

 

 

 

 

 

 

 

 

 

 

 

▦ (p72) 우리는 슈만 특유의, 16분 음표 다섯 개로 이루어진 주제가 『유령변주곡』전체에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주제가 더 전개되지 않는 것은, 일부 사람들의 추정처럼 전개시키는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 때문일 것이다. 슈만의 사고는 조금 다른 논리, 파편의 논리를 따른다. 되풀이되는 고통, 우울과 광기와 그의 우유부단한 감정 분출, 그중 어느 것 하나 형식적 전개를 따를 수가 없는 것이다.

 

(p85)『사육제』(제 17곡 「파가니니」의 간주곡) 속에는 그와 반대되는 효과가 자리 잡고 있다. '스포르찬도(전후를 고려해 특히 세게)'로 동시에 힘주어 연주된 네 개의 음 뒤에, '트리플 피아노'라고 적힌, 그 곡의 끝부분에 나오는 마지막 화음은 연주될 필요도, 직접 들을 필요도 없다. 건반들은 선으로 연결된 해머를 건드리지 않은 채 눌리고, 지음기damper가 열려 있어 페달을 눌러야만 들린다. 여기서 다시 결과와 원인 사이에 불일치가 일어난다. 유령의 화음인 것이다.

 

(p96)  슈만의 하모니는 귀에 거슬리는 큰 음정(9도, 7도 도약음)을 드물게만 사용하고, 전체적으로 다분히 조성 음악에 머물러 있다. 거기서는 조성에 대한 기묘한 집착(정신병자의 고정된 시선이나 강박관념을 연상시키는)까지 엿보인다. 보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우리는 몇몇 작품들(앞서 인용된『사육제』의 모티브가 그 좋은 예이다) 속에서 상승하는 기분(고양, 도취취)과 하강하는 기분, 곧바로 다시 떨어지고 추락하는 것, 강박적인 하강의 모티브, 축소된 하모니, 다른 조성을 향한 모든 시도가 이전 조성으로 되돌아오는 그 불가피한 회귀가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확인한 바 있다. 

 

(p99) 언어 밖의 이 상태 속에서 의미의 부재(이것이 바로 고통이다. 그리고 가까운 것과 먼 것을 연결해주는 언어의 강, 그것을 뛰어넘어야 할 때를 우리는 광기라고 부른다)는 당연히 고통과 음악 사이의 이 본질적인 유사성에서 온다. 고뇌가 언어에 의해 언어에 연결되어 있다면, 고통은 언어에, 의미를 치유하는 능력에 이를 수 없는 데서 온다. 타자의 죽음, 우울, 사고, 질병에 기인한 손상이 일어날 때, 그 상처는 삶의 텍스트 위에, 인간으로, 상징적인 동물로 살기 위해 우리 각자가 입는 언어의 천 위에 생긴다. ▦

 

 

 

§§ 슈만과 신해철

슈만과 신해철은 "후모어Humor(유머+기분)"를 공통적으로 가졌다고 본다. 사람들이 우울을 유머로 바꾸듯 음울한 내면을 지닌 음악가들은 후모어로 음악을 만든다. 슈만의 후모어적인 특징인 "진부한 화성적 급변, 리듬 상의 왜곡과 유치한 멜로디…돌연 놀라운 화음"(p27)은 내가 신해철에게서 종종 느끼던 점이기도 하다. 후모어적인 음악은 슈만에겐 '낯선 땅, 광기로의 침잠'을 가속화했다면, 신해철에겐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려는 '시니컬한 광대 기질'로 발휘되었다.

신해철이 대학가요제에서 부른 '그대에게' 동영상을 다시 봤다. 4/4박자 행진곡 스타일을 전주로 시작해 종결부로 마무리할 때 사람들은 끝났다고 생각하며 신나게 박수를 보냈다. 그 순간 사실 진짜는 이거 거든! 하듯이 신해철은 가녀린 미성의 읊조리는 발라드로 청중의 뒤통수를 쳤다. 이 곡이 해외 록 발라드 음악(가령 Queen 같은), 국내 록 밴드에서 모티브를 얻어 왔다고도 볼 수 있지만, 행진곡과 발라드는 그의 모든 음반에서 교차되며 나타나는 특징이다. 단순한 작곡 습관일까. 미셸 슈나이더는 후모어로만 슈만의 음악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고 짐작했다. 나도 동의한다. 음악은 '광기', '광대기질' 등을 조정하는 유동적인 힘일 것이다. 음악가의 '고통' 과 '갈망'이 만든 그들 내부 얼개에 따라 융기되어 나타나는 힘. 언어마저 압도하는 원초성. 그러나 그들이 왜 하필 음악과 만나게 되는지는 신비에 싸여 있다. 포획된 그 황홀한 시간들은 왜 모닥불처럼 우리를 모이게 만드는지 또한.

신해철의 '시니컬한 광대 기질'은 이후, 세상에 대한 자조 섞인 조소('재즈카페', '도시인',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Goodbye Mr.Trouble'), 일렉트로닉을 통해 말없이 밀어붙이기(노 댄스, crom, Monocrom으로 발표한 음악들), 장중하게 펼치는 자괴감과 고독('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길 위에서', '불멸의 관하여', '민물장어의 꿈') , 자기 놀이(『 Reboot Myself Part 1』(2014.6) : 1,000개 이상의 녹음 트랙에 자기 목소리만을 중복 녹음하고 직접 엔지니어링과 믹스를 했던 혼자만의 마지막 놀이)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되었다.

