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 - 저들은 대체 왜 저러는가?
진중권 지음 / 천년의상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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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대중의 흥분을 가라앉히지 말 것

절대로 자기의 결점이나 오류를 인정하지 말 것

절대로 적에게도 뭔가 좋은 점이 있음을 인정하지 말 것

절대로 대안의 여지를 남기지 말 것

절대로 비난을 용인하지 말 것

한 번에 하나의 적에 집중하여 그에게 잘못된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울 것


_ 나치 선전의 기본 규칙


성인이 되고 투표를 하면서부터 쭉 진보를 지지해왔다. 사정상 딱 한번 투표를 하지 못했던 순간을 빼면. 아이러니하게도 그 한 번이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 탄생한 선거였다. 지난 총선 때는 기권 표를 던졌다. 투표장에 가지 않았다. 도무지 민주당 정권을 지지할 마음이 싹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 하나쯤의 일탈은 상관없다는 듯 민주당은 총 180석이라는 역대 최다의석을 확보했다. 


진보에 대한 마음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건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였다. 말의 옳고 그름을 떠나 언론을 대하는 방식이 매우 거칠고 공격적이었다. 하도 그를 비판하기에 진짜 그런지 작심하고 티브이 연설을 본 적이 있다. 역시나였다. 한마디로 싸가지가 없었다. 국가 최고 리더로서의 품위와 절제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누군가는 솔직함이라 포장했지만. 나중에 돌아가시고 난 후에는 정직함으로 칭송받았지만. 


이명박, 박근혜를 거친 게 악수였다. 진보의 천박함도 싫지만 보수의 안면몰수는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라고 결심한 나는 문재인에 표를 던졌다. 그러나 결과는 무능함의 극치였다. 그를 둘러싼 인력풀이 이렇게나 협소한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 중에는 나도 알고 있는 몇 몇 인간들이 있었다. 세상에나 저런 사람이?


진중권은 문재인을 직접 파고 든다. 뼈아픈 일이다. 진보의 사상가로 불리는 그가 자기편을 처절하게 물고 뜯고 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나면 모든 지적이 다 일리 있음을 알 수 있다. 어쩌면 문재인 정권은 진보를 가장한 복수세력이었을지도 모른다. 집권을 하고 어떻게 하면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국민을 잘 살게 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오로지 노무현의 앙갚음을 하겠다고 덤벼들었다. 자신들의 반대편에 있는 자들을 적폐로 몰아 쓰러트리고 그 전쟁에 앞장섰던 검찰을 또 다른 적으로 돌려세웠다. 그 칼날이 자신들에게로 향하는 걸 알고서. 진중권은 묻는다. 저들은 대체 왜 저러는가? 아직도 1년이 넘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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