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노조를 만들었다.
욕하는 사람도 많을 게다.
철밥통이 무슨 노조냐고, 뭘 잘하는 게 있냐고 말이다.
난, 앞의 것과 같은 비난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뒤의 것에 대해서는 비난하는 이유는 다르지만, 할말이 있다.
대다수 공무원들은 스스로 길들여져 왔다.
법과 제도가 그러니 어쩔 수 없다는 말과,
억울하면 소송을 해서 이기라는 말과,
이미 시작한 일이니 되돌릴 수 없다는 말과,
자기들은 위에서 시키는대로 한다는 말....
도대체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인지 의문이 들 때도 있다.
예를 들어 보겠다.
어떤 일로 서울 강서구청 담당 직원(6급)과 싸웠다.
대법원 판결을 들이밀면서 대법원 판결에 따르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자기들은 행정기관이므로 중앙정부의 지침에 따를 뿐이란다.
대법원의 판결은 대법원의 판결이며 행정기관이 꼭 따를 필요가 없단다.
행정기관을 상대로 소송이 들어오면 검찰의 소송지휘에 따를 뿐이란다.
거기다 꼭 덧붙이는 말이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기가 곤란해진다고 한다.
결국 2개월이 지나서야 그 서류는 다른 행정기관을 통해 받아들여졌다.
이해당사자라며 내 주장을 받아준 행정기관을 상대로 누군가가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2년이 넘는 소송에 대해 결국 내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 그 공무원을 생각하니 화가 날 수밖에.
도대체 당신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냐고.
이게 옳으니 이렇게 해야 한다고 말도 못하는 당신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냐고.
국가를 상대로 해서 소송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든 줄 아냐고.
어거지로 안되는 것을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 근거를 명백히 밝혔지 않냐고.
전문성이 없으면 전문가한테 물어보기라도 해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당신이 그렇게 믿는 중앙정부가 잘못했는데 또 그럴 거냐고.
중앙정부 따르던 당신도 결국 잘못한 것인데 지금 기분은 어떠냐고.
참 !!
기분 더 나빠질까봐 화가 나긴 했어도 직접 화풀이를 하지 않았다.
속으로 우라질 ~~ 우라질 ~~ 또 우라질 ~~~ 만 했을 뿐이다.
불친절 뭐 그런 것 다 그냥 넘어가자.
그런데, 절말로 이해 안되는 것은 바로 이런 말이다.
"우리도 문제라는 것 아닌데, 법과 제도가 그러니 어쩔 수 없다"
왜 알면서 고치려고 하지 않느냐 이 말이다.
예를 들어, 연말이면 보도블럭 다 뒤짚는 일이
예산제도과 평가제도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아는 당신들은
왜 그렇게 오랫동안 가만히 있었느냐 이 말이다.
난, 이런 이유로 공무원에게 할 말이 많다.
그렇지만, 공무원이 노조를 만드는 것을 찬성하지 않을 수 없다.
1. 노조 만들기는 기본권이므로 막아서는 안된다.
2. 노조를 통해 국민들과 의사소통의 길이 열릴 가능성이 커진다.
3. 공무원 사회의 부정부패를 견제할 장치로서 역할이 기대된다.
4. 노조 활동을 통해 스스로 변화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5. 정치권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분위기가 열릴 수 있다.
첫번째 이유만으로도 충분하지만,
그 이하 이유들대로만 됐으면 하는 바램은 가져볼만한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공무원 노조의 요구는 노동3권의 완전한 보장이며,
교원에 대해 했던 것처럼 노조 활동을 막기 위해 특별법을 만들 것이 아니라,
공무원도 노동자니 모든 노동자들에게 적용될 노동관계법을 적용해 달라는 것이다.
법 논리적으로 너무나 상식적이기에 나무랄 것이 전혀 없는 주장이다.
노무현 정부가 노동자만을 위한 정부가 되길 바라지는 않는다.
그렇더라도 지극히 정당한 주장에는 귀기울이는 정부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
참여하려해도 참여할 수 없는 참여정부와 열려고해도 열리지 않는 열린우리당.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민주노총과 공무원노조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
귀기울이지는 못하더라도 뭔가 하겠다는데 막고 닫지는 말아야 할 게 아닌가 ?
총선 결과에 일말의 기대를 가졌던 나같은 사람의 기대마저 영영 저버릴 텐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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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09 |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이번에 민주노동당과 공무원 노조가 발의한 법과 똑같은 안이 88년에 이미 발의된 바 있고, 그 대표 발의자가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이라며 "노 대통령은 당시 노동3권을 보장하는 일반법 추진이 아닌 수정안이 통과되자 이에 반대토론자로 나서기까지 했었다는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평했다.
단 의원은 "15년전에 만들어졌어야 할 법안이 오늘 정부의 탄압속에서 좌절되고 있다"며 "역사가 후퇴를 해도 이렇게 후퇴할 수 있나. 그 당시의 요구도 지금과 똑같았다"고 개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