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알드 달 지음, 정영목 옮김 / 강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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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집은 많이 읽지 못했는데 로알드 달이니까 읽어 보았다.

 

사실 로알달이야 애들한테 <멋진 여우씨> 읽어주면서 알게 되었고, <찰리와 쵸콜릿 공장>은 영화로도 나와서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몇 년 전 <제임스와 슈퍼복숭아>을 원서로 읽어보고 나서는 왜들 그렇게 열광하는지 알 거 같았다.

우연히 <맛>이라는 성인용 단편소설집이 있는 걸 알고 읽어보았는데,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발칙하고 찰졌다.

피식피식 실소가 터지기도 하고, 허망하거나 짜릿하거나 끔찍하지만 흥분되는 결말들은 역시 로알드 달이구나 싶었다.

 

<목사의 기쁨>에서는 간교한 골동품 장수의 횡재와 곧바로 이어지는 몰락이 기가 막히다. 중간부터 약간 결말이 예상되긴 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손님>의 마지막 반전에서 다시금 되새기는 붓다의 경구. "인간은 결국 똥오줌으로 가득찬 가죽주머니다." 욕망에 눈 멀지 말자.

<맛>은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한 반전이지만 로알드 달의 이야기가 원전이라고 그러네.

<항해 거리>, <빅스비 부인과 대령의 외투>, <남쪽 남자>에선 일확천금을 노린 인간들의 허망한 결말을 보여준다.

<정복왕 에드워드>, <하늘로 가는 길>, <피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에서는 살인(또는 殺猫)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이야기로 풀어낸다. 범죄자들을 동정해선 안되지만... 듣고 보면 그들이 왜 그래야만 했는지 공감이 가는, 그런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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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1-04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원서로 읽으신 기분 정말 좋으셨겠어요! 그런 내공이 참 부럽습니다^^ 맛이라는 소설을 읽고 저도 큭큭거리고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블랙 유머라고 불리기도 하는 유머러스함이 매력이라면 매력일까요 ㅎㅎ

돌궐 2015-01-04 22:52   좋아요 0 | URL
어익후, 내공이랄 거까진 없구요.. 공부 삼아 조금씩 떠듬떠듬 읽는 것뿐입니다.
기회가 되면 성인용 원서도 함 도전해 보려구요.ㅎㅎ
해피북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반갑고, 감사합니다.^^
알라딘에서 북플을 하면 취향이 비슷한 다른 분들 읽는 책을 알려준다기에... 새해부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좋은 분들도 만나고 좋네요.ㅎㅎ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절에 엄마를 잃고 고아원에서 살다가 아빠로 '추정되는' 사람을 찾아나서는 10살 흑인 남자아이 이야기다.

사전에 없는 단어(scooch, wock 등)나 처음 보는 축약어(I'da, I'ma 따위)가 간혹 나왔다.

원서에서 실존 인물인 듯한 미국 사람들의 이름이 나올 때는 사전지식이 없어서 그냥 넘어갔는데 번역본에 그 사람들이 어떤 맥락에서 언급이 되고 있는지 설명이 되어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번역된 줄거리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인 소설이지만, 원문의 영어 문장이 주는 맛은 아무래도 반감되는 구석은 있었다(예를 들면 원서에서는 "woop, zoop, sloop" 이란 낱말이 오줌 나올 때, 잠이 들 때, 눈물 나올 때, 생각이 떠오를 때 등등 곳곳에서 '반복되어' 나오기 때문에 더 재미있는데, 번역본에서는 각각 다른 말로 번역됨).

 

버드의 여행은 안타깝고 험난하기도 하지만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희망과 긍정을 잃지 않는 모습이 감동이었다.

처음에 고아원에서 위탁가정으로 보내진 뒤 2살 위 토드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누명까지 쓰고 쫓겨날 판이었는데, 아주 시원하게 복수해주고 도망나오는 장면은 통쾌했다. 일단 피해 들어간 도서관에 머물면서 그곳의 냄새와 분위기를 진지하게 묘사하다가도 갑자기 왜 사람은 도서관에서 졸리게 되는지 설명하는데 그 부분이 너무 웃겼다.

