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는 눈이 두자나 내렸다고 했다.

노모는 염소가 제 새끼에게 젖을 물리지 않는다고, 자고 났더니 잘 낳은 염소새끼가 둘이나 죽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뗄 감 할 요량으로 동네 청년이 뒤란의 참죽 나무을 베다가 집의 일부가 부서졌다고도 했다.

모서리 양철지붕이 휘고 흙 담의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고 했다.

노모의 소식은 매끄럽고 간결하다.

 

다른 사람의 일상은 그렇다.

개개의 삶이 물 흐르듯 유연한 것은 아닐진대 지나고 난 시간은 몇 줄로 요약되고 분노나 노동, 모멸이 없다.

 

지난 해 말 나는 천 여 권의 책을 팔았고 그만큼의 책을 버렸다.

책이 팔수 있는 물건이라는 것에 당황했고 버리는 행위가 통쾌해서 더 당황했다. 나는 남김없이 책을 팔았다.

 

적요한 호퍼의 그림책을 좋아했었다. 빌려간 P가 철길가의 하얀집을 A4에 그려 넣은 채 돌려주었기에 그 여백에 나도 같은 그림을 그려 꽂아 두었었다.

추억까지 팔아버린 나는 소설을 읽으며 잠깐 P를 떠올렸다. 모멸을 목격한 P가 손을 당겨주었던 연민의 시절이었다.

 

간결하고 요약 될 수 있는 어떤 과거가 있었다.

현재는 분노, 노동 모멸이 있고, 살아가는 중이다.

 

노모는 다른 염소가 낳은 새끼 둘을 밤새 돌보고 혼내고 억지로 젖을 물리고 우유를 먹여 살려냈는데, 아기염소 입에 상처를 냈다고, 그렇지만 살았다고 여러번 말하다가 호호 웃었다.

 

자주 생각하지 않는 시절이었다. 기억하고, 생각해낼 수 있어서 좋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anicare 2016-03-22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이 책을 도서관에 신청해서 빳빳한 새 책으로 빌려 읽었어요.
참...오랫만이네요.

rainer 2016-03-30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책을 읽었어요. 호퍼의 그림책을 판 것을 자주 후회합니다.
 

 

흰 개가 어둠속에서 거짓말처럼 뛰어 나왔다. 어둠이 단단한 벽 같아서 밖으로 나서기 두려운 국도변  허름한 주차장에서 Y는 흰 개와 조우 했다. 흰 개는 옛 주인 앞에서 지치지 않고 뛰어올랐으며 단 한 번도 짖지 않았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치니 2015-01-24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어휴 반가워서 눈물 날라 그래요.

rainer 2015-01-26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그렇겠지만, 늘 알라딘에 있어요. 반갑습니다. ^^

rohook1@hanmail.net 2015-03-15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벌써 10년은 지났지요? 아마!
블루마운틴을 소개받았을 때가...
이제는 생두를 로스팅하면서 품종을 입에 담습니다.
 

 

 

 

 

 

출근길, 후둑 떨어지는 빗소리가 좋다. 차는 더디게 가고, 모처럼 둘러본 풍경은 가을이다. 나는 P가 그리워 코끝이 시큰하다. 맥주를 플라스틱 박스 채 사두고 마시던 P는 빗소리를 좋아해서 비만 내리면 차로 내려가 한참을 앉아 있다가 새 맥주박스를 사 들고 올라오곤 했다. 벌써 그 즈음의 계절이고 쌀쌀함이다. 어쩌다 고가에서 나란히 만나지는 국철이 회색 역에 정차한다. P의 기억과 갑작스러운 그리움 잿빛하늘과 막 시작한 네 번째 씨디의 노래가 신파여서 거짓 같다. 씨디 타이틀이 명징하다. 광고 길이의 그리움 이런 노래한곡 한 낮에도 어둑해지는 가을 비 같은 것들이 있어 이렇게 긴 좌회전을 매일 견딘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anicare 2012-10-23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젠 사는 게 매일을 견디는 거네요. 어떤 수염이 그윽한 이는 꿈꿀 권리라는 책도 썼었는데,..

커피 한 잔에 rainer님의 사진과 글 -좋군요. 오랫만의 인기척.


rainer 2012-10-26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나무와 산이 어찌나 좋은지요.
꿈꿀권리는 장바구니에.. 오랫만에 와도 인사 해주시고.. 기쁨 ^___^

시월 2012-11-08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멋진 사진 입니다...

자주 글써주세요!~
 

 

조간신문의 '책을 읽고도 말하지 않을 권리' 가 좋았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rohook1@hanmail.net 2014-11-15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550D 카메라는 사용 렌즈X1.6배를 해야하는 종입니다. 그러기에 갖고있는 16인가 18미리 렌즈는 이미 광각렌즈임에도 그 카메라에선 효과를 발휘를 못합니다. 렌즈의 효과를 100% 활용할수 있는 카메라를 풀바디라고 하는 1:1 카메라로 바꾸기 전에는 광각을 사용하기가 힘듭니다. 좀더 효과를 높이기 위해 fish eye렌즈라는 것이 있는데 비싸기는 카메라보다 비싸면서 효과는 크게 떨어진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카메라로 충분히 즐기고 다음에 좀더 고급 카메라로 교환하시는 것이 좋을듯 싶습니다. 그때가 되면 그 렌즈를 새로운 카메라에 장착하여 광각의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기회에 ㅎㅎ
 

  

벚꽃이 무리지어 창고의 안쪽으로 날아든다고 했다. 해가 지기 전에 비질을 하고 퇴근을 하겠다면서 J는 좋은 목소리로 웃었다. 나는 언젠가 보았던 꽃 지던 만화영화 얘기를 해줬다. 벚꽃이 지는 속도는 초속 5cm래요. J는 그보다 더 느린 속도인 것 같다면서 자꾸 졸음이 온다고 했다. 나는 J가 더 많은 말을 했으면 했고 그런 바람이 읽힐까 겁이 났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치니 2011-04-29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R이 더 많은 말을 했으면 했고 그런 바람이 읽혀도 괜찮겠다 생각했다. :)

pjy 2011-04-29 17:33   좋아요 0 | URL
댓글에 추천한방!
치니님 덕분에 알게되었네요~ 여기 또 시인R님이 있으셨네요~

rainer 2011-04-29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너무 웃어서 눈물이 맺혔어요.

rohook1@hanmail.net 2011-04-30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거기까지가 딱이에요
제이가 진짜 말이 많아지면 그때는 아마도 왜 졸지않나 할지도 몰라요
올 봄은 정말 행복하겠네요 제이땜에...

rainer 2011-05-02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목원 방향으로 가던 기억들,

시월의 아침 2011-05-02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J는 속으로 백번도 다른 말을 하고 있을 겁니다. 입밖에 내지 못할 속아리를...
이번 봄은 참 빨리 가죠! 이번 봄이 좋군요. 바다가 옆에 있어^^

rainer 2011-05-09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닷가로군요. 그곳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