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증의 탄생 - 글쓰기의 새로운 전략
조셉 윌리엄스.그레고리 콜럼 지음, 윤영삼 옮김, 라성일 감수 / 홍문관(크레피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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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여러 가지 글쓰기 책들을 골라 읽어봤지만 이 책만큼 정교하고 치밀하게 논증(논리)에 대해 설명한 건 없었다.

다만 초보자들보다는 논문이나 칼럼과 같이 논증을 바탕으로 한 글쓰기를 조금이라도 해본 이들에게 더욱 가치가 높은 책일 것이다. 자신이 써왔거나 생각해왔던 문제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부끄러워질 때도 있고, 아니면 자긍심이 생길 수도 있겠다. 나도 그랬으니까.

536페이지에 이르는 이 텍스트를 정독한다면 지금까지 자기가 썼던 글들을 다시 볼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앞으로 글들을 좀더 신중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밑줄 친 부분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모두 인용하는 건 어렵다. 전체 다섯 파트 중 포인트만 정리해본다.

 

part 1: 논증이란 무엇인가?

- '작가의 에토스'라는 개념은 거의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이었다. 독자들에 호소하는 작가의 에토스-로고스-파토스가 있다. 편협하고 급하고 공격적이고 독설을 내뿜는 에토스는 사람들이 싫어한다.  

- 독자가 계속해서 "그래서 어쨌다고?"라고 따져 묻는다고 상상하라. (110)

- 독자들이 관심 없는 주제로 논증하지 마라. 그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논증하라.

 

part 2: 논증을 전개하는 기술

- 어느 순간이 되면, 마음 속 어두운 편안함에서 글자의 차가운 빛 속으로 가설을 끄집어내야 한다. (174)

- 지나치게 확신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자신이 없지도 않게.

- 이유(reason)와 근거(evidence)는 다르다. - 근거는 '바깥세상'에서 끌어온 것이고 이유는 우리가 생각해낸다. 논증은 '이유+주장'이다.

- 자신이 쓴 글에 어떤 오류가 있는지 판단하려면 인용과 데이터를 진술하는 문장을 모두 찾아 밑줄을 그어라. ① 밑줄 친 부분이 글 전체에서 3분의 2가 넘는다면 근거가 지나치게 많은 것이다. ② 밑줄 친 부분이 글 전체에서 3분의 1이 되지 않는다면 이유를 뒷받침할 만큼 근거가 충분하지 못한 것이다. (223)  

- 전제를 생각해야 한다. 이유와 주장을 이어주는 보편적인 원칙이 전제이다. 누구나 동의하는 전제인가, 저자 혼자만 설정한 전제인가?

- 글을 쓸 때 독자들도 자신과 같이 생각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지 말라.

- 언제나 반론을 수용해야 하며, 스스로 반론을 예상하고 반박을 준비해야 한다. 또 자기 가설에 부합하는 근거만을 찾아서는 안된다.

 

part 3: 논리적 사고에 대한 논리적 분석

- 현실에서는 대개 문제에 대한 가능한 해법을 어느 정도 예측한다. 이러한 잠정적인 해법을 우리는 '가설'이라고 한다.

- 문제해결에 능한 사람은 말도 조심스럽게 한다. 

 

■ 문제해결에 능한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말하는 습관을 비교연구했다. 그 결과,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확실성과 완전성을 드러내는 말을 자주 썼다.

'절대로' '반드시' '언제나' '예외 없이' '꼭' '모두' '전부' '무조건' '틀림없이' '분명히' '확실히' '오로지' '아무것도'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 

■ 문제를 쉽게 해결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불확실성을 드러내고 범위를 한정하는 말을 자주 썼다.

'가끔씩' '일반적으로' '때때로' '보통' '대개' '다소' '특별히' '약간' '어느 정도' '아마도' '있을 법한' '의심스러운' '그 중에서도' '다른 한편' '~할 수 있다.' '~할지도 모른다.' '~할 것이다.' 

