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는 동네마다 제삿날이 같은 집들이 많다. 우연이 아니라 일시에 마을주민들이 몰살당한 역사의 그늘이 있기 때문이다. 내일은 4.3제주민중항쟁일이다.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제주도민 중 약 1만명이 죽임을 당했고, 3천여명이 행방불명된 한국현대사의 지울 수 없는 아픈 역사이다. 해방이후 미군정의 실정에 대한 민중의 무장봉기 형태로 나타난 4.3은 결국 대규모 토벌과 서청(서북청년단)과 같은 우익단체의 탄압의 광풍에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사건으로 여수순천사건 등도 사건의 전후관계에 괘를 같이하고 있다.

대학시절이었으면 꽃 피는 지금이 새 봄을 맞는 흥분보다 집회와 시위준비로 한참 분주하였을 것이다. 4.3이 있고, 4.19가 있고, 5.1노동절, 5.18광주항쟁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생활 초년에 바로 오늘같은 4.2일 저녁...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이 무심토록 조용한 회사 공장터가 너무너무 적막하고 쓸쓸하여 늦은 퇴근길에  '잠들지 않는 남도'를 혼자 부르며 기숙사로 들어갔었다. 외로웠다.

오늘 일을 하다 이런저런 생각에 시달리다...그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를 떠올리게 되었다. 부끄럽지는 않았다. 한때 나와 생각을 달리 하던 사람들을 이해조차 하기 싫을 정도로 외면했던 적이 있었지만, 곧 그들의 존재가 열린사회의 다양성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었다. 내게 그런 생각이 가능했던 것도, 어찌보면 외면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그러나, 불행이도 그들은 아직도 나의 생각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동시에 나의 다양성을 인정하려고도 이해하려고도 하지않는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또한 외로운 노릇이다. 그러나 부끄럽지는 않았다.

나를 이해함과 동시에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타인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나를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한낯 가식덩이에 불가하지 않겠는가? 세월은 사람을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 가르침을 주는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부끄럽지 않았다.

내일은 4.3이다. 또 하루가 부끄럽지 않기를 바란다. 잠들기 전 오래동안 덮어두었던 현기영의 순이삼촌을 다시 읽어보자.


제주 4.3 범국민위원회     http://www.cheju43.org/ 

제주 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     http://www.jeju43.go.kr/

제주 4.3연구소    http://www.jeju43.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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