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사 3 - 부상신편
유메마쿠라 바쿠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04년 5월
품절


거미줄로 날뛰는 말을 묶을 수는 있어도
다른 마음을 품은 남자를 붙들 수는 없으니
그런 남자를 믿어서는 안 된다는 옛 노래가 있는데
참으로 그 말 그대로구나
남자의 상냥한 말이 곧 거짓이 될 줄도 모르고
인연을 맺은 것은 분하나
그 또한 내가 어리석었던 탓이라 생각할 밖에-.쪽

맛 좋은 포도주에
술잔은 야광배
마시고 취하려 하니
말 위의 비파소리 더욱 재촉하네-.쪽

구름은 그대 치마, 얼굴은 모란인 듯
봄바람은 난간을 스치고 꽃에 맺힌 이슬 짙게 엉켜
만약 군옥산에서 만난 임이 아니라면
필시 달 밝은 요대에서 만난 임이 틀림 없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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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백수로 노는 걸 단 한번도 온전히 즐겨본 적이 없다. 친구는 모아 놓은 둔 쓰며 노는게 그렇게 좋다고 하던데, 나는 뭐 모아둔, 쓸 돈도 없거니와 설사 있다 하더라도 그거 그냥 쓰는게 초조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라 웬만하면 안 쓰려고 하다가 그래도 술취하면 없는 돈 뿌려대는게 버릇인지라, 이렇게 놀 수만은 없겠어서 어제는 알바사이트를 뒤져서 동네 커피숍에 면접을 보고 왔다.  

커피숍 경력 하루이틀도 아니고, 게다가 외국유학(?) 바리스타이니 어디서 안뽑아주겠냐 생각했는데, 나이가 걸렸고, 부담스러운 경력도 걸렸다. 파트타이머 마구 부려먹으려면 얕잡아봐야할텐데 난 공부도 좀 했고.... 사회생활 경험도 있고...... 영어도 잘하고.... 인상도 좀 심하게 좋고..... 커피숍 알바하기에 나는 너무 고.급.인력이었던 것이다........................ 너무 재수없나?  

사실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이유는 다른 거 다 둘째치고서, 나이였던 것 같다. 일단 매니저급의 정직원들부터도 나보다 어리니 아무래도 일하는데 지장이 있을거라 생각하는 것 같더라. 캐나다에선 나이고 매니저고 상관없이 다 똑같은 조건으로 일하고, 3개월, 6개월마다 시급 1달러씩 올려줬었는데 아무리 한국에서 한국인처럼 생각하고 살려고 해도 약간 불합리한 게 많다.  

뽑히지도 않았지만 일단 조건이 그랬다. 8개월 이상 일해야 할것. 처음 1주일치 월급은 8개월을 채워야 그 때 주겠음, 수습기간인 첫 3개월의 시급은 4200원. 그 다음은 4,500원. 하하 이렇게 강조하셔서 웃음이 나오는 걸 참아야만 했다. 정직원과의 노동 강도 차이도 은근슬쩍 언급하셨고. 그런 조건 이야기를 들으면서 씁쓸했다. 나 한 시간에 11달러 받고, 팁도 받고, 유급 점심시간도 있는 파트타이머였는데... 지인이 내게 이제 한국에 왔으니 한국에 적응하라고 했지만, 그게 스위치 껐다 키는 것처럼 쉬운 일도 아니고.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씁쓸하다. 심지어 그런 일자리마저 구하지도 못했다니! 웃기기도 하고.

요즘 시간이 많아서 낮에 피아노를 연습하고 있는데 한 곡에서 단조가 장조로 막 바뀌고 미에 샾 붙고 난리도 아니다. 고작 피아노 칠 때 단조, 장조 바뀌는 것도 힘들어하는데 1년 동안 살던 버릇 스위치 하려니 여간 몸이 쑤신게 아니다. 그래도 아예 잃어버리는게 아니랬으니 그 말 철썩같이 믿고, 너무 두려워하지 말아야지.  

오자마자 책 선물 2번 받았다. [귀 없는 토끼에 관한 소수 의견]. [안나 까레리나] 1~3권 양.장.본. 맘같아선 선물 받은 책 좀 읽다가, 지겨워지면 피아노 연습좀 하고, 배고파지면 1300원짜리 막걸리 한병 사와서 김치볶음에 밥 먹고, 그러다 밤되면 나가서 친구들이랑 술먹고. 이런 생활 평생 했으면 좋겠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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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5-26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거기에 그렇게 자꾸만 토끼 얘기가 나오는 거였군. 뭔가 이유가 있을 줄 알았어! 흥!!

Forgettable. 2011-05-26 16:51   좋아요 0 | URL
그것의 연관관계는 별로 없는 듯 해요. ㅋㅋ 근데 대체 '흥!!'은 왜 ㅋㅋ 혹시 j...jea.....s? ㅋㅋㅋㅋ

다락방 2011-05-26 16:58   좋아요 0 | URL
어떡해.

'이제 한국에 왔으니 한국에 적응하라고 했지만' 이거 누가 말했는지 알것 같아요. 어쩐지. ㅎㅎㅎㅎㅎ

Forgettable. 2011-05-26 17:00   좋아요 0 | URL
누군데?

2011-05-26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26 17: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1-05-26 17:12   좋아요 0 | URL
왜 반말해요?
혼날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11-05-26 17:38   좋아요 0 | URL
급한 마음에 그만...
쒀리~
(이거 시가의 현빈흉내입니다. 너무 재수없어하지 말아요. 라고 급 추가)

다락방 2011-05-26 18:19   좋아요 0 | URL
쒀리.....가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버벌 2011-05-26 22:01   좋아요 0 | URL
나 정말 여기서도 커피 품고 가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Forgettable. 2011-05-28 11:56   좋아요 0 | URL
영어라면 이 정도는 굴려줘야 하지 않겠어요?

Mephistopheles 2011-05-26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그게 그나마 나아진 상태잖아요. 몇 달전 패스트푸드 알바 시급이 청소년들 완벽한 노동력 착취라고 언론에 두둘겨 맞고 상태 나아진 것이 그나마 저 모양이니까.

