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종잡을 수 없었다. 새가 눈에 띄면, 열심히 쫓아가던 사냥감을 버리고 어김없이 새를 향해 짖어대는 사냥개 스패니얼과 다를 바가 없었다. 내가 정당하게 불만을 터뜨릴 수 있고 당연히 불만을 터뜨려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디에나 있지만 아무 데도 없는 사람처럼) 나는 모든 것을 쫓았다..... 나는 별다른 수가 없어 큰 욕심 없이 많은 책을 읽었다. 이 도서관 저 도서관을 다니며 다양한 저자의 책들을 두서없이 닥치는 대로 읽었다. 책을 읽는 기술이나 질서도 없고, 기억력과 판단력도 부족해 작은 이익밖에 얻지 못했다.
로버트 버턴 <우울의 해부>
알베르토 망구엘 <밤의 도서관> 머리말 중 p 11

 
....여러 번 얘기했지만 다시 또, 로버트 버턴 <우울의 해부> 완역본 국내 출간 좀!



1. 쓰는 것은 사는 것에 대한 반성

세상엔 수많은 글이 있다.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글도.
누군가의 기억을 강탈한 글, 문장들을 자신의 글 속에 승화시키려는 노력보다 포획하기 바쁜 글, 사람들의 허점을 이용해 교묘히 조작하고 조립한 글, 선동이나 동조에 급급한 허영의 글....
글 쓰는 자는 사랑에 빠진 자이지만 또한 참을 수 없는 욕망의 범죄자이기도 하다.
바벨탑과 최초의 도서관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사라진 걸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초고층건물과 웹으로 진화했을 뿐 근본적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이 현상 너머에는 분명히 인간의 욕망이 있고 각자 의미를 가져온다.

조지 오웰은 글쓰는 동기로 `순전한 이기심, 미학적 열정, 역사적 충동, 정치적 목적` 을 거론했다. 이는 아주 단순히 요약된 형태이다. 더 중요하게 고민해야 할 것은 동기에 얽매일 때 글은 글쓰는 자에 갇힌다는 점이다. 목적에 의해 글은 순수를 잃는다. 나는 글의 순수를 강조하려는 게 아니다. 목적에 경도된 글의 위험성을 걱정하는 것이다.
조지 오웰이 ˝정치적인 글쓰기를 예술로 만들˝려는 목적이었다고 했을 때, 예술적인 글쓰기를 정치적으로 만들 수도 있지 않나 속으로 되물었다. 실제로 초현실주의는 그렇게 하려고 했다. 그러나 대중에게 외면 당했고, 근근이 이어져오고 있다. 목적은 정말이지 끝끝내 올바를 수 있을까. 목적은 수많은 이들의 동기-출발점으로 작용할 뿐이지 않을까.

책은 선점과 독점의 편력사이다. 전리품처럼 필수품처럼 모든 이가 골고루 나눠 갖기 위한 게 아니라면, 같은 책은 존재 이유가 없다. 그래서 글 쓰는 자는 매순간 달라지기 위해 도주적, 분열적, 증식적, 탐욕적이다. 글 쓰는 자는 점령하려는 폭군이거나, 그것을 피하려는 은둔자 둘 중 하나를 주로 택했다. 욕망 속에선 서로 다르지도 않다. 폭군과 은둔자를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로 바꿔도 이상하지 않다. 이 세상의 유비(類比)를 또 생각하게 한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습득을 위한 것이 아니라 확인된 앎을 비교해가며 내 앎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이다. 로버트 버튼이 우울하게 술회하고 있는 저 문장처럼 내 영토는 아주 보잘 것 없다.
그래서 사람 이름을 잘 기억 못 하나. 어제는 10년 넘게 안 사람의 이름이 기억 안 나 휴대폰 전화부를 한참 뒤져야 했는데, 이니셜만 있었다!

