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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 올마이티 - 아웃케이스 없음
톰 새디악 감독, 모건 프리먼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 지난 리뷰 옮기기 >
작성일 : 2007년 10월 5일
" 왜 하필 저에요? 왜 방주를 지으라고 하냐고요."
"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말하지 않았나? 난 그 기회를 주는거야."
어느 날 갑자기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마법사 할아버지처럼 수염이 계속 자라고, 동물들은 짝을 지어 자신만을
?아다니는 바람에 일상생활을 하기가 힘들어진 에반이 눈 앞에 있는 신에게 원망을 하자, 신이 응답한 내용이다.
잘 나가는 뉴스 앵커에서 하원 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승승장구 성공의 인생을 걷는 그는 선거 당시
" 세상을 바꾸자 " 라는 슬로건대로 새 집에서의 첫날 밤 기도를 한다.
그러니까 신은 그 기도를 들어준 것 뿐이라고 하는데, 정작 본인은 미칠 지경인거다.
신을 믿는 자들은 영화의 에반처럼 진짜로 '나 신이다'라고 말하는 이가 나타나면 오히려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무슨 웃긴 아이러니인가.
신을 믿는다고 하는 그들은 눈 앞에 신이 나타났어도 '상식 밖' 이라며 그 존재를 처음부터 순수하게 믿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들은 도대체 뭘 믿고 있는 것일까.
눈 앞에 보이는 것, 자신이 인간 사회에서 학습한 '상식적인 것들'이 아니면 믿지 않는 사람이 믿는 그것은 진짜로
신인가 아니면 종교인가?
차라리 솔직하게 '신이라는 증거를 보여주세요' 라고 말을 한다면 낫지, 무조건 미친사람 취급한다는게 문제이다.
(에반의 모습이 변하기 전, 자신의 의원실에서)
그렇다면 에반은 '세상을 바꾸는'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좀 더 살기 위한 도시 개발 계획? 전쟁이 없는 세상? 모두가 잘 사는 유토피아?
물질문명의 혜택을 마음껏 누리며 국립자연공원을 없애고 개발하자는 상원 의원의 법의안에 지지하겠다고 나서는,
그것을 성공의 발판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을 하는 에반이 말하는 '세상을 바꾸는 일'이란 이런 것이었던가.
신은 말한다.
" 방관하지 않고 아낌없이 사랑해주는 것 "
그것이 바로 세상을 바꾸는 일이란다.
알다시피, 이 영화에서의 신은(모간 프리먼)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Bruce Almighty)'에서도 신으로 나왔던 아저씨다.
그 때도 지금도 올 화이트로 옷을 입고 부드럽지만 카리스마 있는 분위기 풀풀~ 풍기고 다니는 흑인 아저씨,
이젠 헐리우드에서 '신' 역할로 자리매김했나 보다. (웃음)
'에반 올마이티(Evan Almighty)'는 '부르스 올마이티'의 속편이라더라. 어쩐지 신이 같더라니.
(브루스 올마이티 중에서 1)
(부르스 올마이티 중에서 2)
갑자기 옛날 옷을 입고 머리와 수염은 산발인채 '노아의 방주'를 짓겠다고, 홍수가 날거라고 하는 남편을 미쳤다고
생각하며 아들 셋을 데리고 집을 나가있던 아내의 앞에 다정한 흑인 아저씨는 또 한번 감동적인 이야기를 해준다.
" 사람들은 신에게 기도를 하지. 용기를 달라고. 하지만 정말 신이 용기를 바로 주는걸까?
신은 그 사람이 용기를 부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거야.
사람들은 행복하게 해달라고, 가족과 더욱 더 사랑하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지.
신은 그 사람에게 당장 사랑을 주지 않아. 사랑할 기회를 주는거야."
예전에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오프라가 자신의 옛 이야기를 풀어놓은 적이 있었다.
그녀는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에 너무 출연하고 싶었는데, 자신이 너무 뚱뚱하고 못생겨서 캐스팅이 안될거라고
생각했었단다. 그래서 운동장을 죽어라 뛰며 울면서 기도를 했다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바이블송을 부르면서. 땀과 눈물이 뒤범벅되어 '그 영화에 출연하게 해주세요, 해주세요' 하고
울면서 몇시간을 기도했다고 하는데. 나중에 전화가 오더란다.
" 오프라, 당신이 그 영화에 여주연으로 캐스팅되었어요!! 그런데 지금 운동을 하나요?
아니, 그게 왠말입니까!! 만약 당신이 살을 뺀다면 우리는 다른 여배우를 찾아야만 한다구요!"
그녀는 그게 자신의 진심을 담아 기도를 한 덕이라고 생각하면서, '기도를 할 때는 구체적으로, 진심으로' 하라고
시청자들에게 충고해주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게 아닌 것 같다.
그녀는 전부터 그 영화에 관심을 갖었었고, 마음속으로 계속 기도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신은 기회를 주었는데, 그녀는 만족스럽지 못한 오디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회를 잡고 싶어서 죽어라
운동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꼭 해야겠다는 열정으로 부딪힌 그녀의 의지가 이미 그 기회를 잡았던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수 많은 기회를 접하고 산다.
그것이 신이 내려준 기회이든, 인생이 주는 기회이든간에 우리는 그것을 자신이 원하던 것을 얻기 위한 수단임을
자각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놓치고 만다.
나 역시 그렇다.
늘 용기를 달라고 마음으로 기도를 하지만, 정작 용기를 부릴 기회를 만들 생각조차 안하거나 용기를 부릴 의지를
만들어내지도 않는 것이다. 그러니 용기라는 것이 표면 밖으로 나올 턱이 있겠는가.
나는 행복해지고 싶어요.
그러나 눈과 마음을 꾹 담고 있는데, 스스로를 사랑해주지 않는데 어찌 행복할 수 있겠는가.
갑자기 기회에 얽힌 우스개 소리 하나가 생각난다.
바다 한가운데서 배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는 열심히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구명 보트가 그를 구하러 왔는데, 그는 극구 사양하며 이렇게 말했다.
" 전 하느님이 구해주실거에요!! 괜찮아요. 하느님이 구해주실거라요!! "
그 사람의 고집이 너무 완고해서 구명 보트가 그냥 갈 수밖에 없었고, 그는 비바람 속에서 계속 기도를 했다.
잠시 후 두 번째 구명 보트가 와서 그를 또 구하러 왔지만 그는 또 사양하며 자신의 믿음을 자부했다.
그러나 거친 폭퐁우 속에서 배는 침몰했고 그는 죽었다.
하느님 앞에 간 그는 원망을 하며 따졌다. 왜 자신을 구하러 와주지 않았냐고. 그러자 우리의 하느님 하시는 말,
" 아, 그래서 구명 보트를 두 번이나 보내줬잖아 !! "
혹시 지금도, 나는 수 많은 기회들을 -
과거 내가 그토록 원했던 것들을 이룰 수 있는 것들을 위한 기회들을 못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에반이 먹고 있는 빵을 달라고 조르고 있는 동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