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갓, 죽신, 죽치.
이건 무슨 말일까? 대나무로 만든 물건인가? 했는데, 그게 아니다.
죽갓은 “막 만들어 여러 죽씩 헐값으로 파는 갓”이고,
이란 “옷, 그릇 따위의 열 벌을 묶어 이르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죽신은 “아무렇게나 대량으로 만들어서 여러 죽씩 헐값으로 파는 신”이고,
죽치는 죽갓이나 죽신처럼 “날림으로 여러 죽씩 만들어 내다 파는 물건”을 말한다.
그러니까 그다지 공들이지 않고 만들어,
열 개 스무 개씩 묶음으로 내다파는 물건을 죽치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죽치라는 말에서는 싸구려 불량품 냄새가 난다.
갓이나 신이나 하나씩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짓고,
꼭 맞는 사람에게 하나씩 파는 것이라야 죽치가 아니겠다.
그런데 요새는 회사에서 하나씩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만들려 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구박을 받는다.
장인을 키우지 않는 세상이다.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과 표준국어대사전을 보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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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5-09-08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그럼 대충 쓴 리뷰는 <죽리뷰>
아무렇게나 쓴 페이퍼도 <죽페이퍼>
장인 정신이 필요한 게야, 리뷰에도 페이퍼에도......끙..

물만두 2005-09-08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이 단위였군요^^;;;

숨은아이 2005-09-08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하하, 리뷰를 열 개씩 대충 날려 쓰고 한꺼번에 주르륵 올린다면 죽리뷰라고 할 수 있겠네요. ^^
만두 언니/단위 이름 중에서도 모르게 참 많아요. 그죠? ^^

미설 2005-09-08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회사분위기가 그렇군요..헐.. 얼마전 조선인님 회사 분위기에도 갸우뚱 한적이 있었는데요. 아마 다시 사회에 복귀(뭔 군인이 일반인 되는 느낌^^;)하면 적응하는데 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조선인 2005-09-08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우리 회사 분위기가 유독 요상한 거에요.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한답니다.
뭐, 군대문화 만연이 심각하긴 하죠. -.-;;

숨은아이 2005-09-08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설님/제가 아는 회사들이 그렇다는 거죠... 제가 섣불리 일반화했군요. ^^
조선인님/"대한민국은 군대다"라나요. ( ")(.. )

숨은아이 2005-09-08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새 댓글 다신 새벽별님/으하하! 그것도 다 재주가 있어야... 전 못 해요. ㅠ.ㅠ

미설 2005-09-09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일반화로 느낀건 아니여요.. 어쨌든.. 들리는 소리들이 다 비슷한듯도 하여 저런 생각이 들었어요.

숨은아이 2005-09-09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설님/"장인을 키우지 않는 세상"이란 제 말이 그렇네요. 회사 몇 군데에서 장인정신을 존중해주지 않는다 하여 세상 전체가 그렇다고 했으니 말여요. 조선인님이 회사에서 들으셨다는 말은, ㅎㅎ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는 일 가지고 너무 열심히 하면 본인 몸과 마음만 힘들다는 뜻이겠지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반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995년에 “로맨스”라는 제목으로 처음 번역되어 나왔을 때, 신문에서 이 책에 관해 짤막하게 소개한 걸 보고 호기심이 당겼지만, 미처 책을 사지도 읽지도 못하는 사이에 잊고 말았다. 그러다 10년 만에 다른 제목으로 탈바꿈한 책을 만난 걸 보니, 책도 윤회하는가 하는 뜬금없는 생각이 든다.