레프티 루이스를 흡혈귀로 오해하는 장면도 어린애다와서 웃음이 나왔다.

이렇듯 이 책은 비극 속에서도 희극이 툭툭 불거져 나온다. 마치 버드가 역경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것처럼.

17장에서 그랜드라피스에 온 버드가 캘로웨이 밴드 음악을 들으며 묘사하는 문장은 마치 내가 그 클럽에 서서 음악을 듣고 느끼듯이 그렇게 읽혔다. 청소년 문학이라지만 이런 건 정말 탁월하다.

19장은 통근 버스에서 읽는데 눈물이 나서 아주 혼났다. 가족이란 결국 그런 것이다.

읽는 내내 10살 소년의 처지가 되어 함께 웃고, 함께 울 수 있었다.

이렇게 슬프면서도 웃기고, 감동을 주는 책은 정말 오랜만이다.

부디 버드의 색소폰 연주 실력이 늘었기를!

 

#아래 도서관 단상은 버드의 남다른 언어와 감성이 바로 도서관에서 이루어졌다는 걸 알려 준다.

The next thing about the air in the library is that no other place smells anything like it. If you close your eyes and try to pick out what it is that you're sniffing you're only going to get confused, because all the smells have blended together and turned themselves into a different one.

As soon as I got into the library I closed my eyes and old books, a smell that got real strong if you picked one of them up and stuck your nose real close to it when you turned the pages. Then there was the smell of the cloth that covered the brand-new books, the books that made a splitting sound when you opened them. Then I could sniff the paper, that soft, powdery, drowsy smell that comes off the pages in little puffs when you're reading something or looking at some pictures, a kind of hypnotizing smell.

I think it's that smell that makes so many folks fall asleep in the library. You'll see someone turn a page and you can easy until it stars piling on the person's eyelashs, weighing their eyes down so much that they stay down a little longer after each blink and finally making them so heavy that they just don't come back up at all. Them their mouths come open and their heads start bouncing up and down like they're bobbing in a big tub of water for apples and before you know it, ... woop, zoop, sloop ... they're out cold and their face thunks down smack-dab on the book.

That's the part that gets the librarians the maddest, they get real upset if folks starts drooling in the books and, page powder or not, they don't want to hear no excuses, you gotta get out. Drooling in the books is even worse than laughing out loud in the library, and even though it might seem kind of mean, you can't really blame the librarians for tossing drooly folks out 'cause there's nothing worse than opening a book and having the pages all stuck together from somebody's dried-up slobber.

 

# 17장 캘로웨이 밴드 연주장면: 번역서 249-253쪽 

"하나, 둘, 하나 둘 셋!"

고개를 들었다.

암살자 아저씨가 드럼 옆의 둥근 금빛 금속판을 드럼 채로 스르르 쓸어내리더니, 막 가랑비가 양철 지붕에 떨어지기 시작하는 듯한 소리를 냈다. 아무 때든 제 마음대로 타다닥 툭툭 요란하게 내리치는 빗줄기가 아니라, 똑똑 떨어졌다가 또르르 경쾌하게 튀어 오르는 소리였다.

이윽고 날라리 아저씨가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는데 마치 드럼 소리 같았다. 잠깐 동안 피아노 소리는 암살자 아저씨가 만들어 내는 빗소리와 함께 곧장 어우러졌다. 이윽고 소리는 잠잠해졌다가 나이아가라 폭포가 울리는 듯 바뀌었다. 커다란 투명 물방울들이 사방팔방 튀어 오르며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물방울은 요란하면서도 또렷하게 떨어지다가, 어느 틈에 암살자 아저씨의 차분하지만 쾌활한 드럼 소리 속으로 녹아들었다.