 

- 정의와 의미는 다르다. "정의는 우리가 만들 수 있지만 의미는 만들 수 없다."(336)  

- 의미를 문제 삼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밑에는 가치와 감정을 놓고 벌이는 갈등이 숨어있다. (대리논증)

- 의미를 실제 땅에 비유한다면 사전의 정의는 지도에 비유할 수 있다. 따라서 많은 요소가 생략된다.

- 원인과 결과 문제: 진짜 '원인'이 무엇인가를 생각하자.

- 인과관계 분석법: ① 원인으로 추정되는 요인이 없을 때보다 있을 때, 그 결과가 더 자주 발생하는가?(유사-차이원리) ② 원인이 존재하지 않을 때 결과가 대부분 나타나지 않는가? ③ 결과의 빈도가 원인의 빈도와 비례하는가?  

- 말 속에는 가치 판단이 숨어 있다. 똑같은 사실에 어떤 어휘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저자의 가치가 드러난다.

 

part 4: 논증의 언어

- 명확한 글쓰기의 6원칙: ① 주요행위자의 이름을 주어자리에 놓아라 ② 주요행위자의 동작을 동사로 서술어자리에 놓아라 ③ 밀접한 관계가 있는 문장요소는 최대한 가까이 놓아라 ④ 독자에게 친숙한 정보로 문장을 시작하라 ⑤ 낯설고 복잡한 정보는 문장의 뒷부분에 놓아라 ⑥ 전체 글의 주어들을 일관되게 유지하라

- 간결함과 생생함: ① 최소한의 글자만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라 ② 지시대상을 '눈으로 볼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하라

예, 근거, 설명은 구체적이고 뚜렷하고 생생한 언어로 진술해야 설득력이 높아진다.

- 보편적인 원칙, 가치, 가정은 보편적인 언어로 진술해야 설득력이 높아진다.

- 주어를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 이야기의 방향이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선택한 어휘 하나하나에 언제나 민감해야 한다는 사실이다."(483)

 

부록

- 글쓰기 체크리스트: 나중에 활용할 것! (494~512)

- 스토리보드를 활용하자: 글을 단위별로 템플릿을 마련 각각 종이에 개요와 반론수용/반박을 적고 이유, 근거 등을 적는다. 그리고 이들을 벽에 붙이거나 나열하여 한눈에 볼 수 있게 하라.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도 있다.

- 오류를 검토하라: ① 명백한 오류 = 어긋난 추론, 제자리 논증(주장=이유), 동의하지 않는 걸 기본 전제로, 무지에 호소, 힘에 호소하는 것 ② 상황적 오류 = 부당한 응수(뚜꿔꿰), 미끄러운 비탈(레두띠오아드압수르둠), 양자택일, 은유를 문자 그대로, 대중에 호소(아드뽀뿌룸), 권위에 호소(베레꾼디암), 인신공격(아드호미넴), 연민에 호소(아드미세리꼬르디암)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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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료를 대하는 연구자의 자세
    from 突厥閣 2015-07-13 18:39 
    아래는 <학술논문작성법>에서 옮겨 온다. 이 책은 <논증의 탄생>의 전문가 버전인 듯하다. <논증의 탄생> 앞 부분에서는 저자의 에토스를 강조했는데, 이는 일반 독자들은 글쓴이가 그 글을 쓸만한 사람인가를 중시하기 때문일 거다. 반면 학술논문은 어차피 '선수들'끼리 돌려보는 글이므로 <학술논문작성법>에서는 에토스 관련 부분이 빠져 있다. 우리는 우리의 주장을 확인시키는 자료와 주장은 쉽게 찾아낸다. 그렇지만
 
 
 
Road (Mass Market Paperback) - 영화 '더 로드' 원작
코맥 매카시 지음 / Vintage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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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

이야기는 너무나 자명하고 뻔한 결말로 흘러간다.

바라보는 것이 참 고통스러웠지만 그래도 한 가닥 희망으로 겨우겨우 책장을 넘긴 것 같다.  

