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 왕이 된 남자 (1disc)
추창민 감독, 이병헌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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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역사상 왕이면서 왕 대접을 못받은 이는 딱 두 명이다. 왕의 칭호가 아닌 군으로 격하된 연산군과 광해군. 연산군은 나름 납득이 되지만 광해군은 글쎄? 그 이유는 이 글 말미에 밝히겠다.


영화 <광해>는 이런 사람들의 호기심을 배경삼아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왕과 꼭 닮은 인간을 내세워 임금 노릇을 하게 한다. 얼핏 어처구니없는 설정인데 뜻밖에 대히트를 쳤다. 관객이 천이백만 명을 넘어섰으니. 의견은 분분하지만 정치적 환경도 한몫했다. 2012년은 대선의 해였다. 결과는 박근혜 후보의 승리를 막을 내렸지만 문재인을 옹호하는 세력도 만만치 않았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지만 당시 진보는 전패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광해는 이들 세력을 대변하는 영화라는 오해를 받았다. 대동법을 포함하여 개혁입법을 시도하다 기존 사림의 강력한 반발로 쫓겨난 왕이라는 이미지가 고 노무현 대통령을 연상시켜서다. 지나고 보니 어이없는 일이지만 아무튼 그 때는 그랬다.


2021년 다시 보니 정직하게 말해 헛웃음이 나온다. 조선시대 역사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이 영화는 그냥 판타지에 불과하다. 광해는 충분한 잘못을 했고 쫓겨날 만 했다. 그는 자신의 불안한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끝없는 분란을 조장했다. 구체적으로 사림들 간의 경쟁체제를 만들어 서로를 끊임없이 시기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그 결과가 단순한 갈등이 아니라 죽음으로 이어졌다. 물론 사료를 편찬하는 이들 자체가 사림이니 자신들을 핍박한 왕이 곱게 보일 리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반정이 일어날 정도였고 이후 광해군을 옹호하는 세력이 변변치 않았음은 이미 왕으로서의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졌음을 증명한다. 이런 왕을 마치 개혁군주처럼 묘사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동시에 현 시국과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 집권하자마자 적폐를 내세워 난도질을 해대던 정권의 결말은 과연 어떻게 될까? 그 칼날이 스스로를 향하고 있음을 알고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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