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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연애의 모든 것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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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다가 원작이 있다길래 궁금해서 읽어 봤다.

드라마에 적합하게 각색된 부분이 있을 거 같아서 도서관 예약까지 하여 읽었건만,

결과적으로 시간 낭비였다. 나한테 미안할 지경이다.

어설픈 아포리즘과 같잖은 인용들. 이런 게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국회라는 배경과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즐겨 읽는 사이코 테러범이 나온다는 것만으로 이런 현학적인 문장이 정당화될 수 없다.

오히려 드라마 작가의 뛰어난 각색 능력만 확인시켜 주었을 뿐.

리얼리티는 없고 사변과 수사만 가득한 이런 소설을 읽다 보면 내가 적응하지 못하는 부류가 어떤 이들인지 분명해진다.

 

한 작가가 가진 여러 가능성도 보아야 한다는 점에서 이응준 씨의 다른 소설도 읽어 보고 평가해야겠지만

내가 누굴 평가할 만한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럴 시간도 없고, 생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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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영어 사교육 - 영어 사교육 불안에 지친 부모들을 위한 필독서
어도선 외 지음 / 시사IN북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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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읽어봐야지 했던 책인데, 혹시나 해서 도서관에서 검색해 보니 있길래 빌렸다.

다른 책들도 이것저것 시작만 한 게 많고 요즘 일들이 좀 있었기 때문에 읽은 책 기록할 게 없었는데

이건 가볍게 시작했다가 몇 시간만에 다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늘 생각해 오던 문제들이나 카페에서 논의하던 이야기들이 매우 잘 정리되어 있다는 느낌?

애들 키우는 부모들이라면 반드시 읽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근데 가끔 이런 책 좋다, 저런 글 좀 읽어 봐라 하고 떠드는 것에 참 회의가 드는 게 이런 거 챙겨보는 부모쯤이면 굳이 걱정할 거 없고 알아서들 잘 할 거란 생각 때문이다.

결국 내 스스로 생각을 가다듬기 위한 글쓰기일 뿐 그 이상은 기대할 수가 없다.

이미 바뀔 사람은 바뀌었으며, 바뀌지 않을 사람은 내가 아무리 지랄을 해도 안된다는 얘기다.

 

 

 

자신의 모국어를 포함해서 다른 언어를 배우는 행위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특히 자신의 모국어 이외의 다른 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는 것은, 교육 방법, 시간, 나이, 동기, 사회 언어적 조건, 교육 환경 등이 다 얽혀 있죠. 그런 것들이 조화를 이루어야만 한 언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겁니다.

우리 조건에서는 영어 공부는 결국 평생 하는 것입니다. 조기 영어 교육에 그렇게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아무리 조기에 영어 공부를 시작해도 끝까지 하지 않으면 별반 차이를 만들지 못합니다. 아무리 조기에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해도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고등학교, 심지어 대학에 들어가서도 영어를 지속적으로 하지 않으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시절에 배운 영어는 남지 않습니다. 그러니 영어라는 언어를 조기에 끝내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영어라는 언어를 배우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기나긴 여정을 시작하는 마음자세로 출발해야 합니다. 제가 앞에서 지속적인 노력이라고 했었죠? 외국어를 배우는 데는 결국 이런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162-163)

 

 

"한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 회화를 가르치려 들지 말고, 전국에 영어 도서관을 지어 많이 읽게 하라. 그리고 이후에 대학생이 되었을 때 영어 회화가 필요하면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영어 회화를 배우면 된다. 엄청난 양의 읽기를 한 사람은 회화를 배우기가 아주 쉽다. 영어 발음은 통하기만 하면 되지 영미인처럼 발음할 필요도 없다." (198) - 스티븐 크라셴 박사

 

 

2011년 전국중고등학교 영어교과연구회 동계 워크숍에서 이병민 교수님이 발표하신 자료 중에 국내 학년별 영어 교과서에 대한 읽기 난이도 표가 있는데 이해를 돕기 위해 미국의 학년별 읽기 수준과 연동시켜보았습니다. 국내 중학교 1학년 영어 교과서 지문의 렉사일 지수가 300에서 500이면 미국 초등학교 1~2학년 수준으로 리딩 레벨은 1.1~2.10에 해당합니다. 고등학교 1학년 영어 교과서의 경우는 수준이 많이 높아져 미국의 초등학교 5~6학년 수준에 해당되죠. <해리포터> 시리즈나 <나니아 연대기>가 바로 이 수준에 해당되는 도서들입니다. 결국 현행 수능 영어 영역에서 좋은 점수를 얻으려면 읽기 능력이 이 정도 되지 않는 아이들이 시험 볼 때 애를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237)