읽기 전에, 연애의 전 과정을 예리하고 발랄하면서도 철학적으로 이르집은 책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과연 그러했다. 다만 생각보다 신랄하지 않았는데, 바로 그랬기 때문에 그냥 즐겁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지 않나 한다. 해답이 없는 부분은 가볍게 넘어가고(이를테면 이른바 “마르크스주의적 순간”에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그럼에도 곧 후회하고 화해하는 이유는 파고들지 않았다.), 이기적인 욕망은 가볍게 긍정하며, 권태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즐겁고 유쾌하고, 그걸로 끝나나 했는데, 섬광처럼 빛나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165쪽에서 176쪽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의 정체성이 관계에 따라 변한다는 걸 깨닫게 해준 대목이다. 이 책에선 “사랑”만 가지고 이야기하지만, 반드시 애인 사이일 필요는 없다. 애인이나 부부가 아니라면 그 친밀성이나 독점욕은 덜하겠지만, 서로의 정체성에 영향을 주고받는 건 마찬가지다. 클로이는 혼자만의 시간을 찾아 사막으로 떠났다. 사막에는 클로이라는 사람을 비춰주는 거울(곧 한 사람의 행동이나 태도를 비춰주는 다른 사람의 반응)이 없었고, 거울이 없으니 “상상력은 우리의 얼굴에 베인 상처나 점을 자기 마음대로 꾸며내게 된다.” “그러자 그녀의 상상력이 그녀를 장악하여, 그녀를 괴물 같은 존재로 부풀려버렸다.”

우리는 스스로를 볼 수 없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 나 자신을 온전히 다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사람이 된다. 직장에서 궁합이 맞지 않는 상사와 함께 있을 때의 나, 그리고 자유 시간에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함께 있는 나는 같은 사람이지만, 똑같은 일을 보고 전혀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싫어하는 상사가 열심히 일하는 내 자리 바로 앞에서 큰 소리로 전화 통화하면 내 일을 방해하는 무례한 행동이라 생각하고 성질을 내지만, 좋아하는 친구가 거리에서 똑같은 행동을 하는 건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나는 때로 신경질적이고 편협한 사람이 되었다가, 순하고 너그러운 사람이 되곤 한다. 그런데 그 순간 나는 진심이기 때문에, 그걸 내숭이나 위선이라고 한다면 마음이 괴로울 것이다. “어떤 눈도 우리의 ‘나’를 완전히 담을 수는 없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 딱 이거다. 그렇다고 난 왜 나를 모를까 뒹굴지 말고, 우리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나 이러이러한 사람이야, 하고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나름대로 귀여운 생물이라는 걸 받아들임이 어떨까.

(참, 그 "마르크스주의적인 사랑"에 왜 "마르크스주의"란 꼬리표를 붙였는지 잘 이해 안 된다. 그리고 아마 원서엔 romantic이라고 되어 있었을 부분을 다 "낭만적"이라고 옮긴 것도 좀... 이때의 romantic은 romance에 대한, 곧 연애에 관한 것일 텐데.)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원제 Essays in Love  (1993)
알랭 드 보통 Alain de Botton (지은이), 정영목 (옮긴이) | 청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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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05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5-09-06 0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결론이 '타타타'로 귀결되는군요. 하여간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나간 사랑 스토리들을 떠올리며 어쩜 그리도 정확히 짚어내는지 감탄했던 기억이.... 근데 이게 십이년 전에 나온 책이군요!!

로드무비 2005-09-06 0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사람이 된다.
맞아요, 맞아.
그러고 보면 사랑도 우정도 상대적이죠.
그런데 또 그렇지 않은 것이 문제죠.
(문제인가, 다행인가? 어떻게 생각하세요?^^)

숨은아이 2005-09-06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공감 고마워요. 번역가가 번역을 잘하신 것 같아요. 글이 잘 읽혀요.
마태님/아, 그 노래 제목이 "타타타"로군요! 기억이 안 났어요. ^^
로드무비님/서로 다른 사람이 되면서도 변하지 않는 줄기도 있고... 변하지 않는 줄기에 비추어 자신을 반성하며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수 있으니까 다행인 것도 같고... 아, 모르겠어요. ^^

내가없는 이 안 2005-09-13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어쩜 이렇게 귀여운 생물처럼 리뷰를 쓰셨어요? ^^ 전 주위에 아주 독특한 사람이 하나 있는데요, 꼭 이 리뷰에 걸맞는 사람이에요. 전혀 모르는 시각으로 보면 천방지축 싸움꾼이고 나이에 걸맞지 않은 주책쟁이인데, 알고 보면 정말 보들보들한 카스테라 같은 사람이거든요. 리뷰를 읽다 보니깐 '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사람'에 관한 한 전적으로 동감이어요! ^^

숨은아이 2005-09-13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귀엽다구요? ㅎㅎ 좋아라~
 

얼마 전에 “피아노의 숲” 독후감을 쓸 때 일이다.

