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풍속사 1 - 조선 사람들, 단원의 그림이 되다 푸른역사 조선 풍속사 1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김홍도의 그림을 바탕 삼아 조선 백성들의 풍속을 시시콜콜 이야기한 책이다.

폭 넓은 문헌 지식과 민중들의 삶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이런 글을 쓰기 힘들다.

 

국가와 지주들과 양반들이 어떻게 백성을 등처먹었는지 <타작>이나 <어살>, <길쌈>과 같은 그림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자리짜는 일, 대장간 일, 기와 이는 일 따위 그림과 함께 관계되는 옛날 이야기들도 재미있다.

가난한 백성들 얘기만 한 건 아니고 그림 감상하는 사람들, 서당 얘기, 활쏘고 씨름하는 얘기, 우물가에서 남녀가 정분 나는 이야기, 차면을 쓰고 아녀자 훔쳐보는 양반 놈팽이 얘기까지 한두 꼭지씩 들춰보기 재미있는 책이다.

씨름하다가 사람들이 싸우고 심지어 죽기까지 했다는 얘긴 처음 들었다.

우물가와 빨래터 꼭지는 옛날 남녀 사이에 일어나는 '스캔들'에 대해 말하고 있어서 재미있었다.  

 

고려 태조 왕건이 태봉 궁예의 장수로 있을 때 목포 호족의 딸을 빨래터에서 만났단다.

둘은 그 날 바로 같이 잤는데, 결정적 순간에 왕건은 임신(되어 덜미 잡힐 것)을 걱정하여 돗자리에 사정을 했다.

하지만 전날 용이 뱃속으로 들어오는 길몽을 꿨던 처자는 왕건이 흘린 정액을 쓸어넣었단다.

그렇게 해서 낳은 아들이 혜종이다. 그 처자는 장화왕후 오씨. 이런 연고로 혜종의 얼굴엔 돗자리 자국이 남았다고...

(189-190쪽 요약)

책에서 이런 야한 얘길 능청스럽게도 한다. 2권에서는 춘화 얘기도 있던데...   

 

이 책이 가진 또 다른 미덕은 미술사에서는 가볍게 다루거나 대수롭지 않게 지나친 부분을 문헌 자료를 통해 새롭게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글쓴이는 <고누>라고 알려진 그림을 사실 '밤윷'이라고 부르는 윷으로 윷놀이 하는 그림으로 보고 있다.  

또 <장터길>로 알려진 그림은 부부 행상을 그린 것이라 한다.

그림의 "남자와 여자는 농사를 짓다가 일시적으로 무언가를 팔러 장터에 가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물건을 팔기 위해 아이를 들쳐 업고 길을 나선 것이다. 여자가 치마를 걷어 올리고 바지에 행전까지 친 것은 길을 오래 걸었다는 증거다."

이 행상 이야기 나오는 꼭지가 여러 그림 자료를 견주면서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재미있게 봤다.  

고생스런 부부 모습에 내 자신을 투영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김홍도, 단원풍속도첩 중 <부부 행상(장터길)>, 국립중앙박물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런 종류의 책이 대체로 그렇지만) 그림 설명을 하는 부분 가운데 <행려풍속도병>과 같은 큰 그림은 도판이 영 자세히 안보인다는 점이다.

그림 자체가 큰 것을 작은 면에 옮긴 데다가 그림 속에서도 작게 그려진 사람들 모습은 무척 알아보기 힘들다.

잘 보이는 그림은 <단원풍속도첩>의 그림들과 일부 첩 형태 그림들 뿐이다.

안 보이는 그림들은 알아서 찾아 볼 수밖에 없겠지만 그걸 애써 찾아 보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2010년 9월에 작성했던 서평을 옮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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