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내 동생은 자취생 답지 않게 고기 충만한 생활을 누리는 편이다.
냉장고에 야채와 과일은 없어도 고기가 떨어지는 날은 없다.
이건 다 행여 자식들이 밥 굶을까 때가 되면 바리바리 음식을 싸서
멀리 부산에서 보내주시는 엄마 덕분이다.
주로 보내주시는 품목이 양념된 낙지(그냥 해동해서 볶으면 낙지 볶음),
불고기, 햄버거 등이다 보니 반찬 하기 싫은 자취생들은
밥과 김치에 위 품목 중 하나를 곁들여서 먹기 일쑤이다.
이걸로도 모자라서 나와 동생은 주변 고깃집을 순례하며 맛집 찾기에 여념이 없다.
이미 몇 차례의 선별을 거쳐 엄선한 곳이 2군데인데
특히 한집은 고기도 고기지만 양푼에 담아 나오는 보리밥을 강된장에 비벼 먹는 맛이 일품이라
매우 사랑하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동생이 최근 개업한 고깃집에 가보잔 이야기를 몇 번 했다.
원래 설렁탕 집이었는데 장사가 안 되어 보이더니 고깃집으로 업종 변경을 했다가
최근에 다시 간판이 바뀐 집이다.
간판이 어째 신뢰가 가지 않아 미적거리다가 지난주 저녁에 드디어 발걸음을 향했다.
오.....사람이 미어터지게 많아 자리가 없으니 잠시 기다리린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싶어 식탁을 봐도, 눈으로 봐선 썩 색달라 보이진 않았다.
자리에 앉고 보니 소고기, 돼지고기를 부위별로 가격과 나열한 가격표가 눈에 들어왔다.
이왕 온 거, 간만에 소고기를 먹어보자 하고 보니
안심 600그램이 33,000원...싸긴 싼 거 같다.
동생과 진지한 고민 끝에 채끝등심이란 부위를 먹기로 했다.
지나가는 점원을 불렀더니 고기 주문은 아래층에서 직접 하란다.
의아해서 내려가보니 정육점처럼 직접 고기 써는 직원에게 고기를 주문해야 했다.
고기를 주문하고 돈을 지불하고 자리에 돌아와 앉아 있으니
숯불과 야채가 세팅되었다.
잠시 후, 드디어 고기님이 등장하셨다!!!!!
선명한 색상, 두툼한 모습에 동생과 나는 동시에 설레였다.
그 고기님을 숯불 위에 눕히고 지글지글 익는 모습을 보니 어찌나 뿌듯하던지.
이심전심인지 동생 역시 "고기 익는 걸 보니 어쩐지 흐뭇해." 했다.
역시...고기 사랑이 가득한 남매 다웠다.
너무 익히면 고기가 질겨지기에 적당히 익혀서 얼른 맛을 보았다.
오...역시 고기님을 절대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둘이서 미친 듯이 젓가락을 놀렸다.
그러나 역시 인간은 간사한 법.
적당히 배가 불러오자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고기가 맛은 좋은데 기름기가 없어서 좀 퍽퍽한 거 같아."
"응. 좀 아쉽네. 다음엔 상등심으로 먹어볼까?"
"그럴까?"
남매는 600그램을 시켜 다 먹지 못한 고기 약간을 포장해서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조만간, 상등심을 먹기 위해 그 집을 다시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