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예술가 라피 비룡소의 그림동화 233
토미 웅거러 글.그림, 이현정 옮김 / 비룡소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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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거러 그림책 속 인물들은 어려움에 굴복하거나 자기 앞에 닥친 일들을 부정하고 회피하지 않는다. 주어진 여건과 한계 속에서 새롭고 빛나는 가치들을 만들어 낸다. 저주받은 음악가 트레몰로, 폭주족? 즐로티, 거인의 여자 제랄다, 꼬마구름 파랑이와 강도들까지 교화시킨 티파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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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나의 힘 - 나는 나를 사랑해요 명주어린이 2
김경우 지음, 이상미 그림, 조선미 감수 / 명주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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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국영수 학원에다 과학실험과 역사체험 등등 시키는 거 다 좋은데요, 운동을 해야 성적도 더 오릅니다.

잘하고 못하고는 문제가 아니라 하고 안하고가 문제입니다. 추우면 집에서 체조라도 시켜야 합니다.

저는 애들 중고생 되어도 운동 시킬 겁니다. 그 다음에야 지들이 알아서 하는 거고...

 

운동 안 하면 집중력 떨어져서 학습이 잘 안되고, 운동을 하면 지능지수 높아지는 건 물론 수리 능력이 발달하고, 자기통제, 계획, 추론, 추상적 생각과 관련 있는 뇌 기능이 올라간다는 과학적 연구 성과가 나와 있다는 얘기를 주구장창 해도 한쪽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보낸다면 애들 인성 나빠지고 앉아서 게임만 하려는 건 둘째치고, 다른 학업 성적 오르기를 기대하는 것도 힘들죠.

 

5장까지는 앞서가는 부모라면 알고 있어야 하는 너무 당연한 상식에 속하는 이야기들(위에 말씀 드린)입니다.  

6장은 '운동으로 꿈을 이룬 사람들'이라는 꼭지인데, 네 사람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ADHD를 수영으로 극복한 마이클 펠프스

한쪽 팔이 없는데도 폴란드 탁구 대표팀이 된 나탈리아 파르티카

운동(농구와 달리기)으로 인생을 바꾼 버락 오바마

27년 동안 감옥에 있으면서 운동과 독서로 자신을 단련하고 다른이마저 변화시켰던 넬슨 만델라

 

'운동'이라는 코드를 통해 네 사람의 위인전을 읽는 것 같았습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고 지금 바로 실천해야 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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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영어 사교육 - 영어 사교육 불안에 지친 부모들을 위한 필독서
어도선 외 지음 / 시사IN북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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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읽어봐야지 했던 책인데, 혹시나 해서 도서관에서 검색해 보니 있길래 빌렸다.

다른 책들도 이것저것 시작만 한 게 많고 요즘 일들이 좀 있었기 때문에 읽은 책 기록할 게 없었는데

이건 가볍게 시작했다가 몇 시간만에 다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늘 생각해 오던 문제들이나 카페에서 논의하던 이야기들이 매우 잘 정리되어 있다는 느낌?

애들 키우는 부모들이라면 반드시 읽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근데 가끔 이런 책 좋다, 저런 글 좀 읽어 봐라 하고 떠드는 것에 참 회의가 드는 게 이런 거 챙겨보는 부모쯤이면 굳이 걱정할 거 없고 알아서들 잘 할 거란 생각 때문이다.

결국 내 스스로 생각을 가다듬기 위한 글쓰기일 뿐 그 이상은 기대할 수가 없다.

이미 바뀔 사람은 바뀌었으며, 바뀌지 않을 사람은 내가 아무리 지랄을 해도 안된다는 얘기다.

 

 

 

자신의 모국어를 포함해서 다른 언어를 배우는 행위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특히 자신의 모국어 이외의 다른 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는 것은, 교육 방법, 시간, 나이, 동기, 사회 언어적 조건, 교육 환경 등이 다 얽혀 있죠. 그런 것들이 조화를 이루어야만 한 언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겁니다.

