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말로는 "이번 명절부턴 집에 안 내려갈 거야."라곤 했지만
그래도 명절엔 집에 가야 할 것 같은 생각에 꼬박꼬박 내려갔다.
내려 갈 때마다 "만나는 사람 없냐." "올해는 가야지." 이런 말을 들어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고 가끔 싸가지 없는 말투로
"결혼은 혼자 하나요." "갈 때 되면 가겠죠." 하고 소심하게 반항도 하고.
이번 설에는 그야말로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다.
1년에 한번 볼까 말까 한 친척 어른들마다 나의 결혼 여부에 관심을 가지고
다들 "올해는 가야지." 한다.
(하도 들었더니 내가 가든 말든 댁들이 무슨 상관이냐고 악 쓰고 싶더라.)
그때마다 그렇잖아도 못 치운 딸내미 때문에 걱정이 태산인 부모님의 스트레스 지수 상승.
덩달아 나도 스트레스 상승.
그냥 내가 눈에 안 보이는 게 서로 마음 편할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눈에 안 보이면 친척들이 입 댈 일도 줄어들 테고,
부모님도 스트레스 덜 받겠지.
물론 나도 잔소리 안 들어도 되니 맘 편하고.-_-;
고로 친구랑 이번 추석에 해외여행 가기로 했다.
지금 티켓 알아보는 중.
사람일이 참...겪어봐야 안다고, 결혼 압박 스트레스에 대한 것도
내가 어렸을 때는 그게 뭐 대단하려고 싶었다.
부모님 등쌀에 못 이겨 결혼한다는 말도 얼마나 줏대가 없으면 싶었다.
이제 내가 나이 들어 겪어보니 이해가 된다.
딱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문제는 내가 청개구리띠라 주변에서 하도 뭐라고 하니
점점 더 결혼에 대해 거부감만 늘어간다는 거다. 어쩔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