그는 아들에게 자기 방식을 강요하고 자신의 경쟁심을 아들에게 대물림하려 하는 대신, 스스로의 한계를 깨닫고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그 한계를 깨뜨리고자 노력한다.

이렇게 쓰고는 멈칫했다. “...대물림하려 하는 대신...”에서, 저 “대신”이란 표현이 적절한가?

저 문장에서 “그는 아들에게 자기 방식을 강요하고 자신의 경쟁심을 아들에게 대물림하려 한다.”를 A, “스스로의 한계를 깨닫고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그 한계를 깨뜨리고자 노력한다.”를 B라 할 때, 나는 “대신”이라는 말을 A를 부정하는 접속사로, 곧 A는 하지 않고, 그 대신 B를 한다는 뜻으로 썼다.

그런데 좀 다르게 읽으면, “그는 아들에게 자기 방식을 강요하고 자신의 경쟁심을 아들에게 대물림하려 하고” 그 대신 “스스로의 한계 때문에 고민하고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그 한계를 깨뜨리고자 노력한다.”라는 뜻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곧 A도 긍정하고, B도 긍정하는 의미로 읽힐 수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저 “대신”이라는 말이 쓰이는 다른 경우를 생각해보았다.

“나는 밥 먹을게. 대신 너는 고기 먹어.”
“이 책은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대신 다음에 다른 책으로 한 권 드리죠.”
“그럼 영화도 보고 연극도 보자. 대신 영화는 내가 고를게.”

여기서는 두 문장 사이에서 “대신”이란 말이 앞뒤 문장을 모두 긍정하는 뜻으로 쓰였다. A를 하지 않고 B를 하는 게 아니라(밥을 안 먹고 고기를 먹는 게 아니라), A도 하고 B도 하자(나는 밥을 먹고 너는 고기를 먹자), 말하자면 서로 원하는 걸 긍정적으로 주고받자는 뜻으로 “대신”이란 표현을 쓴 것이다.

그럼 “대신”이란 말이 앞의 말을 부정하는 경우는 없는가? 아니, 있다.

“나 대신 동생이 가기로 했어.”
“책상은 초록색 대신 파란색으로 칠하자.”

이때는 “대신”이라는 말이 앞의 말을 부정한다. 내가 가지 않고(부정) 동생이 가며(긍정), 초록색으로 칠하지 말고(부정) 파란색으로 칠하자(긍정)는 뜻이다.

그렇다면 명사(나 대명사, 수사) 사이에 “대신”을 쓸 경우에는 앞의 말을 부정하고, 문장 사이에 “대신”을 쓸 경우에는 앞의 말도 긍정한다, 이렇게 정리해도 될까? 그래서 독후감의 저 문장은 이렇게 고쳐 썼다.

아버지는 거만한 권위자가 아니라, 스스로의 한계 때문에 고민하고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그 한계를 깨뜨리고자 노력하는 선량한 인간이다. 그는 아들에게 자기 방식을 강요하지 않으며, 자신의 경쟁심을 아들에게 대물림하려 하지도 않는다.

내가 처음에 “대신”이라는 말을 문장 사이의 접속사로 쓴 것은, 영어의 관계대명사 용법을 따라 쓴 것이란 생각이 든다. 번역문체가 자연스럽게 나와버리는 것, 그것이 문제로세. 번역문체로 써서 말하고자 하는 뜻이 더 명확해지면 좋겠으나, 저렇게 뜻이 모호해져버린다면, 쓰지 말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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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녀 2005-09-05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전문가께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__) ^^

숨은아이 2005-09-05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존경까지... 모르는 거 틀리는 거 많습니다. ^^;;; 그리고 속삭이신 님, 잘됐네요. ^^

마태우스 2005-09-05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저한테 고마워하실 건 없습니다. 다 서로 돕는 거 아니겠습니까
호랑녀님/존경씩이나..부끄럽습니다. 전 그냥 평범한 범녀일 뿐입니다
숨은아이님/잘됐다니 다행입니다.

숨은아이 2005-09-05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푸핫! 마태님이 "범녀"이신 줄은 몰랐어요!