Forgettable. 2011-05-26 17:07   좋아요 0 | URL
계산해보니까 일주일에 5일 6시간씩 일하면 한 4~50만원 벌겠더라구요...
100원,200원갖고 이 사람 장난치나 싶던데 ㅋㅋㅋ
애초에 최저시급이 작년엔 4110원이었는데, 올해는 그래도 4320원이더라구요. ^^;;;;;

뭐, 그래도 일할 사람이 있으니 저렇겠죠. 누굴 탓하겠습니까.. -_-;

버벌 2011-05-26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상도 좀 심하게 좋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랑 갑인 친구도 이번에 커피전문점에 취직을 했어요. 그 친구는 영어도 못하고, 바리스타 자격증도 없고, 나이는 정말 많고 (저랑 동갑이니.. ㅎㅎ), 인상은 좋긴하지만 심하게 좋지는 않아요. 다행히 여기저기 커피 전문점에서 일한 경력이 꽤~ 되어서 바로 취직이 된 모양인데. 매니저고 정직원이고 모두 훨~~씬 아래의 친구들이라고 하더군요. 웃던데요. 세월만큼 능글함이 더해져서 살랑 살랑 잘 지내고 있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락방님 다음으로 보고 싶은 분. ^^ (정말임)

Forgettable. 2011-05-26 17:42   좋아요 0 | URL
ㅋㅋ 제가 그냥 오바해본거에요. ^^

근데, 그렇다면 나이도 아니군요!!! 도대체 뭐지 그럼???? 왜! 절 안뽑았죠??? (이쯤되면 위에 쓴 글이 절대 오바가 아니었다는 걸 인증하는건가 뭔가..-_-;;)

제가 공부할게 있어서 어쨌든간에 올해 겨울까진 한국에 있어야 하거든요. 그러니 시간은 많아요. 백수라고 칭얼대며 서울와라, 술사달라, 하며 만날 때까지 칭얼댈테니 버벌님껜 빠를 수록 좋겠지만요 ㅋㅋㅋㅋㅋ 흐흐

순오기 2011-05-26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뽀님, 언제 돌아왔어요?
완전 뒷북이지만~~~~~~ 환영해요!^^

Forgettable. 2011-05-28 11:56   좋아요 0 | URL
얼마 안됐어요. ㅋㅋㅋ 고마워요 순오기님!!

2011-05-26 2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28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pb 2011-05-26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악 무슨 첫 1주일 월급을 8개월째 줘요;;미치겠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알바비 주급으로 받는게 좋던데ㅋㅋ매주매주 돈나오는 기분

Forgettable. 2011-05-28 12:01   좋아요 0 | URL
전 2주에 한번씩 받았었는데 엄청 좋던데 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에도 주급으로 주는데 있나요? 커피숍 막 이런데가??

전 주급으로 받으면 뭐 받는날 다 쓸 것 같아서 그건 좀 별로일 것 같아요ㅠㅠ

pjy 2011-05-26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할수록 그 커피집 조건들....쫌 많이 이상해요! 뽀님~ 이상한 사람들이 있는 그런 알바 안된게 다행이예요;
전 최근 규정대로 유급휴가 한번 써볼려고 쌩쇼했거든요~ 뭐 이런 회사에 댕기지만--;
세상엔 이상한 사람이 꽤 있지만, 멀쩡한 사람들도 많아요~ ( '')('' ) 어딘가에는요ㅋ

Forgettable. 2011-05-28 12:03   좋아요 0 | URL
좀 황당하죠? ㅋㅋㅋㅋㅋ 안그런데도 많은데, 동네에서 구하려고 하다보니 한정되 있더라구요.

유급휴가 쓰려면 쌩쇼해야하는 거군요.. 저도 실업급여 받으려고 쌩쇼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놀면서 돈 받으려면 쌩쇼해야 해요. ㅋㅋㅋㅋㅋ

알라딘에 지금 댓글 달아주신 분들만해도 다 좋으신 분들이잖아요. 기운나요 그래서.

2011-05-27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모아둔 돈 쓰고만 있는 건 정말 괴롭죠. 그래서 저도 모아둔 지방들을 차마 연소시키지 못 하고 있나 봐요;; 암튼 이번 학기에 음악 과목 들으면서 피아노 키보드 하나 사서 연습할까 했는데, 음악 수업이 장조, 단조, 조표, 음정을 넘어 화성을 향해 다가가면서 외계어로 변함에 따라, 음악에 대한 저의 동경도 점차 경외와 두려움으로 변해가고 있어요 ㅡㅡ; 라 캄파넬라를 피아노로 치는게 꿈이었는데, 이제 그런거 없고 리코더나 불어야겠단;

Forgettable. 2011-05-28 12:06   좋아요 0 | URL
나.. 나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진짜 뭐 버리지 못하는 성격인데 그래서 뱃살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음악과목에서 이론만이 아니라 실제로 연습할 정도로 해주나봐요??? 전 피아노 치다 보니 신기하게 늘더라구요. 어렸을 때 쳤던게 아직 남아있는지 연습 조금 하니 꽤 괜찮게 연주할 수 있게 되어서 뿌듯해요. 실연의 아픔을 피아노로 승화시키고 있단;;;;; 친구가 저보고 좀 무섭다고 -_-;

여튼 피아노는 연습입니다. 두려워 마세요!!

