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반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4
메리 셸리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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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AI 또는 인조인간을 소재로 한 오늘날의 모든 과학소설은 이 소설을 뛰어넘기가 어려울 수도 있겠다. 테드 창의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에 나오는 디지언트 역시 프랑켄슈타인의 또 다른 변용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아무튼 그렇게 재미있다는 이 책을 과연, 하며 단숨에 읽어내리면서 이 인조인간의 비극적 말로가 참으로 안타깝고도 불쌍하였다. 1931년에 나온 영화에서는 말 한 마디 못하는 추악한 괴물로 묘사되었다지만, 사실 그는 어떤 인간보다도 영민하고 정신적으로 완숙하며 때로는 감상적이기도 한, 어떤 면에서는 대단히 연약한 존재였을 뿐이다. 외모는 더없이 아름다우나 세속적이고 타락한 인간보다도 오히려 흉측스러운 외모라도 정신적으로 순수하고 사려 깊은 그가 적어도 나보다는 우월하다. 몰래 숨어살던 가난한 집에서 훔쳐 읽은 책(볼네의 <제국의 몰락>)에 대해 이런 뛰어난 리뷰를 남기는 괴물이라니! 

 

이 경이로운 이야기들을 듣고 있자니 이상한 감정이 밀어닥쳤다. 정말로 인간이란 그토록 강력하고 그토록 덕스럽고 훌륭한 동시에 그토록 사악하고 천박하단 말인가? 인간은 어떤 때는 온갖 사악한 원칙들을 이어받은 후계자에 불과해 보이다가, 또 어떤 때는 고귀하고 신성한 특질을 한 몸에 체현한 듯했다. 위대하고 덕망을 갖춘 사람이 된다는 건 분별력을 갖춘 존재가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영예 같았다. 기록에 드러난 무수한 사람들처럼 천박하고 사악해지는 것은, 무엇보다 저열한 타락 같았다. 이런 상황에 빠지는 건 심지어 눈먼 두더지나 무해한 벌레보다 더 절망적이었다. 어떻게 한 인간이 친구를 살해하려 들 수 있는지, 심지어 법과 정부는 왜 존재하는 건지, 아주 오랫동안 나는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악행과 유혈사태의 세세한 내용을 듣고 나니, 경이로운 마음은 사라지고 혐오로 고개를 돌리게 되었다.
오두막집 사람들의 대화는 매번 새롭고 경이로운 것들에 눈을 뜨게 해주었다. 펠릭스가 아라비아 여인에게 들려주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는 사이, 인간 사회의 기이한 체계가 해명되었다. 재산 분배며 막대한 부와 누추한 빈곤, 계급, 가문, 그리고 고귀한 혈통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
이런 말들은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었다. 동포 인간들에게 가장 높이 평가받는 자산은 부와 결합한 귀하고 순수한 혈통이라는 것도 배웠다. 이들 중 하나만 갖고 있어도 존경받고 살 수 있지만, 둘 다 없으면 아주 희귀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선택된 소수를 위해 자기 힘을 무의미하게 소모해야 하는 방랑자나 노예로 간주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무엇이었던가? 내 탄생과 창조주에 대해 나는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그러나 돈도, 친구도, 사유재산도 전혀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흉악하게 일그러진 추한 외모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사람과 같은 본성을 갖고 있지도 않았다. 그런데 사람들보다 훨씬 더 민첩했고, 더 형편없는 식사를 먹고도 견딜 수 있었다. 지독한 열기와 추위를 견디고도 몸이 덜 상했다. 키는 사람보다 훨씬 더 컸다. 주위를 둘러봐도 나 같은 존재는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나는 지상의 한 점 얼룩 같은 괴물일까? 모든 사람들이 도망치고, 모든 사람들이 내치는?
이런 생각들이 얼마나 큰 괴로움이었는지는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우울한 생각을 쫓아버리려 애썼지만, 앎과 함께 슬픔은 커져만 갔다. 오, 차라리 내가 태어난 숲에 영원히 머물렀다면, 굶주림과 갈증과 열기 외에는 아무 감각도 알지 못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159-160)

 

여기서 나는 "젠장, 마지못해 100자평이나 깔짝거리는 내가 졌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왜 알라디너가 아닌가. 북극에 전용선이라도 놓아드리고 싶다.

