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인 것 같다. C가 소장하고 있던 책 무더기들을 버린다고 내놓은 것을 보고 나는,


    " 아니, 책을 왜 버려~ "

    하면서 쓸만한 책들을 내 방으로 끌고 와 쌓아 놓았다.
    그 선별된 책들 중에서도 내가 읽을만한 것들은 내가 가지고 나머지 것들은 중고샵에 팔까 해서.
    차라리 중고로 파는게 낫지 버리는 것은 상상을 할 수가 없다. 책을 버리다니!!
    책을 비롯하여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물건들은 중고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자고
    생각을 했지만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어느 날인가 책들을 들춰 보다가 눈에 띄는 한 권의 책을 집어서 내 책장에 꽂았었다.
    그것이 바로 [한국의 부자들]
   

    
   

 

 

    그리고 나서 이번에 손에 들고 보았는데 맨 뒷장의 여백을 보니 구입한 날짜와 내 서명이 있었다.
    오잉? 이게 웬일. 내가 이 책을 샀던가? 그렇다면 어째서 기억도 없나. 왜 C의 소장책들에 끼어 있었나.(긁적)
    어쨌거나 모든 책은 다 때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사놓고 몇년 후에 읽는 내 습성을 생각해보면 무리도 아닌가.
    서명 날짜를 보아하니 2003년 7월, 그러니까 나는 5년째가 되어서야 읽게 된 것인데,
    '언젠가는 내게 필요할 것'이라는 나의 예상은 적중했다. 오랜만에 책을 맛있게 먹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부자들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악바리처럼 돈을 모으는 것에도 관심이 없고, 사치를 부리거나 '있는 폼' 잡고 사는 것에도 관심이 없다.
    성공이나 유명세 타는 것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다. 내가 늘 갈구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것'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왠일인지 이 책이 너무나 맛있는게 아닌가.
    여전히 부라는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긴 마찬가지이지만, 조금은 부자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그러나 이 책이 소개하는 것처럼 '자수성가한' 부자들에 대해서만 맛보았기 때문에 실제 내 주변에 있는
    '타고난' 거물급 부자들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백지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수성가형 알부자이든 거물급 타고난 부자이든 모두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이
    나는 재미있다. 그들이라고 일반인들과 다를게 없다는 것을 최근에 경험으로 깨닫고 있는 중이다.
    어떤 분 때문에 흥미가 생겨서 이 책을 읽은 것 뿐이니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돈을 물 쓰듯 사치를 부리며 사는 부자들보다
    늘 아끼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부자들이 더 많은게 현실이라는 점이다.
    부자는 필요한 것만을 산다. 빈자는 필요 없는 것도 산다.
    부자는 자신의 능력 범위 안에서 지출을 하지만 빈자는 능력 밖의 지출을 한다.
    부자는 저축을 많이 하고 돈을 불릴 수 있는 투자를 많이 하지만 빈자는 저축을 안 하는 사람이 이외로 많다는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딱히 필요하지도 않는 것들에 지출을 많이 했다.
    버는데로 돈을 썼다. 사람들을 만나 하루 저녁에 몇 십만원을 써도 신경쓰지 않았었다.
    매달 옷이나 기타 필요없는 것들을 사는데에 엄청난 지출을 해대며 살았었다.
    주변인들에게 고급 선물을 아무 때나 해주는 것을 좋아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마음의 공허함을 그런식으로 달랬던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쇼핑을 하고 선물을 하고 사람들에게 돈을 써도 마음의 허전함은 채워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좋아할지 몰라도 나는 정작 마음을 여는 사람을 두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것으로는 공허함을 채울 수 없다는 것을 어느 날 깨달았던 것일까.
    몇 년 전부터 나는 지출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고 착하게 저축을 잘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나를 좋아한 것은 나의 타고난 자유분방한 성격 때문이지 돈 씀씀이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걸렸다. 좋게 말하면 자유분방, 솔직하게 말하면 제멋대로의 이기적이고 건방진 캐릭터였는데 말이다.
    어쨌거나 과거의 '화려한' 그러나 '가벼웠던' 나는 버린지 몇 년이 되다 보니, 지금의 '얌전한(?)' 내가 되어버렸다.
    돈 버는 것도, 돈 쓰는 것도 재미없는 그런 상태로 몇 년을 또 살다보니 서른이 되더라.

