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의 비밀 - 동물에게 배우는 최상의 건강관리 비법
프레드 프로벤자 지음, 안종설 옮김 / 브론스테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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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몸을 관리한 건 아니지만 혹사하지도 않았다. 담배는 군대시절 초기 잠깐 피운 이후 완전히 끊었으며, 보급으로 나온 것들도 모두 후임에게 주었다, 술도 정기적인 직장을 다니지 않게 되면서 한 달에 맥주 한 캔도 마시지 않는다. 운동은 꾸준히 한다. 매주 한차례씩 산에 가고 수영장에 다니며 매일 30분 이상 아파트먼트 계단을 오르내린다. 그런 내가 고혈압에 당뇨 초기 진단을 받았다. 


정직하게 말해 억울했다. 나처럼 신경 쓰는 데 병이라니, 이건 유전자의 문제야. 흥분을 가라앉히고 해결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결론은 음식. 과식을 하는 건 아니지만 무의식적으로 먹는 요리들 대부분이 짜고 맵고 달았다. 구체적으로 아침마다 먹는 식빵은 밀가루 덩어리고 저녁 때 주로 먹는 김치찌개는 완전 나트륨 천국이다. 김치는 또 어떻고. 딱히 이런 음식들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다른 선택이 없었다. 아니 완전히 불가능한건 아니다. 다만 찾기 어렵고 비싸다.


<영양의 비밀>은 인간의 몸은 어떻게 망가지게 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현대사회에 들어서면서 인류는 덜 움직이게 되고 음식은 죄다 간편한 인스턴트만 섭취하게 된다. 당연히 영양의 불균형을 불러일으키고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된다. 문제는 이들 음식이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의지만으로는 소용이 없다. 저자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단식이지만 다이어트는 꿈도 꾸지 말하고 한다. 대신 매일 일정한 시간만이라도 영양분과 포만감을 주는 좋은 음식을 곁에 두고 가슴 깊이 만족감을 느끼라고 권유한다. 맞는 말이다. 늦게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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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썸머 나이츠 - 300장 초회 한정판 스페셜 엽서(4종)
엘리야 바이넘 감독, 티모시 샬라메 외 출연 / 플레인아카이브(Plain Archive)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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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소재는 청춘이다. 희한한 건 주 고객층이 그 나이대를 훌쩍 넘긴 이들이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그리움 같지만 사실은 무사히(?) 넘겨 살아남아 다행이다라는 감정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사실 젊었을 때는 죽음이 막연하게 느껴지지만 나이를 한 살 한 살 차곡차곡 먹다보면 문득 내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가시삼이 들곤 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제 사라져도 특별하거나 이상하지 않구나라는 묘한 감상이 몰려온다. 그렇기에 젊은이의 죽음은 더욱 애통함을 낳는다. 


핫 썸머 나이츠는 얼떨결에 마약거래 세상에 발을 들려놓은 청년이 주인공이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나중에는 중독에 빠지게 되지만 영화는 일상처럼 그들의 세계를 쫓는다. 일당 두목의 여동생과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고 다시 만난다. 어떻게 그런 험한 일을 하며 평화로운 연애가 가능하지라고 의심을 품지만 실화에 기반했다고 하니 믿을 수밖에. 영화 자체야 그럭저럭 시간 때우기 용이지만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와 올드팝을 적절히 배치한 음악은 매우 빼어나다. 이 두 가지만으로도 본전을 뽑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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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왕이 된 남자 (1disc)
추창민 감독, 이병헌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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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역사상 왕이면서 왕 대접을 못받은 이는 딱 두 명이다. 왕의 칭호가 아닌 군으로 격하된 연산군과 광해군. 연산군은 나름 납득이 되지만 광해군은 글쎄? 그 이유는 이 글 말미에 밝히겠다.


영화 <광해>는 이런 사람들의 호기심을 배경삼아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왕과 꼭 닮은 인간을 내세워 임금 노릇을 하게 한다. 얼핏 어처구니없는 설정인데 뜻밖에 대히트를 쳤다. 관객이 천이백만 명을 넘어섰으니. 의견은 분분하지만 정치적 환경도 한몫했다. 2012년은 대선의 해였다. 결과는 박근혜 후보의 승리를 막을 내렸지만 문재인을 옹호하는 세력도 만만치 않았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지만 당시 진보는 전패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광해는 이들 세력을 대변하는 영화라는 오해를 받았다. 대동법을 포함하여 개혁입법을 시도하다 기존 사림의 강력한 반발로 쫓겨난 왕이라는 이미지가 고 노무현 대통령을 연상시켜서다. 지나고 보니 어이없는 일이지만 아무튼 그 때는 그랬다.