조지 오웰은 <나는 왜 쓰는가> 에세이에서 ˝자기만의 개별성을 지우려는 노력을 부단히 하지 않는다면 읽을 만한 글을 절대 쓸 수 없다˝고 말하며, ˝내 작업을 돌이켜보건대 내가 맥없는 책들을 쓰고, 현란한 구절이나 의미 없는 문장이나 장식적인 형용사나 허튼 소리에 현혹되었을 때는 어김없이 `정치적` 목적이 결여되어 있던 때였다˝라고 문장을 마쳤다.
그가 말하는 `개별성`과 `정치성`은 문제 지적과 포괄적인 지향을 담고 있겠지만 나는 또 의문을 던진다. 글은 자신과의 투쟁, 자기와 세계와의 투쟁이 쟁점이었다고 볼 때 `좋은 글은 개별성을 지워야만 한다`는 건 타당한 표현인가. 그가 비판한 전체주의와 왜 같은 문장을 쓰는가.
또, 그가 거론한 모든 것을 이용한 `정치적` 목적의 글과 열광도 나는 많이 봐 왔다.
이렇듯 글은 쓰인 것의 반대를, 부정을 늘 함께 가져온다. 글 쓰는 자는 자신이 쓴 글에 의해 바로 고발되고 배신 당한다. 책만 칭송하는 무신론자가 책의 언어만 믿고 현실의 언어는 의심하며 책의 언어는 존경하면서 현실의 언어는 천대한다면, 그 자신도 비웃음 거리가 되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 것처럼.

글을 쓰기도 전에 나는 범죄자가 될까 봐 두렵다. 나도 모를 어떤 갈취가 있지 않나 싶어서다. 자신의 언어에 도취해 확신하는 자의 사상을, 어조를 의심하면서 내가 그러고 있을 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뒤따른다. 그래서 작가들은 늘 자신을 실패자라고 말하는 지도.
그렇다고 모든 것을 털어놓고 내일을 희망하는 어설픈 회개자가 되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태어난 건 내 책임이 아니지만, 나는 사는 동안 내내 묻는다. 왜 하느냐고. 조지 오웰이 밝힌 글쓰기의 네 가지 동기가 이 물음에도 해당될 것이다.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줄 생각으로 이리 저리 고른다면 쓸모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면피를 반성과 혼동해선 안 되리라. 우리의 어떤 목적도 순수하지 않으며 항시적인 정답일 수 없다. 회피하기 위해 단지 취향이자 취미이고 오락이라 말할 때조차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읽기와 말하기와 글쓰기의 최선은 성취가 아니라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자신과 타인과 세계에 대한 자세이기도 하다.

글에 대해, 책에 대해, 목적에 대해, 윤리에 대해 오래 생각해보는 여러 날이다.

 

기억과 예술의 공통점은 선택의 요령, 즉 세세한 것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이런 결론은 예술, 특히 산문에는 칭찬의 말로 들릴 수 있겠지만, 기억에는 모욕적인 말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모욕은 당연하다. 기억에는 전체적인 그림이 담기지 않고 세세한 것이 주로 담기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하이라이트가 전체는 아니다. 우리가 모든 것을 빠짐없이 기억한다는 확신, 또 우리가 모든 생명체에 그럭저럭 살아가게 허락한다는 확신은 근거 없는 이야기이다. 무엇보다 기억은 알파벳 순서로도 정리되지 않는 도서관, 어떤 작가의 전집도 갖추지 못한 도서관이라 할 수 있다.
알베르토 망구엘 <밤의 도서관> p 38~39


3세기 초 중국에서 황실 도서관의 책들은 저명한 궁중 학자들의 합의로 결정된 네 가지 느슨하고 포괄적인 표목ㅡ 정전이나 고전, 역사서, 철학서, 그 밖의 문학서ㅡ 하에 정리되었고, 각 표목에 속한 책들은 각각 초록색, 붉은색, 푸른색, 회색으로 장정되고 구분되었다(이러한 색 구분법이 초기 펭귄 클래식과 에스파냐어 아우스트랄 컬렉션에도 사용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런 분류법에 따라, 책들은 제목의 철자나 발음 순서로 정리되었다.
알베르토 망구엘 <밤의 도서관> p55

 

 

2. 의도하지 않으셨겠지만 제게 책임감을 부과한 선물들, 감사드립니다.

춥고 울적하기 쉬운 날들, 치열하지만 행복한 책읽기, 글쓰기가 모두와 함께 하길.



ㅡ 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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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31 01: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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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10-31 2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댓글실력ㅋㅎ고마워요..몇년간 카폐친구들과 쌓은 스킬인듯...푸하하.
기쁠땐 막...즐거워하면 좋은데 참..이런것도 당심답단..
생각을하고가요!

