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주의의 시대경험
후지따 쇼오조오 지음 / 창비 / 1998년 12월
구판절판


'안락에의 예속'은 안락 상실에 대한 불안에 몰린 일종의 '능동적 니힐리즘'이었다. 억제심을 상실한 '안락' 추구에 대한 그러한 불안은 가까운 곳에서 안락을 보호해줄 자, 즉 이익보호자를 찾게 만든다. 회사에 대한 의존과 과잉충성, 모든 크고 작은 유력조직에 대한 이기적인 귀속심, 이것과 같은 계열선상에서의 국가에 대한 의존감각, 이러한 것들이 사회 전반에 걸쳐 강화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현상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 속에서는, 예를 들에 회사에 대한 헌신적인 '충성'도 불안에 가득 찬 자기 안락 추구가 모습을 바꾼 형태에 불과하므로 거기에는 타인과의 격심한 경쟁이나 아무런 억제심도 없이 타인을 걷어차 내버리는 것이 당연한 일로서 포함되어 있다.-43쪽

어느쪽이나 그 이데올로기를 신봉하는 '주의자' 집단 내부에는 통속적이고 사회적인 편견을 비교적 많이 내포하고 있는 부분과 적은 부분이 있었다. 집단적 형태의 것들은 그런 부분이 불가피하게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질이 높은 이데올로기라 해도 신봉자집단이 있는 한 이른바 쓰레기 같은 부분을 포함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무릇 종교에도 '완전히 순수한 크리스트교'나 '완전히 순수한 불교'가 있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적 대표자나 창시자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완전히 순수한 이데올로기'는 사회적으로는 존재할 수 없었다.-61쪽

'시장경제 사회' 속에서는 '생산'이라는 개념이 마구 사용되면서도 의심받는 일조차 없는 듯이 보이는데, 예컨대 '철강생산'이라고 할 때 누가 정말로 철강을 창조해낸단 말인가? 실제로 벌어지는 일은 철분을 함유하고 있는 암석을 캐내어 거기서 쇠 부분을 녹여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과정은 불가역적이어서 철제품이 무용지물 또는 무효가 되었다고 해서 그것을 암석 속으로 되돌려보내어 다시 철광석으로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다. / 이와같이 원상으로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인 추출과정을 일반적으로 '생산'이라 부른다. 그것은 용어로서도 적절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말을 일상적으로 쓰고 있으면 인간이 하는 일을 신이 하는 일인 양 숭배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와같은 불손함은 현대의 독특한 최신 최강의 '야만'이다. / 이점을 생각하면 '생산'이라는 개념 자체가 경제이론 속에서 성립될 수 있는 것인지 심히 의심스럽다. 오늘날 모든 문화영역에서 그와같은 기초 '범주'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나에게는 불가사의이다. 현재의 학문적 정체현상의 원인의 하나가 이 언저리에 있는지도 모른다.-73쪽

'부분'은 어느 것이나 '부분'이며 있을 수 있는 차이는 '더 중요한 부분'이라든가 '좀더 먼저 있었던 부분'과 같은 상대적인 차이뿐이다. 따라서 '이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것이 전체 그 자체다'라고 할 수 있는 특권적인 부분이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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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frog 2004-11-13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끊임없이 님에게 밑줄을 긋게 만드는 책이니 반드시 읽어야겠어요. 살면서 지침이 되는 책을 만나는 건 참 경박하지 않은 진중한 기쁨이에요..^^ 추천 하나 하고 보관함에 우선 넣고..

숨은아이 2004-11-13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고맙습니다! 어휴, 이제야 마쳤어요. 지금까지 읽은 중에(별로 읽은 것도 없지만) 가장 인상 깊은 사유책이라, 밑줄 그은 게 많네요. ^^ 그런데 일본어 원서를 거의 직역한 책이라 문장이 좀... 번잡하지요?
 