    내가 이 책을 재밌게 먹을 수 있었던 이유는, '돈에 눈뜨자'가 아니다.
    이들의 열심히 사는 모습들을 보면서 내가 참 바보같이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인생의 목표를 '큰 돈 모으기' 이든 대단한 일을 해보겠다는 것이든 간에 나는 열정을 태울 무언가가 필요했던 것이다.
    나에게 의욕이라는 것을 일으켜줄 무언가 자극제가 필요했었다.
    어릴 때 부터 뭐든지 혼자서 해결했던 나로써는 남에게 의지가 되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강한 사람'은
    되었지만, 정작 내가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상담자나 조언자는 갖추지 않아 인생이 공허했던 것.
    도대체 언제부터 나는 마음을 열지 않는 아이가 되어버린 것일까.
    언제부터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걸까.

    어쨌거나, 왜 큰 돈을 버는지 모으는지에 대한 질문을 누군가 한다면 여전히 대답은 "...." 이겠지만,
    지금부터는 그 이유를, 목표를 찾아볼까 한다.
    그래, 하다 못해 내가 좋아하는 동물들과 자연을 위해 무언가 헌신할 수 있는 일을 한다던가 혹은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한 경비 비축을 목표로 한다던가 하는.(웃음)

    으구 - 그냥 재미반 호기심반으로 읽은 책이 이렇게까지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게 만들줄이야. =_=
    (이게 다 S와 대화하다가 혼자 기분이 상해서 그래. 리뷰를 쓰려고 했는데 결국 두서없는 소리만 주절주절)

 

    돈이 있으면 좋다. 그러나 돈이 꼭 인생을 행복하게 해주지는 않는다.
    돈은 쓰고 싶은 데가 생겨야먄 비로소 모아진다.

 

    그것도 아주 고상한 지출 목적이 있어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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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a 2008-05-22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년전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서평과제를 내준 적이 있어요. 그때 내줬던 책이 '패스트푸드의 제국'이었는데, 저는 학생들이 미국의 패스트푸드 산업의 문제를 다시금 생각해 보라는 의도였거든요. 근데 제법 많은 학생들은 것보다 미국의 대표적 패스트푸드의 설립자들의 성공기에 필이 꽂혀가지고서는 저를 좌절케 했었답니다.
Lud-S님께서 책에서 인용한 '부자는 필요한 것만을 산다. 빈자는 필요 없는 것도 산다....' 이런 대목은 저한텐 정말 하나도 해당안되고 안 맞아요. 전 저축도 열심히 하고 책값, 밥값, 차비 말고는 별로 쓰는 돈도 없고. 능력밖의 지출도 안하는 것 같거든요. 근데.. 적다보니 참 재미없게 사는 거 같군요. 흠흠~~

L.SHIN 2008-05-22 23:54   좋아요 0 | URL
그 책의 본뜻을 이해하기에는 학생들이 너무 어렸던걸까요? ^^;
책이란게 원래 나이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읽혀지기도 하니까요.
로사님같이 저축 열심히 하고 필요한 지출 외에 알뜰하게 사시는 분들이 많다면 더 좋을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더군요.(긁적 -_-a)
하지만 이번에 유럽 가시는 것은 정말 부럽단 말에요! 이미 로사님은 즐겁게 사시는거 같답니다.^^

chika 2008-05-22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갑자기, 돈이 하나도 없어서 집까지 사십여분을 걸었다거나 (제가 사는 곳에선 걸어서 십여분 거리도 버스 타고 다니던 곳이어서 그당시 사십여분 거리는 도저히 걸어다닐 거리가 아니었지요. 지금은 물론 간혹 걷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돈이 없어서 일년에 한번 책을 살 때 서점에서 하루종일 살았다거나, 돈이 없어서 배가 고파 죽겠는데도 밥 한끼 사먹지 못했다거나....
이런것들이 한번쯤의 경험이라면 추억이 될 것이고, 일상이라면....
갑자기 이런것들이 왜 떠오르나 몰라요. 사실 내가 성당에 처음 다니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1학년때였는데..그때 주일 봉헌금이 없어서 성당 다니는 걸 관뒀던 적도 있다구요. ㅋㅋ (아니, 뭐 웃을일은 아닌데...)
근데 왜 뜬금없이 이런 빈축을 살 이야기를 여따가? ㅠ.ㅠ

