藥仙寺 소장 감로탱(부분), 1589(선조22), 일본 나라국립박물관(기탁)
안타까움과 미안함은 남아 있는 자들의 몫이 되었다.
죽음 앞에 이념이 있지 않고,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
어제는 알라딘에서 배부한 e-book을 읽으면서 왔다. 너무나 처절했던 침몰의 순간들이 담겨있었다.
통장에 돈이 있으니 아이 등록금으로 쓰라는 마지막 문자를 보냈던 남자와
아이들을 두고 살아 나온 죄책감에 스스로 목멘 교감이 생각나서 나는 세수를 하며 울었다.
새벽부터 도시락 가방을 들고 지하철 시간에 맞춰 터덜터덜 뛰어가고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허기 좀 채워 보겠다며 어묵 한두 꼬치를 먹는 내 모습에 한 없는 자괴감이 든다.
세월이 지나 잊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선천적 둔감함을 어찌 할 수는 없으니.
그러나 지겨우니 그만하라는 이들과 심지어 유족 앞에서 폭식하던 자들은 도저히 용서가 안된다.
차라리 배가 고파서 얻어 먹으러 갔다고 해라.
3년 전 안개가 자욱했던 연안부두의 저 자리를 떠났던 세월호가 3년이 다 되서야 돌아왔다.
304명의 모든 넋이 차갑고 깊은 바다 속에서 떠올라 극락의 아름다운 연못에서 화생하기를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