 

 

 

 

책에도 나오지만 자칫 부모들이 빠질 수 있는 착각 중 하나가 "애들 영어 실력은 투자한 돈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학원에 보내고 연수를 보내고 돈지랄을 해야 애들 영어 실력이 좋아질 거라는 그런 착각.

'학원을 안 가고도 영어 실력 끝내주는 애들도 많으니 돈이 다가 아니다'와 같은 허술한 논리가 아니더라도 가만 생각해 보면 결국 실력은 투자한 시간에 비례할 뿐이다.

학원을 못 보내서 가만히 앉아 있고, 방치하고, 부모는 테레비 보며 놀면서 애한테는 영어 공부 하라고 하고, 공부할 때는 옆에서 희희낙낙 떠들고, 강요하고, 지시하고, 명령만 하고 있는데 애들이 무슨 마귀 유혹과 방해에도 굴하지 않는 석가모니도 아니고 제대로 공부가 되겠냐고.

 

 

영어 실력은 학원을 가든, 집에서 하든 어떤 방법이건간에 거기에 할애하고 집중한 시간에 비례하는 것이다.

학원 가서 집중해서 열심히 공부하면 그게 쌓여서 실력이 좋아지는 건 당연하다.

학원 안 가도 집에서 원서 소리 내서 읽고 많이 사 보고, 빌려 보면서 즐기다 보면 저절로 실력이 느는 것이다.

책에서도 단정하여 말하지만, 결론은 사교육이 아니라 다독이란 얘기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문장이 좋고 재미있는 책을 골라서 던져줘야 하는 것이다. 이건 내가 해야겠다.

 

 

아이 연령에 맞는 수준과 아이의 리딩레벨에 맞는 수준이 있겠지.

리딩레벨에 맞으면 연령은 크게 신경쓰지 말자.

조금 낮은 연령 수준의 책도 그것이 '영어라서' 유치하다고 느끼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이 유치하다고 느낄 나이는 이르면 중학생, 늦으면 고등학생이라고 본다.

중학생? 생각보다 유치하다.

나 중학교 다닐 때 구슬 치기, 개구리 접기, 팔씨름 이런 거 하면서 놀았다.

진짜 초등생보다 더 유치하고 말초적으로 놀던 때가 중학교 때다.

유치한 영어책 그 때 읽히면 된다. 초등 때 읽어야 하네 어쩌네 다 웃기는 소리들이지.

캡틴 언더팬츠? 나도 재밌게 읽는다. 그리고 쉽지도 않다.

 

 

중학생 때 학교에서 권장하던 도서들 고전이랍시고 억지로 읽긴 했는데,

도무지 뭔 소린지 머리에 들어오지도, 감정이입도 안됐다.

차라리 그 때 로알드 달이나 읽었으면 진짜 통쾌하고 재미있었을 거다.

비아냥과 풍자는 아이들과 청소년이 가장 쉽게 즐길 수 있는 미적 범주이기 때문에 그 때는 오히려 그런 게 담긴 책을 읽어야 한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나는 대학생 때도 청소년 책을 재미있게 봤다. 정신적으로 덜 성숙해서 그랬던 거 같다.

 

 

그러니 '이 나이에는 이 정도는 읽어야 한다'는 말 따윈 별로 공감이 안된다.

웬만한 영어책 어른이 되어서 읽어도 재미있고 공부까지 되기 때문에.

웨이사이드 스쿨만 봐도 웃기기만 한 게 아니라 그 속에 매우 수준 높은 유머와 해학이 담겨 있지 않던가.

유치하고 수준이 낮아서 읽을 만하지 않다고 한다면 그야말로 수준이 낮은 거다.

중학생도 플라이 가이 시리즈 읽으면서 얼마든지 영어를 즐길 수 있고 배울 수 있다.

 

 

애들이 쉬운 책 즐기면서 읽게 도와주는 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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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사 - 단군에서 김두한까지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1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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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려서 반 정도 읽다가 기간이 다 되어서 재대출하려니까 예약이 돼 있다며 안된단다.

