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듯한 새 건물로 이사한 선지해장국의 원조. 옛 정취가 사라져 아쉽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정쩡한 르메이에르 때보다는 훨씬 좋고 쾌적하다. 


국물 많이, 선지 많이


아이들의 입맛은 부모를 따르게 마련이다. 매주까지는 아니지만 일요일 오전 우리 가족은 종종 해장국을 먹으러 갔다. 대체 왜 그런 음식을? 아버지를 제외하면 아무도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따지고 자시고 할 수는 없었다. 사주는 사람 마음이니까. 그렇게 찾은 식당이 청진옥이다. 맨 처음 간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린 내 눈에는 그저 허름하고 나이 많은 사람들만 있는 곳이었다. 맛은? 아주 맛있었다는 기억은 없지만 그렇다고 거부감은 없었다. 사실은 밥을 먹고 길 건너편에 있는 도투루에서 파는 코코아가 더 맛있었지만. 조금 나이가 들어서는 커피로 갈아탔다. 지금은 아버님도 안 계시고 청진옥도 철거되어 이사를 가고 또다시 인근으로 옮겼다. 나 또한 이런저런 이유로 발걸음이 뜸해졌다. 


어머님을 모시고 다녀왔다. 현재 장소로 이전하고는 처음이다. 과거 르메이에르 빌딩에 있을 때 가본 게 마지막이니 근 5년이 넘었다. 건물은 낯설었지만 맛은 여전했다. 늘 주문할 때 국물 많이 선지 많이를 요구하는데 어김없이 잘 들어주셨다. 다만 국물이 조금 더 맑아지고 군내도 거의 나지 않았다. 예전에는 살짝 탁하고 고기냄새가 배어 있곤 했는데 살짝 그리우면서 아쉬움이 느껴졌다. 가격은 한 그릇에 만원, 특은 만 이천 원, 모둠수육은 삼만 오천 원이다. 아주 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양이나 맛을 고려하면 비싼 편은 아니다.


사진 출처 : [서울 맛집] 청진옥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 이 글은 해당 업체를 포함한 어떠한 단체나 기관의 후원 없이 썼습니다. 직접 사서 먹어보고 정보차원에서 올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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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산 리코타 치즈를 살까 고민하다 굳이 그럴 필요 있나 싶어 구매한 상하치즈


세상은 확실히 좋아졌다. 옛날이 좋았어라며 넋두리를 늘어놓은 이들이 들으면 뭐라 하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예를 들어보자. 내가 어렸을 때 치즈하면 노란색 얇은 것밖에 없었다. 물론 아주 잘 사는 사람들은 어찌어찌 다른 걸 구해 먹었겠지만. 지금은 동네 마트만 가도 각양각색의 치즈를 만날 수 있다. 그중에는 리코타도 있다. 처음엔 이런 밍밍한 치즈를 어떻게 먹을까 싶었는데 자꾸 접하다보니 내 취향에 딱이다. 일단 맛이 강하지 않으면서도 먹다보면 고소하다. 그러나 진짜 별미는 토마토와 함께 먹을 때다. 구체적으로 살짝 구운 토스트에 양상추와 반쪽으로 자른 방울토마토, 그리고 여기에 리코타 치즈를 듬뿍 얹어 먹으면 인생이 꽤 살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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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왕생 1
고사리박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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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처럼 죽음을 외면하는 나라도 드물다. 물론 사건사고에 의한 사망은 연일 발생한다. 그러나 이 또한 주변 이야기일 뿐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는다. 단지 숫자나 미스터리에 그칠 뿐이다. 사실 사망은 확률싸움이다. 누구라도 죽을 수 있다. 그저 눈감고 피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일상에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심지어 고인의 유품마저 죄다 태워버린다. 그 원인은 오랜 유교문화탓이다. 종교를 배척하는 유학은 현세를 중시한다. 곧 죽음 이후의 세계는 관심이 없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속에는 사후에 대한 두려움과 호기심이 늘 있게 마련이다. 불교만큼 이 세상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종교도 없다. 다른 교리가 심판에만 매달려 있다면 불교는 우선 업경대를 통해 자신이 지는 죄를 스스로 돌아보게 한다. 곧 누군가가 아니라 스스로 잘못을 반성하게 한다. 또한 아무리 큰 죄를 저질렀더라도 최후의 보루가 있다. 바로 지장보살이다. 수많은 업보에 쌓인 중생들을 가여운 눈으로 바라보며 눈물 흘리고 끝까지 구원하려 애쓴다. 부처되기를 포기한 채. 만화 극락왕생은 이러한 불교 세계를 드라마틱하게 묘사한다. 다시 한 번 딱 1년 동안만 살 기회가 생긴다면 당신은 과연 어떤 업을 풀고 오겠는가? 문제는 그 시기가 고3이다. 이 난제를 과연 어떻게 풀어나갈지 보는 내가 다 두근두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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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가 무럭무럭 자라날 자양분


