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 재즈
황덕호 지음 / 그책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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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아는 사람이 쓴 책을 읽을 때가 있다. 황덕호가 그렇다. 그와의 인연은 홍대 재즈가게부터였다. 물론 그 이전부터 재즈 프로그램 진행을 하고 있어 이름은 알고 있었다. 살짝 놀란건 직접 음반가게를 차려 장사를 한다는 사실이었다. 마침 손님도 없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방송에서의 이미지와 똑같았다. 소탈하고 진솔하고 남의 말을 잘 들어주었다. 티브이나 라디오에서와 정 반대인 사람들도 꽤 만났던 터라 의외였다.


황덕호가 쓴 책<다락방 재즈>는 그를 닮았다. 정직하게 자신의 처지를 밝히며 재즈의 속내를 정중하게 보여준다. 음악은 대충 듣는 것 이라는 말은 재즈하면 어렵거나 난해하다는 편견을 단숨에 무너뜨린다. 동시에 왠지 자신만 아는 척 하면 듣는 이들에게 날리는 화살이다. 핵심은 많이 듣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신만의 취향이 생기고 작심하고 제대로 듣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음반을 손에 쥐고 그 안에 담긴 내용을 꼼꼼히 보면서 들어야 한다. 그 때야 비로소 평소에 듣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게 될 테니까. 대충 많이 듣다보면 결국 바로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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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메밀면


무심한 듯 심심한 맛의 비결


토요일이나 일요일이면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러 신간도서를 구경하고 나서 짬나면 안국역 근처 프랑스문화원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보고 덕수궁 돌담길을 거쳐 유림분식에서 모밀을 먹고 집에 오곤 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어제 일 같지만 사실은 까마득한 과거다. 그런 적이 있었던지조차 가물가물하다. 그 시절 청계천은 복개 전이었고 광화문에도 광장이 없었고 지하철도 1,2,3호선이 전부였다.


주중에 짬을 내어 시청 근처를 다녀왔다. 어머니가 하도 갑갑해하셔서 서울시립미술관을 예약하고 찾아갔다. 웬일로 미술관을 가고 싶어 하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주중이고 코로나 여파도 있어 한가했다. 인원제한을 둔 덕도 크다. 온 김에 정동길을 조금 걷다가 유림면에 들렀다. 예전에는 분식집이었는데 이제는 어엿한(?) 미슐랭 식당이다. 그 덕에 가격은 더 올랐다. 


이 집의 시그니처는 뭐니 뭐니 해도 모밀. 이름은 메밀국수로 바뀌었지만 맛은 여전했다. 면은 무심한 듯 심심하지만 진짜 맛의 비결은 따로 있다. 바로 육수. 멸치와 한약재를 첨가한 간장 소스다. 파를 듬뿍 넣고 겨자를 살짝 버무리면 아주 근사한 국물이 완성된다. 여기에 면을 푹 담가 그대로 입으로 직행. 어찌 보면 단순한 음식인데 그래서 더 제대로 맛을 내기가 힘든지도 모르겠다. 냄비국수도 별미다. 쫄깃한 우동면발과 유부튀김, 그리고 특이하게 반숙계란이 어우러져 질리지 않는 풍미를 자아낸다. 혹시라도 이 부근을 지나시거든 짬을 내어 한번 들려보시기를 권한다. 아차 깜빡 잊을 뻔 했다. 이 집 단무지도 별미다. 직접 담아 맛도 좋지만 큼직하면서도 어슷하게 썰어져 나와 시각적으로도 침샘을 자극한다.


사진 출처 : 덕수궁 + 유림면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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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특별 세트 - 전20권 - 2021년 개정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2021년 개정판)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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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관심을 갖는 나이는 대게 정해져 있다. 아주 어렸을 때나 늘그막에. 아이 때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고 늙어서는 새로운 것보다 과거에 머물기를 좋아하는 까닭이다. 라고 내 마음대로 정의해본다. 나는 우리나라 역사에 관심이 덜했다.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이라 더했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암기하여 시험까지 봐야 하니. 특이 연대순으로 무언가를 맞추는 문제는 아주 치가 떨렸다. 도대체 그게 왜 중요하지? 대신 세계사 과목은 좋아했다. 이곳저곳 다양한 세계를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역사는 교양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안다고 해서 딱히 현실에서 써먹기도 힘들다. 


