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보는 새로운 창 W
MBC W 제작진 지음 / 삼성출판사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2005년 4월 29일 서구 언론의 시각, 자본의 논리와는 철저히 분리된 우리만의 국제 시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첫 방송을 시작한 것이 바로 MBC에서 매주 금요일 저녁 11시 50분마다 방송하는 <W>이다. MBC에서는 <W>World-Wide-Weekly의 첫 글자 W를 대표하는 것으로 W가 국제 분야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MBC의 공영성을 대표할 수 있는 시사 프로그램이라는 의미로 프로그램 제목으로 사용하였는데 실제 그들은 직접 몸으로 위험을 무릅쓰며 촬영하였기 때문에 Walking-Warrior의 약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 방송 시간이 늦은 시간이고 평소에 TV를 '바보 상자'로 여겨 잘 보지 않기 때문에 관심이 없었는데 지인의 추천으로 TV가 아닌 책으로 <W>를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TV 프로그램을 책으로 옮기는 경우 원본만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예컨대 대본을 옮기는 것에 불과하고 삽입된 사진 역시 TV에 나온 것을 사용하기 때문에 선명도가 떨어져 완성도에서 문제가 있는 책을 많이 보아왔다. 그러나 이 책은 비교적 완성도는 괜찮은 편이다. 출판사와 편집자의 유능함이 좋은 책을 만들어 낸 것 같다. 다만 다른 TV에서 책으로 옮긴 책들과 마찬가지로 주제별로 묶지 않고 단순히 나열식으로 배열한 점은 아쉬운 점이다.

 

 그러나 이 책에 담긴 것들은 제목 그대로 "세계를 보는 새로운 창"을 보여주고 있다. 첫번째 이야기에서는 쓰촨성 지진 현장과 싸이클론이 휩쓸고 지나간 버마(나도 앞으로 군사 정부을 인정하지 않는 다는 뜻에서 미얀마라고 쓰지 않고 버마라고 쓸 것이다.) 현장이 담겨 있다. 특히 버마 현장이 처참했는데 미리 인도 정부에서 경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아 사망자 및 실종자가 13만 4000여 명에 달하는 큰 피해를 입었다. 마치 우리 나라가 태풍 사라에 의해 큰 피해를 입었을 때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아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큰 인명 피해를 입었던 것과 유사하다. 그리고 특히 중국 정부와 버마 정부가 서로 대체 방식이 틀린데 버마 정부는 군사 정권에 위협이 될까봐 국제 구호 단체의 입국을 불허하고 태풍이 지난 후 10일 후에나 군정 최고 지도자가 현장을 방문했으며 구호 물품으로는 4인 가족 기준으로 쌀 한 컵이 전부 였다. 또한 태풍이 지나간 다음 날 국민 투표를 하여 국회의 25%를 군에게 배정하는 개헌안을 통과 시켰는데 이를 보면 군사 정권이 국민의 생명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래도 유신 헌법에 의하면 국회의 1/3을 대통령이 지명했는데 '유신 헌법'에 비하면 버마의 신 헌법은 양반으로 보인다.

 

 다음 이야기는 팔레스타인 문제이다. 미국 부시 대통령이 임기 내에 이 문제를 모두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으나 부시가 거짓말 하는 것이 하루 이틀인가? 믿을 사람을 믿어야지 미국은 이스라엘 편임이 분명한데 어떻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개의 독립 국가를 세운다는 약속을 믿을 수 있단 말인가? 결국 부시는 이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고 여전히 대립은 계속 중이다. 다만 그 중에서 이스라엘이 장벽을 통해 팔레스타인을 조각 조각 내 놓은 정책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는데 이스라엘의 목적은 분리 장벽을 통해 팔레스타인들이 마을에서 마을로, 마을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것을 막아 독립 국가를 세우는 것을 막고 분리 장벽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의 유통이 안 되어 일자리를 잃어 그들이 스스로 그곳을 떠나게 하려는 의도라고 생각된다. 말로는 안전을 위한다면서 꿩도 잡고 알도 먹는 일석이조의 탁월한 계략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팔레스타인에도 진정한 평화가 오기를 소망한다.

 

 다음엔 '아이티'에 대한 이야기이다. 얼마 전 엄청난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나라인데 그곳에서는 이른바 '진흙 쿠키'라는 것이 주식이었다. 이는 진흙에 약간의 소금과 마가린을 첨부하여 만드는 것인데 생물학을 한 사람이라면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 것은 휴양도시에 사는 부유층 아이들은 이것을 아예 모르고 있다는 점이고 아이티의 보건국장이 진흙 쿠기가 건강에 직접 해를 끼친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다며, 다만 보건국장으로서 사람들에게 이것을 먹으라고 권장하지 않을 따름이라고 말한 것이다. 참고로 이런 아이티 보건국장의 입장은 우리나라 식약청이 MSG나 식용색소와 같은 식품 첨가물에 대해 취하는 입장과 동일하다…. 그리고 아이티는 원래 3모작을 하여 충분히 식량 자급이 가능한 나라였으나 세계화로 인해 경쟁력 없는 농업을 개방하여 식량을 수입하다가 근래 닥친 곡물 가격 폭등으로 인해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를 보면 우리 나라가 최소한 쌀 만큼은 자급자족하려고 하는 것이 타당한 정책이라고 생각된다.