신해철의 2집 '재즈카페'에서 색소폰과의 조우는 그 당시 재즈 열풍과 접점이 닿기도 했지만 그가 밤무대를 돌며 부르주아 세계에서 가져온 모티브이기도 했다. 그런 매끄러운 세계의 화장품은 곧 폐기된다. '시니컬 광대 기질'답게! 국악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낸 것이다. 그는 국악의 애상보다 선언적인 요소들(각설이 조 타령, 꽹과리 같은 시끄러운 전통악기)을 더 집중적으로 끌어와 행진곡 스타일에 첨가했는데, 그것은 또 하나의 음악 성찰이 되었다. 앞선 김수철의 국악 대입은 대중화보다 음악 탐구로 너무 멀리 가버렸다. 이상하게 우리나라 대중음악가들은 국악을 만나면 탐구와 소명의식 사이에서 미아가 되어 버리는 것 같다. 서태지는 살짝 발만 담그고 나온 걸로 그쳤고 신해철은 지속적으로 실험했고 안정적으로 진입했다. 아무래도 그 '시니컬한 광대 기질'의 힘인 듯하다. 이 국악과의 크로스오버는 공연장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인디계에도 훌륭한 작업들(어어부 밴드, 잠비나이… )이 있지만 빛을 보지 못하는 건 대중성의 문제일까, 운일까, '시니컬한 광대 기질' 같은 매력 부족일까?

국내에서 국악 마니아보다 클래식 마니아가 1000배는 많을 것이다. 음악 소비자만 있고 매니아 자체가 별로 없는 음악시장을 생각해보면 그 숫자는 더욱 참담할 것이다. K-POP/아이돌 그룹은 예약 음반이 쇄도하지만 잘 팔리지도 않는 국악 음반은 뭐 좀 사려고 하면 죄다 품절 상태다. 최근에 있었던 서울 시향 문제보다 국악에 좀 신경 써줬으면 한다. 국악은 내재적 폐쇄성과 외부적 방치에다 들어줄 관객도 없는 총체적 난국이다. 국악 공연장 가 보았나. 꽃다발을 든 지인들과 관련된 학생들, 무료 관람으로 오신 어르신들밖에 없다. 나라의 대표 음악이 펼쳐지는 곳이 동네잔치 수준이다. 어째서 신년 클래식 음악회는 흥하는데 신년 국악회는 찬바람일까.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라며 국악에게 시장경쟁력 운운해야 될 문젠가. 그 대단한 애국심은 국악에겐 해당이 안 되는가. 신경 쓴 게 이 정도인가. 하긴 국민도 제대로 못 돌보는 나라지. 오래전 공중파에는 국악 정규 TV프로그램이 있었다는 걸 요즘 누가 기억하고 그 사라짐에 대해 누가 안타까워 하는가. 물론 국악방송도 생겼고, 황병기 선생, 숙명여대 가야금, 김덕수 사물놀이, 이자람 판소리 등 훌륭한 명맥들이 이어져 오고 있고, 민족음악연구회 같은 단체의 노력도 주목되는 바다. 아, 이 문젠 여기서 논하기엔 방대하므로 여기서 이만. 5월 첫째 주 일요일 종묘제례악!

 

 

 

 

 

 

§§§ 음악을 따르다

『 Monocrom 』의 앨범 재킷에서 그들은 왜 사공(Chris Tsangarides)과 비장하게 죽음의 길 떠나는 기사(신해철) 같은 포즈는 취했을까. 모든 예술이 그렇겠지만 음악은 절대적 헌신을 요구하는 강력한 종교다. 어떤 이들은 재정적인 궁핍 속에, 어떤 이들은 인간관계의 파탄 속에, 어떤 이들은 창작의 고뇌와 고통 속에서 괴로워하고, 어떤 이들은 모든 것을 잃더라도 감수한다. 음악이 자신의 주체가 되는 역전을 받아들인 슈만은 계속되는 음의 채찍과 추락 같은 음의 층들 속에 언어와 음악의 조화를 꿈꾸며 버텼다. 방도를 찾아볼 수 있는 의식주와 달리, 보이지 않는 "어떻게?"로만 다가오는 음악 앞에, 그는 결국 무너졌다.

 

 

▦ (p118)  대답이 질문이라면 평온은 찾아오지 않는다.

(p120)  슈만의 작곡 과정 속에서 전개에 해당하는 것은 하모니만 가볍게 교체될 뿐 하나의 모티브가 줄곧 반복되는 것(「왜」의 마지막 악절)에 지나지 않는다.

(p130)  그때까지 그가 연주하고(기분) 즐겼던(유머) 자신의 분신들이 그를 연주하기에 이르는 것이다. ▦

 

 

 

§§§§ 다시 한국 (대중)음악 평론가들에게....

