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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을 읽으면 1을 쓸 수 있다고 변명하며 마음껏 읽고 있습니다. 이 변명이 널리 통하는지, 제가 관찰해본 결과 글을 쓰는 사람일수록 더 탐욕스럽게 책을 읽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작가의, 손꼽아 기다리는 다음 책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면 그 작가는 다른 작가의 책을 누에 벌레처럼 삼키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읽는 사람과 쓰는 사람 사이는 종이옷을 입고 하는 포옹처럼 긴밀하며 그보다는 자주 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다 같이 좁게 누워 길고 진한 욕망에 빠져 있습니다. 읽는다는 것은 아주 아름다운 종류의 탐욕인 것 같습니다.
암고양이 /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지난세기에 쓰여진 책이 여전히 우리를 날카롭게 웃게 한다면 그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콜레트에겐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여자만의, 사람을 무방비 상태로 만드는 통찰력과 위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예민해 보이지만 흥미로운 사람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 비슷한 것이 읽는 내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도시들 / 이탈로 칼비노
누구도 이탈로 칼비노처럼 쓸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아주 독특한 호흡과 압축률로 쓰였기에 하루에 많은 페이지를 읽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몇 페이지에 온 마음을 빼앗기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도시들이 실은 너무나 선연하게 보인다는 점에서 오래 읽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영원한 귓속말 / 최승호 외 49인
이를테면 별자리나 탄생석이나 태어난 날 만개한 꽃보다도, 좋아하는 시인이 누구인가가 훨씬 한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그 시인이 없다면 이 책에서 만나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가짜 경감 듀 / 피터 러브시
읽은 지 한참 되었는데도 아주 자주 생각나는 추리 소설입니다. 너무나 매력적이기 때문에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도, 해답을 알고 있어도 계속 생각나는 것 같습니다. 매번 생각나는 부분도 다릅니다. 조금씩 전형적인 것에서 비껴나 있는 요소들에서 이야기의 가지가지가 뻗어나가는 생동감이 비롯된 게 아닌가 합니다.
나의 핀란드 여행 / 가타기리 하이리
배우는 역할마다 매번 다른 사람이 되면서도, 결국 자기 안의 어떤 것을 꺼내는 직업이 아닐까요. 그런 면에서 가타기리 하이리는 멋진 배우인데 멋진 작가일 줄은 또 몰랐습니다. <카모메 식당> 촬영이 끝난 후 핀란드를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핀란드와 가타기리 하이리에게 동시에 반할 것 같습니다. 크게 웃고 조용하게 따뜻해지는 책입니다.
추천인 : 정세랑 (소설가)
198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0년 『판타스틱』에 「드림, 드림, 드림」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이만큼 가까이』로 제7회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덧니가 보고 싶어』 『지구에서 한아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