전체주의의 시대경험
후지따 쇼오조오 지음 / 창비 / 1998년 12월
구판절판


정신적 성숙이 어려운 사회상황이 되어 있다. 온몸이 통째로 소속되는 보육기관이 계단처럼 쌓아올려진 형태로 사회기구가 만들어져 있어서 성숙의 모태인 자유로운 경험은 하기 힘들게 되기 때문이다. 하나의 보육기로부터 다른 보육기로 옮겨질 때에는 지나치게 격렬한 경쟁시험이 부여되어 있는데, 그 '시험'은 관료기구의 특징인 문서주의 원칙에 따라서 미리 서식이 정해진 필기시험이기 때문에 특정한 일면의 능력만을 묻는다.-18쪽

그들 보육기 속에서는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지나칠 정도로 일하고 지나칠 정도로 운동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오직 그 캡슐 속에 들어가 있음으로써만 비로소 작은 안정과 작은 풍요가 보장되도록 되어 있으므로, 근로나 고생의 유무와 상관없이 정신세계에서는 사회기관의 대부분이 보육기화되어 있다. 현대의 압도적인 '중류의식'은 아마도 이러한 보육기 내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의 다른 표현일 것이다.-18-19쪽

사물은 원래 사람 쪽의 자의적인 의도를 넘어선 독립적인 타자이기 때문에 물건이라든가 일이라든가 하는 식으로 불리며 그것과의 만남과 교섭을 통해 우리들은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인데, 현대의 '선험주의'는 사물의 그러한 타자성을 아예 인정하지 않고 자신에게 나타나는 문제는 모두 사전에 완전히 통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물건이나 일에 대한 가공할 만한 전체주의!)이므로 그러한 의식의 틀 내에서는 사물과의 사이에 경이에 찬 그리고 고통을 수반하는 상호교섭이 일어날 여지가 없다.-20쪽

모든 생활자료를 대량생산 대량유통의 거대 체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오늘날에는 '고래 뱃속에' 꼴깍 삼켜져버린 상태라는 점을 (후략).-28쪽

거기서는 세계는 그 자체로서 존재하는 물(物)이 아니라 오로지 소비되기 위해서, 그리고 그렇게 될 때까지만 일시적으로 존재하는 가상물에 지나지 않게 된다. (중략) 물건 목록으로까지 폄하되어버린 세계다.-31쪽

안락에의 예속 (후략).-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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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을 가진 하나님 : 성서로 보는 미국 노예제 살림지식총서 4
김형인 지음 / 살림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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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지식총서 004권으로 2003년 6월 나온 책입니다. 미국에 노예가 처음 들어오기 시작한 때부터 남북전쟁에 이르기까지 노예제를 중심으로 사회 변화 상황을 간략히 훑고, 똑같이 성서에서 그 근거를 찾은 노예제 폐지론과 노예제 찬성론의 대립을 소개했습니다.

100쪽도 안 되는 책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하면 안 되겠지만, 그래도 책으로서 한 권의 생명을 타고났다면 그 한 권으로 완결되는 어떤 것이 있는 편이 바람직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이 책은, 노예제 폐지론과 찬성론의 요지는 명확하게 전달했지만, 전체 분량의 절반을 바친, 노예제를 중심으로 미국 초기 역사를 개관하는 것은 그야말로 ‘대충’ 넘어갔습니다. ‘1850년의 타협’이니 ‘유혈의 캔사스 사태’니 하는 걸로 당시 미국 정황은 숨 가쁘게 요동친 모양인데, 도대체 1850년의 타협 내용이 무엇이고 유혈의 캔사스 사태는 어찌 된 건지 설명이 없습니다.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으려면 한 가지만 이야기해라” 하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 가지만이라도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고, 이것저것 건드리다 마는 책은 실망스럽습니다.

그래도 이 책의 주제만큼은 칭찬하고 싶습니다. 노예제와 기독교와 미국 역사를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어서, 유익했습니다. 짐작대로 노예제 폐지론자들은 신약성서를 주요 근거로 삼고, 찬성론자들은 구약성서를 근거로 삼더군요.