유재하 음악에서ᅳ플루트를 분 사람이 그의 짝사랑 여인이었다 그런 뒷이야기 말고ㅡ클래식과 보사노바가 어떤 식으로 조합되어 불멸의 음악이 될 수 있었는지, 김현식의 블루스는 왜 그 당시에는 수용 가능했고 지금은 미사리 카페나 가야 환영받는지 그 장르는 지금 어떤 식으로 살아남아 있는지, 윤이상은《예악》에서 서양 관현악에다 한국 전통악기의 어떤 특징들을 어떤 식으로 효과적으로 배치했는지(이건 대중음악 분야가 아니지만), 하여간 ㅡ 한국 음악 감상자들은 이런 거 관심도 없을 거야, 알려줘도 모를 거야 하지 말고 ㅡ 한국 (대중)음악 평론가들은 심혈을 기울인 분석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대가 없는 성취일지라도 당신에게도, 내게도 그건 분명 뜻있는 일이다. 아직도 폐간된 영화잡지《키노》를 모으는 사람들이 있다. 비평은 관광지나 맛집 소개가 아니지 않은가. 지면 핑계보다 당신의 열정과 투지를 찾는 게 시급하다.

 

 

§§§§§ 휠덜린 "그리고 우리는 거의 잃어버렸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의 전모는 이게 아니었다. 이 글은 참 맘에 들지 않게 와 있다.

이해할 수 없이 죽은 그들에 대한 애도도 아닌 괴상한 불평들만 가득하다.

아름다운 이 책과 어느 곳도 닮지 않았다.

이 글의 잘못을 한참 바라보다가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나는 다시 이 책을 펼친다.

끝나지 않을 언어처럼, 음악처럼.

어디선가 또 하나의 세계가 닫히고 있을 것이다.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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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통과 고뇌에 대한 보고서
    from 공음미문 2016-12-04 19:36 
    나는 여러 언어로 누구나 참여해 만들어가는 위키 백과를 인간의 은유로 자주 느낀다. 자신이 알고 싶은 것을 탐구해 기록하고 누군가 그것을 보완 수정한다. 이곳 알라딘에 있으면서 나는 같은 느낌을 자주 받는다. 누군가(작가) 썼고 우리(독자)는 그것을 읽고 또 글을 쓴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작가일 수도 독자일 수도)가 또 다른 글(작품일 수도 리뷰일 수도)을 쓴다. 나는 내가 읽었던 《슈만, 내면의 풍경》을 다시 읽으며 '나를 다시 읽는' 기분이 들
 
 
만화애니비평 2015-01-08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왕님!

AgalmA 2015-01-09 20:41   좋아요 0 | URL
저한텐 난돌아빠로 시작되었는데...에휴,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서 마왕 책은 볼 엄두가 안 나요.

AgalmA 2015-01-10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분이 이 글을 읽고 thanks to로 책을 사 주셨더군요. 감사드립니다. 그 금액은 좋은 책 사는데 보탬이 됐습니다. 서재 시작한 지 한 달밖에 안돼서 thanks to라는 거 이런 건지 처음 알았는데, 앞으로 더 신중하게 글 써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 분께...

[그장소] 2015-02-01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대체 못하는게 뭐예요?
음악에 미술에 경제,철학 글,,^^
너무 멋진거 아님?! Agalma님을 알게되서 영광~입니다! 진심!^^
그냥 넘어가려다.. 대충 빌려보려다..결국 요즘 사서 볼 책이 없네요..그래서 이걸로..하기로 ..

AgalmA 2015-03-04 00:37   좋아요 0 | URL
과찬이십니다. 그래봐야 아마추어죠. 알라딘에 저보다 뛰어난 고수가 한둘이신가요; 식탐처럼 이것저것 알고 싶은 게 많습니다. 그리고 매일 전문성의 한계를 느낍니다;
읽고싶어요 책 많으시잖아요? 음악책이 읽고 싶으시다면 음악의 기쁨 시리즈 나오는 게 훨씬 평도 좋고 전문적이던 거 같던데요.
미셸 슈나이더 슈만보다 전 글렌굴드가 더 좋았습니다. 더 소설같아서... 그 책 보시고 스티브 맥퀸 <셰임>영화 꼭 보세요. 폭풍 눈물나도 전 모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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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어느 글목록에 넣어야되나 한참 고심했다.

아인슈타인측에서 고소해야 되는 거 아닌가.

워낙 유명한 사진이니 저작권은 지불했겠지. 저런 포맷인 걸 알고도 동의했다면…….

아인슈타인, 그런 사진은 왜 찍었어요 정말ㅜㅜ... 폭소가 터지긴 했다만.

어포랑 아인슈타인의 헤어와 무슨 상관이야!

이 어포를 뜯으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더 잘 이해된단 말인가.

오메가 3 - 아인슈타인 사진은 그렇게 합체되었다.

분명 아인슈타인을 알아보고 이 상품을 사는 사람도 있겠지.

저 재미난 표정 때문에 호감이 들어 사는 사람도 있겠지.

오메가 3와 두뇌발달을 연상하고 사는 사람도 있겠지.

어쨌거나 우리의 총체적인 소비 욕망이 이 포장지 속에 다 들어있다.

굳이 장 보드리야르의 『소비의 사회』까지 들춰보고 싶지는 않다.

아인슈타인의 수산적인 수난.

 

나는 아래의 예술적인 소비되기를 더 지향한다.