진주 2005-09-05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은 범녀 아니시고....馬女.

숨은아이 2005-09-05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으아, 그렇겠군요! >ㅂ<
 

평소 EBS를 즐겨 보지 않는 터라 모르고 지나갈 뻔하다가, 서재인들께서 알려주셔서 올해는 한번 작정하고 보자 생각했더랬다. 작년에도 어영부영하다가 한 편도 못 보고 넘어갔으니. 그러나 일하고 딴전 피우다 보니 올해도 제대로 본 건 몇 안 된다. 그런데 어젯밤에 월요일에 뭘 보긴 했는데 그게 뭐였더라 한참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냥 뒀다간 본 것도 스르르 잊겠다 싶어 간략히 모아놓는다.

8. 29. (월)
21:35 ~ 23:00 죽음의 제사장 (65') 
중간부터 보았다. 옆지기 말로는 캄보디아에 킬링필드는 두 번 있었다. 널리 알려진 크메르 루주의 대학살, 그리고 그 전에 미군의 융단폭격. 그런데 킬링필드를 이야기할 때 거의 항상 미군의 공격 이야기는 쏙 빼고 크메르 루주의 학살만을 문제 삼는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그러나 이 영화의 주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만남이다. 당시 크메르 루주의 말단 행동대장이었던 남자는 자기 마을의 많은 사람을 죽인 장본인으로 지목되지만, 크메르 루주가 베트남군의 공격을 받고 몰락한 뒤 마을 사람들은 이 남자를 용서한다. 이후 이 남자는 농사를 짓는 한편, 아픈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죽은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일을 하며 살아왔다. 그도 역시 무지하고 순진한 농민이었지만,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은 인정할 줄 알아야 용서도 받을 수 있다.

23:00 ~ 23:50 EBS 기획다큐멘터리 : 바이러스와의 인터뷰 (50')
유행성 출혈열이란 무서운 병이구나... 그리고 한탄바이러스를 발견, 백신을 만들어냈다는 이호왕 박사도 팔목에 건강 팔찌를 하고 있었다! ^^

9. 1. (목)
13:30 ~ 14:00 거장이 만난 채플린 : 뤽 다르덴, 장 피에르 다르덴의 <모던 타임즈> (30')
중간부터 보았다. 영화 속 찰리 채플린은 창백하고 왜소한데, 실제 찰리 채플린은 너무 멀쩡한 금발 미국인이라 놀랐다. (영화 속 모습이 더 좋다. -.-) 뤽 다르덴과 장 피에르 다르덴의 말로는, 찰리 채플린은 영화 속에서 늘 고독한 방랑자인데, 이 영화만은 마음 맞는 여자와 함께 길을 떠나는 걸로 끝난다고 한다. 그 여자(배우 폴렛 고다르Paulette Goddard)는 찰리 채플린 영화에서 유일하게 채플린과 대등한 비중을 차지한, 적극적인 캐릭터라고.

9. 4. (일)
15:30 ~ 16:50 진실을 찾아서 : 72년 미대통령 후보, 흑인여성 치솜 (77')
이것도 중간부터... (처음부터 제대로 본 게 없군. -.-) 셜리 치솜, 이런 사람이 있는 줄 몰랐다. 놀라운 여성이다. 올 EBS 다큐 축제는 내게 셜리 치솜을 알려준 것, 그 하나만으로도 매우 의미가 깊다. 그는 말한다. “나는 처음으로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한 여성, 흑인 여성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다. 나는 20세기에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애썼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20:40 ~ 22:25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 (105')
중간부터. 전에 극장에서 보았는데, 다시 보는 기분이 새로웠다.

22:25 ~ 24:40 기적의 칸딜 (133')
“음악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라니, 순수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란 뜻인가? 연출된 다큐멘터리라는 뜻인가? 아프리카에서 정체성을 찾는 브라질 음악인들, 그들이 가난한 마을의 공동체 운동과 결합해서 멋진 음악을 만들어낸다. 잘 모르지만,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에서 들은 쿠바 음악이 역동적이고 민속적이라면, 브라질 음악은 좀더 부드럽고 로맨틱한 것 같다. 젊은이들은 계속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낸다. 중간중간 지루한 부분도 있지만 음악만은 대단했다.