폐지론자들은, 인류는 모두 아담의 자손으로 형제이니 형제를 노예로 삼는 것은 옳지 않으며,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마태복음의 가르침에 따라 자유민인 백인처럼 흑인도 자유롭게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구약성서 출애굽기에 “남을 후린 자가 그 사람을 팔았든지 자기 수하에 두었든지 그를 반드시 죽일지니라” 하고 나온 데 따라서, 노예사냥을 범죄시합니다.

반면 노예제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은 아브라함도 노예를 거느렸으니 하느님은 노예제도를 용인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레위기에 “네 동족이 빈한하게 되어 네게 몸이 팔리거든 너는 그를 종으로 부리지 말고 품꾼이나 우거하는 자같이 너와 함께 하여 희년까지 너를 섬기게 하라” 하고 7년마다 오는 안식년이 일곱 번 돌아오는 해인 희년에 그 종을 해방하라고 했는데, 이방인에 대해서는 “너의 종은 남녀를 무론하고 너의 사면 이방인 중에서 취할지니 남녀 종은 이런 자 중에서도 살 것이며”라고 한 데다 희년에 풀어주라는 말도 없으니, 이교도인 흑인은 대대손손 노예로 삼아도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이들을 노예로 데려온 덕에 이들이 기독교를 믿고 구원받게 되었으니 도리어 노예주들은 선을 베풀었다고도 합니다. 흑인이 기독교를 믿고 형제가 되었으면 이제 이교도가 아니게 되었으니 마땅히 자유롭게 해야 하는 게 아닌지?? 그리고 구약의 하느님은 유목민인 유대민족의 신이니, 이방인의 인권까지 보호하지 않은 게 당연하지요. 그러나 기독교는 유대교가 아닌 것을!

그리고 노예제 찬성론자들은 “사환들아 범사에 두려워함으로 주인들에게 순복하되 선하고 관용하는 자들에게만 아니라 또한 까다로운 자들에게도 그리하라”는 신약성서 베드로전서의 구절과 “종들은 자기 상전들을 범사에 마땅히 공경할 자로 알지니... 믿는 상전이 있는 자들은 그 상전을 형제라고 경히 여기지 말고 더 잘 섬기게 하라”는 디모데전서의 구절도 근거로 삼았다 합니다. 그런데 이건, 종들에게 현실 생활에 잘 적응하라고 한 말이잖아요! 노예 신분인 이들에게 자기 할 일을 충실히 잘 하라고 한 말이지, 노예를 부리는 자들에게 노예를 부려도 좋다고 한 말이 아닙니다. 이를테면 마태복음에서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며”라고 한 말씀은, 뺨 맞는 사람에게 원수도 사랑하라고 한 말이지, 뺨을 때린 자에게 맘대로 상대편의 뺨을 때려도 좋다고 허락한 게 아닙니다.  

그렇다고 노예제 폐지를 주장한 쪽이 무조건 선하고, 찬성한 쪽이 무조건 악하지는 않겠지요. 백인 폐지론자들은 산업 발전에 노예제가 걸림돌이 되었기 때문에 폐지를 주장한 측면도 있고, 또 맘 좋은 주인을 만날 경우 북부의 산업 프롤레타리아보다 더 편하고 자유롭게 노예 생활을 할 수도 있었다고 하니까요. 링컨도 미국의 여러 주가 연방으로 통일되는 데 걸림돌이 된다면 노예제를 폐지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문제는 선악이 아니라, 인간과 생명에 대한 존중일진대...

흠 하나. 68쪽에 나오는 “아프리카 리베리아”는 “아프리카 라이베리아”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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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11-12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지와 폐지의 양 축이 선과 악의 차원이 아니라, 자기의 기반을 위해서라는 걸 들춰내는 것이 참 마음 아프군요...