우리 조건에서는 영어 공부는 결국 평생 하는 것입니다. 조기 영어 교육에 그렇게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아무리 조기에 영어 공부를 시작해도 끝까지 하지 않으면 별반 차이를 만들지 못합니다. 아무리 조기에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해도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고등학교, 심지어 대학에 들어가서도 영어를 지속적으로 하지 않으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시절에 배운 영어는 남지 않습니다. 그러니 영어라는 언어를 조기에 끝내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영어라는 언어를 배우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기나긴 여정을 시작하는 마음자세로 출발해야 합니다. 제가 앞에서 지속적인 노력이라고 했었죠? 외국어를 배우는 데는 결국 이런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162-163)

 

 

"한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 회화를 가르치려 들지 말고, 전국에 영어 도서관을 지어 많이 읽게 하라. 그리고 이후에 대학생이 되었을 때 영어 회화가 필요하면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영어 회화를 배우면 된다. 엄청난 양의 읽기를 한 사람은 회화를 배우기가 아주 쉽다. 영어 발음은 통하기만 하면 되지 영미인처럼 발음할 필요도 없다." (198) - 스티븐 크라셴 박사

 

 

2011년 전국중고등학교 영어교과연구회 동계 워크숍에서 이병민 교수님이 발표하신 자료 중에 국내 학년별 영어 교과서에 대한 읽기 난이도 표가 있는데 이해를 돕기 위해 미국의 학년별 읽기 수준과 연동시켜보았습니다. 국내 중학교 1학년 영어 교과서 지문의 렉사일 지수가 300에서 500이면 미국 초등학교 1~2학년 수준으로 리딩 레벨은 1.1~2.10에 해당합니다. 고등학교 1학년 영어 교과서의 경우는 수준이 많이 높아져 미국의 초등학교 5~6학년 수준에 해당되죠. <해리포터> 시리즈나 <나니아 연대기>가 바로 이 수준에 해당되는 도서들입니다. 결국 현행 수능 영어 영역에서 좋은 점수를 얻으려면 읽기 능력이 이 정도 되지 않는 아이들이 시험 볼 때 애를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237)

 

 

 

 

책에도 나오지만 자칫 부모들이 빠질 수 있는 착각 중 하나가 "애들 영어 실력은 투자한 돈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학원에 보내고 연수를 보내고 돈지랄을 해야 애들 영어 실력이 좋아질 거라는 그런 착각.

'학원을 안 가고도 영어 실력 끝내주는 애들도 많으니 돈이 다가 아니다'와 같은 허술한 논리가 아니더라도 가만 생각해 보면 결국 실력은 투자한 시간에 비례할 뿐이다.

학원을 못 보내서 가만히 앉아 있고, 방치하고, 부모는 테레비 보며 놀면서 애한테는 영어 공부 하라고 하고, 공부할 때는 옆에서 희희낙낙 떠들고, 강요하고, 지시하고, 명령만 하고 있는데 애들이 무슨 마귀 유혹과 방해에도 굴하지 않는 석가모니도 아니고 제대로 공부가 되겠냐고.

 

 

영어 실력은 학원을 가든, 집에서 하든 어떤 방법이건간에 거기에 할애하고 집중한 시간에 비례하는 것이다.

학원 가서 집중해서 열심히 공부하면 그게 쌓여서 실력이 좋아지는 건 당연하다.

학원 안 가도 집에서 원서 소리 내서 읽고 많이 사 보고, 빌려 보면서 즐기다 보면 저절로 실력이 느는 것이다.

책에서도 단정하여 말하지만, 결론은 사교육이 아니라 다독이란 얘기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문장이 좋고 재미있는 책을 골라서 던져줘야 하는 것이다. 이건 내가 해야겠다.

 

 

아이 연령에 맞는 수준과 아이의 리딩레벨에 맞는 수준이 있겠지.

리딩레벨에 맞으면 연령은 크게 신경쓰지 말자.

조금 낮은 연령 수준의 책도 그것이 '영어라서' 유치하다고 느끼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이 유치하다고 느낄 나이는 이르면 중학생, 늦으면 고등학생이라고 본다.

중학생? 생각보다 유치하다.

나 중학교 다닐 때 구슬 치기, 개구리 접기, 팔씨름 이런 거 하면서 놀았다.

진짜 초등생보다 더 유치하고 말초적으로 놀던 때가 중학교 때다.

유치한 영어책 그 때 읽히면 된다. 초등 때 읽어야 하네 어쩌네 다 웃기는 소리들이지.

캡틴 언더팬츠? 나도 재밌게 읽는다. 그리고 쉽지도 않다.

 

 

중학생 때 학교에서 권장하던 도서들 고전이랍시고 억지로 읽긴 했는데,

도무지 뭔 소린지 머리에 들어오지도, 감정이입도 안됐다.

차라리 그 때 로알드 달이나 읽었으면 진짜 통쾌하고 재미있었을 거다.