내가 사는 아파트먼트 계단을 비추는 등이 꺼져 있다. 우리 층만 그런 줄 알았는데 확인해보니 전 층이 다 그렇다. 다행히 엘리베이터가 오고가는 천장에는 전등이 있어 아예 깜깜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불편한 건 사실이다. 다음날도 여전했다. 참고로 내가 사는 곳은 복도 형으로 한 층에 네 세대씩 15층이니 60가구가 산다. 한 가구당 최소 두 명씩만 거주한다고 해도 120명이다. 그 중에 단 한명도 관리실에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 중에는 나도 포함된다. 


총대를 메었다. 마침 주말이라 관리실은 휴무다. 전화는 자동으로 기관실로 연결되었는데 그럴 리가 없다면서 바로 조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셋째날도 변화가 없었다. 화가 났다. 내가 이렇게까지 모두를 위해 수고를 했는데. 또다시 전화를 걸었다. 일요일 저녁이었다. 당연히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경비 아저씨분도 고쳤다고. 문제는 경비분이 비번이었다. 곧 경비절감을 이유로 하루씩 교대로 근무하는 바람에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루오지지 않을 때가 있다. 결국 기관실에서 직접 나와 전등을 켰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니지만 뿌듯함보다는 지쳤다가 솔직한 소감이다.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는 일이 어디 아파트먼트 계단 등뿐이겠는가? 가만히 있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는 간다. 직접 피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 쓸데없이 간섭해봤자 손해니까. 그러나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듯이 합리적 무시는 궁극적으로 공동체에 큰 피해를 준다. 더욱이 부패가 무럭무럭 자라날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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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땐 선언을 해야 한다. 열심히 듣겠다고. 


일일이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우리 집에 있는 음반은 얼추 만 장은 되는 듯싶다. 대부분이 클래시컬 음악이고 약 10분의 1정도가 가요, 팝송, 국악 기타 등등이다. 주로 씨디고 엘피는 약 10퍼센트 쯤 된다. 카세트 테이프는 5퍼센트 정도. 언제 이렇게 모았나라고 한숨을 쉴 때도 있지만 진짜 컬렉터들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다. 


문제는 과연 이 모든 음악을 다 들었는가이다. 창피하지만 답은 아니다이다. 정직하게 말해 절반도 안 될 것이다. 한 때는 하루에 서너 음반 이상은 꼬박꼬박 들은 적도 있지만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접하지 못한 지도 꽤 되었다. 곰곰 이유를 생각해보니 삶이 게을러져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시간이 많아졌다. 역설적이게도 바쁠 때도 어떻게 해서든 음악을 곁에 두었는데 한가해지니 더 멀리하게 되었다.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게다가 나이까지 들어 음악 듣는 것도 다소 귀찮을 때가 있다. 이럴 땐 선언을 해야 한다. 곧 담배를 끊고자 하는 사람이 금연소식을 주변에 널리 알리는 것처럼 앞으로 음악을 열심히 듣겠다. 적어도 내가 사 모은 음반만큼은 한 번은 듣고 죽겠다고 결심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간단히 기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감상한 음악에 대한 짧은 평을 남기면 계속 듣고 싶은 마음이 더 생기지 않을까? 자, 그렇다면 나의 첫 번째 음악노트의 주인공은 어떤 음반이 될까?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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