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정성화에게 이제 개그맨 출신이란 딱지는 더이상 언급할 필요조차 없어졌다


삶이란 걸리적거리죠, 가치 있게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뮤지컬 비틀쥬스를 관람했다. 요즘 같은 시국에 발걸음이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마스크로 중무장하고 마음 단단히 먹고 다녀왔다. 팀 버튼의 영화를 먼저 본 터라 기대 반 설렘 반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원작에는 음악이 거의 없으니까. 과연 뮤지컬에서는 어떤 새로운 곡을 만들어냈는지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임팩트는 없었다. 한국 초연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고 수준이하란 뜻은 아니다. 3층에서 보았음에도 배우들의 음성이 또렷이 잘 들렸고 도리어 무대전체를 볼 수 있어 이외의 장점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정성화씨 라이브를 처음 접했는데 무엇보다 시원시원한 목소리가 매력이었다. 리디아 역을 맡은 장민제는 극중 인물이 그대로 빼어놓은 듯 한 착각이 들만큼 빼어난 연기를 선보였다. 또한 델리아로 분한 신영숙은 명불허전, 그야말로 극을 가지고 놀 줄 알았다. 전체적으로는 1부는 대사가 많아 다소 늘어졌지만 2부는 노래들이 휘몰아치면서 전혀 지루할 짬을 주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공연이 끝나고 근처 식당에서 식사도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었을텐데 칼같이 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왔다. 정말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되었으면 좋겠다. 점점 회의적이 되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사진 출처 : https://blog.naver.com/annevergreen/222431124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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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덤비지 말고


살면서 뭔가에 빠져 가장 노력을 많이 했을 때가 기억나는가? 이 질문을 나에게 해보자 막혔던 혈이 뚫리듯 스멀스멀 떠올랐다. 봉황대기 야구대회 예선 첫날부터 결승 마지막 날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야구장을 찾았고, 프로야구 전반기 스코어보드 북을 만들어 경기결과를 한 게임도 놓치지 않고 기록했다. 정말 열정이 뿜뿜했던 시기였다. 뭘 바라서도 아니었다. 그저 좋아서 한 일이었다. 나이가 들고 보니 그 마음은 스르륵 사라지고 지치곤 힘든 몸과 마음만 남았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어렸을 적 기운으로 무언가를 했다간 바로 고꾸라질 것이다. 노력이라는 말은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억지로는 더더욱. 그저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 자기만의 문이 열린다. 참고 다시 한 번 참아라. 함부로 덤비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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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19
사라 스튜어트 지음, 데이비드 스몰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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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에 읽은 책은 도서관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짧고 글자가 크고 게다가 그림도 있어서. 그럼에도 울림은 오래 간다. 좋은 책의 완벽한 조건이다. 책에 대한 열정이 가장 컸을 때는 십대무렵이었다, 특히 겨울방학은 독서하기 가장 설레는 때였다. 해도 일찍 떨어진 기나 긴 밤 나는 골방에 엎드려 누워 같은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에이 제이 크로닌의 <천국의 열쇠> 이 책은 아직도 갖고 있다.


엘리자베스도 나와 같은 타입이었다. 다른 점이라면 그는 오랫동안 책에 대한 열정을 간직했고 나는 그러지 못했다는 것. 물론 여전히 집에 책이 많고, 살림의 대부분이다, 도서관에서 일주일에 열 권 이상 책을 빌리고 때때로 사보기도 하지만 예전처럼 진득하게 붙들고 있지는 못한다. 핑계는 수만 가지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엘리자베스처럼 책을 읽고 또 읽다 잠드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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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수업 - [할인행사]
팀 버튼 감독, 위노나 라이더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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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가 중간에 깜빡 졸았다. 다시 눈을 떠보니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었다. 만약 극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꽤 난감했을 텐데, 나중에 다시 보러 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겠지. 다행히 거실이었다. 디브이디 플레이어를 돌려 처음부터 또 관람했다. 희한한 건 조금 전에 본 장면들이 제대로 기억도 나지 않는다. 주인공 부부가 왜 죽게 되었는지도 두 번째 보고서야 알았다. 