비아냥과 풍자는 아이들과 청소년이 가장 쉽게 즐길 수 있는 미적 범주이기 때문에 그 때는 오히려 그런 게 담긴 책을 읽어야 한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나는 대학생 때도 청소년 책을 재미있게 봤다. 정신적으로 덜 성숙해서 그랬던 거 같다.

 

 

그러니 '이 나이에는 이 정도는 읽어야 한다'는 말 따윈 별로 공감이 안된다.

웬만한 영어책 어른이 되어서 읽어도 재미있고 공부까지 되기 때문에.

웨이사이드 스쿨만 봐도 웃기기만 한 게 아니라 그 속에 매우 수준 높은 유머와 해학이 담겨 있지 않던가.

유치하고 수준이 낮아서 읽을 만하지 않다고 한다면 그야말로 수준이 낮은 거다.

중학생도 플라이 가이 시리즈 읽으면서 얼마든지 영어를 즐길 수 있고 배울 수 있다.

 

 

애들이 쉬운 책 즐기면서 읽게 도와주는 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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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때려라! - 뇌가 휴식하고 재정비하는 바로 그 시간
신동원 지음 / 센추리원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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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폐해가 점점 심각해지는 요즘 사람들에게 적절한 책인 거 같다.

멀티태스킹을 멈추고 머리를 비워라, 모니터가 아니라 사람의 눈을 봐라, 접속이 아닌 접촉을 해라, 단순하고 간결한 삶을 추구하고, 하이퍼링크가 가득한 웹페이지 말고 불필요한 자극이 없는 책을 읽으라는 것이다.

뇌와 인간심리를 연구하는 정신과 전문의가 쓴 책이라 과학적 근거를 들어가며 왜 우리는 '멍 때릴 시간'이 필요한가를 말한다.

1부와 2부가 거의 핵심이고, 3부에는 뇌의 시냅스 단련 문제, 몰입, 전두엽의 기능 등 뇌의 긍정적 사용법을 언급한다.

4부는 인간관계와 잡념을 비울 수 있는 생활 습관에 대한 조언을 하고 있는데 정신 없이 사는 현대인들에겐 매우 적절한 충고들이다.

아래는 책에서 인용.

이제 그 누구도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사색을 즐기거나, 책을 읽으며 친구를 기다리지 않는다. 창밖의 거리 풍경을 바라보는 대신 스마트폰 창을 통해 더 많은 사람, 더 큰 세상과의 접속을 선택한다. 덕분에 굳이 누군가와 관계를 맺지 않더라도 외롭거나 심심할 틈이 없다. 스마트폰과 대화하고, 스마트폰과 영화를 보고, 스마트폰과 게임을 하는 등 혼자 있어도 할 일이 차고 넘친다. 여유로움은 사라지고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정보들만 가득하다. (16)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프레임과 인식, 경험과 욕구에 따라 자기 자신을 규정하고 다르게 사고하고 다르게 행동한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논리나 이성보다 인정과 배려에 기초한 공감이 훨씬 중요하다. (74)

세 살 된 아이를 데리고 진료실을 찾은 엄마가 있었다. 동갑내기 옆집 아이는 벌써 한문과 영어를 배우는데 자기 아들은 말이 너무 늦는 게 아니냐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실제로 아이는 또래에 비해 말이 늦은 편이었다. 검사 결과 두뇌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다른 데서 문제의 원인을 찾아보기로 했다.

우선 나는 엄마와 아이의 평소 모습을 관찰하기 위해 모자를 놀이방으로 안내했다. 신기한 장난감이 가득 찬 방에 들어서자 아이는 호기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이가 방을 제대로 살펴보기도 전에 엄마가 먼저 장난감을 집어들었다.

"이 빨간 자동차는 뭐지? 이렇게 하면 앞으로 가네. 신기하지 않아? 한번 해봐."

"여기 원격 비행기도 있네. 엄마가 움직여줄까?"