2021년 다시 보니 정직하게 말해 헛웃음이 나온다. 조선시대 역사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이 영화는 그냥 판타지에 불과하다. 광해는 충분한 잘못을 했고 쫓겨날 만 했다. 그는 자신의 불안한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끝없는 분란을 조장했다. 구체적으로 사림들 간의 경쟁체제를 만들어 서로를 끊임없이 시기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그 결과가 단순한 갈등이 아니라 죽음으로 이어졌다. 물론 사료를 편찬하는 이들 자체가 사림이니 자신들을 핍박한 왕이 곱게 보일 리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반정이 일어날 정도였고 이후 광해군을 옹호하는 세력이 변변치 않았음은 이미 왕으로서의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졌음을 증명한다. 이런 왕을 마치 개혁군주처럼 묘사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동시에 현 시국과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 집권하자마자 적폐를 내세워 난도질을 해대던 정권의 결말은 과연 어떻게 될까? 그 칼날이 스스로를 향하고 있음을 알고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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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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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에는 한 가지 의미만


책과 영화를 처음 읽고 보았을 때부터 내게는 원칙 같은 것이 있었다. 아무리 재미없고 지루할지라도 끝까지 함께 하라. 나름 이유가 있었다. 형편없는 쓰레기일지라도 한 가지는 건질게 있다. 가령 하품이 나고 졸리는 영화라도 바다 장면은 근사하다든가, 내내 좌절감에 시달리는 책이라도 첫 문장은 기가 막혔다라든가. 


그러나 언제부턴가 헛된 짓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세상에는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보물이 훨씬 더 많은데 진흙 밭에서 진주를 찾으려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후 내 기준은 바뀌었다. 영화는 첫 5분, 곧 시작이 인상적이지 않으면 바로 극장을 나오든지 디브이디를 꺼버리고 책은 비문이 눈에 뜨이는 즉시 덮는다. 


불행하게도 정유정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가 얼마나 치열하고 고민하면서 글을 쓰는 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비문은 용서할 수 없다. 제대로 된 문장쓰기를 익히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소화되지 못하고 몸속에서 쌓이는 음식물과 같다. 물론 의도적으로 문장을 뒤틀어 효과를 노릴 수는 있다. 소설가중 소설가라는 헤밍웨이나 은유와 묘사의 마술사 스티븐 킹이 대표적이다. 정유정은 이들과 달리 일관되게 비문을 쓴다. 직접 예를 들어보자.


외박 사유인즉 이러했다. 지난여름 해진이 연출부 스태프로 참여했던 <과외>라는 영화감독이 새 일거리를 붙여주었고, 일거리 계약서를 쓴 기념으로 술집에서 막걸리를 좀 마셨으며, 낮에 찍은 환갑잔치 동영상을 편집해야 해서 선배네 작업실에 갔는데, 방이 지나치게 따뜻했던 관계로 깜빡 잠이 들었다.


정직하게 말해 정유정에 애정이 있다. 이른바 문단고시에 목매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소설가이기 때문이다. 선배들에게 굽실대며 아무도 읽지 않는 문학잡지에 구걸하며 글을 연재하는 대신 출판사와 직접 계약을 맺는 패기도 높이 산다. 그럼에도 작가에게 읽히지 않는 문장은 죄악이다. 소설은 본인만 보는 일기가 아니다. 그렇다면 앞의 해괴한 문장은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


그날 외박을 했다. 작년 여름 해진은 영화사의 연출부 직원으로 일했다. 타이틀은 과외였다. 감독 덕이었다. 함께 일하게 된 걸 축하할 겸 술집에서 막걸리를 마셨다. 이차를 가자는 꼬임을 간신히 뿌리치고 선배 작업실에 들렀다. 낮에 찍어둔 환갑잔치 동영상을 편집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바닥이 뜨듯해서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술기운도 작용했다.


문장은 변경했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그렇게 매사에 꼼꼼하다는 작가의 글에 개연성이 없다. 우선 시점이 일치하지 않는다. 어제 외박을 했는데 작년 여름? 아마도 그 때 인연을 맺은 사람과 어떤 관계가 있었다는 것 같은데 문장으로는 도무지 알 수 없다. 동영상 편집을 왜 밤늦게 선배 집에서 하지?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밝혀 마땅한데. 둘째, 단어 선택의 오류. 일거리 계약서, 관계로 같은 단어는 생소하고 낯설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전에 없으니까. 셋째, 한 문장에 한 의미만. 사실 결정적 오류가 이것이다. 시제와 시점과 사건이 얽히다보니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물론 작가의 머릿속은 어떤 뜻인지 알겠지만 중요한 건 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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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안나이트 (양장) 삼성 초등 세계 문학 (양장) 7
작자미상 지음, 권영미 옮김, 윤종태 그림, 이지훈 해설 / 삼성출판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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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안나이트보다 천일야화가 익숙하다면 당신은 이미 꼰대다. 물론 나도 포함된다. 왕비 죽이기를 밥 먹듯이 하는 왕의 화를 면하기 위해 천일동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는 설정은 그야말로 매혹적이다, 그러나 과연 이 책을 제대로 다 읽어본 분들이 있을까? 없다에 손을 드는 사람은 나만은 아닐 것이다. 한편 궁금하기는 하다. 정말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재미가 있을까? 혹시 흥미가 없어 읽기를 멈추면 내 목도 달아나지는 않을까? 이런 두려움 속에 보기 시작했다. 아직 끝까지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중간에 멈추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공포 때문이 아니었다. 정말 계속 붙들게 하는 마력이 있다. 처음부터 날아다니는 양탄자라니 어떻게 책을 덮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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