2011-05-29 11:3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이론만 가르치시는데 교재에 예제나 실습이 잘 나와 있어서 연습하면 좋을 것 같더라구요. 피아노 키보드 하나 가지고 있으면 공부하다 스트레스 받을 때 마음 정화하기 좋을 듯 한데, 금방 질리면 어떻게 하나 싶어 고민이에요. 사진은 날 잡아서 들고 가야 하니 스트레스 풀기에 미묘하고, 운동은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역시 어렵고... 게임 같은 건 오래 안 해 버릇 했더니, 이제 시들하네요. 사실 피아노보다는 늘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악기-_-인 제 목을 단련하기 위해 보컬 아카데미 같은 데서 배워보고 싶은데 이것도 돈과 시간 문제라서;;

Forgettable. 2011-05-30 22:09   좋아요 0 | URL
피아노는 해봐야,, 어디서 써먹을 데도 없고 좀 그렇긴 해요.
제가 악보를 못외워서 수백번 쳐도 못외우거든요. 그래서 어디 가도 악보 없으면 못치니까 피아노 치긴 잘치는데 악보없어서 못쳐, 이러면 허세밖에;;;;;;;;;;;;;;;

코님도 이래저래 욕심이 많으신듯. ㅋㅋ 할 수 있는 만큼 다 해봐요!!!! 전 욕심도 없고....... 그렇다고 뭔가 이것저것 관심이 많은 것도 아니고....... 언제나 그렇듯 중간에서 갈팡질팡;

차좋아 2011-05-27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300원 짜리 막걸리는 국순당 생 막걸리? ㅎㅎ
한국 인건비 참....저렴하죠?^^ 알바로 힘든게 번 돈인데 맛 좋고 저렴한 장수 막걸리로 드세요^^ㅎㅎㅎ


Forgettable. 2011-05-28 12:07   좋아요 0 | URL
그냥 동네 슈퍼에서 사먹다보니 장수막걸리도 1300원이더라구요? 전 장수막걸리를 더 좋아해요 ㅋㅋㅋ

잉크냄새 2011-05-27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름이 참 좋네요.
근데 벌써 일년이 지나고 한국에 돌아오신건가요?
시간이 참 화살처럼 빠르네요.

Forgettable. 2011-05-28 12:07   좋아요 0 | URL
믿을 수가 없어요.
1년 동안 10년처럼 무지하게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또 하루처럼 지나가버린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11-05-28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님 가신 한국은 제가 살고 있는 한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봤습니다.
한국에 오셨군요 +_+

Forgettable. 2011-05-28 12:08   좋아요 0 | URL
네 바람결님! 소주 한잔의 약속은 잊지 않고 있어요. 한 잔으로 끝나진 않을테지만!!!! ㅋㅋㅋㅋ
이 한국이 그 한국 맞아요 ㅋㅋ

아이리시스 2011-05-29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지 않아요? 댓글은 이렇게 많은데 추천이 없어서 제가 눌렀어요, 푸하하하하. 저 이런 거 신경 안쓰는 사람인데 너무 신기해서 그만 나도 모르게 왜 이렇까 생각하고 있었어요. 뽀님에게 빙의되어서 다들 추천을 잊었나 봐요,ㅋㅋㅋ

Forgettable. 2011-05-30 22:10   좋아요 0 | URL
이상하게 제 글에 추천은 잘 없어요;; 열심히 쓴 글에는 추천이 꽤 붙는 편인데, 열심히 쓰지 않은 글에는 추천 하나도 없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슨 기대치의 문제?? ㅋㅋㅋ 그렇다고 뭐 열심히 쓰는 글도 그렇게 잘 쓰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막쓴 글은 티가 나니까^^:;;;;

추천 감사해용ㅋㅋ

2011-06-08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2 1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lazydevil 2011-09-16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득키득 웃다가, 끄덕끄덕 공감하다가, 쩝쩝 끌탕치다가, 다시 키득 웃으며 읽었네요.

Forgettable. 2011-09-17 13:24   좋아요 0 | URL
하하 댓글 읽고 저도 제 페이퍼 다시 읽어보니 똑같이 그러고 있네요. ^^
 

어느새 말은 많아졌는데, 키보드 앞에 앉기가 두려운 내가 생겼다. 떠벌떠벌 내가 꽤나 안이 꽉 찬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글을 쓰려고 하면 머리가 빈다. 명상을 할 땐 그렇게나 지우고 싶어하는 잡생각들이 지금은 온데 간데 없어서 앞으로 명상 대신 글을 써야 하나 싶기도 하다.  

고등학교 때 좌우명을 정했을 때, '후회하지 말자.'라고 했다. 별 생각은 없었다. 하도 병신같은 짓을 잘해서, 이미 저지른 일인데 어쩔 수 없으니 괜히 에너지 낭비 말고, 잊고 다른 일 벌이자, 라는 마음이었던 것 같은데 실제로 지금껏 후회라고는 하지 않고 살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 '후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살면서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던 일을 나의 선택때문에 또 겪어야 했고, 자신감 있었던 나의 선택 덕분에 나는 또 갈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후회를 할까. 하지 않는다면 합리화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테지만, 합리화가 뭐 나쁜건가. 살면서 자기합리화 말고, 자기비하의 길로 빠지지 않는 최선이 무엇이 있겠나. 

작년 4월에 '당신의 표류하는 인생을 응원합니다.'라는 작은 메모가 담긴 다치바나 다카시의 [청춘표류]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친구에게 내가 평생 표류하며 살았으면 좋겠냐는 원망섞인 투정을 했더니, 친구는 기다렸다는 듯이 '인생'은 '청춘'의 오타였노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나 다시 이 글귀를 읽어보니, '인생'이 '청춘'보다 오히려 좋다.  

   
 

 실패의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그가 아무리 대담한 삶을 살았다고 해도 결국 무모하게 살았을 뿐이다. 실패의 가능성을 침착하게 바라보면서 대담하게 살아가는 사람이야말로 청춘을 제대로 산 것이다. 

(중략) 

 이제까지의 경력을 포기하고 새로운 직업을 가진 적이 두 번 있으며, 언제 돌아갈지도 모를 여행길을  나선 적도 두 번 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여행지에서 병을 얻어, 돈도 떨어지고 치료할 방법도 없기에, 싸구려 여인숙 침대 위에 누운 채로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번만큼은 안 되겠구나.' 이대로 있다가는 아무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때조차 후회하지는 않았다. 인생이 여기서 끝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거라며, 나도 모르게 묘하고 차가운 체념의 기운이 퍼져나왔다. 이제까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왔기에 여기까지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다.