2015-11-08 22: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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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쓸쓸하구나


11
˝나는 결코 나 자신을 말할 수 없어요. 말하는 나가 뒤에 남기 때문이에요. 말하는 나를 다시 말한다 하더라도, 그 말 하는 나는 또다시 뒤에 남아요. 시 또한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려다 계속해서 실패하는 형식이에요.˝ 
이성복 시론  <무한화서 2002~2015>



그래서 우린 쓸쓸한 거에요. 언어에서든, 현실에서든, 관계에서든. 
그런데 그것만 있는 것도 아니고, 각자가 처한 상황 속에서 더욱 복잡해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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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8 23: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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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30 19: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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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10-31 01:18   좋아요 0 | URL
성격이 급해서ㅋㅋ...아마도, 그러나 역시 게으르게요^^;

2015-10-31 01: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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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31 01: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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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사 생각하면, 생각하던 걸 인정해 보면 나는 고양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시기하고 있었을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보면 두 상태를 오가고 있었을 것이다. 앎에 대해서도, 자연에 대해서도, 사람에 대해서도. 100%가 아니라 해도 희석될 수 없는 무엇이 있다는 걸. 보고도 보았다고 당당할 수 없는 그런 것. 나라서.

당신은?

나는 집게벌레를 발로 차, 죽이지도 보이지도 않게 했다. 그러면서도 눈으로 좇고 있었는데, 집게벌레는 한참 버둥거리다가 슬쩍 죽은 척 하다가 어디로 갔다. 또 만나겠지. 짧은 시간이라면 다른 공간에서, 긴 시간이라면 다른 정신의 몸으로.

너무도 민첩한 내 사고, 내 행동에 지나고 나서야 경악한다.
내 사랑 개념이 얼마나 협소한 지 곧 깨닫게 된다.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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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5 18: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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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5 18: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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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5 18: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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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5 18: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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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5 18: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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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5 18: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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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참 잘하는, 신간 열풍이 좀 지나가면 읽는 버릇으로 성동혁 <6>을 읽다가, 문득 기록을 남기다.

어떤 독자성. 독특한 발성과 구조성. 시의 특성이 원래 그렇지만, 그는 언어의 형태론적으로 더욱 그렇다. 살아있는 형태 없이 구별을 가능하게 하는 언어란 참....슬픔이 시각이 아니라 통각인 것과 비슷할까. 김행숙 시인이 성동혁에 대한 시평에서 ˝통각의 가능성˝이라고 말할 만하다.

할 말이 많아지면 나는 주체할 수 없이 딴 짓을 한다. 하던 일을 미뤄두고 갑자기 시집을 펼쳐든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모든 게 밀고 당기게 된다. 인력(引力)과 척력이 괜히 쌍이 아니다.

푸른 색 커버의 책이 맘에 드는 게 많지 않다. 푸른 색 자체로 있는 건 없고 거의 흰 색이 같이 배치된다. 그래서 책장이 흰 색 반, 푸른 색 반이 되어 버렸다. 커버에 블랙이 많이 섞인 책은 확실히 그 내용도 블랙적이다. 잭 블랙적인 영화라는 말이 있듯이. 그게 무슨 말이야! 좋다는 말을 여러 가지 변칙적으로 쓰는 습관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힘들게 사는 노력도 가지가지....

 


 

페터 빅셀 <책상은 책상이다>에서 책상은 양탄자로 불렸다. 급기야 모든 어휘 체계를 바꾼 주인공의 삶은 뒤죽박죽 되어가는데 정말 눈물겨웠다.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안 되는 건 안 되는가봐....중고서점에서 요즘 <주역>을 살까 망설이고 있다.

이젠 하다하다 온라인 책장을 색상 별로 꾸미는 취미까지...웹 생활을 강력히 점검해야 할 때인 건 확실하다. 이걸 살아간다고 할 수 있는 건가.

지난 달 빨간 컨셉 책장일 때 찍어두지 못한 게 아쉽다. 20살 10월 22일의 나를 기록해두지 못한 것과 같다. 이래서야 기록탐닉증이라고 말할 수 없겠다. 기록뒷북증? 기록느슨증? 뭐라 붙이든 누구든 거북하게 만들 것이다. 우린 진화상 결이 맞지 않으면 피하거나 공격하게 되어 있다. 그 놈의 진화! 그 놈의 DNA! 그러니까 유유상종은 협동성이고, 아웅다웅은 경쟁성인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인식관련, 뇌과학, 진화론 책이 집중적으로 아웅다웅 내 주머니를 털어가도 막을 수 없다.


 

 

 

˝우리는 수수께끼처럼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사람과는 진지한 일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스스로를 보호하도록 행동함으로써 손해가능성을 최소화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동기를 되도록 드러내지 않으려 하고, 상대방은 우리가 비협조적이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게 된다. 적대적인 인종 집단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각 집단의 구성원들은 자기 집단에 속한 사람에게는 자신의 바람과 생각이 명확히 전달되도록 행동하지만, 다른 집단의 사람에게는 자신의 의견을 감추려 한다. 그래서 그 각각의 집단은 상대 집단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 집단들은 전부 이해하기 어려운 집단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제각기 상대가 자신들을 이해하지 않으리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애덤 모턴 <잔혹함에 대하여> p56

 

얻을 게 있는 만큼 우리 거리는 정해진다. 그래서 나는 나와 가장 가깝지.
이 생에서 나는 아무 것도 가지지, 지키지, 돌이키지 못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짓말쟁이.