그래서 반납하고는 나중에 사서나 읽어야겠다 싶었는데, 다른 책 빌리러 가서 혹시나 해서 서가에 가 보니 2,3,4권은 없고 1권만 꽂혀 있더라. 하여 냉큼 뽑아 대출했다.

책 내용과 아무 관련도 없는 대출과 반납 얘기를 왜 시시콜콜 하느냐면,

대선 이후 때가 때이니만큼 이 책 읽기 열풍이 불었다던데 과연 그렇다는 걸 몸으로 겪었기 때문이다.

 

 

근데 다 읽고 나니 이런 정도 책이라면 책장에 꽂아두고 아이들한테 물려줘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이 시대의 여러 단면들에 대해 아무 관점도 느낌도 없이 살아가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태극기를 처음 고안한 이는 중국인이란 사실, 단일민족 신념의 허상, 일제시대와 한국전쟁 때 자행된 학살 문제, 명분도 자존도 없는 수구꼴통들의 편가르기 수법, 반미 문제와 병역 문제 등에 대한 명쾌하고 깊이 있는 서술이 돋보인다.

 

 

평소에 내막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부분들도 사실은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거였다.

예를 들면 병역 기피는 과거 양반층에서 거의 관습적으로 반복되었던 구태였지만, 나는 막연히 그러진 않았으리라 짐작만 했었다.

하지만 실상은 양반은 물론이요, 평민들까지도 향교에 입교하거나 승려가 되어 병역을 피하는 일이 다반사였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승려의 지위는 고려시대와는 달리 천인에 속하는데, 양인인 농민이 사회적 신분을 낮춰 승려가 되는 데는 불심의 발동보다 군역의 무서움을 피하기 위한 것이 더 중요한 요인이었다. 농민들이 군역을 피하기 위해 승려가 되는 일이 보편화되었기 때문에 승려들은 국가에서 토목공사에 동원하는 요역 대상이 되었고, 임진왜란 당시 승병이 출현한 것도 호국불교의 전통보다 국가가 승려집단이 군역기피자의 소굴이라는 인식을 가졌던 사실과 더 관련이 깊다. 이도저도 안 되는 농민들은 도망을 쳐서 군역을 모면했다. 또 당시에는 대립(代立)이 공공연히 인정되어 돈 있는 사람은 자기가 번상해야 할 차례에 돈을 주고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현역 근무를 하게 했다.

양인들 가운데서 그래도 여건이 좋은 사람들은 향교에 입학하는 것으로 군역을 피했다. 해방 이후 대학생에게 징집을 연기해준 것과 마찬가지로, 조선에서는 향교에 입학해 교생(校生)이 되면 군역을 면제해주었다. 여기서 특기해야 할 점은 서양과는 달리 유교문명권에서는 평민도 여건이 허락되면 교육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평민 가운데도 드물기는 하지만 문과나 생원, 진사과에 합격하는 사람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지만 향교의 교육 기능은 매우 취약했다. 이미 중종대에 이르면 당대의 권신 김안로(金安老)가 향교는 군역을 피하려는 자의 소굴이라고 개탄했을 정도로 향교는 교육적 기능을 상실했다. 더구나 군역면제의 특권이 있는 양반들은 평민들이 군역을 피하려고 득시글대는 향교에 자제들을 보내는 것을 치욕으로 여겼다. 17세기 이후 사교육기관인 서원이 발달하고, 공교육기관인 향교의 교육 기능이 붕괴한 것도 군역제도와 깊은 관련이 있다. (292-293)

 

 

다행이 요즘 들어 군대 안 가거나 못 간 인간들이 정치판에서 어깨 제대로 못 펴는 분위기로 바뀌는 것 같긴 하다.

신의 아들은 더 이상 신의 아들이 아닌 것이다.

 

 

아래는 서슬 퍼렇던 칠팔십 년대 운동 좀 하다가 공안기관에서 고문 받던 이들이 없는 사실까지 뱉어내야만 했던 이유에 대한 설명이다.

마흔이 넘고 이런저런 세상일을 겪다 보니 무척 공감이 되는 말이다.