 
  [청춘 표류] 中

작가처럼 나 역시도 후회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뭐가 남았나. 지금 손에 쥔 결과물이라던가, 앞으로의 희망이라던가, 그런것들이 작년 이맘 때보다도 훨씬 더 없다. 하지만 1년 동안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는 걸 아무도 몰라주더라도 나만 알면 됐다는 마음이다. 지금의 내 상태를 알고 다시 1년 전으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나는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어떤 행위에 대해 후회하는 것은 과거 또는 과거의 행위를 수정하는 일이다.  
  [만리장성과 책들] 中

보르헤스의 책을 읽으며 좋은 점 중의 하나는 수많은 잡다한 지식을 한 권의 책에서 모두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인데, 위의 인용문은 오스카 와일드의 명언이다. 요즘 '후회'라는 화두에 대하여 계속 생각을 하고 있다보니 책을 읽으면서도 이런 것만 보이나본데, 내가 요즘 하는 생각들과 지금 줄줄 늘여 쓰고 있는 이 글이 이 한 문장에 담겨 있다.  

벌써 대리가 된 친구, 학위를 딴 친구, 결혼을 하는 친구들을 하나씩 만나며 나는 이미 다른 길목에 놓여있구나. 우리는 이제 같은 길을 갈 수 없겠구나. 라고 느낀다. 나도 그 길을 갈 수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내가 지금 해야하는게 무엇인지는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내가 바다 한 가운데에서 길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고 해서, 언제 길을 다시 찾을지도 모른다고 해서, 툭 건드리기만 해도 울음이 삐져나올 것 같다고 해서, 나는 다시 돌아가 나의 선택을 수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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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1-05-25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로만 듣던 디지털 유목민이 뽀님이셨군요. 뽀님의 이런 글을 보며 우와 난 나이 처먹으며 뭘한거지~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여기요 여기)

Forgettable. 2011-05-25 14:42   좋아요 0 | URL
전 디지털 유목민이 뭔지도 몰라서 검색해봤네요. ㅋㅋㅋㅋㅋ
응원 감사합니다. 열심히 살게요!!!!! ^^

버벌 2011-05-26 15:15   좋아요 0 | URL
어..어떻게 해. 저도 ... 검색을.. 디지털 유목민.--> 웬지 좋아보이는 단어라서. 움 좋네요.

Forgettable. 2011-05-26 16:33   좋아요 0 | URL
ㅋㅋ 그 안에도 뭔가 여러 종류의 디지털 유목민이 있더군요.
신종단어들이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생기는 현상이 전 마냥 신기해요..
(작년까지만 해도 저 얼리어덥터란 소리 들었는데 1년동안 도대체 뭐가 어떻게 변한거죠!!!!)

Joule 2011-05-25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어도 그거 하나는 말할 수 있어요, 전. 1년 전에는 포게터블 님이 이런 글을 쓰지는 못했어요. 사람들은 왜 눈에 보이는 것으로 보상을 얻어야 만족할까요. 직업, 승진, 결혼, 학위, 기타등등 기타등등. 아무렴 그들이 나인투파이브하는 동안 포게커블 님이 내내 잠만 자고 있었다고 해도 그만큼의 숙면으로 인한 기억력 증진과 미모 향상이 있었을 텐데(잠을 잘 자면 머리도 좋아지고 살도 빠지고 피부도 좋아진다는 게 저의 오랜 지론이라) 왜 내 손 안에 뭔가 쥐어져 있지 않다고 어깨가 축 쳐져 계세요. 제가 보기에는 한두 뼘은 월등히 키가 자란 포게터블 님이 보이는고만.

Forgettable. 2011-05-25 14:5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매일 술로 상하는 몸이 매일 잠으로 회복되고 있는 요즘이랄까요. 저도 잠 예찬론자에요! ㅋㅋ

그냥 오자마자 이래저래 일도 많고 스트레스도 받아서 그런가봐요. 원랜 참 씩씩하게 잘 사는데! 가끔 이럴 땐 지푸라기 하나만 잡고 있어도 그걸 위로 삼아 안심이 되는게 사람 마음인데, 저한텐 그 흔한 지푸라기 하나 없다는게 그만 기운빠져버려서. 심지어 노는 동안 블로그에 글도 많이 안써놨더라구요???

쥴님. 항상 고마워요. 힘들 때마다 쥴님이 해주신 말들이 항상 어둠 속의 빛처럼 놓여 있어요.

레이 2011-05-25 22:2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오면 온다 알려주면 좋잖아요.
전화라도 한번 안하면 후회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 해보는 기회가 생길것으로 사료됨

Forgettable. 2011-05-26 10:19   좋아요 0 | URL
레이님 방가 ㅋㅋㅋ
오늘 하루는 어제보다 나은 하루가 되길?!!!

하이드 2011-05-26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놀고 와서 왠 투정이야. 그거, 어디 안 가더라. 계속 남아서 사는 동안 툭툭 튀어나오니깐, 후회 안해도 됨.
그리고 자네의 그 나이도 다시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술이나 한 잔 하자. 연락하삼. (아직 거기 살아? 나는 주거지가 흑석으로 바뀌어서 사당에서 보면 좋겠다! ^^ )

근데 나 청춘표류는 좀 싫음. 일등인생만 모아 놓았잖아. 일등만 표류한건 아닌데, 그건 진정한 표류가 아님.

Mephistopheles 2011-05-26 09:13   좋아요 0 | URL
사당은 제 구역이에요 통행세 내세요.=3=3=3=3

하이드 2011-05-26 09:28   좋아요 0 | URL
방배 아니구 사당이에요? 맛집 좀 알려주세요!!

Mephistopheles 2011-05-26 09:38   좋아요 0 | URL
방배를 포함해 사당 설대입구와 신림까지가 제 구역이에요~맛집...이요? 뭘 드실려고요?

Forgettable. 2011-05-26 10:24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그러더라구요. 한국왔다고 해서 다 없어지는거 아니라고. 다행이에요. 난 벌써 다 잃어버린 것 같아서 전전긍긍했거든요.

