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그렇게 되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인간 관찰, 세상 관찰을 어느 순간부터 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고 자신에게로 관심의 방향표를 틀지도 않았다.

        애초에 내 자신에게는 원래 관심이 없었다.

        (그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을 최근에야 깨달았지만, 어떻게 하면 내 자신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지 - 그 방법은 아직 모른다...)

 

        얼마 전부터,

        나는 엉뚱하게도,

        자주 가는 공원에서 살고 있는 개미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더 정확히는,

        개미들에게 먹을 것을 주는 만족감에 중독되어 있다.

 

        처음 시작된 것은,

        산책로 옆의 오래 전에 잘려버린 어느 나무 밑둥에서 살고 있는 몇 마리의 개미들을 발견했을 때이다.

        처음 내 눈에 비친 그들은 - (정확히 말하면, 개미들에 대해 무지한 내 뇌 속에 비춰진 영상은 -)

  

        그들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나무 밑둥 근처를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었다.

 

        크기는 대충, 7~8mm 정도 될까?

        물론, 그들이 평소 걷는 자세가 아니라,

        기지개를 켜듯 몸을 일자로 죽 뻗었을 때의 모습을 연상하면 그 정도 길이는 될 것 같았다.

 

        개미들 언어로 하면, 자신들의 길이가...

        한.. 3~4머리 정도 길이일까?

 

        처음 내가 알게 된 지식은,

        처음 발견하게 된 그 무리들은 나무 밑둥을 중심으로 땅 속에 복잡한 지하도를 만들고 살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나는 그들을 [나무 밑둥의 검정 개미들]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처음에 쳐다보기만 하다가, 우연히 공원의 앵두 나무에서 열린 앵두 몇 개를 주었을 때 나는

        그 '나무 밑둥의 검정 개미들'이 이상한 행동을 한다는 것을 깨닫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들의 그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 때문에 나는 개미 관찰을 시작하게 된 것 같다.

        그들을 시작으로 나는 하나의 공원 안에 여러 종의 개미들, 여러 군단의 개미들 집을 발견하고

        급기야 서서 걷고 있다가도 길바닥을 꼬물꼬물 걷고 있는 아주 작은 1~2mm의 개미들도 한 번에

        발견할 정도의 놀라운 시력을 발휘하고 있다.

 

        쓸데없는 초능력이 생긴 탓에, 나는 이제 공원을 걸을 때, 개미들을 밟지 않도록 온 신경을 써야 한다.

 

        그 '나무 밑둥의 검정 개미들'은 처음 내가 앵두를 잘라 주었을 때,

        앵두의 벌어진 틈 사이로 주변에서 가져온 돌멩이들을 쑤셔 넣는 기이한 행동들을 했다.

        나는 그들이 먹기 좋게 일부러 손톱으로 앵두 사이를 벌려준 것인데...

        그들의 머리 크기만한 큰(?) 돌멩이나 그들의 몸 길이만큼 긴(?) 털 같은 것들을 가져다가 자꾸만

        앵두의 벌어진 속을 채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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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ne_Hebuterne 2012-08-07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으로 개미를 짓이겨 죽이던 날, 내겐 바스락 소리조차 없지만 그 한 마리에게는 우주가 짓이겨지는 거대한 소리가 들렸을 거라고 생각하던 날, 나는 이미 죽어가는 것 같았어요.

왜 이렇게 뜸하셨어요, 엘신님!!!

2012-08-07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07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L.SHIN 2012-08-08 12:32   좋아요 0 | URL
무엇이든지... 말입니까? 정말로? (웃음)

2012-08-08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2-08-07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신님 너무 오랜만이에요. 반가워요. 잘 지내신 거죠? ^^
초능력이 더 생겨서 어떡해요.ㅎㅎ
나무 밑둥의 검정 개미들, 앞으로도 엘신님의 관찰기가 궁금해질 것 같아요.

L.SHIN 2012-08-08 12:26   좋아요 0 | URL
오랜만입니다, 프레님~^^
기왕이면 쓸모있는 초능력이 생겼으면...ㅎㅎ
여전히 아름다운 글들을 쓰고 계시는 프레님을 보면서 왠지 안심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치유 2012-08-08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브리핑에 떠서 쌔~앵 하고 달려왔습니다~!@
잘지내시지요?
외계인과 개미라...
인간을 관찰하는게 훨씬 더 재밌을텐데요..^^

L.SHIN 2012-08-08 12:29   좋아요 0 | URL
오랜만입니다, 배꽃님~^^
물론 다양성과 예기치 못 했던 반전, 인간 특유의 이중성 등 여러가지를 비교하면...
당연히 곤충보다는 인간관찰이 더 흥미롭습니다만, 가끔의 외도는 괜찮지 않을까요? (웃음)

레와 2012-08-08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안녕 엘님~

L.SHIN 2012-08-08 19:10   좋아요 0 | URL
안녕, 레와님~^^
레드 와인을 볼 때 마다 레와님이 떠오릅니다.
왜 그런지 기억하실까?

saint236 2012-08-22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거의 베르나르베르베르의 경지에 오르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