엄마는 아이가 무엇을 보고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전혀 개의치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장난감을 들이댔다. 그러자 호기심이 가득했던 아이의 얼굴은 짜증으로 뒤덮이더니 갑자기 모든 것을 거부한 채 바닥에 엎드려버렸다. 지나친 자극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기제가 발현된 것이다. 나는 그제야 멀쩡한 아이의 언어 능력이 왜 또래에 비해 떨어지는지 알 수 있었다. 어느 개그 코너의 유행어처럼 자극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85-86)

사람들은 연일 새로운, 더 새로운 스마트폰을 기다리며 그것이 가진 첨단 기능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스마트한 피조물은 바로 인간의 두뇌다. (88)

책이 가진 네 가지 힘

첫째, 책은 정보의 우선순위를 제공해준다. 웹페이지에는 모든 정보가 무작위로 나와 있다. 만약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이를 검색하면, 의사인 나조차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많은 양의 정보가 쏟아진다. 하지만 좋은 책을 사서 읽으면 ADHD에 대해 가장 확실하고 중요한 치료법을 알 수 있다.

둘째, 쓸모없는 정보를 미리 걸러준다. 방금 말했듯이 인터넷에는 온갖 정보가 넘쳐난다. 그중에는 유용한 정보도 있지만 전혀 필요하지 않거나 엉터리 정보도 많다. 요즘 의사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 중 하나가 인터넷에서 찾은 지식을 정답처럼 여기는 환자를 대하는 일이다.

책에는 정제된 좋은 지식이 가득 차 있다. 수천 년에 걸쳐 검증된 고전들은 더욱 그렇다. 알짜배기 정보가 가득 차 있으므로 쓸모없는 정보를 걸러내기 위해 뇌를 혹사시킬 필요가 없다.

셋째, 불필요한 자극이 없다. 웹 페이지에는 시각적·청각적 자극이 가득한 내용이 돌아다닌다. 요즘에는 움직이는 광고까지 등장했다. 이런 자극은 단 하나도 빠짐없이 인지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뇌의 과부하를 불러온다. 하지만 선형적인Linear 읽기는 그저 책의 안내대로 따라 읽으면 되기 때문에 내용에 몰두하고 내적 성찰을 할 여유가 많아진다.

넷째, 독자의 관심사 혹은 지식 수준에 따라 취사선택이 가능하다. 처음 런던에 갔을 때 가지고 간 몇 장의 지도는 전혀 쓸모가 없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런던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지도는 무용지물에 불과했다. 당시 인터넷을 찾아보았다면 내 혼란스러움은 더욱 가중되었을 것이다.

한국판 구글에 런던을 치면 무려 20억 개가 넘는 검색 결과가 뜬다. 정보가 너무 많아서 런던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은 진짜 필요한 정보를 선별해내기가 쉽지 않다. 키워드를 좁혀보면 어떨까?

런던이 아닌 런던 여행을 검색하면 나오는 페이지 수가 3,500여 개가 된다. 이것 역시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억"하는 소리가 절로 터져나오는 정보의 바다에서 헉헉거리고 있느니 런던 초보자인 내 눈높이에 맞춘 알짜배기 정보가 가득한 여행서 한 권을 사서 읽는 것이 낫다. 시간은 물론이고 감정적·육체적 에너지 낭비도 줄어들 것이다. (122-124)

시냅스 형성에 힘을 기울여라

"습관이 만들어질 때는 눈에 안 보이는 실과 같지만 그 행동을 반복할 때마다 그 끈이 차츰 강화되고, 거기에 또 한 가닥씩 더해지면 마침내 굵은 밧줄이 된다. 습관은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든다."

미국의 소설가 오리슨 스웨트 마든의 말이다. 19세기에 살던 사람이 두뇌의 메커니즘을 이토록 정확히 표현하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흔히들 "습관은 의지의 문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행동이 변했다는 것은 단순하게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시냅스가 생성되어 두뇌 구조가 바뀌었다는 뜻이다. 인간이 자신의 습관을 통제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의식에 가까운 비언어적 기억, 비선언적 기억에 저장된 경우가 많아서다. 그래서 강제적 습관으로 뇌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다. 가느다란 실이 한 가닥씩 더해져 굵은 밧줄이 되듯 꾸준한 노력으로 반복된 학습만이 우리의 습관과 행동을 변화시킨다. 행복한 표정으로 성취감을 맛보는 자신을 발견하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새로운 시냅스를 형성하는 데 힘을 기울여라. (168-169)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대학의 화학과 교수였던 멘델레예프 교수는 63개의 원소를 정렬할 일련의 규칙을 발견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원자량과 특성에 대해 진이 빠지도록 연구에 몰두했던 그가 지쳐 잠든 어느 날 모두의 예상대로 꿈을 꿨다. 그 꿈 속에서 모든 원소가 조건에 맞게 정렬된 모습을 보았는데,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원소주기율표다. (174)

멍 때리지 못할 거면 잠이라도 제대로 자란 말이다.