언니 폰번호 바뀌었던 것 같은데.. 아닌가.. 바꼈으면 저한테 연락좀. 전 번호 그대로거든요. 가물가물. 전 사당이 훨씬 좋죠!!

전 처음에 일등인생을 보고 열등인생으로 읽고, 아니 이 언니 뭐????!!!! 막 이랬는데 ㅋㅋㅋ 일등인생이었군요 ㅋㅋㅋㅋㅋ 맞아요.. 저 서문만 읽고 엄청 좋아하다가 괴리감느끼고 있어요 ㅠㅠㅠㅠ

Forgettable. 2011-05-26 10:24   좋아요 0 | URL
메피님, 통행세 받으러 나오세요 ㅋㅋㅋㅋㅋㅋ 이왕 나오시는 김에 맛집도 좀 알려주시구요. 흐흐

Mephistopheles 2011-05-26 10:31   좋아요 0 | URL
그니까..일단 뭘 드시고 싶은지 말씀을 하셔야 범위를 좁혀도....좁히죠...^^

Forgettable. 2011-05-26 10:41   좋아요 0 | URL
하이드 언니랑 말해보고 카톡할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이드 2011-05-29 02:30   좋아요 0 | URL
방배와 사당, 설대와 신림은 잘 안 가고, 별로 가고 싶지도 않구요 ㅎ

맛집... 맛있는 (조그만 목소리로 속삭이며) 술안주 나오는 집이여-

아이리시스 2011-05-26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님은 노는 동안 친구를 많이 만들었죠. 글은 안썼어두요. 저 포함,ㅋㅋ
어쨌거나 글은 많이 써줘요. 날잡아 뽀님 옛날 글도 읽어야겠다..^^

Forgettable. 2011-05-26 10:26   좋아요 0 | URL
제가 또 친구를 그렇게 많이 만드는 스타일은 아닌데.. 많이 좋은 친구들은 조금 만들긴 했어요 ㅋㅋㅋ

죽이되든 밥이되든 어쨌든 하루에 글 하나씩은 쓰고 싶어요. 옛날 글은 뭐;; 날잡으실 것도 없어요. 별게 없어서 ㅋㅋㅋㅋ
 

 

 

항상 그렇지만, 한 달의 중반은 넘어서야 그제서 아 이번 달이 4월이구나 하고 감지한다. 2011년이 된지 한 참 지났는데 또 이제야 2010년은 어쩐지 과거의 느낌같잖아. 라고 느끼기도 하고. 며칠 전엔 달력을 넘겨 놓은지가 언젠데 새삼스러워서 사진까지 찍어두었다. 찍은지가 언젠데 또 사진 들여다보다 새삼스러워서 올린다. 4월. 2011년.  

한 2주 아팠다. 그래서 못 놀정도로 아팠냐하면, 그랬다. 또 그렇다고 해서 못 놀았냐하면, 그렇지 않다. 아픈 몸 이끌고 나가서 열심히 놀고, 열심히 아프고, 약도 열심히 먹었다. 듣지도 않는데 잘려고 먹었다. 적어도 잠은 오니까. 아무리 아파도 절대 약 안먹어서 참 구박도 많이 받았었는데, 오히려 구박하는 사람 없으니까 잘도 챙겨 먹었다.  

그 동안 [펄프픽션], [디스트릭트9], [드래그미투헬], [나쁜피], [조디악], [헬보이]봤다. 베스트는 [펄프픽션],[나쁜피], 워스트는 [조디악]. 보다가 거의 잘 뻔. [디스트릭트9] 빼고는 모두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이라 안전빵이라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조디악]이 구려서 실망이 컸다. 모두 같은 사람과 봤다. 가끔 궁금하다. 내게 사람이 필요한건지, 이 사람이 필요한건지.  

어젠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 가장 친한 친구인데, 같이 살던 남자친구와 헤어져 부모님 집에 잠시 살고 있다. 친구들 집에 한두번 가본게 아닌데 어젠 정말로 놀랐다. 집이 거의 무슨 고급형 펜션 같았다. 나 니가 부잣집 딸래미인줄 몰랐어, 하니까 그냥 중산층이라고 하는데.. '우리집도 못사는거 아닌데 왜 이렇게 안 살지, 애가 셋이라 그런가..'부터 시작해서 '그냥 외국에서 살아야겠다.'까지 별별생각이 다 들었다. 창고에서 오래된 레코드판들을 찾아 친구방의 턴테이블을 틀어놓고 춤추고 놀면서 나만 빼고 다 잘사는 것 같아서 슬펐다. 나는 잘 살고 있는 척 한다. 그러면서 잘 살고 있는 척 하는 사람들을 싫어한다. 하지만 어쩔 땐 정말로 잘 살고 있는 순간들도 있다. 취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지금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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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2011-04-19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가 비위가 나쁘지 않은 편이라 생각하는데 디스트릭트9은 농담인줄 알면서도 괴로웠어요... 조금만 덜 흉칙하게 만들지-.-


Forgettable. 2011-04-19 16:13   좋아요 0 | URL
전 제가 비위가 약한 편이라 생각하는데 디스트릭트9은 괴로우면서도 은근히 웃겨서 덜 흉칙하게 만들지란 생각은 하지 않았었어요. ㅎㅎㅎ 오히려 피와 살점들에 점차... 익숙해져가는 나의 모습이 더 흉칙하달까ㅠ

그보단 펄프픽션의 주사바늘씬은 거의 현기증 나더군요;;; 아흑.

다락방 2011-04-19 16:16   좋아요 0 | URL
줄리아의 눈에는 주삿바늘로 눈깔 찌르는거 나와요.

Forgettable. 2011-04-19 16:18   좋아요 0 | URL
저 비위 약하다니까 왜 굳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락방 2011-04-19 16:20   좋아요 0 | URL
괴롭히고싶어..................................