그건 마치 남자가 소년을 데리고 마지막까지 버티려고 했던 심정과도 같다고 할까.

 

모든 것이 불타고 재밖에는 남은 것이 없는 땅 위에서 그들은 바다를 찾아 나선다.

왜 세상이 죄다 불탔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이 없다.

그들은 버려진 집이나 건물에서 식량을 구해야 하고, 진창에서 그을음을 걸러낸 물을 마셔야 한다.

 

절망의 상황에서 남자는 최후의 순간을 생각했다.

살아있다는 것이 오히려 더 고통스러운 이런 상황에서 깔끔하게 끝낼 수 있는 바로 그것을 생각했을 것이다.  

아마 나라도 그랬겠지.  

그는 늘 권총을 들고 다녔다.

권총은 인육을 먹는 자들로부터 자신과 아이를 방어하기 위한 무기이기도 했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최후의 순간이 오면 '그 일'을 수행할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에.

하지만 남자는 끝내 아이를 버리지 못했고, 결국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세상의 모든 아빠들이라면 이 남자의 의지와 숭고한 행위를 지지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그리고 나 또한 그 지지와 응원으로 이 책을 내려놓지 못하였다. 

 

폐허로 변한 세상에서 인간 사냥꾼을 피해 삶을 연명해 나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문득 

이 주옥같은 오늘날의 현실과 뭐가 다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맥카시는 이 시대의 절망적인 상황을 종말이 닥친 세계에 빗대어 이야기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떤 평문을 보니 작가 자신이 매우 궁핍하게 살아왔다고 한다. 

서 남자가 처한 극한 상황과 식량을 구하는 절박한 과정의 리얼리즘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새삼 내가 누리고 있고, 가지고 있는 것들의 고마움을 알게 되었고, 다시 돌아보게 만들어 주었다.

 

 

#

문장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매우 구체적이고 생소한 단어들이 아주 많이 나오며, 형태가 변형된 단어와 사전에는 없는 단어들도 수두룩하게 나온다.

그런데 이들을 (찾거나) 알지 못하고 온전히 읽어 내기는 힘들다.

그건 이 낱말들이 각각 장면들의 배경과 상황, 심지어는 감정과 분위기까지 이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리딩레벨 4.0이라는 말만 믿고 가볍게 시작했다가는 좌절할 공산이 크다.

 

어떤 문장들은 마치 시처럼 읽히더라.

섬뜩할 정도로 탁월한 묘사와 통찰. 예를 들면,

 

벗은 남자의 뼈만 앙상한 어깨를 이런 감각적인 문장으로 표현한다.

The razorous shoulder blades sawing under the pale skin. (218)

 

죽음에 가까워지는 걸 두려워하면서 하는 독백.

He is coming to steal my eyes. To seal my mouth with dirt. (261)

 

그런가 하면 간결하면서도 확신에 찬 말들... 벙커에 들어가기를 무서워하는 소년을 달래며 말한다. 

This is what the good guys do. They keep trying. They dont give up. (137)  

핡, 이런 건 정말 나도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책의 분위기를 몇몇 단어들로 대변한다면?  

charred, senseless, bleak, cold, desolate, birdless, leaden, gray and barren...

 

고통스럽고 음울한 비극이었지만 남자의 용기와 의지는 아름다웠다.

이 춥고 쓸쓸한 가을 날에 몹시 어울리는, 양식(style)이 뚜렷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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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전략 - Reading & Writing
정희모.이재성 지음 / 들녘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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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정도 수준에서 글쓰기에 참고할 수 있는 책이다.

나 또한 성급한 단정과 오류로 가득 찬 잡문이 아니라 냉철한 논리가 살아 있는 글을 써야하기 때문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에 문장 다듬는 12, 13장 부분은 논문을 퇴고할 때 꼭 필요한 부분이다.

