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수학책 - 그림으로 이해하는 일상 속 수학 개념들
벤 올린 지음, 김성훈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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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무작위로 일어나는 사건들로 가득하다. 운명은 결코 사건을 예고하지 않는다. 그러나 동전 던지기를 수조 번 해보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장기적인 평균치로 잘 다음어진 세상이 기다린다. 

변덕과 우연은 바다에 던져진 돌멩이처럼 모든 가능성의 총합에 매몰되어 사라지고 만다.


어른이 되어 수학을 좋아하게 된 까닭


숫자가 나오면 겁부터 먹는 사람이 많다. 학창 시절 수학시간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서다. 나도 예외가 아니다.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외워서 어느 정도 정답을 맞히곤 했는데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영 맥을 추지 못했다. 선생 탓을 하기도 했지만 다 부질없는 짓이다. 청소년에게 수학이라는 추상세계는 감당하기 어렵다. 


어린이 되고 나서 도리어 수학에 흥미가 끌렸다. 복잡한 사회를 살아가면 어떤 원칙같은게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곧 몇 가지 근본규칙을 갖고 바라보면 내가 겪는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 19도 그렇다. 과학자들은 이 질병이 겨울에 더욱 크게 확산되고 백신이야말로 유일한 해결방안이라는 점을 처음부터 주장했다. 문제는 정치다. 뻔한 해결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숫자에 놀아나며 헛된 희망을 부풀렸다. 결국 시간이 해결해주는데도 말이다.


<이상한 수학책>은 매우 초보적인 책이다. 막연히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에게 각각의 원리와 사례를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수식 또한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확률룐이 마음에 든다. 통계는 속이기도 쉽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장 신뢰할하기 때문이다. 마치 묻어두면 돈을 버는 부동산이나 주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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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 가벼운 여행 쏜살 문고
토베 얀손 지음, 안미란 옮김 / 민음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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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아직도 구름이 끼어 있었다. 끔찍한 악취는 더 심해진 것 같았다. 

악취의 근원은 상한 음식이었다.


제목에 이끌려 책을 보게 될 때가 있다. 표지마저 예쁘면 손에서 놓기가 어렵다. <두 손 가벼운 여행>이 그렇다. 무민 작가라는 후광까지 더해 당연히 재미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내용은 우울했다. 자살한 체육 선생, 우울한 잿빌 하늘, 짜증스러운 쇼핑, 늙어가는 서러움. 우리가 알던 토베 안손 맞나 싶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무민 시리즈도 출발은 암담했다. 지구가 멸망하고 동면에 들어간 가족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가 북유럽에 대해 갖는 환상은 말 그대로 가짜인지도 모른다. 가뜩이나 혹독한 지금 같은 시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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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 - 저들은 대체 왜 저러는가?
진중권 지음 / 천년의상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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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대중의 흥분을 가라앉히지 말 것

절대로 자기의 결점이나 오류를 인정하지 말 것

절대로 적에게도 뭔가 좋은 점이 있음을 인정하지 말 것

절대로 대안의 여지를 남기지 말 것

절대로 비난을 용인하지 말 것

한 번에 하나의 적에 집중하여 그에게 잘못된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울 것


_ 나치 선전의 기본 규칙


성인이 되고 투표를 하면서부터 쭉 진보를 지지해왔다. 사정상 딱 한번 투표를 하지 못했던 순간을 빼면. 아이러니하게도 그 한 번이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 탄생한 선거였다. 지난 총선 때는 기권 표를 던졌다. 투표장에 가지 않았다. 도무지 민주당 정권을 지지할 마음이 싹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 하나쯤의 일탈은 상관없다는 듯 민주당은 총 180석이라는 역대 최다의석을 확보했다. 


진보에 대한 마음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건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였다. 말의 옳고 그름을 떠나 언론을 대하는 방식이 매우 거칠고 공격적이었다. 하도 그를 비판하기에 진짜 그런지 작심하고 티브이 연설을 본 적이 있다. 역시나였다. 한마디로 싸가지가 없었다. 국가 최고 리더로서의 품위와 절제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누군가는 솔직함이라 포장했지만. 나중에 돌아가시고 난 후에는 정직함으로 칭송받았지만. 


이명박, 박근혜를 거친 게 악수였다. 진보의 천박함도 싫지만 보수의 안면몰수는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라고 결심한 나는 문재인에 표를 던졌다. 그러나 결과는 무능함의 극치였다. 그를 둘러싼 인력풀이 이렇게나 협소한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 중에는 나도 알고 있는 몇 몇 인간들이 있었다. 세상에나 저런 사람이?