 

 

 

 

 

 

로베르 두아노 / 피카소의 빵, 발로리스(Picasso and the loaves)ʼ, gelatin silver print, 40×30cm,1952 3

 

 

http://www.sangsangmadang.com/webzine/artView.asp?seq=7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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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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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테르는『철학사전』(1764)에 '죽음'이란 항목을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한다(국내에 원문 번역으로 출간된 책이 없어서 직접 확인하긴 어려웠다). 백과전서(百科全書) 운동을 도모한 철학자가 그러했다는 것은, 대단히 신중하고 윤리적인 자세였다. 그러나 철학자가 아닌 평범한 삶과 사유 속의 개인이 그런 평형을 유지하긴 힘들다. 우리는 매일매일 많은 것들에 대해 강박적으로 말하고 있다. 여러가지로 치환하고 있지만 그 말들 속엔 '인간이란 무엇인가'란 오래된 물음이 정확히 담겨 있다.

(p58) 그에게는 죽음과 신에 관한 야바위나 천국이라는 낡은 공상이 통하지 않았다. 그저 우리 몸만 있을 뿐이었다. 태어나서 우리에 앞서 살다 죽어간 몸들이 결정한 조건에 따라 살고 죽는 몸. 그가 그 자신을 위한 철학적 틈새를 찾아냈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틈새였다. 그는 일찌감치 직관적으로 그 철학과 마주쳤으며, 그것이 아무리 초보적이라 해도 그에게는 그게 전부였다. 만에 하나 자서전을 쓰는 일이 생긴다면, 그 제목은 『남성 육체의 삶과 죽음』이라고 부를 터였다. 그러나 그는 퇴직 후에 작가가 아니라 화가가 되려고 노력했고, 그래서 일련의 추상화에 그 제목을 붙였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가 저지 턴파이크(유료 고속도로) 바로 옆에 있는 황폐한 공동묘지의 어머니 곁에 묻히는 날에는 그가 무엇을 믿느냐 또는 믿지 않느냐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

필립 로스는 『에브리맨』에서 볼테르 같은 주의를 기울였다고 생각한다. (p162)"노년은 전투가 아니다. 노년은 대학살이다."는 작가의 과도한 감정이입처럼 느껴졌지만ㅡ청년기를 넘겨버린 인간이라면 누가 감정이입을 안 할 수 있을까ㅡ무게추를 놓치지 않으려는 필립 로스도 느껴졌다.

(p86) 영감을 찾는 사람은 아마추어이고, 우리는 그냥 일어서서 일을 하러 간다.

(p89) 그녀의 그림이 반의 다른 누구의 그림과도 달랐던 것은 단지 스타일이 달라서가 아니라 사물을 느끼고 인식하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기도 했다.

 

§§§

진정한 몰입 속에 있는 자에게는 정신도, 이성도 비집고 들어설 자리가 없다. 그 몰입에는 삶이라고 죽음이라고 말할 대상도, 장소도, 정서도 없다. 삶을 말할 때 우리는 비켜서서 조금 더 비겁해지고, 죽음을 말할 때 우리는 머리를 조아리며 조금 더 비굴해진다. 우리의 감정은 늘 현재로만 작동한다. 그리고 우리가 필연적으로 가져오는 것, 과거들.

최근 정치들이 가져오는 과거들, 한국영화들이 가져오는 과거들, 소설들이 가져오는 과거들, 말들이 가져오는 과거들이, 겹겹이 죽음을 부르는 것을 보며 나는 자주 생각한다. 문제는 과거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현재에 끌어들이고 대입하는 우리의 인식과 태도다. 적당한 과거란 없다. 과거를 순리대로 처리 못 해 우리는 삐뚤어진 세계를 만들고 있다. 그걸 누가 모르나. 모르는 것보다 너무 빨리 잊어서 과거가 더 빨리 순환되고 있다.

 

(p65~66)  흙을 다 옮기는 데는 거의 한 시간이 걸렸다. 친척이나 친구들 가운데 나이가 들어 삽질을 할 수 없는 사람은 흙을 몇 줌 집어다 관에 뿌렸다. 그 자신도 그 이상은 할 수 없었다. 결국 힘든 노동은 하위와 하위의 네 아들과 그의 두 아들에게 돌아갔다. 여섯 아들은 모두 이십대 후반과 삼십대 초반의 다부진 청년들이었다. 그들은 둘씩 짝을 지어 흙더미 옆에 서서 한 삽씩 흙을 구덩이로 옮겼다. 몇 분마다 다른 팀과 교대를 했다. 어느 시점에 이르자 그는 이 일이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 (중략) … 내 아버지의 얼굴을 흙 속에 묻지마! 그러나 그들은, 그 튼튼한 청년들은 리듬을 타고 있었다. 그들은 멈출 수도 없었고, 멈추려 하지도 않았다. 설사 그가 묘혈 안에 몸을 던져 매장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해도 소용없었다. 이제는 어떤 것도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 그냥 계속해나갈 터였다.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그도 묻어버릴 태세였다. 하위는 옆으로 물러나 이마에 땀범벅이 된 채 사촌형제 사이인 젊은 남자 여섯 명이 운동선수처럼 일을 마무리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끝이 눈에 보이자 엄청난 속도로 삽질을 하고 있었다. 고래(古來)의 제의를 담당하는 조객이 아니라 용광로에 연료를 퍼 넣는 구식 일꾼들 같았다.  