Forgettable. 2011-04-19 16:23   좋아요 0 | URL
그니까. 엄청 괴롭히는 나쁜 언니의 말투가 막 느껴져요. 댓글에서.
주'삿'바늘 이라던가, 눈'깔'이라던가..


다락방 2011-04-27 10:19   좋아요 0 | URL
귀여워..

버벌 2011-04-27 23:07   좋아요 0 | URL
지극히 동감중

버벌 2011-04-19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헬보이 빼고는 본 게 없어요.
왜 이리 동떨어져 산다는 느낌이 드는걸까요? ㅠㅠ 영화 본지가 까마득해요.
전 지금 "블랙스완"도 보지 않았다구요!!!!!

Forgettable. 2011-04-25 04:29   좋아요 0 | URL
아 블랙스완 한국에서 흥행 어땠는지 궁금해요.
전 헬보이 꽤 괜찮게 봤는데. 어떠셨는지 ㅋㅋㅋ 전 영화 보기전까진 헬보이가 괴물인줄 알았어요. 히어로일 거라곤 상상도 못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여기와서 책 스무권도 안읽었는걸요?? -_-; 동떨어져 사는 사람은 저 ㅋㅋㅋ

버벌 2011-04-27 23:08   좋아요 0 | URL
전 재미있게 봤어요. 꽤나 귀여운 히어로에요. 제 기준에선요 ㅎㅎㅎ

기웃 2011-04-20 0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수능시험 끝나고 영화나 진탕 볼 때 학교 근방에 있는 망해져 가는 비디오 가게에서 나쁜피하고 비정성시 그리고 왕가위 감독이 시나리오를 쓴 최후승리를 15000원 주고 샀었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비싼'돈 주고 왜 샀었는지... 참.

나쁜피는 별로 끌리지 않았던 기억이 나요. 줄리엣 비노쉬가 마지막 장면에서 활주로를 미친듯이 뛰어간 장면하고 영화의 색감이 좋았던 기억만 나고요. 비정성시는 지금은 없어진 일요일 밤에 방송했던 KBS 명화극장에서 편집없이 무삭제로 방송을 본 이후 가장 좋아하는 영화였는데, 비디오 중간에 사극 한명회가 녹화되어 있어 굉장히 황당했었죠. 다행히 기적적으로 비정성시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인 여자 주인공 심수분?하고 양조위가 로렐라이를 틀면서 필담을 나누는 장면은 손상되어 있지 않아 그 장면만 수없이 봤었습니다.

예전 영화에 굶주릴 땐 주말의명화,명화극장,토요명화의 예고편만 봐도 설레었고 졸릴 때는 눈에 침 묻히면서 열심히 영화를 봤었는데 지금은 점점 괌심이 없어지네요. 어디서나 아무때나 또는 어떤 영화든지 볼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이 사라진 것인지...? . 어렸을적 성우가 더핑해주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네요.

Forgettable. 2011-04-25 06:11   좋아요 0 | URL
기웃님.. 오랜만 ^^ 잘 지내시죠?
전 원래 레오까락스의 빅팬이라서 그냥 아예 콩깍지가 쓰여있다고 보시면 되요. 구도랑 색감이랑 대사랑 모두 다 좋았지만 뭐 그 보다도 드니라방과 줄리엣 비노쉬 둘이 같이 나오면 그냥 자동으로 두근두근 ㅋㅋㅋㅋ

아 비디오 중간에 한명회 ㅋㅋㅋㅋ 어케 ㅋㅋㅋㅋㅋㅋ 완전 웃겨요. ㅠㅠ
그 장면 궁금하네요. 지금 유투브에서 찾고 있음. 찾을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요...

정말 어떤 영화든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더 관심이 사라진 걸지도요.

ㅋㅋ 찾았어요. 오히려 유투브보다 네이버에 영상이 있더군요. :)
전 DVD세대라서.. 명화극장을 보기보단 학교에서 DVD로 영화 많이 봤어요. 비디오는 어렸을 적의 기억 ㅎㅎㅎ
시간이 계속 흐르는 게 이젠 그만 놀라울 때도 됐는데 아직까지도 계속 매 순간 놀라고 있는 걸 보면 전 바보인가 싶기도 하고.

무해한모리군 2011-04-20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펄프픽션과 나쁜피가 좋았던 기억이 나요. 포게터블님과 취향이 같은건 즐거운 일 ^^
봄이 와서 꽃이 곱게 피었어요.
저는 제가 가진게 많다고 생각하는데 남들은 빈티난다고 생각해요. --;;

Forgettable. 2011-04-25 06:14   좋아요 0 | URL
오 ㅋㅋㅋ 두 영화 다 사람들이 많이 모르는데, 휘모리님이랑 겹치니 좋네요!
제가 한국 갈 때쯤 되면 거의 뭐.. 꽃 다 졌을 듯??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나만 부자면 됐죠 뭘. ^^ 그리고 휘모리님 빈티 안나는데요. 누가 그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휘모리님 무척 당당하잖아요, 언제나. 부러워요.

모모쨩 2011-04-22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심리적으로 완전 취하셨구만요.
아프지말고 돌아오세요 컴백한쿡~

Forgettable. 2011-04-25 06:15   좋아요 0 | URL
지금 짐 정리중 ㅋㅋㅋㅋㅋㅋ 커밍 쑨....
정리하면서 보내준 카드 다시 읽었는데 또 눙물이 앞을 ㅠㅠㅠㅠㅠㅠ ㅋㅋ

모모뺭 2011-04-25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니왜 쑥스럽게 다시 읽고그래요~ ㅋㅋㅋㅋ
나 우리의 회사 오랜만에 들가봤더니 대리가 과장되어있더라구요 ㅋㅋ
나머지 두명은 둘다 대리~
저는 벌써부터 내년에 어느회사로 가야하나 고민되고있어요 ㅠㅠㅠㅠㅠㅠㅠ
초 우울해요 ㅠㅠ 월급은 40만원 덜 나오고 아파서 병원갔더니 50만원나오고
카드값쌓여가고있어요 ㅠㅠㅠ
정확히 몇일에 돌아와요???