착실이 에디 아저씨가 피아노 소리와 드럼 소리에 맞춰 손가락을 조용히 튕기기 시작했다.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이쑤시개가 까닥거렸다. 아저씨가 도끼를 입에 물고 불었다. 그런데 그 가락은 색소폰이 울리는 음악이 아니라 아저씨가 색소폰을 말하게 하는 것 같았다. 아저씨가 나지막이 길게 우르르 묵직한 소리를 울렸다. 순간 단 한 번 깊고 구슬픈 소리가 났을 뿐인데도,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처럼 들렸다. 착실이 아저씨는 한동안 그 가락만 불었다. 이윽고 색소폰 소리는 나머지 다른 악기의 폭풍 같은 소리에서 천천히 멀어져 갔다. 그러다가 다시 돌아와 소용돌이치면서 떠돌다가 암살자 아저씨와 날라리 아저씨가 계속해서 울려대던 빗소리에 합류했다.

나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미스 토머스와 지미 아저씨와 허먼 E. 캘러웨이가 내 뒤로 다가오는 기척도 듣지 못했다.

미스 토머스가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했다.

"버드, 정말 잘했어. 모든 곳이 반짝반짝 눈이 부시구나."

나는 "고맙습니다, 아주머니."하고 대답하려고 했다. 하지만 도저히 무대 위 아저씨들이 들려주는 경이로운 소리와 어울리지 않는 소리 같았다.

지미 아저씨가 말했다.

"라본, 진짜 보기 좋구나, 얘야."

허먼 E. 캘러웨이는 뭐라고 툴툴거리더니 두 사람과 함께 무대 위로 걸어갔다.

지미 아저씨가 트럼펫을 들고 폭풍우 속에 합류했다. 미스 토머스는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 앉아서 눈을 감고 머리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허먼 E. 캘러웨이도 거대한 콘트라베이스 옆에 서서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한 손을 콘트라베이스 꼭대기 가까이 얹고는 다른 손으로 줄을 튕기기 시작했다.

캘러웨이가 줄을 툭툭 당길 때마다 넓고 묵직한 무언가가 느릿느릿 한가롭게 걸어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니, 캘러웨이 자신이 조용히 멀리 있지만 언제라도 더 가까이 다가오려는 번개 같기도 했다.

모든 악기 소리가 어우러지는 순간, 플린트의 그 도서관에서 나던 냄새처럼 어떤 소리가 가장 마음에 드는지 가늠하기 힘들어졌다. 맨 처음에는 지미 아저씨의 트럼펫 소리가 가장 좋았다가 똥파리 아저씨의 트롬본 소리가 최고로 들리고, 그러다가 날라리 아저씨의 피아노가 큰 바위를 때리는 물줄기 소리를 내면 그처럼 멋진 소리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착실이 에디 아저씨의 색소폰이 다른 사람들 주위에서 노래하고 말하고 춤을 출 때면, 그제야 비로소 그 색소폰 소리야말로 다시 듣고 싶은 유일한 소리라고 굳게 믿게 됐다. 그러는 동안에도 허먼 E. 캘로웨이와 암살자 아저씨는 거대한 콘트라베이스와 드럼으로 아늑한 소리를 만들어 내면서 온 사물을 계속 움직이게 했다. 마치 누군가의 심장이 큰 소리를 내며 고동치는 것처럼.

어떤 악기가 가장 좋은지 가려 내기가 진짜 힘들었다. 미스 토머스가 입을 열기 전까지는. 다른 밴드 멤버들이 폭풍이라면 미스 토머스는 시커먼 먹구름을 뚫고 파열하는 햇빛이었다. 미스 토머스의 첫마디를 들으면 곧바로 궁금해진다. 이 밴드가 왜 '허먼 E. 캘로웨이와 대공황기의 우울한 파괴자들' 또는 '허먼 E. 캘로웨이와 누비아의 기사들'이라고 불리는지 그 까닭이 궁금해진다. 밴드 이름을 '미스 토머스와 대공황기의 우울한 파괴자들과 거대한 콘트라베이스를 켜는 비열한 늙은이'라고 불러야만 할 것 같았다.