 

 

정말 그랬다. 공안기관원들이야 상부의 지시가 있어 움직이고, 또 그런 일을 하면 돈이 나오고 진급도 하고 상도 받는데,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상 받는 것도 아니고 뻔히 감옥갈 일을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고 했다는 말을 그들은 믿어주지 않았다. 그러니 없는 배후를 만들어내야 했고, 광주 시민의 항쟁은 고정간첩의 사주를 받은 것이라야 자신과 상급자들을 납득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화해할 수 없는 세계관의 차이였다. 양심이라는 것을, 자발성이라는 것을, 자기 희생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자들과, 그것들을 소중히 간직한 사람들 간의 전쟁이었다. 그리고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251)

 

 

 

누가 한홍구 교수를 빨갱이라 했던가? 내가 보니 기껏해야 중도진보가 될까말까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책에서는 이건창, 황현 등 구한말의 건강하고 합리적 보수주의자들에 대한 존경에 가까운 찬사들이 이어진다.

 

 

온건하고 합리적인 보수주의자들이 설 땅이 일제 말기의 친일행위로 인해 사라졌다면, 진보적 지식인들은 한국전쟁과 민간인 학살의 와중에 철저히 이 땅에서 사라졌다. 새가 하늘을 나는 데 필요한 좌우의 두 날개가 모두 꺾인 것이다. 그리고 이남에서 정권은 백범 김구 선생처럼 너무나 보수적인 분을 여순반란 사건의 배후조종자인 빨갱이로 몬 사람들의 손에 넘어갔다. 그들은 진정한 보수주의자들의 덕목인 도덕성, 일관성, 책임감, 지혜 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가당치 않은' 족속들이다. 그들은 한번도 정녕 지켜야 할 것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기득권을 버린 적도 없고, 희생한 적도 없다. 한국전쟁 때 마오쩌둥도, 미8군 사령관 벤플리트도 아들을 바쳤지만 그들은 한강 다리를 끊고 가장 먼저 도망갔다가 돌아와 남은 사람들을 부역자로 몰았다. 러일전쟁 때 너무 큰 희생으로 일본 시민들이 노기 사령관에게 항의하러 부두에 나갔다가 아들 셋의 유골을 안고 배에서 내리는 노기 앞에서 같이 울었다는 일화가 있으나 자칭 우리의 보수파는 그런 신화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대로"는 수구파의 구호다

1997년 말 외환위기를 당했을 때 일부 부유층은 오히려 훨씬 살기 좋아졌다면서 "이대로!"를 외쳤다고 한다. 그리고 냉전과 민족대립을 넘어 화해로 가는 마당에 이들은 또 "이대로!"를 외치며 길을 막는다. "이대로!"는 수구파의 구호지, 보수주의자들이 입에 담을 말이 아니다. 똑같은 콩으로 똥을 만들 수도 있고 된장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재질도 색깔도 비슷해 보이지만 수구와 보수의 차이는 똥과 된장의 차이만큼이나 크다. 수구로 매도되는 것을 불쾌하게 여기는 보수적 지식인이라면 시민단체들을 홍위병이라고 욕할 것이 아니다. 장엄한 최후를 맞은 한말 보수주의자들의 엄정한 전통은 일제의 간지에 의해 온건하고 합리적인 지식인들이 더럽혀짐으로 인해, 그리고 친일잔재 청산의 좌절로 인해 계승되지 못했다. 군사독재에 의해 인간의 존엄과 기본권이 유린당할 때 보수주의자들이 지켜야 할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싸운 사람들은 오히려 진보주의자들이었다. 진보와 보수의 편가르기에 앞서 보수세력이 먼저 수구세력과 스스로 결별해야 하지 않을까? (152-153)

 

 

 

시간이 되는 대로 나머지 3권도 마저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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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iver (Mass Market Paperback)
로이스 로리 지음 / Dell Laurel-Leaf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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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그것도 원서를 읽고 나서 독후감을 쓰기란 난감할 때가 있다.

언어들이 내 어설픈 해독과 막연한 감정 때문에 뭔가 완전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자꾸 반복해서 읽다보면 좀 나아질까.

문장은 역시 매우 간결하고 함축적이어서 처음으로 오디오북을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읽는 동안 360여 개의 단어를 찾았고, 찾았던 단어를 또 찾아서 봤다.

카페에선가 어디선가 이 저자가 일부러 낱말을 반복한다는 얘길 들었는데, 정말 그런 것도 같았다.