진중권은 문재인을 직접 파고 든다. 뼈아픈 일이다. 진보의 사상가로 불리는 그가 자기편을 처절하게 물고 뜯고 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나면 모든 지적이 다 일리 있음을 알 수 있다. 어쩌면 문재인 정권은 진보를 가장한 복수세력이었을지도 모른다. 집권을 하고 어떻게 하면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국민을 잘 살게 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오로지 노무현의 앙갚음을 하겠다고 덤벼들었다. 자신들의 반대편에 있는 자들을 적폐로 몰아 쓰러트리고 그 전쟁에 앞장섰던 검찰을 또 다른 적으로 돌려세웠다. 그 칼날이 자신들에게로 향하는 걸 알고서. 진중권은 묻는다. 저들은 대체 왜 저러는가? 아직도 1년이 넘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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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과 수납 - 공간과 물욕 사이에서
무레 요코 지음, 박정임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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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 열풍이 거세다. 사실 집이 넓다면 고민할 이유도 없지만. 곧 제한된 공간에 이것저것 쟁겨 넣다보니 자리가 모자라고 답답해 보인다. 이 열기(?)는 일본에서 시작되었다. 동일본 지진으로 살림을 넘어 집 자체가 떠내려가는 것을 목격하고 언제라도 떠날 수 있게 간소하게 살자는 운동이 붐을 이루었다. 문제는 정도가 지나쳐서 강박적으로 물건을 버려야만 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마치 거식증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촉발제가 되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걸리적거리는 물건들도 눈에 잘 뜨이게 마련이다.


무레 오코는 멀쩡한 직장을 제 발로 나와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있는 열혈 여성이다. 불과 몇 년 만 버티면 무난한 정년을 맞고 연금도 따박따박 받을 텐데. 그럼에도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이 책 또한 마찬가지다. 무슨 대단한 비법이 있는 것처럼 뻥튀기하는 대신 실제 겪은 일을 맛깔나게 소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책 부분에 눈이 갔다. 다른 건 다 버려도 책만은 선뜻 처리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역시나 그 또한 나처럼 과감하게 없애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리 전자책이 나오고 인터넷으로 다 볼 수 있다고 해도 책장을 넘기는 오래된 습관은 적어도 내가 죽기 전까지는 없애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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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아이 삐삐 삐삐 그래픽노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잉리드 방 니만 그림, 김영진 옮김 / 시공주니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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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어린이 책을 사 모은 적이 있다. 중고장터를 뒤져 조금이라고 싸게 놓은 전집이 있으면 무조건 사두었다. 동기는 어릴 적 그 책을 읽고 나서였다. 제목 그대로 유년기 때 읽은 책을 소개하고 있다. 책 내용을 떠나 어찌나 맛깔나게 알려주었는지 나 또한 그런 경험이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 정도였다. 특히 온라인을 뒤져가며 책을 찾아가는 여정은 보는 내내 땀이 날 정도로 재미있었다. 그 때부터 전쟁에 뛰어들었는데 약 1년 이상 전투는 지속되었다. 결과는 처참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중독되어 집안은 책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게다가 대부분 오래된 책들이라 곰팡이는 덤이었다. 문제는 그렇게 사재낀 책들을 전혀 읽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언젠가 보겠지하는 희망도 없었다. 뭔가에 씌어 걸신들린 듯 쓸어 담았다.


삐삐롱을 다시 읽었다. 이번에는 그래픽 노블 판이다. 표지를 보는 순간 직감했다. 내 유전자는 아직 죽지 않았어. 눈이 번쩍 뜨이고 가슴이 벌렁거렸다. 아, 삐삐의 원형은 이랬구나. 천재 작가 린드그렌의 상상을 그림으로 그려낸 니만의 솜씨에 감탄했다. 우리가 익히 아는 티브이 시리즈의 삐삐도 사실은 이 삽화에 빚지고 있다. 비록 본문을 압축하여 본래 삐삐의 발랄함이 다소 죽기는 했지만 입담은 여전히 살아 있다.


“푸하하! 자기 코를 어떻게 깨물어? 그럴 순 없지.”

“의자에 올라가면 되거든요, 우리 할아버지는 늘 그렇게 하셨어요,”

“삐삐, 넌 할아버지 없잖아.”

“맞아. 꼭 있어야 하나?”


거짓말을 커피 마시듯 하고 그럼에도 말대꾸는 따박따박해대는 삐삐는 모든 어린이들의 우상이다. 75년이 지난 지금에도.


덧붙이는 말


글을 쓰다 순식간에 어렸을 적 내 모습이 떠올랐다. 아버지는 내개 어른 앞에서 말대답하지 말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 귀찮아서였든 거슬러서였든 이유는 모르지만 아직도 기억이 나는 걸 보면 그 말이 꽤 상처가 되었나 보다. 여하튼 나는 점점 말이 없어져갔고 아버지와도 그다지 친하게 지내지 못했다.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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