미스 토머스는 진짜 노래를 부르지 않고 그저 "라 다 디 다 디 다 다, 하 위 아 호, 하 위 아 호, 하 위 아 데이."라고 말하는데도 정말 멋졌다. 곧이어 착실이 에디 아저씨가 색소폰으로 대답하는 듯하더니 어느 순간 두 사람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따금 지미 아저씨의 트럼펫이 끼어들어 자신의 의견을 말하다가는 슬며시 사라지곤 했다. 다른 악기들도 번갈아 그 대화를 방해했다. 하지만 정말 내 마음에 드는 건 미스 토머스의 노래와 착실이 아저씨의 색소폰 소리가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미스 토머스가 "도우, 디 도우 디 도우 디 바."라고 말하자 곧이어 착실이 아저씨가 대답했다. 둘이서 나누는 말을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미스 토머스가 큰 소리로 노래했다.

"우린 그 뒤로 만나지 못했지요. 그런데 당신을 다시 만나니 반갑네요."

미스 토머스가 말했다.

"당신을 만나서, 이렇게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그러고는 폭풍이 멎었다. 마지막으로 암살자 아저씨의 빗소리와 허먼 E. 캘러웨이의 천둥소리가 천천히 아득하게 잦아들었다. 마치 폭풍이 스러지며 이웃 마을로 흘러가듯이.

이윽고 죽은 듯 침묵이 이어졌다. 나는 대걸레를 놓고 힘차게 박수를 치며 외쳤다.

"와!"

미스 토머스가 일어나서 무릎을 굽히고 몸을 앞으로 숙여 인사했다.

나는 더 크게 박수를 쳤다. 이제야 왜 이 밴드의 이름 뒤에 느낌표가 여섯 개나 붙었는지 그 까닭을 알 수 있었다!

(249-253쪽)

 

위에서 밴드의 악기 소리들을 버드가 머물렀던 플린트의 도서관 냄새에 비유하는 문장이 있는데, 번역본을 보니 원문의 취지에 맞지 않게 번역했더라.

원문과 번역문 

All the instruments blended up together and, just like that smell in the library, you couldn't tell which one was your favorite.

모든 악기가 어우러지는 순간, 도서관 냄새가 나는 듯하면서 어떤 소리가 가장 마음에 드는지 가늠하기 힘들어졌다. (251쪽)

여기서 '도서관 냄새가 나는 듯하면서'를 '바로 그 플린트의 도서관에서 났던 냄새처럼'으로 바꾸면 될 듯싶다. 

 

(오래 전에 딴 데 쓴 독서글인데, 버스에서 울면서 봤던 책에 대한 예의라 생각하여 서재에 옮겨 둔다)

더 재미있는 인생을 살고 더 유능한 거짓말쟁이가 되기 위한 버드 콜드웰의 법칙

제39번 법칙
나이를 먹을수록, 자신을 울게 만드는
더 나쁜 일이 생기게 마련이다.

제328번 법칙
어떤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서둘러 그 일을 해야 한다. 만약 망설이고 주저한다면
맨 처음 하고자했던 것을 하지 말자며
스스로 단념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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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풍속사 1 - 조선 사람들, 단원의 그림이 되다 푸른역사 조선 풍속사 1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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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의 그림을 바탕 삼아 조선 백성들의 풍속을 시시콜콜 이야기한 책이다.

폭 넓은 문헌 지식과 민중들의 삶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이런 글을 쓰기 힘들다.

 

국가와 지주들과 양반들이 어떻게 백성을 등처먹었는지 <타작>이나 <어살>, <길쌈>과 같은 그림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자리짜는 일, 대장간 일, 기와 이는 일 따위 그림과 함께 관계되는 옛날 이야기들도 재미있다.

가난한 백성들 얘기만 한 건 아니고 그림 감상하는 사람들, 서당 얘기, 활쏘고 씨름하는 얘기, 우물가에서 남녀가 정분 나는 이야기, 차면을 쓰고 아녀자 훔쳐보는 양반 놈팽이 얘기까지 한두 꼭지씩 들춰보기 재미있는 책이다.