사실 번역본 <기억 전달자>는 몇 년 전에 읽은 적이 있다.

조나스가 커뮤니티에서 누군가를 데리고 탈출하는 건 기억이 났지만 그게 가브리엘이었단 걸 다시 읽으면서 깨달았다.

마지막에 조나스가 모든 힘을 다한 끝에 오른 눈 쌓인 언덕을 내려가면서 본 불빛은, 사람들의 노랫소리는, 실제인가 환상인가 긴가민가했다.

기억 속에서 끌어낸 썰매를 타고 내려가는 걸 미루어보면 조나스가 의식을 잃으면서 생긴 환상인 거 같기도 한데...

그렇다면 너무 처절하고 비극적인 결말 아닌가.

확실한 이해를 위해서 번역본도 다시 읽어야겠지만, 원서도 다시 읽어야겠다.

가브리엘을 안은 채 언덕에서 쓰러져 아래로 내려가는 장면은 매우 인상 깊은 문장이었다.

 

Jonas felt himself losing consciousness and with his whole being willed himself to stay upright atop the sled, clutching Gabriel, keeping him safe. The runners sliced through the snow and the wind whipped at his face as they sped in a straight line through an incision that seemed to lead to the final destination, the place that he had always felt was waiting, the Elsewhere that held their future and their past.

He forced his eyes open as they went downward, downward, sliding, and all at once he could see lights, and he recognized them now. He knew they were shining through the windows of rooms, that they were the red, blue, and yellow lights that twinkled from trees in places where families created and kept memories, where they celebrated love. (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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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한국불교
이이화 지음 / 역사비평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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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에 김영태 선생의 <한국 불교사>를 읽었는데,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강의 노트식 맥락 없는 정보의 나열이었던 탓도 있겠지만(의미없는 스님들의 저작 나열 같은) 역사 속에서 인물들이 어떤 위치에 있었고, 그 시대 사상과 문화에 어떤 구실을 했는지 자세하게 알려주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책에서도 느끼는 바지만 이이화 선생은 민중들의 삶과 그들이 남긴 유산에 대해 애정이 많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도 만민의 평등과 민중들의 복지와 이익을 설파한 스님들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한국 불교사 속 인물들의 '간판'만 설명하지 않고 그들의 처세와 신념, 사상까지 이야기하기 때문에 불교라는 종교의 흐름을 통해 우리 역사를 한 번 더 훑어보는 듯했다.

저자가 사상사에 집중하지 않고 역사적 실체에 치중했다고는 하지만 필요한 곳에서는 사상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했다.

 

불교 승려나 신봉자라고 해서 모두 옳고 신성한 것은 아닐 것이다.

남들은 다 욕하고 저평가하는 인물이라고 해서 무조건 얕잡아 보거나 그 가치를 비하하지 않았다.

또 남들에게 높이 평가되는 인물이라고 해서 맹목적으로 감싸주지 않는다.

비판할 부분은 가차없이 비판하고 위대한 것은 아낌없이 위대하다고 말해야 한다.

가치와 한계를 다 말하는 것. 이것은 지식인이라면 늘 가슴에 신조로 삼고 있어야 하니까.

 

승려들은 중생과 떨어져서 수행을 하거나 국가의 이익과 발전을 위해 어용승려로 활약하기도 했다.

꽤 많은 중들이 어용승려였다. 여기서 '어용'이란 부정적인 의미만은 아닐 것이다.

스님들은 시대의 큰 스승 역할을 했고, 국가에 정치적으로 많은 기여도 했기에.

가진 자들의 이익과 극락왕생만을 말하지 않고(물론 없잖아 그런 예도 있다),

힘없고 가진 것 없는 민중들의 편에서 그들의 이익과 평등을 주장해 온 것이 불교의 미덕이 아니었던가.

일제 시대에 친일행위를 한 경우가 어용 승려의 나쁜 예일 것이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권상로, 방한암은 친일 승려였으며, 송만공, 한용운은 끝까지 자존을 지킨 승려였다고 한다.

 

컴퓨터로 책 내용을 입력하고 있다.

제대로 정리하려면 인물과 사건 위주로 노트정리도 필요하다.

일전에 훑어만 봤던 <조계종사>도 다시 읽어야겠다.

 

머리가 나쁘니 손발이 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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