<비틀쥬스>는 펭수에서 언급한 덕분에 본 영화다. 물론 팀 버튼의 초기 걸작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정직하게 말해 내 취향은 아니었다. 그는 기괴하면서도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연출에 능한데 쓸데없는 유머가 가미되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버린다. 물론 내 주관적인 평이다. 여하튼 <비틀쥬스>는 팀 버튼의 역량이 제대로 발휘되었다. 죽음의 세계를 시종일관 담담하게 그려가다 결국 산 자와 함께 어울리는 세상을 보여준다. 사실 현실에서도 죽지 못해 사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경제적인 어려움도 문제지만 인간적인 모멸은 더욱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서울대 청소하시는 분께 건물이름을 한자와 영어로 써내게 하다니. 쓸데없는 권위의식의 잔재들이 오늘날 여전히 유령처럼 돌아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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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미슈, 판나콘다, 크렘 뷔를레는 꼭 맛보시길


의사는 다행이라고 말했다. 엠알아이 결과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물론 확률로 따지면 엄연히 위험은 있다. 다만 그 수치도 현저히 낮아졌다. 구체적으로 25퍼센트에서 10퍼센트로. 6개월 후 피에스에이 검사를 하고 추이를 보자고 한다. 한시름 놓았다. 딱히 결과 때문은 아니지만 바로 점심으로 뷔페를 먹고 다음날인 오늘 또 갔다. 같은 장소는 아니다. 한 곳은 해산물 위주고 오늘 방문한 식당은 파스타 전문점이다. 코로나 확진자가 급등해서 뒤숭숭했지만 왠지 미루고 싶지 않았다.


일 뽀르노는 꽤 유명한 식당이다. 살바토레로 더 알려져 있다. 오랫동안 유지되어 오다가 라이센스가 종료되어 문을 닫았다가 올해 새로 출발했다. 내가 찾은 곳은 청담점이다. 말은 청담이지만 압구정 도산공원 인근에 있다. 점심은 뷔페로만 운영하는데 A코스와 B코스가 있다. A(파스타 류중 선택)는 28,000원, B는 39,000원(고기 류중 선택)이다. 기준은 1인당이다. 싼 가격은 아니지만 사이드 메뉴를 뷔페식으로 즐길 수 있어 꽤 합리적이다.


오후 12시 30분 예약으로 갔는데 실내와 테라스가 연결되어 있어 널찍했다. 파스타는 토마토와 봉골레 두 가지를 선택했다. 뷔페 메뉴는 피자 세 종류, 채소류, 호박스프, 닭튀김, 계란말이, 햄 등이 있었고 디저트는 티라미슈, 판나콘다, 크렘 뷔를레, 호박파이빵, 과일, 음료는 커피와 주스 등이 있었다. 개수는 적지만 알찬 느낌이랄까? 마치 호텔 조식을 보는 기분이다. 하나하나 정갈하고 재료가 좋았다. 특히 디저트는 평소 먹기 힘든 이태리 정통이라 보는 눈이 즐거웠다. 아무래도 대기업이 작심하고 덤벼들었으니 하나하나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겠지만. 사이드도 훌륭했지만 압권은 역시 파스타. 특히 봉골레는 최근 먹어본 스파게티 중 최고에 가까웠다. 이른바 알단테라는 다소 딱딱하지만 식감이 살아있는 면발과 올리브 오일이 기가 막히게 어울렸다. 조개도 풍부하게 써서 서양요리에서 진한 국물 맛이 전해졌다.


이 글은 해당 업체를 포함한 어떠한 단체나 기관의 후원 없이 썼습니다. 직접 제 돈으로 사서 먹어보고 정보차원에서 올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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