ㅡAgalma






그 방에선 물이 자란다



세수를 할 때마다 흘러가는 기도를 아끼자 더 흘려보내기엔 세면대의 구멍이 작아
물속에 얼굴을 넣었다 빼도 나는 물의 미간을 그려 내지 못한다

거울을 보면, 숨이 차고
젖은 아스피린과 가 보지 않은 옥상이 보인다
오래 마주치기엔 서로 흐르고

대신 나는 이가 투명해. 표정을 잃을 때마다 사라지는 다리
골반까지만 반복되는 거울

잠시 엄마와 월요일이 사라진 것을 메모했다
그때는 아가미가 생겼다

침대는 누우면. 눈썹이 쏟아지고
돌고래의 문장을 배워 본다
지느러미가 생기면
파도의 단추를 모두 채워 주고 싶다

스위치를 켜면. 물이 우르르 밝다
오늘이 짙고 밤이 숨차고
창문을 상상한다
방의 동공이 크다



ㅡ 성동혁 <6>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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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자리 2015-10-23 14: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실물 책장이 흰색에 가까운 옅은 아이보리 빛인데 책장의 한 칸은 청명한 푸른빛이 도는 책들만 모아서 꽂아두었어요^^ 다른 책들은 대개 내용상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모아두지만 그 칸만큼은 아무런 연관 없이 오직 색깔입니다. 얼마나 조화롭고 예쁜지 그 칸에 있는 책들은 빼고 싶질 않아요ㅎ / 어쩐지 숨이 막혀오는 느낌의 시를 읽고 이런 눈치 없는 댓글을 달자니 염치가 없네요ㅎ

AgalmA 2015-10-23 18:39   좋아요 1 | URL
눈치없는 댓글이라뇨~ 전혀요. 각자 느낀 소감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사실 대화잖아요 :) 성동혁 시집 물고기님자리도 좋아하실 듯~
저도 흰색에 가까운 아이보리^^ 저는 월넛 빛깔이 싫어요. 고급스러움보다 괴기스러움을 자주 느껴서;; 이케아 선반도 자꾸 늘어나고 이러다 제가 집밖으로 튕겨져나가는 거 아닌가 싶게 꾸역꾸역 책이 느니;;
전 시만 겨우 따로 모으고, 다른 책들은 구매순, 읽는 순으로 여기저기 포진해 있어요. 이따금 산사태처럼 책 무너지는 소리를 안타깝게 듣곤 하죠...
푸른빛 도는 책만 두는 공간이 있다니! 많이도 안 바라고 가장 아름다운 책 한 권 제게만이라도 살짝 알려주시면 안됩니까^^?

물고기자리 2015-10-23 18:35   좋아요 1 | URL
저도 월넛 싫어요^^ / 알려드리곤 싶은데 하필이면 제일 예쁜 푸르름은 내용이 꽝인지라..ㅋ 색들의 조화를 포기하지 못해 꽂아두고 있는 거죠 ㅎ

알랭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김화영의 <행복의 충격> 이언 매큐언의 <체실 비치에서>.. 뭐 이런 색(!)들이 꽂혀있고요^^ 푸르름 사이에 드문드문 완벽한 흰색을 추가했어요. 그래야 푸르름이 더 돋보이더라고요ㅎ

띠지의 색에 푸르름이 섞였다고 우기며 <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도 꽂아놓았고, 이번에 산 책 중엔 에밀 시오랑의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의 녹색위 붉은 꽃이 포인트가 되어 같이 꽂아두니 좋더라고요ㅎ 쓰고 보니 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은데, 사실은 흰색책만 꽂아 놓은 칸도 있습니다ㅋ 예쁜 커버를 만들지 못 하는 책들 때문에 가끔 속상해요~ㅎ