숨은아이 2004-11-13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퀘이커 교도와 초기 감리교회, 침례교회는 도덕심과 신앙을 바탕으로 노예제 폐지를 강하게 주장했다고 합니다. 나중에는 이권에 따라 교회도 남북으로 갈라졌지만...

chika 2004-11-13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기억은 안나지만 지금 미국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청교도주의라 들었던 것 같습니다. 9/11 테러 이후에 그들은 악이고 나는 선이라는 선악구분을 짓고 부시가 행하는 하느님의 선을 실천하는 전쟁에 동참하는 것이지요. 성서를 문자로만 해석하는 사람들, 정말 바보아닙니까? ㅡㅡ;

숨은아이 2004-11-13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천년 동안 만들어진 성서를 시대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자구 그대로 해석하니 참... ^^;;;
 
인도신화의 계보 살림지식총서 13
류경희 지음 / 살림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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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9월 27일 써두었던 것을 조금 다듬었습니다. *

살림지식총서 013권으로 나온 책입니다. 2003년 6월에 나오기 시작한 살림지식총서는 책세상 문고를 본받아, 오늘날 지식 탐구의 주제로 떠오른 것들을 두루두루 섭렵하되 한 권 한 권 얇고 가벼운 판형, 크기와 비교적 싼 책값(정가 3300원)으로 박리다매를 추구하려 한 모양입니다. 작년 8월 30권 가량 나온 이 시리즈를 처음 보았는데, 001권부터 010권까지 미국에 관한 주제로 도배한 걸 보고 조금 놀랐습니다.

001권이 [미국의 좌파와 우파]  002권 [미국의 정체성:10가지 코드로 미국을 말한다]  003권 [마이너리티의 역사 혹은 자유의 여신상]  004권 [두 얼굴을 가진 하나님: 성서로 보는 미국 노예제]  005권 [MD 미사일방어체제]  006권 [반미]  007권 [영화로 보는 미국:할리우드 영화의 문화적 의미]  008권 [미국 뒤집어보기]  009권 [미국 문화지도]  010권 [미국 메모랜덤]입니다.

이 중에서 004권 [두 얼굴을 가진 하나님]과 011권 [위대한 어머니 여신:사라진 여신들의 역사], 013권 [인도신화의 계보]를 사보기로 했습니다. 처음 읽은 게 [인도신화의 계보]입니다.

책세상 우리시대 문고의 첫 책 <한국의 정체성>을 읽고서도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글쎄, 책이 얇으니 담을 수 있는 내용 역시 얄팍 명료해야 하는 걸까요?

당시 '인도의 문명과 신화'란 강의를 듣고 있었는데, 강의를 듣는 한편 이 책을 읽으니 인도신화 속, 신의 수만 3억 3000이 넘는다는 복잡한 세계에서 중심 되는 신들의 체계는 잘 정리되었어요. 그러나 소설도 국어 시간에 밑줄 긋고 '복선'이라고 앞뒤에 표시하고 유파 문예사조 등등, 공책에 번호 매겨 짜 맞춰 적으면 재미없어 보이듯이, 넓디넓은 인도신화의 풍요로운 세계를 흥미롭게 안내해주는 느낌은 덜했습니다. 아, 저도 인도신화의 세계가 넓디넓다는 것만 알지, 얼마나 어떻게 넓고 풍요로운지는 아직 잘 모르지요.

'인도의 문명과 신화' 강의를 해주신 선생님께서 이 책의 내용 중 잘못된 것을 몇 가지 지적해 주셨습니다. 18쪽 브라흐마 신상이라고 나온 사진은 쉬바 신의 아들인 까르띠께야 신의 상이랍니다. 브라흐마 신은 거위(혹은 백조)를 탄 모습으로 표현되는데, 사진 속의 조각상은 공작새를 탔어요. 지금은 고쳤을지도 모르겠군요.

힌두 문명의 특징 중 하나가, 어떤 신상이든지 그 신상을 표현하기 위한 규정(어느 신은 손에 어떤 무기를 들어야 하고, 어떤 짐승을 타야 하며, 얼굴이 몇 개로 표현되고 등등)이 현재까지 전해 내려오고, 또 신화 속의 여러 장면을 표현한 그림이나 벽화, 조각이 인도 전역의 힌두 사원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는 거래요. 그래서 강의 중에도 어떤 신에 대한 설명을 2시간 듣고 나서는 30분 동안은 바로 그날 강의 들은 내용을 표현한 인도 현지의 그림이나 조각상 사진을 슬라이드로 보며 확인했답니다.

