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갓, 죽신, 죽치.
이건 무슨 말일까? 대나무로 만든 물건인가? 했는데, 그게 아니다.
죽갓은 “막 만들어 여러 죽씩 헐값으로 파는 갓”이고,
죽이란 “옷, 그릇 따위의 열 벌을 묶어 이르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죽신은 “아무렇게나 대량으로 만들어서 여러 죽씩 헐값으로 파는 신”이고,
죽치는 죽갓이나 죽신처럼 “날림으로 여러 죽씩 만들어 내다 파는 물건”을 말한다.
그러니까 그다지 공들이지 않고 만들어,
열 개 스무 개씩 묶음으로 내다파는 물건을 죽치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죽치라는 말에서는 싸구려 불량품 냄새가 난다.
갓이나 신이나 하나씩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짓고,
꼭 맞는 사람에게 하나씩 파는 것이라야 죽치가 아니겠다.
그런데 요새는 회사에서 하나씩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만들려 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구박을 받는다.
장인을 키우지 않는 세상이다.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과 표준국어대사전을 보고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