AgalmA 2015-10-23 19:22   좋아요 1 | URL
김화영 <행복의 충격>은 뭔가 기대를 불러 일으키네요! 이언 매큐언은 전작 탐구하고 싶은 작가라 언젠가 그 작품은 꼭 만날 거 같고^^
<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 어찌 보면 촌스러운데 책내용 생각하면 잘 어울리죠^^ 커버 질감도 너무 딱딱하지 않고 손에 촥 감기는 맛도 있고~ 에밀 시오랑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도 어찌 보면 꽃무늬가 촌스럽기도 한데, 가끔 보면 산뜻해서 좋아요. 책장 사이에 화병 끼워둔 기분이랄까^^
가끔 표지가 이쁜 걸 책장 앞에 액자처럼 꺼내놓기도 하니 표지는 정말 중요한 인테리어!
흰색책이라면 타부키도 모으시겠군요^^ 저도 타부키 모으기 시작했는데, 시집 같기도 하고 이상한 나라의 카드 같기도 하고ㅎ 이쁘다기보다 특이해서 이 책들은 가로로 쭉 놓고 싶어요. 도서관 잡지진열대처럼 한 권씩만 두는 책장을 한 벽면에 짜고 싶기도 해요...네, 먼 꿈이죠;;
문학동네 이 선집 시리즈 좋아합니다. 페렉 책도 맘에 들고^^

긴 댓글 수고하시게 만들어서 어쩌죠. 감사할 따름 :)

물고기자리 2015-10-23 19:05   좋아요 1 | URL
<캘리포니아>의 손에 잡히는 느낌은 정말 최고였어요^^ / 타부키 보고 왔는데 저런 깔끔함 너무 좋아요 ㅎ 물론 내용이 더 좋겠지만요ㅋ

AgalmA 2015-10-23 19:09   좋아요 1 | URL
저도 <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 국내 책커버 질감 대회 있으면 1등으로 생각하고 있음요^^ 타부키는, 타부키는...전작 필독 작가로 제 독서목록에 등극^^ 보르헤스와 페렉 이후 이런 흥분 처음이야!입니다
 

꿈처럼 우리는 엇갈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너는 2호선 4번 출구에서, 나는 3호선 4번 출구에서 서로를 탓했다. 시스템과 원인을 따지기 보다 우리는 언제나 눈 앞의 것을 더 탓한다.

공간에선 어떤 식으로든 무리를 짓게 된다. 두부 같은 건물들 사이사이를 지나며 나는 어디에 끼게 될 지 몰랐다. 우리는 길 끝에 앉았다. 무리이면서 무리를 거부하고자 하는 위치. 언제든 이탈할 준비가 되어 있도록.



이탈한 자가 문득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ㅡ김중식

지금 생각하면 마지막 행이 석연치 않다. 그것이 과연 자유일까. 자폭은 아니고?


와퍼와 맥주를 먹으며 건너편 포장마차가 장사 준비하는 것을 지켜봤다. 붉은 천막.
검은 천막은 장례식, 흰 천막은 운동회. 그런 식으로 생각을 저장해둔다는 것을 깨닫는다.
촤악, 촤악, 길에 물 뿌리는 소리. 아주 오랜만이었다. 스프링클러는 한국과 매치가 잘 되지 않았다. 이것도 이 시공간에 갇혀 사는 내 생각의 한계지.

담배를 권하는 네 담배갑엔 딸랑 한 개비가 있었다. 편의점이 어디 있는지 상세히 알려주는 네 의도를 담배갑을 보기 전에 간파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런 면에선 진화가 잘 되어 있지.
˝제가 어른처럼 보이지 않습니까˝ , ˝흠, 흠, 어, 어, 이게 어른 목소리가 아니라고요?˝ 웃긴 소리를 하며 인상을 찌뿌려 주름을 만들었던 30초 전을 얘기하며 신분증 요구 때문에 다시 돌아올 뻔 했다고 하자 너는 편의점 직원이 외국인 노동자 아니었냐고 물었다. 이보게, 서로 원했던 바는 아니었지만 우리는 한국말로 또박또박 대화했다네. 나는 여기 오는 길에도 목소리가 너무 어리다는 소릴 들었다고 여러 목소리를 내며 장난쳤지만, 내가 결코 노인 목소리를 내진 못한다는 걸 안다. 사기 치기엔 적절하지 않은 조건들이 너무 많지. 결정적으로 순진해. 순진하다는 걸 아는 건 순진한 건가, 이 생각을 더 이상 발전시키지 못한다. 파스칼과 칸트는 순진하진 않았을 거야.

하나 둘, 우리를 거쳐 무리 속으로 들어오는 저녁이 지나고 밤, 우리는 자리를 옮겼다.

