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씨앗을 심는 사람들
폴 플라이쉬만 지음, 김희정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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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서로 아무 얘기도 나누지 않지만 온 사방 가득 일하는 사람들이 내는 소리는 마치 다정한 말소리 같습니다. 나는 그들이 내는 호미질 소리, 물 주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고요한 마음이 되곤 합니다. (중략) 그리고 내가 안전한 곳에 있는 듯해서 안심이 됩니다.-105쪽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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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딱뚝딱 인권짓기 - 만화 인권교과서 뚝딱뚝딱 인권 짓기 2
인권운동사랑방 지음, 윤정주 그림 / 야간비행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올 추석에 고1과 중1인 두 조카에게 선물한 책이다. 나는 성장할 때 부모님이나 선생님, 언니 오빠에게 특별한 문화적 자극을 받지 못했다. 부모님은 특별히 책을 좋아하시지도 않았고 생계에 바빴고, 선생님들도 그랬고, 언니와 오빠는 터울이 워낙 많이 져서 대화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내 독서의 폭은 교과서에 나오는 것들, 방학 때 나눠주는 필독서 목록, 일반적인 전집(세계명작전집이나 청소년선집, 한국문학선집 등)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조금 특별한 선생님을 만난 친구들, 두세 살 위인 언니 오빠에게 남다른 문화 체험을 전수받은 아이들은 내가 모르는 세상을 알고 있었다. 내가 조카들에게 책을 사주는 이유는, 내가 받지 못했던 자극들을 혹시나 줄 수 있을까 해서다. 책을 꽤 좋아하는 편이 아닌 부모님과 선생님의 지도만 받았을 때는 읽을 기회가 없는 책을 읽게 해주고 싶어서다. 1년에 겨우 서너 번 만날 뿐인 내가 그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지만, 그냥 슬쩍 들이밀기라도 하고 싶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은 아이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선물할 책을 고르면 선물하기 전에 먼저 내가 읽는데, 이 책, [뚝딱뚝딱 인권짓기]는 조카들보다 나에게 먼저 필요한 책이었다. 내 의식과 무의식의 주름과 주름마다, 오래 묵어 웬만한 솔질로는 벗겨지지도 않는 때처럼 깊이 박인 고정관념, 차별의식, 국가주의의 잔재들. 그리고 무심하게 침해하고 침해받아온 인권. 나는 20대 초에 심심하다는 이유로 고등학생인 남동생의 일기를 훔쳐보았고(그 덕에 남동생의 고민을 알게 되었지만), 고등학교 다닐 적에는 뇌성마비 장애가 있는 같은 반 친구를 불편하게 여기기도 했다(겉으로는 그럭저럭 잘 지냈지만 진심으로 이해하지 않았다).

머리로, 말로 “모든 사람의 인권은 존중받아야 해”라고 생각하고 말하긴 쉽다. 하지만 어떻게 존중하고 존중받아야 하나? 지금 내가 손끝 하나로, 말 한마디로, 눈빛 한 줄기로 누군가의 마음을, 시간을, 권리를 다치게 하지 않으려면, 그리고 내 마음과 시간과 권리를 지키려면,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문제 제기를 받고 사고방식을 단련해야 한다. 내게 문제를 제기하고 무딘 일상을 자극해주는 책,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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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9-20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으로 땡스투 엄청 받았어요.
혹시 님도 그 중 1인?^^
(내 의식과 무의식의 주름 주름마다......그 표현 한 번 탁월하네요!^^)

숨은아이 2005-09-20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당근 로드무비님께 땡스투했죠! 두 권이나! ^^

yeshot21 2006-01-05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소개글을 참 맛나게 쓰셨네요. 한권 사고 싶게...

숨은아이 2006-01-06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yeshot21님 고맙습니다. 한 권 사셨나요? ^^
 

명절이면 조카들에게 책을 한 권씩 선물하는데, 광주 터미널에 도착할 때까지 시댁 막내 조카에게 무슨 책을 선물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그래서 터미널 옆에 붙어 있는 광주 신세계백화점 서점으로 갔다. 예전에는 서점이 백화점 1층에 있었고 보유한 책도 꽤나 다양했는데, 언제 바뀌었는지 모르겠으나 지난 설날에 가보니 8층 한구석으로 위치를 옮겼고, 책의 보유량도 좀 줄어든 것 같다. 서점이 한데로 밀려난 듯해 서운했다. 대신 1층에 있을 때는 좁은 공간에 책도 사람도 많아 복닥복닥했는데, 8층에선 (공간의 규모는 비슷하지만 찾는 사람이 적어 -_-;) 한갓지게 책을 살펴보기 좋다.

30분여 이 책 저 책 뒤적이다가 [구름공항]이 딱 눈에 띄었다. 전에 여러 서재인들께서 좋은 평가를 내렸던 걸 본 기억이 난다. 펼쳐보니, 오, 구름 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화면 가득 서늘한 구름 냄새! 아이는 찰흙 빚어내듯 구름을 디자인하고, 큰 구름 작은 구름이 하나하나 살아 있는 듯 다른 표정을 짓는다. 내가 다 신이 났다. 바로 이거야.