주어와 서술어를 맞추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하나의 주어에는 하나의 서술어를 쓰고,  영어식으로 서술어가 먼저 나오게 쓰던가 아니면 우리말처럼 서술어를 뒤로 보내던가 하라는 얘기다. 또 능동과 수동을 잘 구별해서 써야 문장이 쉽게 읽힌다고 한다.

 

책에다 되새길 부분들은 표시를 해 두었으므로 불필요하게 긴 인용은 생략하고 몇 구절만 옮겨 본다.

 

 

 

글쓰기는 순전히 노동으로 이루어진다. 직접 글을 쓰는 것도 그렇지만 이를 준비하는 것도 노동이다. 그뿐만 아니라 좋은 글을 쓰기 위한 학습도 당연히 고된 노동이다. (20)

 

글쓰기 학습 역시 이론의 영역이 아니다. 수없이 반복되는 연습만이 글을 잘 쓸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거기에 요령을 조금 덧붙이면 숙련 시간이 단축된다. 글쓰기는 '헤파이스토스'(노동의 신)의 영역이며, '뮤즈'(예술의 신)의 영역이 아니다. (21)

 

사실 글을 쓰는 행위는 끊임없이 글을 읽는 행위를 수반한다. (34)

글은 읽어가면서 써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251)

 

글을 좀 써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이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료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글에서 자료 찾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글이 영감이나 천재성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준비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76)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 글감을 넉넉히 장만하는 일이다. (81)

 

글감의 선택은 내가 아니라 문장의 논리가 결정한다. (85)

 

좋은 화제란 일상에도 있지만 책이나 자료에도 많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155)

 

서두에 들어갈 수 있는 주된 내용은 '화제', '과제', '개념', 이렇게 세 가지이다. 우선 이 세 가지를 기억해두자.

화제: 글을 시작하기 앞서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기 위해 독자에게 제공되는 다양한 관심 거리.

과제: 글을 통해 풀고자 하는 문제.

개념: 대상에 대한 정의나 개념, 원리, 적용 등을 풀이하는 것. (194-195)

 

뛰어난 작가나 편집자, 칼럼니스트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인용노트나 독서노트를 만들어보기 바란다. 뛰어난 작가의 경우 인용노트나 독서노트를 만들어 인용할 경구를 미리 준비해둔다. 독서만 하고 중요한 인용구들을 기록해두지 않으면 그것을 이용하기가 매우 어렵다. 매번 책을 읽을 때마다 쓰임새가 있는 구절을 메모해둔다면 나중에 글쓰기를 위한 큰 재산이 된다.

인용구를 사용할 때 기억해둬야 할 것은 적절한 인용구의 선택과 함께 그 인용구를 해석한 부분도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흔히 인용구는 인용구 단독으로는 사용되지 않는다. 너무 뻔한 사실인데도 이것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용구는 인용구의 부분과 해석의 부분이 항상 결합되어 있어야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다(인용+해석). (201)

 

(결말을 쓸 때) 주의할 것은 요약을 할 때 서두나 본문에서 썼던 말을 그대로 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220)

 

수정은 작성된 글의 문장과 구성, 주제에 문제점이 없는가를 점검하는 과정이다. 글은 이런 수정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253)

우선 소리를 내어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끝으로 자신의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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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h, Plain and Tall 사라, 플레인 앤 톨 (영어원서 + 워크북 + MP3 CD 1장) 뉴베리 컬렉션 3
패트리샤 매클라클랜 지음, 이수영 외 컨텐츠제작 및 감수 / 롱테일북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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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레벨 3점대라고 해서 다 아는 단어만 나오는 게 아니다.

문장이 간결할 뿐 어렵고 뜬금 없는 단어도 자주 나온다.

 

카페에서 영어책 1권읽기 북클럽을 하고 있는데, 투표로 뽑힌 책이다.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미묘한 심리는 형용사와 부사로 묘사되는 일이 거의 없다.

그저 그들의 행동과 말이 담담하게 서술될 뿐이다.