사장님이 디제이인, 지긋지긋한 신청곡 레퍼토리 호텔 캘리포니아나 퀸의 음악을 틀어주는 클라우드 생맥주집. 호텔 캘리포니아나 퀸의 음악이 없었으면 모든 술집의 선곡 레퍼토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어찌 보면 술집은 음악의 정신병동 같다. 마시는 것도 듣는 것도 반복의, 반복의, 반복.
화장실을 오가다 본 사장님의 등은 많은 돌을 삼킨 연못처럼 검고 쓸쓸했다. 걸맞게 목소리는 걸걸했다.
길고양이가 종종 거리며 내 시선을 뺏아 우리 대화는 산만했다.

유전학, 페미니즘, 채식주의 등등을 말하다가 주의자라고 표방할 때 그것은 금새 배타적이 되고 증식적이며 자기 합리화를 한다고 언성을 높이다 `수어사이드 랩`이란 화제에서 내 목소리는 잦아들었다. 질소를 이용한 죽음. 삶을 위해 우리가 모색하는 방법만큼 죽음을 위해 우리가 모색하는 방법도 무수하지. 양면의 동전. 동전을 끝없이 삼켜 죽은 남자는 무게가 아니라 중금속 중독으로 죽었다. 이 순간에도 실패한 죽음 때문에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이 우리 사이를 빠져나가고 있을 테지. 고양이가 잽싸게 지나갔다.

 

 

 

 

 



서울 아트시네마가 이전한 서울극장을 지나며, 우리는 아주 개인적이고 비밀스럽고 실체가 없어 더 꺼내기 어렵고 일단 꺼내면 버리게 되는 이야길 했다. 새우와 오징어 튀김 전문인 종로 포장마차로 가기 위해.
모퉁이를 돌자 나타난 포장마차보다 사람 무리가 장관이었다. 누가 누군지 모르게 우리는 무리 속에 섞였다. 자몽 소주라는 것도 있군. 나온 지가 언젠데 그런 소리냐며 너는 유자 소주 얘기도 했다.
귀는 이 얘기 저 얘기 가리지 않고 흡수한다. 눈은 얘기의 진원지를 찾아 대상과 결합시킨다. 궁합이니 자기니, 그 사람은...하며 모두가 비슷비슷한 화제로 얘기를 하고 있어 수용소처럼 남녀 구분을 1차로 한다. 차림새와 행동을 2차로 연결한다. 갓 태어난 아이처럼 얼굴은 대개 불콰했다. 혈색이 변하진 않지만 다른 건 숨길 수 없어 나는 나대로 긴장했다. 술이 아니라 사람이 주는 압도감. 이미 자신에게 압도 당해 있지.

˝타자를 향한 박해의 기반은 타자하고 맺은 연대다˝
ㅡ레비나스

그렇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나는 나와 불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테리 이글턴이 레비나스 문장을 인용하며 사랑과 증오가 한 몸이라고 말한 건 적절했다. 적절한 인용, 적절한 사고, 적절한 삶, 내게 ˝적절˝은 ˝최고˝ 만큼 어렵다.

취기의 무거움에 많은 행동을 줄일 수 있었고 일찍 이불을 끌어 당길 수 있었다. 비슷할까, 그런 생각을 자장가 삼아 잤다.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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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10-18 1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스칼과 칸트가 순진하지 않았다는 것에 저도 한 표 겁니다.
그들은 내면을 넘 많이 알아서...^^ 이든 아니든 그만...^^

AgalmA 2015-10-18 19:15   좋아요 1 | URL
출장가신 줄 알았는데, 오랜만입니다 :)
철학과 대면하는데 순진하면 바로 사망 아니겠습니까;

북다이제스터 2015-10-18 19:20   좋아요 1 | URL
네 어제 늦게 돌아와 오늘 하루종일 비몽하며 내일 출근에 경악하고 있습니다 ㅠㅠ 역시 우리나라가 좋아요 ㅎㅎ

AgalmA 2015-10-18 19:23   좋아요 1 | URL
무사히 다녀 오신 걸 일단 경축~~ 핀란드 리뷰, 기대! 기대! 입니다. 어서 내놓아라~ 구지가를 부르는 건 아니고요ㅎ;

북다이제스터 2015-10-18 20:15   좋아요 1 | URL
리뷰 쓸 정도는 아니고요, 현지 인 몇 사람 만나본 소감은 핀란드는 사람 개개인 한 사람 한 사람 가치를 진정 소중하게 여기고 한편으로 개인의 역량을 진심으로 믿어준다는 점...

AgalmA 2015-10-18 19:34   좋아요 2 | URL
자주 듣던 바지만, 감동적이네요.

[그장소] 2015-10-18 1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후후훗...웃었네...순진하면 사망...아 .통쾌한데..그게 일반적인 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는..