41쪽 비슈누 신의 10대 화신(아바따르)을 열거하면서 물고기 마쯔야, 거북이 꾸르마, 멧돼지 바라하, 반인 반사자 나라싱하(책에는 '나라심하'라 나오는데 나라싱하가 맞답니다), 도끼 든 빠라슈라마, 전설적인 영웅인 라마(책에는 '람'이라 나오는데 현대 힌두어로는 '람'이라 발음하지만 고대어로는 '라마'라고 한대요)와 끄리슈나, 불교 창시자인 붓다와 함께 발라라마를 화신의 하나로 들었는데, 발라라마도 비슈누 신의 머리카락이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긴 하지만, 끄리슈나와 동시대 인물이고, 또 10대 화신이라 하면 세 걸음에 온 우주를 걷는 난쟁이 바마나를 꼽는다구요.

그리고 42쪽에 람의 조각상이라고 실은 사진도 쉬바 신의 상이랍니다. 조각상 발치에 있는 황소 아난따 조각을 보면 알 수 있다구요. 라마는 비슈누의 화신이기 때문에 쉬바 신이 타고 다니는 황소상이랑 같이 조각될 리 없대요. 이 조각상은 또 손에 파괴 에너지를 표현하는 불꽃을 들고 있군요. 불꽃도 쉬바 신이 손에 드는 것입니다.

51쪽에 나오는 끄리슈나의 외삼촌 깐사도 '깡사(Kansa : n 아래 점이 하나 찍혀 있습니다)'로 읽어야 하고, 52쪽의 고버르단 산도 '고바르다나(Govardhana)' 산, 브라즈 마을도 브라자(vraja : 맨 끝의 a 위에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삐치는 부호가 있습니다) 마을이라 해야 한답니다.

그리고 책에 언급해 놓고 그게 무언지 설명을 안 해줘서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79쪽에 가네샤 신이 무한한 지고의 기쁨인 자유를 의미하는 '스위트'란 것을 들고 있다던데, 스위트가 도대체 무엇인지?

그리고 83쪽에 강가 여신을 설명했는데, 강가(Ganga)란 우리가 흔히 영어 이름으로 갠지스(Ganges)라 알고 있는 바로 그 강이란 것도 언급했으면 좋았으리라 봅니다. 그 정도는 사람들이 다 알리라 생각했나?

그리고 같은 쪽에 '야크샤는 특히 꾸베라 신과 연관되는 일종의 난장이 또는 요정'이라 해놓고 그러면 꾸베라 신은 어떤 신인지 일언반구도 없네요. 꾸베라(Kubera) 신은 도적의 신인데, 이 꾸베라 신이 바로 야크샤라는 존재들의 대표 격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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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4-11-13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을 것 같은데.. 책이 영 엉성한 모양이군요

숨은아이 2004-11-13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제들은 흥미로운데, 그리 치밀하지 않네요. 좀만 더 잘 만들지...

딸기 2004-11-17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교 때 인도미술에 대한 수업을 들었는데, 그때만해도 국내에 책이 안 나와있어서 쿠마라스와미하고 하인리히 침머 책을 영어책 복사해서 봤었어요. 나중에 국내에서도 출간됐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인도에 대한 책들을 좀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영 안 읽게 되네요.

숨은아이 2004-11-17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시점에 유난히 땡기고 안 땡기고 하는 책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한길사에서 나온 아트 앤 아이디어 시리즈 "인도미술"을 한 절반쯤 읽고는 일에 밀려 손놓았다가 몇 달째 묵히는 중... 쩝.

2006-02-21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6-02-21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안녕하세요? 오래 전에 들었던 거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집에 가서 강의안을 찾아보고, 추천해주신 책이 있었다면 다시 댓글로 달겠습니다.

서남교 2009-03-07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쿠베라신은 재보의 신으로 보통 알려지고 있는데, 불교의 북방 다문천왕이 바로 쿠베라입니다. 야크샤는 약사 혹은 야차로 알려져 있는데, 남자형은 좀 나쁜 귀신형이고 여자형이 나무요정 정도 되는데 풍요로운 결실을 이야기 하는 하급신이라고 하겠습니다.
 