나도 언젠가 퍼자다가 꿈 속에서 색다른 아이디어를 얻은 적이 있지 않은가.

인간이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타인을 도와주고 배려하는 이유는 바로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정확하게 설명하면, 손해를 감수하며 타인에게 협조하는 것은 언젠가 자신에게 돌아올 장기적 보상을 염두에 둔 행위다. 미래에 일어날지 모르는 대가를 바라고 오늘 선행을 하는 거라고 말하면 조금 치사한 느낌이 들지만, 실제로 인간의 뇌에는 그런 장치가 숨겨져 있다.

18세기 후반에 조현병(정신분열증), 우울증, 간질 등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전두엽 절제술을 시행했다. 그런데 이 수술을 받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분노나 충동을 참지 못하고 폭력적인 모습을 보일 뿐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게 되었다. 더불어 자신의 행동으로 주변 사람들이 어떤 고통을 겪을지 생각하지 못하는 심각한 도덕 불감증을 드러냈다. 한 가지 예로 수술에 들어가기 전 환자한테 다음과 같이 묻는다.

"당신이 친구에게 빌린 가방을 잃어버렸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음..... 가장 먼저 친구에게 사정을 말한 뒤 미안하다고 사과해야겠죠. 그리고 같은 가방을 사주거나 돈으로 보상해야죠."

그런데 전두엽 절제술을 받고 나서 동일한 질문을 하면 전혀 다른 대답이 나온다.

"뭘 어떻게 해요. 다른 가방을 빌리면 되지." (195)

약간 밀도가 떨어지고 급하게 마무리한 듯한 꼭지도 없진 않았지만, 그래도 필독할 만하다.

지금도 사람과 마주하고 있으면서, 일을 하면서 스마트폰 화면에 시도때도 없이 눈과 손이 가는 사람들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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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 대한민국 부모님과 선생님께 드리는 글
편해문 지음 / 소나무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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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쯤은 읽고 내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고 있나 되돌아보면 좋을 것 같다.

늘 생각해 왔던 이야기들이다. 놀이가 아이들을 치유해주고 앞으로 살아갈 힘과 지혜를 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은 너도나도 아이들을 억압하여 그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그들의 얼굴에 웃음이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

거기에 아무도 저항하지 않고 '대 어린이 사기극'과 '대 어린이 잔혹극'에 동참하고 있다는 거다.

놀이터에 나오는 애들이 하나도 없다는 탓은 그만 하고, 나부터 애들 데리고 나가 놀라는 것이다.

단호한 의지와 뚜렷한 철학이 필요한 행위다.

 

 

아래는 책에서 인용.

 

이런저런 놀이를 이끄는 사람을 본다. 한두 사람이 이끌어서는 놀이라 보기 어렵다. 그것은 레크리에이션이다. 놀이 속에 있는 모든 아이가 주인 노릇을 할 때 그것이 놀이다. 놀이라는 것은 대부분 혼자 할 수 없고 함께 한다. 잘 노는 사람은 노래방 가서 마이크 잡고 분위기를 신들린듯 이끄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나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따뜻한 공간과 시간을 가꿔주고 그 속에 자신이 공부했거나 아는 놀이를 공공의 것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흔쾌히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다. (22-23)

 

돈이다. 세상이 돈에 미쳐가니 아이들도 돈에 미쳐간다. 결국, 일진도 돈이다. 왕따 놀이는 일진들의 소비 놀이를 떠받친다. 그렇다면 왜 아이들은 '소비' 놀이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할까? 사지 않고는 아이들 또한 세상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쇼핑 중독에 빠진 어른들의 상태와 다를 바 없다. 만약 '닭장'의 닭들에게 쇼핑이 허용되었다면 그 속이 좀 더 견딜 만한 곳이 되었을지 모른다. (38)

 

갓 아기를 낳은 엄마의 전화번호를 빼내 수백만 원 하는 책과 장난감을 꼭 사야 당신 아기가 앞으로 뒤처지지 않는다고 전화를 해대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아이들 영혼은 기업 상품 마케팅의 먹이가 되었다. 소유 그 자체가 놀이의 동기와 과정과 목표가 된 이 씁쓸한 풍경은 어른들의 내면과 크게 다른지 않다. 유희왕이나 포켓몬스터 딱지를 보라. 놀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사 모으기 위해 산다. 어쩌면 이렇게 아이들 놀이가 어른들의 욕망을 닮았단 말인가. 놀이감을 가지고 놀 때보다 놀이감을 많이 쌓아 놓거나 많이 가져야 행복하다. 옛날에는 공기놀이를 잘하거나 비석치기를 잘하거나 고무줄을 잘하는 것이 동무들 사이에서 자랑거리였는데, 지금은 오로지 무엇을 얼마만큼 가지고 있느냐가 자랑이다. (43-44)