 

 (p72)  해안에 간 처음 몇 달 동안은 딸과 딸의 자식들이 테러 공격의 피해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그러나 일단 해안으로 가자 자기 자신에 대한 불안은 사라졌으며, 그 엄청난 참사가 모든 사람의 안정감을 뒤집어버리고 일상생활에 지울 수 없는 불확실성을 끌어들인 이후로 매일 그에게 붙어다니던 느낌, 무의미하게 위험을 무릅쓰며 살아간다는 느낌도 사라졌다. 그는 그저 살아 있기 위해 그가 합리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뿐이었다. 늘 그랬지만,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도 대부분 그렇겠지만, 그는 종말이 꼭 와야 하는 순간보다 일 분이라도 더 일찍 오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

우리 삶에서 필요한 것이 정말 거창한 원리, 원칙, 자유 그런 것들일까.  

우리가 잘 깨닫지 못하는 아주 작은 것들, 어느 순간 절실히 필요한 마음이 아니라? 

그의 아버지가 심장 가까이 품고 다니던 보석감정 도구들과 루페,

그의 왼쪽 가슴 가까이 심어놓은 제세동기,

그의 딸 낸시가 조건 없이 베푸는 선함,

그가 그림 수업을 시작한 이유와 마찬가지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원한 다른 사람과의 접촉,

이런 것들을 우리는 어처구니없이, 간단히 짓뭉개기도 한다.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자신 내의 문제다.

(p126)  "뭐든지 견딜 수 있어." 피비가 그에게 말하고 있었다. "설령 신뢰가 깨져도 말이야. 솔직하게 말만 한다면. 그때는 다른 방식으로 인생의 파트너가 되겠지만, 그래도 파트너로 남는 건 가능하단 말이야. 하지만 거짓말…… 거짓말은 정말 경멸스러운 방식으로 값싸게 다른 사람을 통제하려는 거야. 다른 사람이 불완전한 정보에 따라 행동하는 걸 지켜보는 거야. 다른 사람이 수모를 겪는 걸 지켜보는 거라고. 거짓말은 아주 흔하지만, 당하는 쪽이 되어보면, 그건 정말 경악스러운 거야. 당신 같은 거짓말쟁이들에게 배신을 당하는 사람들은 점점 많은 수모를 겪게 돼. 그러다 보면 마침내 당신도 그 사람들을 전보다 하찮게 여길 수밖에 없어, 안 그래? 당신처럼 능숙하고 집요하고 사악한 거짓말쟁이들은 언젠가는 틀림없이 자신에게 심각한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거짓말을 하는 상대한테 그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게 될 거야. 아마 스스로 거짓말을 한다는 생각조차 못할 거야. 거짓말이 섹스도 안 하는 가여운 짝의 감정을 고려해 주는 친절한 행동이라고 생각하겠지. 자기 거짓말이 미덕이고, 자기를 사랑하는 얼간이를 향한 관용의 행동이라고 생각할 거야. 하지만 이건 그냥 이거야. 빌어먹을 거짓말이라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빌어먹을 거짓말이란 말이야. 아, 이런 짓을 계속할 필요가 뭐가 있어. 이런 일은 다 너무 잘 알려진 거잖아." 피비는 말했다. "남자는 결혼생활을 이어갈 뜨거운 마음이 식어버렸는데, 그런 뜨거움이 없으면 살 수가 없지. 아내는 실용적이지. 현실적이야. 그래, 뜨거움은 사라졌어. 아내도 나이가 들어 예전의 그 여자가 아니거든. 하지만 아내는 육체적 애정이 있는 걸로 충분해. 그냥 침대에 남편과 함께 있는 거. 아내는 남편을 안고, 남편은 아내를 안고. 육체적 애정, 부드러운 태도, 동지애, 친밀함…… 하지만 남편은 그걸 받아들일 수가 없어. 남자는 없으면 살 수가 없거든. 그래. 하지만 이봐요, 당신은 이제 진짜로 없이 살게 될 거예요. 많은 것 없이 살게 될 거야. 없이 산다는 게 도대체 뭔지 제대로 알게 될 거야! 아, 제발 나한테서 떠나줘, 제발.

 

§§§§§

늙음과 죽음이 왜 외로움이고 두려움인가. 그 감정은 시간의 당위보다 우리가 잊고 버렸던 것들의 결과다. 왜 뼈 속에 갇혀 떨기만 하는가. 사랑으로 충만하다면 보석처럼 바다처럼 태양처럼 모든 것이 함께 일 텐데. 죽음이 오든 안 오든 사실 아무렇지도 않을텐데.

 

 

 

§§§§§§

 

나는 이 글을 내게 보내는 편지로, 여기 남겨둔다.

Nat King Cole - Smile도 잊지마.  