24:40 ~ 02:40 마지막 왈츠 (117')
자라면서 팝송은 들었어도 남미 음악은 듣질 못했다. 그 탓에 로큰롤은 편안하다. 하지만 줄창 음악 다큐 세 편을 보았더니 나중엔 좀 지겹더라.


죽음의 제사장 / Deacon of Death-Looking for Justice in Today's Cambodia
감독 : Jan van den Berg / Editor : N.A
방송 시간 : Aug 29 / 21:35

어린 시절 폴포트 정권의 극악함을 30년이 지난 오늘까지 잊지 못하고 살고 있는 여인 속치는 어느날 감옥에서 그녀를 담당했던 감시관을 우연히 만난다. 그는 그녀의 가족 모두를 살해한 사람이었다. 속치는 그의 범죄를 법정에 세울 계획을 세우지만 아직 캄보디아에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바이러스와의 인터뷰 / An Interview with Virus
감독 : Yeongyu Lee / Editor :
방송 시간 : Aug 29 / 23:00

이 다큐멘터리는 1976년 한국의 과학자 이호왕이 발견한 한탄바이러스가 한국에 들어와 한 연구팀에 의해 정복되기까지 시간을 쫒아가 봤다.. '나는 왜 태어났을까'. '나는 왜 숙주를 죽이는가' 바이러스의 존재론적 의미를 찾아가는 다큐멘터리.



뤽 다르덴, 장 피에르 다르덴의 <모던 타임즈> / Chaplin Today: Luc & Jean-Pierre Dardenne "Modern Times"
감독 : Serge Toubiana / Editor :
방송 시간 : Sep 1 / 13:30

1999년 <로제타>로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을 수상한 벨기에의 형제 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은 <모던 타임즈>를 회고한다. "톱니바퀴 속 떠돌이 찰리의 모습은 카메라 속의 배우와 같다. 즉 이 영화는 영화에 관한 영화이다. 산업화와 기계화에 물든 영화의 연대기를 묘사한 작품이다."

 

72년 미대통령 후보, 흑인여성 치솜 / Chisholm '72 - Unbought & Unbossed
감독 : Shola Lynch / Editor : Sam Pollard, Sikay Tang
방송 시간 : Sep 4 / 15:30

1972년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 브루클린 국회 위원인 셜리 치솜은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대통령 후보였다. 이 엄청난 사건에는 음모와 술수, 열띤 지지가 뒤엉켜 있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 / Buena Vista Social Club
감독 : Win Wenders / Editor :
방송 시간 : Sep 4 / 20:40

1996년 쿠바 음악에 심취한 유명한 기타리스트 라이 쿠더는 이름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실력은 가장 뛰어난 쿠바의 뮤지션들을 모아 앨범을 녹음했는데 이것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앨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다. 이 앨범의 국제적인 성공을 통해 국내외에서 오랫동안 간과되어 온 베테랑 뮤지션들의 이력이 다시 살아나게 되었다.



기적의 칸딜 / Miracle of Candeal
감독 : Fernanado Trueba / Editor :
방송 시간 : Sep 4 / 22:25

85세의 쿠바 출신 피아니스트인 베보 발데스는 40년간 스톡홀름에서의 망명 생활 후 아프리카 음악과 종교가 순수한 형식으로 보존되고 있는 브라질의 살바도르 데 바히아를 여행한다. 그곳에서 음악가 마테우스를 만나게 되고 마테우스는 발데스에게 살바도르의 아프로-바히안 마을을 소개한다. 그곳만의 특별한 칸딜은 음악학교이자, 헬스센터이며 사운드 스튜디오이다.



마지막 왈츠 / Last Waltz
감독 : Martin Scorsese / Editor : N.A
방송 시간 : Sep 4 / 24:40

토론토에서 결성되어 1976년 해체한 더 밴드 락 그룹의 마지막 공연 '라스트 왈츠'의 공연 실황과 그 뒷이야기를 담은 마틴 스콜세지의 뮤직비디오다. 밥 딜런, 에릭 클랩튼, 닐 다이아몬드, 닐 영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더 밴드의 마지막 공연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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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5-09-05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이 영화.