AgalmA 2015-10-18 19:36   좋아요 1 | URL
언제나 제 우물 안 아니겠습니까 :)

[그장소] 2015-10-18 19:40   좋아요 0 | URL
사실 길게 썻는데 넘 사적인가..싶어 다 짤라내고 윗줄만 남겨 놓은..거랍니다.

AgalmA 2015-10-18 19:41   좋아요 1 | URL
음...그랬군요.... 저도 이 글을 더 길게 쓸 수도 있었는데, 너무 사적인가 싶어서 생략한 게 많죠.
우리는 생략의 공동체...

[그장소] 2015-10-18 1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핀란드..아상향이 되려고 해..ㅎㅎㅎ큰일.입니다.
저도 한국이 싫어서..일까요..?^^

AgalmA 2015-10-18 19:43   좋아요 1 | URL
언젠가 얘기 꺼낸 적 있다 싶은데, 저는 파리 거지가 되고 싶.....일단 파리로 가야 거지가 되든 할 텐데;;

[그장소] 2015-10-18 2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하핫...우린 망명자들인가봐요..잠재적...

AgalmA 2015-10-18 20:13   좋아요 1 | URL
마땅한 망명지도 못 찾고 있고 어서 옵쇼 하는 데도 없으니 보트 피플이겠죠~.~;;

[그장소] 2015-10-18 2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아..김중혁 소설..생각나네요..뭔가에 떠밀려 바다로 나가버리고 마는...

AgalmA 2015-10-18 20:17   좋아요 1 | URL
저는 하루키 <중국행 슬로보트> 생각을^^

[그장소] 2015-10-18 20:19   좋아요 1 | URL
알게..그런건지..모르게 그런건지..하루키문학이 우리문학의 많은 토대를 가지고 있어서 우리작가들이 빚이 많을 것만 같아요..저만 그리 느끼는건지..ㅎㅎㅎ (자조의 웃음)

AgalmA 2015-10-18 20:23   좋아요 1 | URL
기만과 위선...에서 모두가 자유로울 수 없을 겁니다. 등단한 지인이 좀 있어 보이려고 명성 탄탄한 작가를 영향받은 작가로 대던 걸 생각하면...ㅎ

[그장소] 2015-10-18 20:25   좋아요 1 | URL
저의 하루키 느깍이가..어쩐지 현명했단 생각마저 들어요..일찍 알았다면 알게 모르게 똑같이 오염내지 흡수되지 말란 법이 없었을 테니..
모르는게 약 ..이랄까..ㅋㅎ

AgalmA 2015-10-18 20:27   좋아요 1 | URL
프루스트나 조이스에 좀 빨리 빠졌어야 했는데ㅎㅎ 암튼 저는 뭐든 느려 터져서 에이, 몰라 연속입니다

[그장소] 2015-10-18 2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느린걸요..더구나 국내에서 판이 벌어지면 더욱 몰라라 하는 구석이 있어요..미련스런 건데..안고쳐져요..남들 다 알때 난 몰라..가 무슨 자랑 인냥...암튼 에잇 몰라~~~^^

비로그인 2015-10-18 2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탈한 자는 자유로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안전을 담보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괜찮은 것은 참으로 좋은 것의 적이라는 에드워드 콘즈의 말이 생각납니다.

AgalmA 2015-10-18 21:04   좋아요 0 | URL
안전을 포기해야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게 딜레마겠죠~.~;벼랑 끝에 가야 날 수 있듯이.
저도 이웃에게 들은 말인데, 적을 친구보다 더 가까이 둬야 한다는 말은 참으로 현명한 말. 헌데 생각과 행동을 저는 늘 ˝적절˝하게 연결시키지 못해 탈을 맞죠.

비로그인 2015-10-18 21:22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적절한 말, 정확한 지적을 둘러싸고 모순이 풀려 질서를 찾게 되고 무질서가 멈춰 버린다..
행동은 아니고 글쓰기에서만 적절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시기를 바랍니다..

AgalmA 2015-10-18 21:41   좋아요 0 | URL
흔적님이 저보다 더 잘 아시겠지만, 질서와 무질서는 지속적으로 상박(相撲)하며 쌍융(雙融)하는 관계죠. 결코 하나로 융합되지는 않는, 여기서 저기로, 저기서 여기로 움직일 뿐 어디에서 멈춘다는 건 불가능하죠. (또 제 궤변의 스멜이; 알아서 들어주세요;;)열반의 속성이 그 멈춤을 말하는지 그 모든 현상 자체에 대한 긍정인지 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행동과 글쓰기를 ˝적절˝하게 나누기도 어려운 저는 ˝적절˝장애자라 이 곤경이겠죠...