그러나 내 편견은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보고 깨졌다. 그가 그린 조선의 왕들과 그를 둘러싼 이들은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들이 맡은 역할을 최선을 다하려고 기를 쓰고 있다. 예를 들어 이성계의 친구이며 한 배를 탔던 정몽주는 자신의 운명을 알면서도 끝까지 왕권파 개혁을 고수했다. 명분에 골몰하던 아버지를 위해 기꺼이 철퇴를 휘두른 이방원은 무자비한 이미지와 달리 왕이 되어서는 공평한 정책으로 백성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어느 한 잣대로 볼 수 없는 게 역사다. 박시백은 폭넓은 자료조사를 거쳐 시대상과 인물을 조화롭게 설명하고 있다. 자라나는 학생들은 물론 어른들께도 감히 일독을 권한다. 우리 또한 역사속을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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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 게리 올드만 외 출연 / UEK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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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들의 평은 엇갈리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극찬해 마지않는다면 귀가 솔깃해진다. 갑첩이라고 하면 촌스럽지만 스파이는 왠지 근사해 보이는 것처럼. 영화는 난데없이 울리는 총성으로 시작한다. 얼핏 평범해 보이는 길가 노천카페에서 누군가 살해당한다. 도대체 누가 왜? 이쯤 되면 보는 사람은 액션을 기대한다. 이제 곧 종횡무진 카레이싱이 전개되겠군, 아니면 보트 혹은 비행기가? 


그러나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그런 모습은 단 한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 그저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장관의 결제 하나를 받기 위해 스쿼시연습장에서 하염없이.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들이 맡은 임무를 차근차근 밟아나간다. 첩자는 누구인가? 결국 정체는 밝혀지고 어김없이 죽음을 맞이한다. 역할을 마친 스파이는 또 다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이 영화는 직업인으로서의 간첩을 현실적으로 묘사한다. 원작의 드라이한 분위기를 제대로 옮긴 탓에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린다. 심심풀이 오락물을 기대한 분에게는 절대 비추천한다. 아참, 강력 권유한 영화 평론가에게 한마디 하자면 그 정도는 아니다. 물론 내 주관적인 잣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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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홍정욱 에세이
홍정욱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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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 쓴 책은 일단 패스가 기본이다. 본인이 썼던 대리로 부탁했던 자화자찬이기 십상이다. 사실 책 내용은 상관없다. 목적은 후원금 모집이니까. 홍정욱이 책을 냈다. 그는 한 때 젊은 사장으로 큰 위세를 누렸고, 그 위세를 몰아 국회의원까지 했다. 유명 영화배우의 아들에 하버드 대학 출신이라는 아우라도 한몫했다. 그러나 그가 돌연 의원출마를 포기했다. 모두가 의아했다. 그대로 정치권에 머물렀더라면 탄탄대로를 걸었을 텐데. 최근 홍정욱이 다시 검색어에 올랐다. 딸 문제 때문이다. 마약 소지 혐의였다. 지지자들은 안타까웠을 것이다. 


그저 그런 자서전이라 생각하고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끝까지 다 읽었다. 홍정욱은 보기 드물게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다 털어놓았다. 헤럴드를 인수하여 겪은 갖은 고초, 낯선 동네에서 출마하여 당선된 국회의원의 비하인드, 그리고 딸에 관련된 이야기까지. 만약 그가 쓴 내용이 사실이라면 홍종욱은 한국사회에서 보기 드물게 정직한 정치인이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는 게 부담된다고 하지만 이미 그가 살아온 삶 자체가 정치다. 곧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삶이다. 언젠가 귀하게 쓰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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