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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딱뚝딱 인권짓기 - 만화 인권교과서 ㅣ 뚝딱뚝딱 인권 짓기 2
인권운동사랑방 지음, 윤정주 그림 / 야간비행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올 추석에 고1과 중1인 두 조카에게 선물한 책이다. 나는 성장할 때 부모님이나 선생님, 언니 오빠에게 특별한 문화적 자극을 받지 못했다. 부모님은 특별히 책을 좋아하시지도 않았고 생계에 바빴고, 선생님들도 그랬고, 언니와 오빠는 터울이 워낙 많이 져서 대화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내 독서의 폭은 교과서에 나오는 것들, 방학 때 나눠주는 필독서 목록, 일반적인 전집(세계명작전집이나 청소년선집, 한국문학선집 등)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조금 특별한 선생님을 만난 친구들, 두세 살 위인 언니 오빠에게 남다른 문화 체험을 전수받은 아이들은 내가 모르는 세상을 알고 있었다. 내가 조카들에게 책을 사주는 이유는, 내가 받지 못했던 자극들을 혹시나 줄 수 있을까 해서다. 책을 꽤 좋아하는 편이 아닌 부모님과 선생님의 지도만 받았을 때는 읽을 기회가 없는 책을 읽게 해주고 싶어서다. 1년에 겨우 서너 번 만날 뿐인 내가 그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지만, 그냥 슬쩍 들이밀기라도 하고 싶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은 아이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선물할 책을 고르면 선물하기 전에 먼저 내가 읽는데, 이 책, [뚝딱뚝딱 인권짓기]는 조카들보다 나에게 먼저 필요한 책이었다. 내 의식과 무의식의 주름과 주름마다, 오래 묵어 웬만한 솔질로는 벗겨지지도 않는 때처럼 깊이 박인 고정관념, 차별의식, 국가주의의 잔재들. 그리고 무심하게 침해하고 침해받아온 인권. 나는 20대 초에 심심하다는 이유로 고등학생인 남동생의 일기를 훔쳐보았고(그 덕에 남동생의 고민을 알게 되었지만), 고등학교 다닐 적에는 뇌성마비 장애가 있는 같은 반 친구를 불편하게 여기기도 했다(겉으로는 그럭저럭 잘 지냈지만 진심으로 이해하지 않았다).
머리로, 말로 “모든 사람의 인권은 존중받아야 해”라고 생각하고 말하긴 쉽다. 하지만 어떻게 존중하고 존중받아야 하나? 지금 내가 손끝 하나로, 말 한마디로, 눈빛 한 줄기로 누군가의 마음을, 시간을, 권리를 다치게 하지 않으려면, 그리고 내 마음과 시간과 권리를 지키려면,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문제 제기를 받고 사고방식을 단련해야 한다. 내게 문제를 제기하고 무딘 일상을 자극해주는 책,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