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메밀면


무심한 듯 심심한 맛의 비결


토요일이나 일요일이면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러 신간도서를 구경하고 나서 짬나면 안국역 근처 프랑스문화원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보고 덕수궁 돌담길을 거쳐 유림분식에서 모밀을 먹고 집에 오곤 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어제 일 같지만 사실은 까마득한 과거다. 그런 적이 있었던지조차 가물가물하다. 그 시절 청계천은 복개 전이었고 광화문에도 광장이 없었고 지하철도 1,2,3호선이 전부였다.


주중에 짬을 내어 시청 근처를 다녀왔다. 어머니가 하도 갑갑해하셔서 서울시립미술관을 예약하고 찾아갔다. 웬일로 미술관을 가고 싶어 하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주중이고 코로나 여파도 있어 한가했다. 인원제한을 둔 덕도 크다. 온 김에 정동길을 조금 걷다가 유림면에 들렀다. 예전에는 분식집이었는데 이제는 어엿한(?) 미슐랭 식당이다. 그 덕에 가격은 더 올랐다. 


이 집의 시그니처는 뭐니 뭐니 해도 모밀. 이름은 메밀국수로 바뀌었지만 맛은 여전했다. 면은 무심한 듯 심심하지만 진짜 맛의 비결은 따로 있다. 바로 육수. 멸치와 한약재를 첨가한 간장 소스다. 파를 듬뿍 넣고 겨자를 살짝 버무리면 아주 근사한 국물이 완성된다. 여기에 면을 푹 담가 그대로 입으로 직행. 어찌 보면 단순한 음식인데 그래서 더 제대로 맛을 내기가 힘든지도 모르겠다. 냄비국수도 별미다. 쫄깃한 우동면발과 유부튀김, 그리고 특이하게 반숙계란이 어우러져 질리지 않는 풍미를 자아낸다. 혹시라도 이 부근을 지나시거든 짬을 내어 한번 들려보시기를 권한다. 아차 깜빡 잊을 뻔 했다. 이 집 단무지도 별미다. 직접 담아 맛도 좋지만 큼직하면서도 어슷하게 썰어져 나와 시각적으로도 침샘을 자극한다.


사진 출처 : 덕수궁 + 유림면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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