Forgettable. 2011-04-26 03:53   좋아요 0 | URL
나 6일 ㅋㅋ
거기 대리 해도 뭐 달라지는 것도 없지 않나ㅋㅋㅋㅋㅋ

조만간 네톤에서 봐요? 자세한 얘긴 네톤에서 ㅋㅋㅋ

차좋아 2011-04-25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겟터블님 애가 셋이구나.... 나랑 어쩐지 또래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애가 셋이라니 깜짝 놀랬어요. 근데 생각해 보니 어, 나도 애가 둘이니까 포겟터블님 애가 셋이라도 나랑 또래일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ㅎㅎ
애들이 셋, 그 애들 셋중 하나가 포겟터블님이라는 걸 지금은 눈치 챘어요. ㅋ ㅎㅎ

Forgettable. 2011-04-26 03:55   좋아요 0 | URL
으악 ㅋㅋㅋㅋㅋㅋㅋ 저 아직 시집도 안간 이십대에요 ㅋㅋㅋㅋㅋㅋ 글을 삼십대처럼 쓰나봐요 제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가 셋 ㅋㅋ 아 아침에 이거 읽고 진짜 빵터짐!!!!!!!

네 제가 첫째고 동생 둘 있어요. 하하

pb 2011-05-01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ㅋㅋㅋ조디악 진짜 구리죠
소재도 괜찮고 주연감독도 다 괜찮은데
영화 결과물은 최악

Forgettable. 2011-05-11 20:58   좋아요 0 | URL
그니깐. 믿고 봤는데 좀 황당했어요.
전 약간 술 취하며 봤는데 거의 뭐 졸다시피 했다능 ㅋㅋㅋㅋㅋㅋ
끝나자마자 패밀리가이 보고 ㅋㅋ

모모쨩 2011-05-02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모르는새에 애가 셋이되버린 썬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11-05-11 20:5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년새에......!
 

 

하루 하루가 전쟁통처럼 흘러간다. 내게 그렇게 지루하고 고독한 날들이 있었던가 할 정도로 정신 없이 사람들을 만나고, 보내고, 또 만나며 아쉬운 마지막 달을 보내고 있다. 시간이 가는지 안가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어느새 에드먼튼에도 봄이 왔다. 아직 입김이 나올 정도로 쌀쌀하긴 하지만, 그래도 겨울에 비교하면 뷰리풀! 이란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제법 따뜻하다. 

내게 일어난 새로운 일들을 어떻게 기록으로 남길까. 요즘의 고민거리다. 그대로 서술하면 오글거릴 정도로 과장될까봐 걱정되고, 그렇다고 사건을 객관적으로 볼 때까지 기다린다면 너무 많은 것이 묻혀버릴까 걱정이다. 실은 모든 사건들이 머릿 속에서 정리가 될 무렵까지 기다려보자는 쪽이었는데, 최근들어서는 반짝거리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 빛이 바래면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최근 친하게 지내는 친구는 얼마 전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자살시도를 할 정도로 감정적이지만 선천적으로는 밝은 친구다. 원래 이친구는 스킨헤드였는데, 자기 아이가 태어난 후로는 감옥에 가 있는 아빠가 되기 싫어서 갱단에서 은퇴했다고 한다. (은퇴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 친구가 그 갱단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이와는 2주에 한번씩 주말에 시간을 함께 보내고, 한달에 500달러씩 지원을 해준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의 엄마와는 결혼을 하지는 않았다. 에드먼튼에서 알아주는 기타리스트지만 밴드가 해체된 이후로는 공연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내가 떠나기 전 한 번은 공연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친구의 아빠는 친구가 어렸을 때 집을 나갔는데, 몇 년 전 다시 돌아왔다. 그의 와이프와 함께. 그의 와이프는 생물학적으로는 남자지만, 모두가 '그녀'라고 하고 그녀의 이름은 엘리다. 그들의 집 베이스먼트에는 드럼과 앰프, 갖가지 종류의 기타와 훌륭한 스피커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수백개가 넘는 영화 DVD가 구비되어 있다. 친구의 아빠와는 별 다른 이야길 하지 않았지만, 엘리는 마치 잔소리쟁이 할머니같이 다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안티소셜같이 보이긴 했지만 무척 다정했다. 

난 그 친구의 인생이 좋은건지, 그 친구가 좋은건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무서워보이는 갱스터 백인 남자그룹이 내가 그의 친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정해지는 것도 평생 못해볼 경험이었고, 함께 헤비락 뮤직을 들으면서 내가 그 동안 이런 음악을 얼마나 그리워했었는지 깨달았고, 몽롱한 레드라이트의 불빛 아래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친구와 그를 바라보는 내 모습이 꿈처럼 느껴졌고, 나와 전혀 관계없을 줄만 알았던 나이든 게이피플의 일상사가 신기했다. 매일같이 파티만 하며 사는 젊은 게이피플이 늙으면 이렇게 될까, 이들을 젊었던 시절은 어땠을까..

그런데 이걸 어떻게 기록해 두나? 시간이 지나면 농익을 줄 알았던 추억들은 차츰 희미해져서 이젠 찾을래야 찾기도 힘들어졌고, 그렇다고 설익은 이야기들을 그대로 줄줄 늘어놓자니 나만 특별한 사람인양 특권의식에 가득 차 떠들어대는 것만 같다. 속으로야 내가 특별한 애라고 생각하더라도 그게 밖으로 드러나면 그만큼 꼴사나운게 없다. 그냥 담담한 어조로, 디테일과 솔직함을 잊지 않으면서도, 반짝거리는 글을 쓰고 싶다. 경험이 쌓일 수록, 욕심도 커지니 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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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1-04-04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내 나는 이렇게 살아요, 나처럼 살아볼래요, 류의 페이퍼를 썼던 저로선 부끄러워져요. 전 특별하지 않으니까 특별한체 했던 것 같아요.

뽀님이 얘기한 삶, 일상으로 펼쳐지는 이질적인 삶. 참 꿈만 같아요.