심지어는 이 책의 화자인 애나조차도 자기 감정을 말하지 않는다.

자기가 보고 들은 것과 몇 마디 독백만을 이야기할 뿐.

노래와 그림이 새라와 아이들의 만남을 이어준다.

노래로 만남이 시작되었다면 새라의 그림은 그들의 인연이 이어지게 되는 매개체가 되었다.

새라는 손수 마차를 몰아 읍내로 가서 파란색과 회색, 푸른색 색연필을 사왔다.

 

그걸 본 케일럽은 웃으면서 말한다.

"Papa," he called. "Papa, come quickly! Sarah has brought the sea!"

 

새라는 마실 가서 바다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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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연대기 샘터 외국소설선 5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김영선 옮김 / 샘터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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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독특하고 감각적인 문체.

냉소적이고 날카로운 사회와 문명 비판이 가득하다.

가끔은 적응하기 힘든, 좀 지나친 시선도 없지 않았지만 그 꼬인 관점도 나름 존중해 줄만하다.

 

 

살아 움직이며 펄떡대는 문장들은 아마도 원서로 읽어야 그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번역문보다 원문에서 더 명확한 의미를 읽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좀더 읽기가 수월해진 다음에 시도해 봐야겠다.

왜 레리 브래드버리 하는지 조금 알 거 같다.

 

 

 

아래는 화성에 매료된 탐험대원 스펜더가 탐험대장에게 한 말: SF 소설에서 누가 이런 문장을 기대했을까?

 

 

"순진한 것이 이롭게 작용할 때만 그랬습니다. 그들은 모든 것을 파괴하고 모든 것을 굴복시키는 일을 중단했습니다. 종교와 예술과 과학을 융합한 것도, 결국 과학이란 우리가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을 연구하는 일이고, 예술이란 그 기적을 해석하는 일이니까요. 화성인들은 과학이 미와 아름다움을 파괴하는 일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이 정도의 문제일 뿐이지요. 지구인이라면 이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이 그림에는 실제로 색깔이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자의 설명에 따르면, 색깔이라는 것은 어떤 물질의 분자들이 빛을 반사하도록 배치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색깔은 내가 우연히 보게 된 물건들의 본질이 아니다.' 그러나 훨씬 더 영리한 화성인은 이렇게 말할 겁니다. '이것은 멋진 그림이다. 이 그림의 아이디어와 색깔은 삶에서 왔다. 이것은 좋은 그림이다.' 이렇게 말입니다." (157-158)

 

 

만연체 사색이라면 탐험대장도 만만치는 않다.

 

 

'영리한 것 같지도 않고 영리하고 싶지도 않을 때 영리한 것, 난 그게 정말 싫어. 슬금슬금 돌아다니다가 어떤 계획을 하나 세우고는 그게 대단한 일이라도 되는 양 생각하는 것.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나는 이런 것들이 정말 싫어. 도대체 우리가 뭐야? 다수파? 그게 정답인가? 다수는 언제나 신성한 거야? 언제나, 언제나 신성하고 아주 작은 순간, 아주 사소한 경우에도 결코 틀리지 않는 거야? 그런 것이야? 천만 년 동안 단 한 번도 틀리지 않아? 도대체 이 다수의 정체는 뭐고, 그 안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는 거지? 그리고 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해서 그 생각을 하게 되었고, 또 그 생각은 영원히 바뀌지 않는 거야? 이 썩어빠진 다수에 내가 가담하다니, 이런 난감한 일이 있나! 나는 지금 마음이 편치 않아. 폐쇄 공포증인가? 군중을 무서워하는 공포증인가? 아니면 상식을 무서워하는 공포증? 온 세상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이의를 제기하는 한 인간이 옳을 수도 있을까? 그래, 이제 이런 생각은 집어치우자. 배를 깔고 기어 다니다가 제멋대로 흥분해서 방아쇠를 당겨버리는 거야. 그래, 그거야. 바로 그거야!" (162-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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