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특별히 바쁘거나, 저녁밥을 먹은지 얼마 안 되어 소화불량을 염려하지 않는 한
저녁 9시경에 나의 밤비와 왕복 1시간 거리의 산책길을 운동삼아 간다.
가끔은 이 녀석이 너무 빨리 걸어서 내가 끌려가다시피 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이 녀석이 걷기 싫다고 8kg나 되는 자신의 몸을 내가 안고 가게 만들기도 하지만,
가끔은 나를 버리고 혼자 마구 뛰어가 버리기도 하지만, =_=
오늘 처음 알았다.
이 녀석이 나와 산책하는 것을 상당히 좋아한다는 것을.
낮에 다른 공원으로 산책가는 것 말고 이렇게 저녁에 걷는 산책길은 주로 C와 S도 함께 하는데,
오늘도 나는 갈 수가 없어서 그들이 밤비를 데리고 나갔었다.
밤비라도 운동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에 내가 데리고 가라고 했기 때문.
그런데 5분이나 되었을까.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나는 핸드폰 외의 전화는 받지 않는다. 주로 S가 대신 다 받아내니까.
그런데 그런 날이 있다. 내가 전화를 받아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날이.
그래서 전화를 받았더니,
" 밤비가.. OO 지점에서 갑자기 뒤돌아 가버렸어. 그쪽으로 갈지 모르니까 나와서 불러봐.."
헉...ㅡ_ㅡ !!
" 아무래도 네가 집에 있으니까 그런가봐.."
이게 도대체 무슨.
나는 걱정이 되어 후다닥 나갔드랬다. 아니나 다를까, 밤비가 저기서 날 보더니 번개같이 달려오는게 아닌가.
이 녀석, 나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 아니~ 왜 왔어? 그냥 따라가지.."
조금전에 산책을 마치고 들어온 C와 S의 말에 의하면, 내가 따라가지 않는 날은 산책을 하는데 꾸무적거리고
잘 안 따라가려고 한단다. 이런......ㅜ_ㅜ
2008. 01. 11
난 혼자 있어도 되는데. 내가 걱정되었던게냐?
그렇지. 밖에서 일하고 돌아오면 겨우 반나절 못보았던 건데도 너는 늘 몇년만에 만난 것처럼 서럽게
끙끙대고 울어대지. 나도 너를 너무나 좋아하지만 네가 나를 좋아하는 것은 더욱 더 그러한가보다.
가슴이 뭉클했다.
그리고 동시에 내가 늘 염려하던 걱정이 더욱 더 커져만 갔다.
내가 이래서 너를 두고 어떻게 해외를 돌아다니며, 장기 체류와 일을 하겠느냔 말이다...
2년 전인가, 3일 정도 그 녀석을 집에 혼자 두고 어딘가 갔다 온 적이 있었는데,
이 녀석, 내 방문 문짝의 무늬지를 1/3이나 찢어놓고 벗겨 놓았었던 것을 보고 으헉-! 했었다.
이유는 내가 아무 생각없이 내 방문을 닫고 가 버리자, 그 안에 못 들어간 녀석이 난리를 친 것...
개는 육감이 있다고 하였다.
그러니 내가 늘 외로워하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일까.
그 작은 몸으로 나를 지키고 보호하고 위로해주겠다고 늘 내 곁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내가 잠을 자면 머리 옆에 누워서 - 늘 자신을 잘 챙겨주는 가까운 사람이 와도 - 으르렁거리는 유별난 녀석.
넌 정말 나 없으면 안되겠니?
그리 멀지 않는 차후에, 나는 한국을 떠나 몇 년을 외국에서 있을지 모르는데,
넌 그 때 어떡할거니?
혹시 우울증에 걸려 죽을까 염려될 정도로 나에 대한 의지와 집착이 너무 강해서 걱정된다.
미안하다. 나를 사랑하게 해서.
미안하다. 너에게 어리광만 부려서.
너에게는 나뿐이고,
나에게는 너뿐이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네 수명이 나보다 짧다는 것.
그런 불공평한 삶의 길이는 싫지만,
그래도 그게 나아.
적어도 남겨지는 자의 슬픔은 내가 다 떠 안을 수 있으니까.
오늘도 나는 너와 함께 같은 이불을 덮고 잠을 잘 수 있어서 행복하다.
고맙다.
2007. 09.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