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영어 사교육 - 영어 사교육 불안에 지친 부모들을 위한 필독서
어도선 외 지음 / 시사IN북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얼마 전부터 읽어봐야지 했던 책인데, 혹시나 해서 도서관에서 검색해 보니 있길래 빌렸다.

다른 책들도 이것저것 시작만 한 게 많고 요즘 일들이 좀 있었기 때문에 읽은 책 기록할 게 없었는데

이건 가볍게 시작했다가 몇 시간만에 다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늘 생각해 오던 문제들이나 카페에서 논의하던 이야기들이 매우 잘 정리되어 있다는 느낌?

애들 키우는 부모들이라면 반드시 읽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근데 가끔 이런 책 좋다, 저런 글 좀 읽어 봐라 하고 떠드는 것에 참 회의가 드는 게 이런 거 챙겨보는 부모쯤이면 굳이 걱정할 거 없고 알아서들 잘 할 거란 생각 때문이다.

결국 내 스스로 생각을 가다듬기 위한 글쓰기일 뿐 그 이상은 기대할 수가 없다.

이미 바뀔 사람은 바뀌었으며, 바뀌지 않을 사람은 내가 아무리 지랄을 해도 안된다는 얘기다.

 

 

 

자신의 모국어를 포함해서 다른 언어를 배우는 행위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특히 자신의 모국어 이외의 다른 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는 것은, 교육 방법, 시간, 나이, 동기, 사회 언어적 조건, 교육 환경 등이 다 얽혀 있죠. 그런 것들이 조화를 이루어야만 한 언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겁니다.

우리 조건에서는 영어 공부는 결국 평생 하는 것입니다. 조기 영어 교육에 그렇게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아무리 조기에 영어 공부를 시작해도 끝까지 하지 않으면 별반 차이를 만들지 못합니다. 아무리 조기에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해도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고등학교, 심지어 대학에 들어가서도 영어를 지속적으로 하지 않으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시절에 배운 영어는 남지 않습니다. 그러니 영어라는 언어를 조기에 끝내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영어라는 언어를 배우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기나긴 여정을 시작하는 마음자세로 출발해야 합니다. 제가 앞에서 지속적인 노력이라고 했었죠? 외국어를 배우는 데는 결국 이런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162-163)

 

 

"한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 회화를 가르치려 들지 말고, 전국에 영어 도서관을 지어 많이 읽게 하라. 그리고 이후에 대학생이 되었을 때 영어 회화가 필요하면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영어 회화를 배우면 된다. 엄청난 양의 읽기를 한 사람은 회화를 배우기가 아주 쉽다. 영어 발음은 통하기만 하면 되지 영미인처럼 발음할 필요도 없다." (198) - 스티븐 크라셴 박사

 

 

2011년 전국중고등학교 영어교과연구회 동계 워크숍에서 이병민 교수님이 발표하신 자료 중에 국내 학년별 영어 교과서에 대한 읽기 난이도 표가 있는데 이해를 돕기 위해 미국의 학년별 읽기 수준과 연동시켜보았습니다. 국내 중학교 1학년 영어 교과서 지문의 렉사일 지수가 300에서 500이면 미국 초등학교 1~2학년 수준으로 리딩 레벨은 1.1~2.10에 해당합니다. 고등학교 1학년 영어 교과서의 경우는 수준이 많이 높아져 미국의 초등학교 5~6학년 수준에 해당되죠. <해리포터> 시리즈나 <나니아 연대기>가 바로 이 수준에 해당되는 도서들입니다. 결국 현행 수능 영어 영역에서 좋은 점수를 얻으려면 읽기 능력이 이 정도 되지 않는 아이들이 시험 볼 때 애를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237)

 

 

 

 

책에도 나오지만 자칫 부모들이 빠질 수 있는 착각 중 하나가 "애들 영어 실력은 투자한 돈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학원에 보내고 연수를 보내고 돈지랄을 해야 애들 영어 실력이 좋아질 거라는 그런 착각.

'학원을 안 가고도 영어 실력 끝내주는 애들도 많으니 돈이 다가 아니다'와 같은 허술한 논리가 아니더라도 가만 생각해 보면 결국 실력은 투자한 시간에 비례할 뿐이다.

학원을 못 보내서 가만히 앉아 있고, 방치하고, 부모는 테레비 보며 놀면서 애한테는 영어 공부 하라고 하고, 공부할 때는 옆에서 희희낙낙 떠들고, 강요하고, 지시하고, 명령만 하고 있는데 애들이 무슨 마귀 유혹과 방해에도 굴하지 않는 석가모니도 아니고 제대로 공부가 되겠냐고.

 

 

영어 실력은 학원을 가든, 집에서 하든 어떤 방법이건간에 거기에 할애하고 집중한 시간에 비례하는 것이다.

학원 가서 집중해서 열심히 공부하면 그게 쌓여서 실력이 좋아지는 건 당연하다.

학원 안 가도 집에서 원서 소리 내서 읽고 많이 사 보고, 빌려 보면서 즐기다 보면 저절로 실력이 느는 것이다.

책에서도 단정하여 말하지만, 결론은 사교육이 아니라 다독이란 얘기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문장이 좋고 재미있는 책을 골라서 던져줘야 하는 것이다. 이건 내가 해야겠다.

 

 

아이 연령에 맞는 수준과 아이의 리딩레벨에 맞는 수준이 있겠지.

리딩레벨에 맞으면 연령은 크게 신경쓰지 말자.

조금 낮은 연령 수준의 책도 그것이 '영어라서' 유치하다고 느끼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이 유치하다고 느낄 나이는 이르면 중학생, 늦으면 고등학생이라고 본다.

중학생? 생각보다 유치하다.

나 중학교 다닐 때 구슬 치기, 개구리 접기, 팔씨름 이런 거 하면서 놀았다.

진짜 초등생보다 더 유치하고 말초적으로 놀던 때가 중학교 때다.

유치한 영어책 그 때 읽히면 된다. 초등 때 읽어야 하네 어쩌네 다 웃기는 소리들이지.

캡틴 언더팬츠? 나도 재밌게 읽는다. 그리고 쉽지도 않다.

 

 

중학생 때 학교에서 권장하던 도서들 고전이랍시고 억지로 읽긴 했는데,

도무지 뭔 소린지 머리에 들어오지도, 감정이입도 안됐다.

차라리 그 때 로알드 달이나 읽었으면 진짜 통쾌하고 재미있었을 거다.

비아냥과 풍자는 아이들과 청소년이 가장 쉽게 즐길 수 있는 미적 범주이기 때문에 그 때는 오히려 그런 게 담긴 책을 읽어야 한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나는 대학생 때도 청소년 책을 재미있게 봤다. 정신적으로 덜 성숙해서 그랬던 거 같다.

 

 

그러니 '이 나이에는 이 정도는 읽어야 한다'는 말 따윈 별로 공감이 안된다.

웬만한 영어책 어른이 되어서 읽어도 재미있고 공부까지 되기 때문에.

웨이사이드 스쿨만 봐도 웃기기만 한 게 아니라 그 속에 매우 수준 높은 유머와 해학이 담겨 있지 않던가.

유치하고 수준이 낮아서 읽을 만하지 않다고 한다면 그야말로 수준이 낮은 거다.

중학생도 플라이 가이 시리즈 읽으면서 얼마든지 영어를 즐길 수 있고 배울 수 있다.

 

 

애들이 쉬운 책 즐기면서 읽게 도와주는 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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