벽 / Wall
감독 : Simone Bitton / Editor :
방송 시간 : Aug 29 / 13:50

감독은 유대인이면서 아랍인이라는 이중 정체성을 표방하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증오의 벽을 허물고자 시도한다. 작품은 세계적 유적지를 파괴하며 사람들을 갈라놓고 있는 분단선을 독특한 방식으로 접근하여 그려낸다.


시작하는 장면만 보았다. 이스라엘 쪽 벽면에는 마티스의 춤 그림을 변형해서 참 아름답게 그려놓았다. 그 너머 팔레스타인 쪽 벽면은 회색 시멘트뿐이다. 다 보지 못한 게 아쉽다. 지금 이스라엘의 샤론 총리는 가자와 요단 강 서안 지구에서 이스라엘 군대와 정착촌을 철수케 하는 한편, 이들 팔레스타인 자치지구를 시멘트벽으로 빙 에워싸고 있다. 어제 KBS 스페셜에서 <가자 철수, 샤론의 도박>이라는 제목으로 방송된 내용을 보니, 이스라엘군에서는 정착촌 주민들이 마을 밖으로 나가도록 한 다음, 공공건물만 빼고 주민들이 살던 집은 다 때려 부순다. 저 집들을 굳이 부술 필요가 있나 싶었는데,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기네가 살던 집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는 걸 원치 않는다고 한다. 치사하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 그러나 해야만 하는 이야기들... | 할 말은 하고 살자
2005.09.05

 

난 안산공과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몇 번 말한 적이 있다.

 

그 이유는,

 

1. 사립대학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운영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 학교 정관에는 ‘직원을 채용할 때 학력의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다. 얼마나 좋은 학교인가 ? 그런데 누구는 누구와 무슨 관련이 있다더라는 말이 나올 만한 학교라면 ?

2. 노동조합이 있고, 그 노조에 대한 학교의 태도는 반노동조합적 태도와 행동의 집합체라고 할만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내가 쓴 글은 그 중에 일부에 불과할 뿐, 그 보다 더 한 일도 많았다.

3. 위 정관의 규정에 따라 학력 제한 없이 채용된 직원들은 모두 정규직이고 그 수는 노동조합 조합원의 다섯 배에 이르나(노동조합 조합원은 비정규직), 그런데 그 정규직 직원들의 행동이 일말의 양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 때문이다.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낀다.

4. 나아가 19명의 조합원 중 여성 조합원이 18명에 이르는데다가, 역시 위 정관에 따라 채용된 직원들이 학교와 한 덩어리가 되었고, 또한 남자 정규직 직원들의 여성에 대한(그것도 나이가 어린) 태도는 환멸이라는 단어로는 설명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5. 마지막으로 난 위와 같은 사실이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에 우호적이든 아니든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여성에 대해 그리고 정규직이 비정규직에 대해 하는 차별적이고 비인간적인 언동, 그에 동조하거나 침묵하는 다른 정규직 여성, 그러한 일이 있음에도 아무런 조치도 하지 못하는 노동부나 국가기관들의 방관이나 침묵(이래서 정규직노동조합이나 욕해대는 노동부장관의 면상을 볼 때는 짜증이 팍 밀려온다) 등에 같이 화를 내고, 나아가 그와 같은 사립대학을 개인의 사유재산처럼 내버려두는 사립학교법의 대폭 손질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단 한명이라도 더 갖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다음은 엊그제 안산공과대학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성명서다. 

 


대부분 여성으로만 구성된 안산공과대노동조합, 파업투쟁 중

학교측의 성희롱, 폭행 등에 시달려..


학장 성희롱 사건에 대한 공개사과 후 24시간도 안되어 다시 폭행사건 일어나..


1. 9월2일 안산공대 노동조합 사무국장이 파업투쟁 중 학교측 직원에 의해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10시경 노동조합이 학내에서 노동가요를 틀자 안산공과대학 강모 계장은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야?” 라고 소리를 치며, 노동가요가 틀어져있는 카세트를 발로 두세 차례 가격했다.