그저 따뜻한 동반자를 바랐을 뿐이었던 그에게는 외모로 인한 혐오와 편견만이 돌아왔다. 그러나 단지 그것만으로 끔찍한 살인을 자행한 것은 아니었다. 피조물의 정당한 요구에 대한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방관과 무책임에서 비로소 그의 폭력과 복수가 시작된 것이며, 이런 외면과 무시야말로 세상의 모든 약한 존재들을 절망과 외로움으로 이끄는 원인이다. 

무책임하게 팽개쳐진, 지금까지도 북극 언저리의 얼어붙은 땅 어디에선가 고독하게 떨고 있을 이 불쌍한 인조인간에게, 노인들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AI 돌보미 효돌이라도 보내주어야 되는 게 아닌가. 그는 겨우 자신을 위해 노래를 불러주고 이야기를 나누고, 품에 안을 수 있는 따뜻한 동반자를 원했을 뿐이니까. 공소시효도 다 지난 마당에 죗값부터 치루라는 꼰대 같은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그는 여전히 법의 적용을 받는 인간이 아니며, 아직은 인조인간이나 사이보그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마련한 법령이 발표되었다는 소식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다만 그가 책 속의 괴물이어서 다행이었을까. 세상에는 멀쩡한 모습으로도 저 괴물처럼 외면 당하고 무시 당하는 사람들은 없었던가. 나 역시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되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살면서 내가 책임질 일들을 애써 모른척하지는 않았나. 그렇게 무사히 넘어가는 일들에 비겁한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 말기를. 그리고 누군가가 옆에 있음을 감사하자. 그들을 외면하지 말고 팔을 빌려주고 다리를 내어주는 따뜻한 인간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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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양장, 어나더커버 특별판)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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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지식과 착상은 이야기의 영역을 확장할 뿐만 아니라 그 질감과 스타일까지 좌우한다는 것을 알았다. 다만,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의 한 구절처럼 ˝글쓰기는 테크놀로지˝라는 명제에 천착하다보니 서사에 온전히 몰입되지 않고 ‘테크놀로지‘ 맥락에 빠져 헤매는 듯한 느낌이 없잖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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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일러스트 특별판, 양장)
브램 스토커 지음, 페르난도 비센테 그림,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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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학사에서 이만큼 말초적이며 사악하고 기괴하며 완벽한 캐릭터는 아마 없지 않을까. 일기와 서간으로 이어지는 줄거리는 몽롱하다가도 긴박하였고, 비장하고도 음탕한 공기가 가득한 장면들은 매우 은밀한 성적 알레고리였다. 삽화는 줄거리와 안 맞는 곳도 있었고 자극적인 볼거리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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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반려견은 처음이지? - 입양, 생활, 습성, 문제행동까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최인영 지음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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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가에 주워 키운 암컷이 강아지 여섯을 낳아 그 중 다섯을 토실토실하게 잘 키웠는데, 여기저기 분양하고 한두 마리 데려와 지내려다 보니 찾아보았다. 3개월 동안 어미 형제와 함께 해야 사회성도 좋아진단다. 마당에서 막 키우는 것이 아니라면 이런 개정보 책은 한두 권 읽어봐야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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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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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지겨운 일상에서 떠나고 싶어하면서 ‘노바디‘는 또 되기 싫은 ‘썸바디‘의 한가한 신세 타령. 인용은 지겨웠고 자화자찬은 민망했으며 합리화에 가까운 과도한 의미부여에 적응이 힘들었다. 여행은 결국 자기 뒤통수를 돌아보는 것이라는, 그 뻔한 얘기를 이토록 길게 할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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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9-10-12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돌궐님과 비슷한 느낌 들었습니다.~ 즐주말 되세요^^

2019-10-12 16: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라오라 2019-10-21 14: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권두 중국과 사회주의 파트에서 결국 작가가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다는 걸 알았을 때 여행가도 못배우는 경우도 아무 것도 못얻는 경우도 많구나 싶었습니다.

돌궐 2019-10-21 20:38   좋아요 0 | URL
그런 얘기를 김영하라는 유명 작가한테서 들을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가치일까요? 읽지도 않고 쓴 서평에 주루룩 좋아요 달린 꼴이 어이가 없어서 간만에 악평 좀 했습니다.

오라오라 2019-10-23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ㄴ 저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글자체는 읽기 편해서 좋았지만 작가가 말하는 여행이라는 맥락에서 작가 자신은 딱히 뭘 배우고 얻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역시나 TV에 얼굴을 비추는게 중요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