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문쿨루스 4
야마모토 히데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 지난 리뷰 옮기기>

    작성일 : 2007년 3월 9일

 

 

    어릴 때, 상상했던 바다는 -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멋지고 근사하고 약간은 쓸쓸한 기분이 드는 그런 곳인 줄 알았다.
    그러나 어릴 때, 처음으로 만난 바다는 너무 뜨거운 모래와 너무 짠 소금물이라는
    정말 낭만적이지 않은 첫 경험이었다.
    어릴 때, "바다의 물은 짜다." 라는 지식을 배웠음에도 "짜봤자지." 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나에게 바다는 "어떠냐?" 라고 하듯 엄청난 -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무지 짜서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 나이 또래 누구나 그랬듯,  모래 두꺼비집도 짓고 모래성.......은 기술 부족으로 못해서 간단한
    모양의 댐 같은 것을 만들며 무언가 만들어냈다 라는 성취감에 좋아하고 있었을 때
    심술쟁이 파도가 홀라당 쓸어가 버리고 마는 것이다.
    오기가 발동.  파도가 못 올거라고 생각하는 지점까지 물러나서 다시 짓고 있는데 아까보다 더 큰
    파도가 또 쓸어가 버려 내가 열심히 만든 모래집 같은 것들이 좌르륵 무너졌다.
    어랏, 어째서 파도는 내가 점점 뒤로 물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나의 모래성을 부술까.
    그 때는 바다의 물이 나가고 들어오는 것에 대한 지식이 없었기에 자꾸만 나의 모래성을 부수는
    바다가 미웠다.

 

    [호문쿨루스] 3,4권에는 자신의 존재감에 대한 것 - "나는 누구지?" 라는 대답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온 몸이 모래로 구성되어 있는 소녀가 나온다. 사실, 자세히 보면 그것은 모래 알겡이가 아니라
    수 많은 언어와 단어와 숫자, 기호들로 만들어진 '먼지'들이다.
    자신의 본질적인 '나'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하는 것을 부모와 주변 사람들, 사회에서 정해주는
    "이래야만 돼." 라는 메뉴얼만으로 자신을 채우고 있는 길 잃은 소녀.
    그 무형체의 소녀의 호문쿨루스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이토' 는 투명해서 보이지
    않는 호문쿨루스를 가지고 있다.  '모래 소녀' 보다 '투명한 형체 안에서 무언가 끓고 있는' 이토가
    더 신경쓰이는 '나코시' .
    '이토'의 그것은 흡사, 영화 [할로우맨] 에 나오는 투명인간과 같은 성질이었다.

 

    인간의 심층 깊은 곳 - 무의식의 상처받고 두려워하고 숨기고 싶은 '본질적 자아'를 의식으로
    끌여 올려 '성불' 시켜야 된다고 말하는 '이토'의 물렁물렁 투명한 형체를 볼 때마다 왜 나는
    찔금거리게 되고, 좌절할 때마다 무너지는 소녀의 먼지들을 볼 때마다 왜 나는 흠칫하게 되는걸까. 

    나는 나를 짓고 싶었다.
    하지만, 나를 짓고 있었던 것은 내가 아니라 '수 많은 거짓'과 '환상' 이였다.
    그래서 나는 속이 텅빈  모래성이 부서져 색도 없고 형체도 없는 그것이 나올까 두려워 하면서도
    내 안에서 살고 있는 두 마리의 벌레가 혁명을 일으켜 나를 '성불'시켜 주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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