씨름하다가 사람들이 싸우고 심지어 죽기까지 했다는 얘긴 처음 들었다.

우물가와 빨래터 꼭지는 옛날 남녀 사이에 일어나는 '스캔들'에 대해 말하고 있어서 재미있었다.  

 

고려 태조 왕건이 태봉 궁예의 장수로 있을 때 목포 호족의 딸을 빨래터에서 만났단다.

둘은 그 날 바로 같이 잤는데, 결정적 순간에 왕건은 임신(되어 덜미 잡힐 것)을 걱정하여 돗자리에 사정을 했다.

하지만 전날 용이 뱃속으로 들어오는 길몽을 꿨던 처자는 왕건이 흘린 정액을 쓸어넣었단다.

그렇게 해서 낳은 아들이 혜종이다. 그 처자는 장화왕후 오씨. 이런 연고로 혜종의 얼굴엔 돗자리 자국이 남았다고...

(189-190쪽 요약)

책에서 이런 야한 얘길 능청스럽게도 한다. 2권에서는 춘화 얘기도 있던데...   

 

이 책이 가진 또 다른 미덕은 미술사에서는 가볍게 다루거나 대수롭지 않게 지나친 부분을 문헌 자료를 통해 새롭게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글쓴이는 <고누>라고 알려진 그림을 사실 '밤윷'이라고 부르는 윷으로 윷놀이 하는 그림으로 보고 있다.  

또 <장터길>로 알려진 그림은 부부 행상을 그린 것이라 한다.

그림의 "남자와 여자는 농사를 짓다가 일시적으로 무언가를 팔러 장터에 가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물건을 팔기 위해 아이를 들쳐 업고 길을 나선 것이다. 여자가 치마를 걷어 올리고 바지에 행전까지 친 것은 길을 오래 걸었다는 증거다."

이 행상 이야기 나오는 꼭지가 여러 그림 자료를 견주면서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재미있게 봤다.  

고생스런 부부 모습에 내 자신을 투영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김홍도, 단원풍속도첩 중 <부부 행상(장터길)>, 국립중앙박물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런 종류의 책이 대체로 그렇지만) 그림 설명을 하는 부분 가운데 <행려풍속도병>과 같은 큰 그림은 도판이 영 자세히 안보인다는 점이다.

그림 자체가 큰 것을 작은 면에 옮긴 데다가 그림 속에서도 작게 그려진 사람들 모습은 무척 알아보기 힘들다.

잘 보이는 그림은 <단원풍속도첩>의 그림들과 일부 첩 형태 그림들 뿐이다.

안 보이는 그림들은 알아서 찾아 볼 수밖에 없겠지만 그걸 애써 찾아 보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2010년 9월에 작성했던 서평을 옮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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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Led Zeppelin - Physical Graffiti (Remastered) (2CD)
Led Zeppelin / Swan Song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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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밴드 연주의 끝판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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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테면 단편집 <맛>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미국은 여자에게 기회의 땅이다. 이미 여자들이 국부의 85퍼센트 정도를 소유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전부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혼은 이익이 많이 남는 장사가 되었다. 처리하기도 간단하고 쉽게 잊을 수 있다. 야망이 큰 여자들은 원하는 만큼 자주 그 일을 되풀이하여 수입을 천문학적 숫자로 부풀릴 수 있다. 남편의 죽음 역시 만족스러운 보답을 안겨주기 때문에, 어떤 여자들은 이 방법을 더 좋아하기도 한다. 기다리는 기간이 지나치게 늘어나 안달을 하게 되는 일은 없다. 남편은 오래지 않아 과로와 지나친 긴장에 시달리게 되고, 결국 한 손에는 벤제드린(각성제 상표―옮긴이) 또 한 손에는 진정제를 쥐고 책상에 앉은 채 죽어주기 때문이다. (1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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