 

 이어서 노르웨이의 지상 낙원 교도소가 소개되었는데 노르웨이는 "모든 재소자는 반드시 우리 이웃으로 돌아온다."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억압적이지 않고 자율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교도소를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 출소 1년을 앞두고는 시내 아파트 1층에 재소자를 모아 사회 적응 훈련을 시키고 있다. 그에 비해 미국 같이 억압적 교도 정책을 취하는 나라에서는 범죄 발생률이 줄지 않고 있으며 우리 나라 역시 약 절반 정도가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형무소(形務所)가 교도소(矯導所)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아직 우리 나라 역시 개방형 교도소는 20년째 시범 운영 중이다. 국정원에 들어서면 과거 김종필이 쓴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라는 표석이 있었는데 교도소에도 '모든 재소자는 반드시 우리 이웃으로 돌아온다.'라는 글귀를 써 놓는 것이 어떨까?

 

 이어서 스웨덴의 석유 자급 노력이 나온다. 스웨덴은 2020년까지 난방에서는 0%, 산업과 운송에서는 각각 40~50%까지 석유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혁신적인 계획을 발표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놀라운 점은 볼보 자동차에서 만든 플렉시퓨얼 자동차(FlexiFuel Car)인데 에탄올을 비롯해 5가지 대체 연료를 사용할 수 있고 어떤 연료를 넣든 차 내부 센서가 연료의 종류를 자동으로 인식한다고 한다. 효율 면에서 의문이긴 하지만 정말 탁월한 발명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여전히 바이오 연료(BioFuel)에 대해서는 여전히 씁씁할 생각을 감출 수가 없다. 바이오 연료의 대표인 에탄올은 곡류를 통해 얻는데 전세계에 굶어 죽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사람이 먹는 곡물 가지고 차 연료를 만든다는 아이러니에 어안이 벙벙하다. 특히 근래 있었던 곡물 파동은 브라질이 1억 톤의 곡물로 에탄올 증류 공장을 가동한 탓이라는 주장이 일리가 있어 보인다. 일단 굶어 죽는 사람이 없앤 후에 먹을 음식 가지고 연료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한 가지 질문. 단위 질병으로 가장 많은 죽음을 낳는 병이 무엇일까? 암? 독감? AIDS? 등이 떠오를 테지만 정답은 말라리아(Malaria 이탈리아 어로 나쁜 공기라는 뜻)다. 전 세계에서 매년 5억 명 이상이 이 병에 감염되고 매년 200만 명 이상이 사망한다. 사실 선진국에서는 방역 체계가 잘 되어 있어서 말라이아 감염 환자의 수가 극소수이다. 그러나 아프리카가 동남아시아에서는 수 많은 사람들이 말라리아에 의해 사망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들 것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 가는데 왜 백신이나 치료약이 없을까? 여기에는 2가지 이유가 있다. 말라리아는 독감 등과 달리 virus에 의해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세균에 의해 감염되고 모기→간→혈액 순으로 형태를 바꿔 감염 시키기 때문에 백신과 치료제 만드는 것이 매우 어렵다. 또한 현재 치료제는 인위적으로 신체 내 활성 산소의 농도를 높여 말라리아균의 서식을 어렵게 하는 기작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노화 촉진이라는 부작용을 가지게 된다. 또 다른 이유는 돈이 안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환자가 많으니 치료약 만들면 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말라리아 환자 대부분은 가난한 나라 국민으로 치료약을 구입할 돈이 없다. 그러므로 다국적 제약 회사가 말라리아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관심이 없는 것이다. 이것이 슬프지만 명확한 사실이다. 즉, 힘들게 치료약을 만들어 제약 특허를 받아도 특허권 재정을 통해 치료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타미플루 공급에 대해 우리 나라 특허청장이 타미플루 공급이 부족할 경우 재정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언론에 흘리고 제약회사가 타미플루 공급을 늘린 예가 있었다. 이와 같이 기업은 이익이 나지 않는 곳에는 관심이 없다.

 

 얼마 전 Window 7이 발매되었고 조만간에 스타크래프트2가 발매되어 또 다시 컴퓨터 업그레이드 붐이 일 것이라고 예상된다. 그러나 기존에 사용하던 컴퓨터는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고 있는가? UN 환경 계획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매년 5000만 톤의 전자 쓰레기가 발생하는데 그 중 70%가 중국으로 들어온다고 한다. 비록 계약 상으로는 그대로 재활용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부품을 분해하여 금을 추출하고 있다. 이는 심각한 중금속 위험이 된다. 이에 대해 세계 각국은 1992년 6월 바젤 협약(유해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처리에 관한 국제 협약)에 따라 유독성 폐기물의 국제 이동을 금지하고 있으나 미국은 자국 기업들의 반대로 비준을 유보하고 전자 폐기물 수출을 합법화하고 있으며 역시 교토 의정서(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관한 의정서)에서도 2001년 3월에 탈퇴하였다. 결국 미국은 환경 보호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오직 자국 산업 보호에만 관심있을 뿐…. 사실상 바젤 협약이나 교토 의정서에서 최대 전자 폐기물 수출 및 온실 가스 배출 국가인 미국이 가입하지 않으면 효용이 없음에도 미국은 국익을 위해 환경 보호에 대한 국제적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이런 미국이 과연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

 

 이 외에도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책 제목 그대로 세계를 보는 새로운 창이 생긴 듯 하다. 평소 <W>를 즐겨 보는 사람이나 혹은 시청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 책은 여러분께 서구 언론의 시각, 자본의 논리와는 철저히 분리된 새로운 창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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