공무원노조 탄압을 멈추라 !!! 2004/11/08 21:00

 

공무원이 노조를 만들었다.

 

욕하는 사람도 많을 게다.

철밥통이 무슨 노조냐고, 뭘 잘하는 게 있냐고 말이다.

 

난, 앞의 것과 같은 비난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뒤의 것에 대해서는 비난하는 이유는 다르지만, 할말이 있다.

 

 

대다수 공무원들은 스스로 길들여져 왔다.

법과 제도가 그러니 어쩔 수 없다는 말과,

억울하면 소송을 해서 이기라는 말과,

이미 시작한 일이니 되돌릴 수 없다는 말과,

자기들은 위에서 시키는대로 한다는 말....

 

도대체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인지 의문이 들 때도 있다.

 

예를 들어 보겠다.

어떤 일로 서울 강서구청 담당 직원(6급)과 싸웠다.

대법원 판결을 들이밀면서 대법원 판결에 따르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자기들은 행정기관이므로 중앙정부의 지침에 따를 뿐이란다.

대법원의 판결은 대법원의 판결이며 행정기관이 꼭 따를 필요가 없단다.

행정기관을 상대로 소송이 들어오면 검찰의 소송지휘에 따를 뿐이란다.

거기다 꼭 덧붙이는 말이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기가 곤란해진다고 한다.

 

결국 2개월이 지나서야 그 서류는 다른 행정기관을 통해 받아들여졌다.

이해당사자라며 내 주장을 받아준 행정기관을 상대로 누군가가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2년이 넘는 소송에 대해 결국 내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 그 공무원을 생각하니 화가 날 수밖에.

 

도대체 당신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냐고.

이게 옳으니 이렇게 해야 한다고 말도 못하는 당신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냐고.

국가를 상대로 해서 소송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든 줄 아냐고.

어거지로 안되는 것을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 근거를 명백히 밝혔지 않냐고.

전문성이 없으면 전문가한테 물어보기라도 해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당신이 그렇게 믿는 중앙정부가 잘못했는데 또 그럴 거냐고.

중앙정부 따르던 당신도 결국 잘못한 것인데 지금 기분은 어떠냐고.

 

참  !!

기분 더 나빠질까봐  화가 나긴 했어도 직접 화풀이를 하지 않았다. 

속으로 우라질 ~~ 우라질 ~~ 또 우라질 ~~~ 만 했을 뿐이다.

 

불친절 뭐 그런 것 다 그냥 넘어가자.

그런데, 절말로 이해 안되는 것은 바로 이런 말이다. 

"우리도 문제라는 것 아닌데, 법과 제도가 그러니 어쩔 수 없다"

왜 알면서 고치려고 하지 않느냐 이 말이다.

 

예를 들어, 연말이면 보도블럭 다 뒤짚는 일이

예산제도과 평가제도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아는 당신들은

왜 그렇게 오랫동안 가만히 있었느냐 이 말이다. 

 

난, 이런 이유로 공무원에게 할 말이 많다.

 

그렇지만, 공무원이 노조를 만드는 것을 찬성하지 않을 수 없다.

 

1. 노조 만들기는 기본권이므로 막아서는 안된다.

2. 노조를 통해 국민들과 의사소통의 길이 열릴 가능성이 커진다.

3. 공무원 사회의 부정부패를 견제할 장치로서 역할이 기대된다.

4. 노조 활동을 통해 스스로 변화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5. 정치권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분위기가 열릴 수 있다.

 

첫번째 이유만으로도 충분하지만,

그 이하 이유들대로만 됐으면 하는 바램은 가져볼만한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공무원 노조의 요구는 노동3권의 완전한 보장이며,

교원에 대해 했던 것처럼 노조 활동을 막기 위해 특별법을 만들 것이 아니라,

공무원도 노동자니 모든 노동자들에게 적용될 노동관계법을 적용해 달라는 것이다.