 

 

ㅡAgalma

 

(p81~82) 그는 주위를 둘러보다 부모가 자식에게 얼마나 비참하게 실망할 수 있는지 알고는 깜짝 놀랐다. 사실 다름 아닌 그 자신의 두 아들의 경우가 그랬는데, 그들은 계속 자신들에게 일어난 일이 다른 누구에게도 일어나지 않는 전무후무한 일인 것처럼 굴었다. 그런데 그에게 어느 모로 보나 최고인 자식이 있다니. 때로는 낸시를 제외한 모든 게 실수인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딸 걱정을 했다. 지금도 여자 옷 가게를 지날 때면 늘 딸이 떠올라 안에 들어가 딸아이가 좋아할 만한 것을 찾아보곤 했다. 그럴 때면 그는 생각했다. 나는 정말 운이 좋아. 또 이런 생각도 했다. 어딘가에서는 선한 것이 생길 수밖에 없어. 바로 그애에게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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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01-05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이네요... 짧고 강렬한...
문제는 과거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현재에 끌어들이고
대입하는 우리의 인식과 태도라는 글에 동의합니다...

AgalmA 2015-01-05 23:03   좋아요 0 | URL
공감 말씀 감사드립니다.
사실 제게도 과거가 정말 큰 문제인데요. 잘 아시겠지만 순간이 지나버리면 이 하나로 모일 것 같던 생각들이 모두 파편화되어 사라져버린다는 겁니다. 정말 끔찍하고 절망스럽게요. 그래서 이 글도 얼개만 대충 잡은 정도지 설득력까진 담보하고 있진 못하죠.
저는 여전히 우주 속을 유영하고 있는데요. 입자들이 서로의 중력으로 합병되어 하나의 행성으로 커져가는 광경을 보며,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이 이건데! 하며 탄식하는 와중입니다.
이 책과 우주를 함께 보다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인간이 자식을 낳는 건 종족 보존이라는 시니컬한 생물학적 논점보다 입자들이 모여 서로 합병되었다가 떨어져 나가면서도 서로를 돌며 우주를 구성해가듯 그런 것이겠구나...하는 것. 그 속에서 필연적인 진리를 찾겠다고 하는 우리의 인식과 행동들이 오히려 우연들을 더 만들어내는 작동기제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

 
사드 전집 1 : 사제와 죽어가는 자의 대화 사드 전집 1
D. A. F. 드 사드 지음, 성귀수 옮김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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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세 '춤추는 죽음' 한 대목에서 따온 듯한 제목과 강렬한 흑백의 표지에 이끌렸다.

사드 특성상 내용은,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스타일이라기보다 라스 폰 트리에 <님포 매니악 2>스럽지 않을까 했다. 금욕주의 철학자 셀리그먼과 색정증 환자 조의 대화같을 거라고 말이다.

셀리그먼이 파멸했듯이 사드도 그렇게 만들겠지 하며 <사제와 죽어가는 자의 대화>를 펼쳤다.

 

 

§§

책을 덮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생각은, 왜 프랑스일까 였다. 

라블레 - 사드 - 보들레르 - 로트레아몽 - 조르주 바타유 - 장 주네 … 알려진 작가만 짚어봐도 세계적으로 대단한 계보다.

그들이 그토록 외쳤던 "자유"의 토대가 어떻게 구축되어 왔는지 체계적으로 살펴보고 싶어졌다.

보르도, 브르타뉴 기타 등등 프랑스산 포도주의 성분 분석(반 농담)을 비롯해 프랑스 역사 공부도 해야 할까.

장정일을 읽기 위해 삼국유사부터 읽자는 식인가? 그렇다면 미안하다.

(※ 이 리뷰를 쓴 이후 그 "자유"의 중요한 가닥을 알게 되었는데, 기묘하게도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21세기 자본>에서였다. 나머진 여러분들이 찾아보시길.)

 

이 책은,

사드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입문서로는 적당할지 모르지만 작품 분량이 겨우 90페이지라 큰 수확은 기대하기 어렵다.

사드의 본격 방탕주의 편력기는 나오지 않는다. 그의 사상 기조와 생애를 훑어보는 정도 되겠다.

책 분량의 반을 차지하는 아폴리네르의 해설은 사드에 대한 전기(傳記)와 시대 양상, 사드 작품 자료에 대한 요약이다. 아폴리네르가 사드를 먼지 창고에서 구출해 현대에 알린 일등공신이긴 하지만 마찬가지로 장 주네를 감옥에서 구해낸 사르트르의 백과사전 분량 <聖 장 주네론>에 비하면 함량 미달이다.

사드 전집은 14권의 방대한 양이 기획되어 있다. 기존에 출판되었던 것들도 있고 잘 알려지지 않은 일기, 서한집 등의 구성도 있어 전집답다.

모리스 블랑쇼, 롤랑 바르트 등의 사드 관련 글도 차후 전집에 실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마 예상하기론 2권 소돔 <120일 혹은 방탕주의 학교> 출판 시, 올림피아 출판사 판에 실렸던 조르주 바타유가 쓴 <사드 읽기의 관하여> 에세이가 실리지 않을까 싶은데 맞을까요?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나름 조사와 정확한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 많아 차후를 기약하며,

호기심으로만 접근하는 독자를 위해 몇 가지 당부만 남겨둔다.

 

사드 작품의 토대는 libertin(리베르탱) - 무신론적 자유사상이다.

"1. 종교(기독교)와 윤리의 형이상학적 도그마를 부정하여 그로부터 전적인 자유를 추구하는 '사상적 입장'과

 2. 그 입장을 토대로 하여 모든 육체적, 물질적 쾌락을 무제한적으로 추구하는 '삶의 방식'"(p127)의 합이 그것이다.