그래서 흔적님을 더욱 응원합니다. :)

비로그인 2015-10-19 07:1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글입니다...

2015-10-18 2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8 22: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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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8 22: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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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8 22: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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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8 22: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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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8 22: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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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8 22: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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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8 22: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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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8 22: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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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10-18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갈마님 아갈마님 사랑하는 아갈마님 후훗 :)

AgalmA 2015-10-18 23:03   좋아요 1 | URL
귀여움에서마저도 한창훈 선생님을 이길 순 없겠죠. ㅎㅎ;;

수이 2015-10-18 23:08   좋아요 0 | URL
흐흐흐흐흐 독보적이지만 자리 탈환 언제나 가능합지요.

AgalmA 2015-10-18 23:24   좋아요 0 | URL
안할 랍니다. 야나님이 사랑하는 작가들이 얼마나 많은 지 다 알 거등요~ 이길 작가가 하나도 없어. 흥ㅎㅎ
그런 열정으로 <야나문>은 또 얼마나 사랑스럽게 꾸몄을 지...

수이 2015-10-18 23:2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아이 귀여워 귀여워 ㅋㅋㅋㅋ 저는 일 끝내고 이제 코야 하려고 했는데 막둥이가 맥주 한잔 하자고 하네요, 맥주 마시고 코야 하면서 아갈마님 꿈속에서 만나렵니다~

물고기자리 2015-10-19 15: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갈마님 글은 `예민함`이 개성이자 장점이신 것 같습니다. 시각적인 느낌으론 한 컷씩 줌인한 화면을 차례로 보는 것 같은 예민함이고, 소리로 치자면 작은 진동에도 예민하게 응답하는 현악기 같은 느낌이랄까요.. 어쩐지 아갈마님껜 짧은 단편소설이 어울리실 것 같은데, 언젠간 직접 써보시길 바랍니다^^

AgalmA 2015-10-19 18:32   좋아요 1 | URL
`예민함`이야 이곳 서재 사람들 공통 DNA 같은데요ㅎ;
(제 평가에 대한 것과는 별개로) 예민함에 대한 시각과 소리 비유 엄청 맘에 듭니다-0-)!
단편이야 늘 진행형이죠ㅎ. 와장창 까인 단편도 꽤 되고요;; 시와 장편이 제 목표이자 과욕이죠. 와하하하하))) 정신차려! 이 녀석아// 언제나 머릿속 우당탕@&:₩;&))
격려 말씀 감사드립니다 :)

물고기자리 2015-10-19 19:44   좋아요 1 | URL
저로선 칭찬의 의미인데 `소설 같다고` 표현하면 (아주아주 혹시라도ㅋ) 다른 뜻으로 전달될지 모르니 이렇게 에둘러 글에 대한 감상을 썼던 겁니다^^/ 예민하단 표현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시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네요ㅎ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아갈마님, 시도 잘 쓰실 것 같아요~

AgalmA 2015-10-19 18:56   좋아요 1 | URL
흠, 말이 나온 김에 말씀드리면 전 평소 물고기자리님 리뷰를 `평론`으로 읽고 있습니다. 살짝 부담스럽기도 하시겠지만; 답례성 멘트는 아닙니다.
물고기자리님은 에둘러 말씀하시지 않아도 뜻을 잘 전달하시는 분이세요. 제 지적 능력부족으로 언어와 시스템 상의 판단 착오는 종종 하지만;; 이 `예민함`;;이 문장에 담긴 부정/긍정의 감정은 잘 파악하는 거 같거든요ㅎ;;
거듭 감사드립니다(꾸벅)

물고기자리 2015-10-19 19:05   좋아요 1 | URL
살짝이 아니고 백 퍼센트 부담입니다!!^^ 물론 감사하지만 ˝헐~!˝이라고 육성으로 소리 질렀거든요ㅋ/ 저도 답례가 아니라 아갈마님은 글의 뉘앙스를 잘 이해해 주실 거라 생각했습니다ㅎ 그나저나 여기 답글 다느라 손가락 아프셨을 텐데 저까지 보탠 것 같네요^^

AgalmA 2015-10-19 19:51   좋아요 1 | URL
헬헬ㅋ)) 물고기자리님이 ˝헐!˝하는 광경 상상하니 너무 웃겨요ㅋㅋ 저 때문에 부담가지지 마세요ㅎ; 지금처럼 물고기자리님 글 꾸준히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두런두런 얘기도 나누고^^
여기 달린 댓글은 모두 애정이 가서 전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