법 논리적으로 너무나 상식적이기에 나무랄 것이 전혀 없는 주장이다.

 

노무현 정부가 노동자만을 위한 정부가 되길 바라지는 않는다.

그렇더라도 지극히 정당한 주장에는 귀기울이는 정부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

 

참여하려해도 참여할 수 없는 참여정부와 열려고해도 열리지 않는 열린우리당.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민주노총과 공무원노조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

귀기울이지는 못하더라도 뭔가 하겠다는데 막고 닫지는 말아야 할 게 아닌가 ?

총선 결과에 일말의 기대를 가졌던 나같은 사람의 기대마저 영영 저버릴 텐가 ?


   마주보며말하기 2004/11/09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이번에 민주노동당과 공무원 노조가 발의한 법과 똑같은 안이 88년에 이미 발의된 바 있고, 그 대표 발의자가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이라며 "노 대통령은 당시 노동3권을 보장하는 일반법 추진이 아닌 수정안이 통과되자 이에 반대토론자로 나서기까지 했었다는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평했다.

단 의원은 "15년전에 만들어졌어야 할 법안이 오늘 정부의 탄압속에서 좌절되고 있다"며 "역사가 후퇴를 해도 이렇게 후퇴할 수 있나. 그 당시의 요구도 지금과 똑같았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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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4-11-09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들면 되지 왜 이렇게 시끄럽나

깍두기 2004-11-09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부분의 사람들이 헷갈리고 있는 것은 무사안일에 뇌물까지 날름 받아먹는 공무원 = 노조를 만들려고 하는 공무원 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죠. 사실 노조를 만들려는 공무원은 저런 부정부패를 내부적으로 척결하려고 하는 사람들인데 말입니다. 20년전 전교조도 출범 당시, 그리고 지금까지 저런 시각에서 욕을 많이 먹었죠.

거기다 요즘은 절박하게 살기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이 많아서 살만한 사람들이 더 가지려 한다는 생각으로 곱지 않게 노려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래저래 민중이 민중을 적으로 삼는 이 모순은 극복하기가 참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chika 2004-11-09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가 안되네요. 저도 공무원들에게 무시당해본 사람으로서(ㅡㅡ;) 기분은 좀 그렇지만 노조를 만든다는데 욕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숨은아이 2004-11-09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명한 산책님 : 공무원노조는 이미 만들어졌죠. 그런데 정부가 단체행동권을 인정 안 한답니다. :-)

깍두기님 : 사람들의 피해의식이 잘못된 것을 고치려는 방향으로 풀리지 않고, 다른 사람마저 똑같이 당하도록 하는 쪽으로 가니, 참... 왜 노조를 만들면 무조건 "더 가지려는 것"이라고 볼까요? 남의 권리를 막는 건 곧 자신의 권리를 빼앗기는 것인데...

치카님 : 공무원뿐 아니라 한국통신, 은행 등... 마음에 안 드는 경우야 많지요. 그런데 깍두기님 말씀대로, 그런 무사안일 복지부동 부정부패 관료주의를 고치려는 사람들이 노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잖아요. 그리구 11월 총파업은 민주노총에서 비정규직 개악입법에 항의하고자 하는 거니까요...

릴케 현상 2004-11-09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이미 만들어졌군요. 저는 공인을 못 받았으니 만들었다고 생각 안했죠^^

릴케 현상 2004-11-09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노조의 선의에 대해서는 모르겠어요. 언젠 본 적이 있어야지-_- 그냥 이익집단이라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죠(사용자들이 워낙 세니까)

숨은아이 2004-11-09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당 하는 분들이 요식업협회를 만들 권리가 있고, 기업 경영자들이 전경련을 만들 권리가 있듯이, 노동자는 노조를 만들 권리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자명한 산책님, 생전 노조란 게 뭔지도 모르던 사람들이, 억울한 일 생기면 노조를 찾아간답니다.

릴케 현상 2004-11-09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에게든 도움이 된다면 좋은 일이지요

balmas 2004-11-17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도 퍼갈게요. 감사^^

숨은아이 2004-11-17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