 

무신론을 주장하고 일신론측 공박까지 하려면 종교론에 조예가 깊어야 한다. 신학 세계가 지배하는 당시 세계에서 많은 교리철학과 싸우려면 억지나 윽박으로 될 일이 아니다. "사제와 죽어가는 자의 대화"에서 사드는 그에 대해 논박을 가한다.

사드가 중무장한 18세기 계몽사상을 알고 독서에 임할 필요가 있다. 데카르트의 합리주의와 로크의 감각론을 제대로 숙지하고 들어가면 좋다. 이후 현대철학까지 공부하면 더 좋고. 그래야 사드 언어에 스며있는 계몽사상의 한계점과 오류를 (긍정이든 부정이든) 비판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과 관련해 이집트 중점으로 4대 문명을 공부하고 들어가라. 관련한 문답에서 사드의 오류와 억지가 있는데 그걸 모른다면 당신은 사드의 논조에 바로 휘말려들 것이다.

이를테면  사드「종교의 요람으로서 이집트에 관한 소논문」에 대한 퓌제 기사의 반론에 응답 중 사드는 이집트 태양 숭배에 대해 "종교는 지리적 측면보다 정신적 측면을 고려하여 판단해야만 한다."라고 강력 주장한다.

그러나 이집트의 종교와 문명은 지역성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지리적으로도 천문 관찰이 용이했을 뿐만 아니라, 풍요로운 곡창 지대지만 나일강의 범람을 늘 대비해야 했기에 천문학, 수학에 일찍이 관심을 뒀고 문명이 발달할 수 있었다. 그를 통해 부를 축적할 수 있었고 각종 교역과 함께 세계 최고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만들 수 있었으며 수많은 학자들의 연구에 공헌할 수 있었다. 천문관이 곧 신관이었기에 종교권력이 강력할 수밖에 없었다. 이집트가 내세론이 우세하긴 했지만 총체적으로 정신성의 우세로 이집트 종교를 보기엔 무리가 있다. 내분으로 들끓고 있는 지금의 이집트를 볼 때 사드의 소논문의 의의는 더 현저히 가치를 잃는다. 참고로 그리스 이오니아에 대해선 여러분들이 찾아보세요.

사드는 귀류법(어떤 명제가 참임을 직접 증명하는 대신, 그 부정 명제가 참이라고 가정하여 그것의 불합리성을 증명함으로써 원래의 명제가 참인 것을 보여 주는 간접 증명법)도 자주 쓰는데 앞서와 마찬가지로 궤변이 될 때가 있다. 나도 종종 그러는데 안타깝다-_-

 

자, 이제 내가 당신에게 바닥 짐을 갖추고 사드에게 접근하라는 당부를 이해하겠는지? 

이 사드 전집으로 사드를 차례로 접하려는 독자여, 점점 강력해질 사드의 철학 논법과 일탈 행위의 충격요법을 그저 구경거리로만 보겠다고? 사드가 그토록 극단으로 밀어 부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한 정념이 아니었다. 당신과 세계를 뒤흔들기 위한 전쟁 선포였다. 

철학과 악덕으로 무장한 사드 VS 관광지로 여기며 찾아온 반바지 차림 독자의 대결이라.

사드가 찌든 관습과 무비판적 신앙을 갈기갈기 찢으려 했듯 안일한 독자에게도 그렇듯 덤벼들 것이다. 

히죽히죽 웃거나 이쯤이야, 무표정하게 넘겨버릴 독자라면 당신에게 사드를 읽는 게 무용하다는 것도 당부한다.

 

 

재밌는 에피소드들)

1. 사드의 정확한 외모를 알려주는 초상화가 남아있지 않은데, (감옥에서 케익을 배달시켜 먹으며 살찐 사드로 변모하긴 했다지만) 금발머리에 미소년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내 생각이 다분히 편견이라는 걸 알지만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2. 바스티유 감옥으로 시민들이 쳐들어가게 만든 원흉이기도 했다는 일화. 1789년 7월 14일 프랑스 혁명 전날, 사드가 감옥에서 죄수들을 죽인다고 바깥에다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민심을 더욱 흉흉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 날 당장 정신병원으로 이송되어 정작 본인은 바스티유 감옥에서 영광스러운 탈출을 못하는 불운을... 결국 사드는 다른 데서 탈출 경력을 쌓았고 심지어 정신 병원을 본인의 극장으로 만들어 병원 원장이 당국에 하소연 문서를 보내기도....역시 대단한 사드;

 

 

ㅡAgalma

 

 

 

 

[사드 전집 목록]

1. 사제와 죽어가는 자의 대화
2. 소돔 120일 혹은 방탕주의 학교
3. 알린과 발쿠르 혹은 철학소설
4. 미덕의 불운
5. 쥐스틴 혹은 미덕의 불행
6. 라 누벨 쥐스틴 혹은 미덕의 불행
7. 언니 쥘리에르 이야기 혹은 악덕의 번영
8. 규방 철학
9. 사랑의 죄악, 영웅적이고 비극적인 이야기들
10. 짧은 이야기들, 콩트와 우화들
11. 강주 후작 부인
12. 옥스티에른 혹은 방탕주의의 불행
13. 이탈리아 기행
14. 노트와 일기, 서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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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1-04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목소리도 어쩐지 지극히 사~아~드 적! 일것같다는 ...제가 읽는데 자동 더빙현상이..ㅎㅎ그이의 육성을 들어 본 바
없음에도 불구...죽음의 무도. 다같이..둥굴게!ㅎㅎㅎ재미있었어요.
그럼.Agalma님..좋은하루보내세요~

