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마을에 입주한지 3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여기선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친한 혹은 만나고 싶은 알라디너들은
  오프라인에서 절대 만나지 말 것. 

  이상하게도, 그들은,
  만나기 전까진 '지금 당장 만나지 않으면 안돼'
  할 정도의 발딱발딱한 우정과 애정과 관심을
  과시할 정도로 친했는데,
  오프라인에서 만나고 난 이후로는 시들해지거나
  왠지 모를 서먹함이 보이지 않게 얇은 막이 쳐진다. 

  그것은 피차 내쪽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는 반응이라서
  더욱 더 애석하다.
  서로의 글만으로 상대에 대한 이미지나 느낌을 만들었다가
  막상 서로 만나면서 베일이 벗겨지고 난 후의, 일종의, 뭐랄까,
  목표하던 것을 성취하고 난 뒤나 시험을 다 치르고 난 뒤에
  나타나는 공허하고 멍한 상태.
  즉, 상대에 대한 호기심이나 신비감이 없어지고 나서 생기는
  권태감 비슷한 걸까? 

  아직도, 이 곳의 알라디너 중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꾹 참기로 했다. 영원히. 

  여기에서 너무 친하니까 너무 만나고 싶은 것 뿐인데.
  그렇다고 한 번 만났다가 앞의 경우처럼 또 이상하게
  소원해지는 관계가 되어서 가랑비가 적시듯 상처가 되면
  아, 정말이지, 안 그래도 사람들한테 실망 많이 해서
  더 이상 실망할 공간을 내줄 여력도 없는데, 곤란해지잖아. 

  아, 물론 만나고 난 이후에도 변하지 않는 우정을 과시하는
  분들이 두 분 있다. 딱 두 분.
  한 분은 살청님이었는데, 지금은 여기에 없다.
  한 분은 ㅁ ㅁ ㅁ인데, 그 분은 너무 천사 같아서 같이 있으면
  내 영혼이 다 부서져 흔적조차 없이 우주로 날아갈 것 같더라. 

  지금도  '전에는 무척 친했지만 지금은 왠지 서먹해진'
  분들과 대화를 하며 무탈하게 지내는 상황임에도,
  나는 정말로 가끔씩 전의 그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
  마치, 이제 내가 다시는 그들과 대화하거나 만나지 못할 것처럼
  아득한 과거의 추억처럼. 그러면, 왠지 가슴 한켠이 울렁거린다. 
    

  그러니까, 다짐했다, 혼자.
  그냥 이대로 만족하자고.

  그냥..
  이대로도 좋지 않은가... 하고. 

 

  이제,
  씁쓸함은 훌훌 털어버리자고.
  그냥,
  전처럼 나 혼자 신나서 까불어대면 그만이다. 

  단, 절대로 만나지는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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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12-21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 글은 너무 쓸쓸한 걸요... 외로움이 잔뜩 묻어나잖아요. 위로해줄 방법도 모르겠는데...

2009-12-22 0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2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9-12-21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건 정말 슬프다... ㅜㅡ

L.SHIN 2009-12-22 07:46   좋아요 0 | URL
별로 슬프지 않아요.
지금처럼, 그냥, 잘, 재밌게 지내면 그만이니까요.^^
온라인에서.

순오기 2009-12-21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나는 짧은 알라딘 생활에서 참 많은 알라디너를 만났어요.
벌써 두세 번씩 만난 분도 있고요.
하지만~ 나름의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발견해도 싫지 않았고, 만남 이후 더 친밀하고 좋아졌어요.
앞으로도 만나볼 기회가 된다면 그냥 만날려고요~ ^^

L.SHIN 2009-12-22 07:4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는 그들이 만나고 난 이후에도 계속 좋던데.
그들은 안 그런가봐요. 그러다보니 내쪽에서도 소원해지게 되더라구요,자연스럽게.
외계인을 실제로 보니까 적응이 안되던가? ㅎ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12-21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난 특별히 그런 사람이 없는 이유는..
상상력이 부족해서 이미지를 잘 못만들어서 인거같아요 ㅠ.ㅠ

L.SHIN 2009-12-22 07:49   좋아요 0 | URL
그건 상상력과 무관한 것 같은데..^^;
뭐랄까, 휘모리님을 좋아하는 거에요. 온라인상이나 오프라인상이나.
그런 거 아닐까요? 아니면 휘모리님은 지구인이니까 상관없을지도? (웃음)

무해한모리군 2009-12-22 09:30   좋아요 0 | URL
아니 특별히 친하게 지내지 못하는지도..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2009-12-22 0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2 0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302moon 2009-12-22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저와도 안 만나실 건가요?
근데, 말이죠.
나도 그 걱정을 살짝은 했었어요.
만나고 난 이후, 서로의 신비주의가 벗겨지고 난 다음에,
서먹한 관계가 되지 않을까 하고.
또 근데, 말이죠.
만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는 거 알아요?//

L.SHIN 2009-12-23 09:27   좋아요 0 | URL
만나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은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그러나 그만큼 이후에 생길지도 모를 서먹거림 역시 크게 부메랑처럼 돌아오겠죠.
문님은 어느 순간부터(내가 문님의 개인 홈피나 블로그에 놀러간 시점부터)
'알라디너'가 아닙니다. 그저, 나의 개인 '지인'이 되어버렸으니까요.
그러니까 만나야죠, 당신은. ^^

마녀고양이 2009-12-26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같은 느낌이었는데, 항상. 여러 카페에서 만났던 사람들, 아직도 만나는 사람들. 내가 쓰는 글은 은연 중에 나를 미화시키고 치장하나봐요. 만나고 나면 항상 허무한 걸 보면. 있는 그대로, 편안하게... 사람들과 있고 싶습니다.

L.SHIN 2009-12-26 17:36   좋아요 0 | URL
흠, 저는.. 엉뚱하고 제멋대로에 어린애스러운 면이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나 똑같은데..ㅜ_ㅡ
어쨌든, 아직도.. '만나고 싶은 알라디너'가 가슴에 새겨져 있어서..무척 아쉽고..안타깝고..
뭐, 그렇습니다..^^;

2009-12-29 1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9 1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9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31 0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