L.SHIN 2008-05-23 00:00   좋아요 0 | URL
누구나 한번쯤은 그런 경험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어릴 때, 무언가 열심히 해본다고 적절한 수입도 없이 일했던 적이 있는데요, 저 역시 밥을
안 먹은 적도 있습니다만, 신기한 것은 그 때는 마음이 공허하지 않았다는 점이지요.
그 이후 죽을뻔한 경험을 겪고 난 뒤 부터 제 인생에 열정이나 의욕이 빠지더라구요..
삶이 날 죽인게 아니었어요. 사람이 날 죽였습니다. 그리고 내가 내 삶을 죽였습니다.
이젠 다시 살아야겠지요. ^^;

순오기 2008-05-23 04:21   좋아요 0 | URL
음, 저는 차비 없어서 두시간을 걸은 적 있어요. 길도 모르는 교문리 이모집에 갔다가... 그래서 누군가 먼 길에서 우리집오면 절대 그냥 보내지 않아요. 최소한의 택시비 정도는 쥐어주죠. 살다보면 그렇게 차비도 없을 일이 생기더라고요.ㅠㅠ

L.SHIN 2008-05-24 00:38   좋아요 0 | URL
저도 예전에 그런 적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전이죠.
술 먹고 동생들과 헤어지는데 택시비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동생들 먼저 택시 태워 보내놓고는
저는 한 시간 반이나 걸어서 집에 갔죠. 그래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웽스북스 2008-05-23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쓰고나서 제목 짓는게 참 어려워요 ㅜㅜ

L.SHIN 2008-05-23 00:08   좋아요 0 | URL
그쵸...ㅜ_ㅡ

음주페이퍼를 쓰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요, 요즘~
뭐랄까, 기분 좋게 살짝(?) 취해야 하는데 그런 자리가 통~ 없네요.=_=
주로 혼자서 캔맥주를 홀짝거리는 습관이 생겨버려서..킁..
언제 한번 웬디님이나 불러서 술 한자 해야겠습니다.(웃음)

2008-05-23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23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8-05-23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목 짓는거 너무 싫어요. 에잇. Lud-S님도 그렇다니 동지를 만난 기분이예요. 아, 웬디양님도 ㅋㅋ

무스탕 2008-05-23 09:45   좋아요 0 | URL
저도 동지 그러거 시켜주세요. ㅎㅎㅎ

L.SHIN 2008-05-23 12:01   좋아요 0 | URL
오오오옷~!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던 말이냐~ (웬 감동중? ㅋㅋ)
정말이지, 제목을 안 쓰면 글 등록이 안되니까 그냥 넘겨버릴 수도 없고 말이죠.=_=

다락방 2008-05-24 00:46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은 다른걸로는 동지의 합격점을 받았는데요 그 쌍커풀진 큰 눈 때문에 동지가 안되요. ㅎㅎ

L.SHIN 2008-05-24 01:53   좋아요 0 | URL
왜 저는 갑자기...'동지'하니까..'팥죽'이 떠오르죠..( '')

뽀송이 2008-05-23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이 제목도 좋은데요.^^
저는 쓰고 싶은 데가 있어도 잘 안 모아지던뎅.ㅡㅡ;;

L.SHIN 2008-05-23 23:01   좋아요 0 | URL
그래요? ^^
사실, 저는 제목 짓는 것에 좀 신경을 쓰는 편이거든요. 뭐랄까, 나중에 다시 읽고 싶을 때,
제목만 봐도 '아~ 이런 내용이지' 하고 바로 생각해 낼 수 있도록.(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