AgalmA 2015-01-04 10:54   좋아요 0 | URL
그쵸...사드 문체는 목소리가 느껴져요ㅋ...보들레르 이름과 - 머리벗겨진 아저씨 사진의 괴리처럼 그러네요ㅎ 그장소님도 휴일 즐겁게 보내세요

[그장소] 2015-01-04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아..닉넴..근사해요.
일요일인것도 몰랐네요..~!즐거운 주말!!

AgalmA 2015-01-04 18:58   좋아요 0 | URL
제 닉넴요? 누군가는 한글로 읽으면 웃기다고 놀리던데; 감사합니다^^ 파스칼 키냐르 책에서 가져왔는데 기억이 흐릿해져서 조만간 다시 만나러 가봐야겠어요

[그장소] 2015-01-04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갈마˝라고요...? 의미가 멋지잖아요.^^
지금에 와선 (장식이나 성물, 귀한것 등..마음을 즐겁게 하는것.. )이라고 하는 듯한데..있는 자체로도 무언가를 기쁘게 하는 존재이기도 한 거잖아요. 깊이 파고들면 심상.아우라.이미지.초상. 드러난 걸 말하자면 동상..^^ 저는 이콘과 아방가르드 책에서 읽은 기억인데..아이콘이..이콘화에서 발생한 것.휘리릭 넘겨 보기 편한 책 ...카톨릭이라..성화에 관심이 있다 보니
주워 알게된 케이스...그리고 반복되는 글자ㅡa가 3개..ㅎㅎㅎ

AgalmA 2015-01-04 20:40   좋아요 0 | URL
네, 그 의미 맞아요^^ a가 세 개라서 가져왔는데 그장소님이 제 취향을 정확히 알고 말씀하시네요ㅎ...엄청 예리하신 분이잖아! 다른 의미로 그래서 aleph도 좋아하죠

[그장소] 2015-01-04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째의..! 알레프 맞나요?이 숫자에 대한..것도 나오지않나요? 제로.

AgalmA 2015-01-04 20:52   좋아요 0 | URL
네... 뭘 다 아시는 걸 물어보셔서 제가 드릴 말이ㅎ

[그장소] 2015-01-04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숫자는 제가 완전 꽝이라서요.. 일반상식문제로 푼 기억...그니까 오늘 님이
이래저래 제가 아는 것만 ..얘기하신거라는.!

AgalmA 2015-01-04 21:03   좋아요 0 | URL
모르는 걸 안다고 말하는 게 아니고, 아는 걸 안다고 말하는 세계에서 그장소님은 일반상식 수준보다 높으신 거 같은데요. 제가 일반상식이 더 낮아서 큰 일입니다. 저는 정말 취향주의자라서요.

[그장소] 2015-01-04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취향주의인걸요! 그러니 일반상식으로 때우는거죠.^^ 자신있어서 라기보단..빈 곳을 채우는 주입식..목적.ㅎㅎㅎ정말 제대로 해서 1:100 퀴즈 대한민국. 한번
도전하게요..!ㅡㅡ농 입니다..할거였음 진작에..했을거예요..

AgalmA 2015-01-04 21:12   좋아요 0 | URL
때우기와 채우기가 절묘하네요ㅎ 응원합니다~

[그장소] 2015-01-04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_ど) ....고.마..고맙습니다~!

AgalmA 2015-01-04 21:18   좋아요 0 | URL
쿠후후, 재밌는 분. 뭘 하시든 응원한다는 뜻이에요^^

[그장소] 2015-01-04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부끄럽고 쑥쓰럽지만 대따! 고마워
하고있는 저를 ㅡ고백하는 거예요! (^o^)b

AgalmA 2015-01-04 23:26   좋아요 0 | URL
그 고마움은 그장소님의 것임을 감사히 바라봅니다. 그장소님이 그 장소를 보여주시다니 이또한 절묘...

[그장소] 2015-01-04 2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절..묘,-이 또 한...절.묘!
같은 자릴 빙빙 도는 것은 무한의 원칙입니까..서로 감사인사로 정겹게 땡큐
토스하며 밤을 지냈다는 전설이.....

fledgling 2015-06-08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드 집에 2권 있는데... 바닥 짐이 부족해서 손대기가 두려워지네요. ㅎ읽고 싶어지긴 한데.. 읽고 나서 괴짜로 변하지는 않겠죠.ㅎㅋ

AgalmA 2015-06-08 21:18   좋아요 1 | URL
저도 사드를 처음 접할 땐 굉장히 심적인 부담과 거부감을 느끼며 읽었는데, 철학서를 꾸준히 읽으며 사드를 다시 보니 그 기저에 깔린 철학성에 더 흥미가 생기더군요.
지식의 바닥짐 보다 마음의 바닥짐을 잃지 않으면 두려워할 게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