노동조합 사무국장이 이를 저지하려하자 강모 계장은 노동조합 사무국장의 하복부를 구둣발로 강하게 걷어찼고 쓰러진 사무국장은 고통을 호소하며, “결혼하고 애기를 못 낳으면 당신들이 책임질거냐?” 라고 항의했다.

이에 옆에서 지켜만 보고 있던 윤모 계장은 “거기 한 대 맞았다고 애기 못 낳냐?”라는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말을 폭행 피해자인 노동조합 사무국장에게 퍼부었다.

윤모 계장은 평소에도 파업 중인 노동조합원들에게 “미친*들, *랄하네” 등을 비롯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들을 퍼부었었다.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직원들은 강하게 항의하는 조합원들 앞에서 강모 계장을 보호하며 폭행 장소를 벗어났고 이후 폭행 당사자인 강모 계장을 차에 태운 후 학교를 빠져나갔다.

또한 일부직원들은 항의 농성을 하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니들 같은 것들은 태어나지도 말았어야 했다”며 인간적 모멸감을 느낄 수 있는 말을 하며 조합원들을 조롱했다.


2.안산공과대 노동조합은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 소속으로 2003년 단체협약에서 5년의 고용을 1차적으로 보장하고, 이후 평가를 통해 3년씩 2회 연장 후 11년 이상 근무한 조합원에 대해서는 일반직과 통일한 정년을 적용할 것을 합의했었다.

그러나 학교측은 2005년 단체교섭에서 이를 무시하며, 일방적으로 조합원들을 해고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안산공과대 지부는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지난4월8일 파업에 돌입해 150여일째 파업을 진행 중이다..


3. 안공과대학 재단은 4개 대학과 7개 중.고등학교를 소유한 족벌사학이며, 친인척 중심의 파행적 대학운영을 자행하고 있다.


4.안산공과대 노동조합은 19명의 조합원 중 18명이 여성으로 구성되어있다. 이로 인한 학교측의 노동조합에 대한 무시와 탄압은 대학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의 장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할 만큼 정도가 심하다.


5. 특히 이번 사태는 지난 7월 경비직원이 여성조합원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비속어와 욕설을 하는 등의 성희롱, 성폭언을 일삼고, 조합원들의 차량을 파손하는 등 난동을 부린 것에 대해 학장이 공개사과한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또한 항의 방문을 한 조합원들에게 학장은 오히려 “너희들이 노래 소리를 크게 틀어놓지 않았느냐?”며, 강 모 계장을 옹호하는 발언만을 계속했다.


6.한편 안산공과대 노동조합 사무국장은 현재 A산부인과에 입원해 치료중이며, 담당의사는 “앞으로 어떤 예후가 나타날지 알 수 없다”라는 진단을 내린 상태다.

안산공과대 노동조합은 현재 강모 계장을 상대로 검찰에 고소, 고발을 준비하고 있으며, 학교측에는 폭행 당사자의 즉각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 마주보며말하기 2005.09.05 02:14:41

    남성들이 같이 있었을 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 그들이 항상 여럿이 모여서 그런 짓을 하고, 혼자 다닐 때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
    난, 노동조합에 대해 우호적인지를 떠나 특히 위와 같은 특히 남성들, 그리고 정규직, 그리고 자그마한 권력 기제에라도 포섭되어 있을 때 그들이 보이는 비인간적인 태도나 행동에 대한 분노는 누구나 갖어야 하리라는 생각이 있다.
    안산공과대학에 관해서는 '조교라는 이름의 비정규직 노동자' '조교라고 부르지 마' '안산공과대에 이런 일도'라는 제목의 글을 참고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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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5-09-05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없이 추천해주고 가셨군요. 고맙습니다. 널리 퍼뜨려주시기를 소망합니다.

릴케 현상 2005-09-05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는 말 안하고 퍼 가야 되는 분위기^^

숨은아이 2005-09-05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앙~ 싫어요. 뭐라도 한마디씩 해주세요.

마냐 2005-09-07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막힐 따름이죠. 아직도 현실은 이렇구나....그래서 말문이 막히구..

숨은아이 2005-09-07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고맙습니다! 댓글 남겨주셔서. 어흑. 이 일이 기사화라도 돼서 널리 알려지면 좋겠는데, 지방의 작은 대학 일이라선지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