더 망설일 것도 없이 이 책을 사서 다섯 살 난 조카에게 선물했다. 그런데 조카는 아직 이해가 안 되는지 그냥 술술 넘겨버리고 만다. 그러다 누나가 첫 장의 구름 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그림을 가리켜 보이자, “헉” 소리를 낸다. 뭔가 대단해 보이긴 하나 보다.

구름 공항 - 벨 이마주 28
데이비드 위스너(그림), 이상희 (옮긴이)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정   가 : 9,500원
출간일 : 2002-07-25 | ISBN : 894511887X
양장본 | 46쪽 | 280*242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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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5-09-20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른인 제가 봐도 환상적이더라구요.. 명절 잘 보내셨죠?

숨은아이 2005-09-21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설님/네, 좋아요. 명절엔 비교적 길도 안 막혀서 잘 보냈습니다. 미설님은 어찌 보내셨어요?
 

추석을 맞아 시댁에 가는 길에 옆지기가 사투리 이야기를 하다가
“처진거리”란 말을 아느냐고 물었다.
처음 듣는데.
어머니가 쓰시는 말인데, 남은 밥, 먹다 남은 것처진거리라 한단다.
군대 용어로 잔반(殘飯) 되시겠다.
처진거리라. 뒤로 처진 것, 먹다 남긴 음식.
이렇게 딱 떨어지는 말이! 그런데 국어사전에도 없고,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에도 없다.
사투리라 그런가?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잔반을 '남은 밥', '음식 찌꺼기'로 순화했다고 나오는데,
음식 찌꺼기라고 하면 버릴 것이란 의미가 되지만,
남은 음식이 꼭 다 쓰레기는 아니다. 남겼다 나중에 다시 먹을 수도 있고
개나 돼지에게 먹일 수도 있다.
그리고 ‘남은 밥’이라고 하면 밥에 한정된다. 밥이 꼭 쌀이나 보리로 지은 밥만을
가리키지 않고 넓은 범위로 ‘식사’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고기나 잡채 남은 것을 ‘남은 밥’이라고 하긴 좀 그렇지 않은가.
국립국어원에서는 왜 ‘처진거리’를 생각하지 못했단 말인가.
시어머니 말씀을 듣다 보면 가끔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무학으로, 글도 모르고 살아오셨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쓰시는 생활 용어가 어쩌면 그리도 적확하며,
어쩌면 그리도 기막힌 메타포인지!
아, 저 말은 적어놔야 하는데, 생각하다가도
잠깐 딴 일 하는 새에 까먹어버리는 내가 원망스럽다. ㅠ.ㅠ
녹음기를 갖고 다니든지 해야지 원.
아무튼, 국어학자들께서도 나름대로 노력하시겠지만,
앞으로 외국어나 공연히 어려운 한자어를 이른바 ‘순화’할 때는
먼저 시골 노인네들에게 여쭤보고 정했으면 좋겠다. 흐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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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9-20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것도 사라질 것 같으니 모으면 좋을 것 같아요...

야클 2005-09-20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대 실전용어로는 '잔반'이 아니라 '짬빱'이 되시겠습니다. ^^

숨은아이 2005-09-20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 언니/앞으로 애용해주세용~ ^^
야클님/앗, 그렇습니까. 전 짬밥은 그냥 군대에서 먹는 밥을 말하는 줄 알았는데요. ^^

진주 2005-09-20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짬밥은 고유어로 살리자는 의견도 강하게 일고 있다지요.
숨은아이님, 제가 늘 주장하는 바가 그것이랍니다.
표준말은 향토성짙은 지방어들의 어휘들을 다 안을 수 없는 단점이 있어요. 언어와 땅도 신토불이랍니다. 그 지방에서만 나는 독특한 낱말들이 있죠. 사투리를 살립시다아아아~

숨은아이 2005-09-20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립시다아아아~!!!

물만두 2005-09-20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리시껴!!! (강화사투리)

숨은아이 2005-09-20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고마워요. ^_________________^
만두 언니/호오, *.*
 

실타래 : 길고 둥글게 풀어놓은 실몽당이.



 
토리 : 둥글게 공처럼 만 실뭉치.





실-톳 : 방추형으로 감아 놓은 실몽당이.



 

실-꾸리 : 둥글게 감아 놓은 실몽당이.






실-테 : 물레의 얼레나 실패에 감아놓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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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05-09-14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몽당이들....전 순간 제목만 보고 아이들을 말하는 건 줄 알았습니다.
실타래를 말하는거군요?
토리...실톳...실꾸리...실테.....첨 알았어요..ㅡ.ㅡ;;

숨은아이 2005-09-14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흔히 보는 것인데, 그 이름을 제대로 못 불러주었어요. 이제 알았으니 잘 불러줘야지! ^^

플레져 2005-09-14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패가 아니라 실테였어요?? 아, 이런...삼십년 세월 헛살았네...
추천하고 퍼갑니당 ^^

숨은아이 2005-09-14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실패는 실을 감는 나무쪽이나 종이를 말하는 거고, 실테는 거기 감은 실뭉치를 얘기하는 거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