이 글은 반짝거려요!

Forgettable. 2011-04-04 10:03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히히

예전엔 거의 하루에 하나씩 강박적으로 블로그에 글을 올렸었는데, 요즘은 쓰다가도 자꾸 말아버리게 되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싶어서 더 힘들어지고. 그래서 오랜만에 글을 쓴다고 해도 뭐 딱히 괜찮은 것 같지도 않고. ㅋㅋ

아마 예전엔 삶이 지루하니까 글에서 돌파구를 찾았고, 지금은 꿈꾸는 것처럼 살고 있으니까 글이 안써지는건가 싶기도 하고 그래요.

무해한모리군 2011-04-04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그가 마음에 들어요.
건강하면 다 괜찮아요.
포게터블은 반짝반짝이는 잘난 사람이예요 ㅎㅎㅎ

Forgettable. 2011-04-04 10:07   좋아요 0 | URL
아. 저 여기 온지 1년만에 아파요. ㅠㅠ 감기가 제대로 들었어요. 근데 너무 놀아대다가 아픈거라서 ㅋㅋ 어디 아프다고 징징거리지도 못하겠음 ㅋㅋㅋㅋ

오랜만에 페이퍼 올린 보람 있게 보고 싶은 분들이 댓글 달아줘서 기분이 좋아요. :)

무해한모리군 2011-04-04 12:32   좋아요 0 | URL
아프군요 이런.
어제 많이 먹고 힘내서 더 열심히 놀아요!!

저도 포게터블 소식을 들으니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 힘이 나요.
요즘 저도 무척 바빴답니다.

Forgettable. 2011-04-06 14:22   좋아요 0 | URL
저도 아픈데도 불구하고 더 열심히 놀고 있어요. 계속 놀아요 진짜 ㅠㅠㅠㅠㅠㅠ
한국가면 못놀 것 같아서 더 열심히 열심히 ㅋㅋㅋ

노는게 남는거죠. 휘모리님도 열심히 놀고 계세요 저 갈 때까지!
결혼하신 이후론 몸 사리고 계실 것 같다능ㅋㅋ

2011-04-04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04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11-04-04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데요, 솔직 담백하고. :) 한국 들어오시기 전에 아픈 거 다 나으시길!

Forgettable. 2011-04-06 14:2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이래저래 많이 노력해봐야겠어요.
아, 그저 스쳐지나가는 감기니까 곧 낫지 않을까 싶어요. 한국에선 감기 달고 살았는걸요. ㅎㅎ

pjy 2011-04-04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소한 일상이 참 버라이어티 한게 우리 일상이죠~
놀아서 아프고 싶은데요ㅋ 쓸데없이 민감해서 황사에 눈깔 뒤집혔어요 ㅠ.ㅠ

Forgettable. 2011-04-06 14:25   좋아요 0 | URL
아 황사 ㅠㅠ 전 오만데 안아픈데가 없었는데 여기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공기때문인지 스트레스 때문인지.. 이 도시가 체질적으로 저랑 맞는건지?ㅋㅋㅋ

버라이어티한 일상이 자주 찾아오는게 아닌만큼 즐기고 있습니다 ㅋㅋ

Joule 2011-04-04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덧없어서 손에 잡히지 않아서 아름다워요. 내 손에는 독이 묻어 있어서 내 손이 닿는 순간 그것은 바스락 소리를 내며 가루가 되어 바람에 날아가버릴 테니까. 이번 이야기는 묘하게도 인디언 써머 같은 느낌이 들어요.

Forgettable. 2011-04-06 14:28   좋아요 0 | URL
한국에도 인디안 써머가 있나요?
전 여기서 인디안 써머의 참 의미를 처음 알았어요.

제 글이 인디안 써머 같다니 마음이 다 훈훈합니다. :) 잡을 수 없는 것이더라도, 잡으려고 계속 발버둥치면 그 일부라도 마음에 새길 수 있겠죠. 인디안 써머였던 작년 가을의 열흘간이 생각나네요.

2011-04-05 0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06 1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07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08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04-06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님~ 이제 곧 돌아오는군요~~~~~ 반겨줄테니 광주로 와요!
송정리 떡갈비에 산사춘을 마셔야지요~~~ㅋㅋ

Forgettable. 2011-04-06 14:39   좋아요 0 | URL
아 떡갈비에 산사춘! 안그래도 친구가 광주에 있어서 한 번 가고싶단 생각은 했는데. ^^
캐나다에 있다보니 뭐 버스로 3~4시간 거리는 우습게 됐어요. ㅋㅋㅋ

버벌 2011-04-07 23:23   좋아요 0 | URL
아 저기. 눈팅하다가 반가워서. 제가 광주살아서요. 송정리라니.. 송정리라니.. 아는 단어에 급 흥분을 했어요. 뽀님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남기는 댓글이 뽀님 글이 아니어서 죄송합니다. ㅠㅠ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아 광주다 광주.

Forgettable. 2011-04-08 12:54   좋아요 0 | URL
버벌님. 죄송할 것 까지야요. ㅎㅎㅎ 전 모든 댓글 다 환영인걸요. ^^
광주사시는군요. 예전에 일 때문에 한 번 출장갔었는데, 순오기님이 송정리에서 떡갈비 사주셨었거든요. 흐흐흐흐 아으 먹고 싶다!!!

순오기 2011-04-19 20:33   좋아요 0 | URL
아~ 그럼 뽀님 광주에 오면 버벌님까지 같이 만나면 되겠네요.^^
버벌님은 어디에 사는지 모르지만, 광주야 한동네 같으니까요.

에디 2011-04-07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제가 뽀님의 캐내디언 라이프를 훔쳐보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서 오시는군요 ㅠㅠ

Forgettable. 2011-04-08 12:56   좋아요 0 | URL
저야말로 놀만 하니 가야해서 아쉬워 죽겠어요. ㅋㅋ
이런 저런 재밌는 얘기 많이 남겨놨어야 했는데 결국은... 고민만 하다가 술먹고 다 까먹고-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