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십수분 전 일이다. 

  요즘은 거의 매일 택시를 타다 보니까, 면역이 되어서
  '난 택시가(정확히 말하면 택시 아저씨) 제일 싫어~'가
  스물스물 중화되어 가고 있었는데,
  대단한 택시, 역시나 내게 실망을 폭 안겨주셨다. 

  ㅡ.,ㅡ^ 

  일이 끝나고 나서(더불어 사건도 터진 바람에 경황 없는 정신으로)
  택시를 타고 총알같이 귀가했다.
  안그래도 정신 사납고 흥분 되려는 마음 애써 잡고 있는데,
  이 아저씨 염장질을 하네. 

  일-잠-일-잠...을 반복하고 있는 요즘은
  택시비 말고는 돈 쓸 일이 없는데다
  (술을 자주 먹어서 자가용은 못 끌고 다니니까-_-)
  지갑에 얼마를 들고 다니는지 관심이 없는 녀석인지라
  택시를 타고 나서야 돈이 모자르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책상 서랍에 넣어놓은 현금을 빼서 줄 생각으로
  집 앞까지 타고 왔더랜다.
  (평소 같으면 집 앞까지 택시 타고 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건만..) 

  분명히 미터기에 형광색으로 금액이 표시되어 있는 것을 서로
  말로 확인하고 집에 갔다 나왔는데
  왠걸.
  미터기가 인공지능이라서 삥 뜯는건가?
  어째서 금액이 400원 추가해서 바뀌어져 있는게냐. ㅡ.,ㅡ 

  당연히, 

  "뭐에요, 아저씨. 아까 확인하고 왔는데." 

  라고 말했어야 하나,
  불과 30분 전까지 사건의 현장에 있었던 나로써는
  아직도 정신이 돌아오지 않은 공황 상태이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그냥 그대로 계산해 주었다. 

  그런데, 방에 들어와 침대에 앉아 있자니
  갑자기 울컥거리는게다.
  나의 멍청함에,
  아저씨의 괘씸함에. 

  내가 이래서 택시가 싫다니까.
  물론 착하고 정직하고 매너 좋은 택시 아저씨도 많지만,
  내가 재수가 없는건지
  택시와 궁합이 안 맞는건지
  늘 이런식이다. 

  그깟 400원이 아까워서가 아니다.
  날 속인게 열받는거다.
  아무리 불경기라지만 자기 양심을 속여서야 되겠니?
  그딴식으로 살아서 얼마나 부자되려고? 

  사람한테 실망하는 것 만큼 기분 더러운 것은 없다.
  아저씨, 세상에 공짜는 없어.
  내 가슴에 쓰라림을 준 만큼 아저씨도 대가를 치르게 될거야.
 

  내일부터 택시 안탈꺼야.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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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9-01-18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혹시 그거 기다리는 동안에 들어간 값도 포함하신게 아닌가 싶어요. 문을 열고 나가실 때 미터기를 멈추었다면 제 값일텐데, 안 그랬다면 갔다오는 동안에 백원, 이백원 계속 올라갔을거에요. 아저씨가 그냥 놔둔 것 같아요. 저도 요새 택시를 자꾸 타게 되는데, 날이 추워서이기도 하고, 어째 항상 있는 위치가 전철역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서... -_- 택시비는 가급적 안써야하는데...

L.SHIN 2009-01-19 05:55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곰곰히 기억을 더듬어 보니까,
아저씨가 손으로 꾹꾹 뭘 누르고 있더라구요.ㅡ.,ㅡ^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아저씨가 모르고 미터기를 놔두었다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러게요, 택시비도 은근히 지출 많이 나간다니까요.
아프님, 잠깐이라도 찬바람 쐬면 감기군이 좋아라 설쳐대니까 조심하세요.

이매지 2009-01-18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말씀처럼 차는 멈춰있어도 미터기는 따박따박 올라가서 그런 거 같아요-
근데 사실 엘신님처럼 집에 돈 가지러 간다고 하고서 도망가는 사람도 엄청 많아요.
세상에 못된 사람 참 많죠. 쩝.

L.SHIN 2009-01-19 05:56   좋아요 0 | URL
정말요?
바로 집 앞에 세웠으니까 도망간다해도...결국 코 앞에서 잡히지 않을까요?(긁적)
보통은 멀리서 세우나..헤엥. 택시비 몇 천원씩 모아모아 힘들게 사는 분들도 많은데,
도망가는 것은 좀 너무한 듯 싶습니다.-_-

웽스북스 2009-01-18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택시 기사님들은 시간이 곧 돈이라 시간에 엄청 민감하세요. 사실 아저씨 입장에서는 400원 안받고 안기다리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는. ㅎㅎ 엘신님, 지구 생활 참 힘들죠 ㅋㅋ

L.SHIN 2009-01-19 05:58   좋아요 0 | URL
그...2,3분 사이에 돈이 따박따박 올라갈 줄은 생각도 못했답니다.ㅜ_ㅡ
지구 생활, '이젠 그 무엇도 거뜬없어. 왠만한 것은 엉덩이로 코웃음 쳐주지!' 라고 큰 소리
치고 싶지만...그게 참, 끝도 없이 새로운 것에 부딪혀야 한답니다.(웃음)

가시장미 2009-01-18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택시기사랑 실갱이 하다가 경찰서까지 가본 사람인데... 그래도 난 택시가 좋던데..(택시 기사는 싫지만..ㅋㅋ)
1900원 기본요금에서 100원 올리려고 일부러 더 가서 세워주는 택시기사들도 있죠. 가끔 그런 사람들 보면,
전 연민의 눈빛을 보내준답니다. 그래 100원.. 먹고 떨어지삼.. 뭐 이런 심정으로.. 크크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냥 먹고 떨어져라.. 하는 마음.. 어때요? 그래도 400원은 좀 아깝네요. (웃음)

L.SHIN 2009-01-19 06:00   좋아요 0 | URL
전 잔돈 안 받고 내릴 때도 종종 있거든요. 그 돈이 아깝지는 않습니다.
그저...속았다는 생각이 드니까 좀 씁쓸하더라구요..^^;
요즘 같이 서로들 주머니 꽉 움켜쥔다는 때에, 모범택시 보면 더 안쓰럽더라구요.
그만큼 사람들이 덜 탈테니까.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