 

아이들은 친구와 놀이로 세상을 만나야지 책이 세상과 만나는 통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책 말고 재미있는 것이 세상에는 많다는 것을 아이들이 몸으로 먼저 만나야 한다. 어디까지나 놀고 나서 그래도 시간이 남을 때 읽는 것이 책이라는 순리를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 너무 많은 책을 읽어 관계에 서툴고 그것 때문에 고통받는 아이들이 꽤 많다. 이른바 독서영재라 불리는 아이들의 자폐 성향은 자주 보고되고 있음을 우리는 매우 주의해야 한다. (76)

 

어려서부터 밖에서 놀면서 '놀이밥'을 꼬박꼬박 하루에 서너 시간씩 먹던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을 2시간 이상 못 한다. 왜? 좀이 쑤시고 몸이 근질거려 못한다. 그렇지만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문 앞에서부터 빼돌렸던 아이들은 이틀을 컴퓨터 앞에 앉혀놔도 아무런 불편을 모른다. 왜냐하면, 몸이 아무런 답답함을 느끼지 못하는 죽은 목숨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죽은 목숨'으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게임을 하다가도 좀이 쑤셔 인라인스케이트를 신고 친구라도 불러내는 '산 목숨'으로 만들 것인지는 부모와 교사인 우리한테 달려 있다. 부모는 아이들이 평생 쓸 몸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쥐가 나면 움직이고 좀이 쑤시면 벌떡 일어나는 살아 있는 몸 말이다.

 

밖에 나갔더니 우리 아이와 함께 놀 아이들이 없다고 하지 말고 먼저 내 아이를 밖에 내놓자. 그렇게 누군가 나와서 놀고 있다면 다른 집 부모도 자기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올 것이다. 같은 또래 아이들을 키우는 옆집 부모와도 손을 잡지 못하게 만드는 이 자본의 분열에 맞서는 용기가 진정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싸움 자체가 우리의 즐거움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자본에 가장 모질게 저항하는 길 또한 우리 어른도 아이도 재미있게 노는 것이다. 만약 우리 스스로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못 놀게 하고 있다면 우리는 자본에 먹힌 존재라 해도 좋다. 지금도 놀 수 없고 앞으로도 놀 수 없다면 삶은 끝나는 거다. 앞서 놀아야 이긴다고 했다. 더불어 안 사야 이긴다. 그리고 마침내 자본에 이기려면 외로워야 한다. 주변에 사람이 많으면 지는 거다. (215-216)

 

91-92쪽에는 또 이런 글이 있다.

 

 

사주지 마시라

아이들은 엄마아빠와 놀고 싶은데

아이들은 동무들끼리 놀고 싶은데

아이들은 밖에 나가 놀고 싶은데

장난감을 사서 손에 쥐어주고

한꺼번에 책을 사주고

물건을 사주고 게임기를 사주고

어디를 자꾸 보내다

사지 마시라

사주지 마시라

사주면 아이들은 놀지 못한다

사주면 아이들 놀이는 멈춘다

사주면 아이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구르는 돌보다 못한

값비싼 장난감부터 내다 버려야 한다

부모가 사다 준 물건을 손에 쥐는 순간

아이들의 자유는 그 속에 갇히고

아이들의 퍼덕거리던 몸짓은 잦아든다

세상은 사야 한다고 날마다 떠들어대지만

아이들은 사주지 말아야

맨손과 맨발이어야 아이들로 자란다

사지 말아야 놀이는 시작한다

뭐가 없어야 놀이는 시작한다

심심해야 놀이는 시작한다

사지 않고 사주지 않고 아이를 키울 수 있어야 한다

이 돈 비린내 진동하는 화폐의 세상을 사는

참된 부모는 사지 않는 사람이다

어떻게든 사지 않고 아이와 지내는 사람이다

사지 않고 아이와 노는 사람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지 않고 생활할 수는 없는 것이기에

아무 것도 사주지 말라는 얘기는 조금 지나친 듯하지만 이 땅의 부모라면 새겨 들어야 할 진심 어린 충고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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