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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평점 :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은 두 번째다. 처음은 누구나 그렇든 '연금술사'로 시작했고 너무나 감명받아 내가 읽은 책 중 손꼽히는 책들 서열에 주저없이 포함시켰다. 그리고 다시 고른 게 이 책이다. 물론 제목의 의미와 대충의 내용은 미디어를 통해 많이 접했더랬다.평균 성행위 지속시간을 제목으로 딴 이 책이 시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일까 하는 심정으로 계속 읽었다. 코엘료가 서문에서 '어떤 책도 작가에게 가장 근본적인 문제, 자신에게 얼마나 정직하게 글을 쓰느냐 하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라고 했듯이 아마도 이러한 내용을 오래전부터 한번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서 더욱 흥미로왔다.
동정녀 마리아와 같은 이름을 가진 '마리아'라는 한 브라질 여성이 소녀에서 여성으로 성숙해가면서 알게 되는 많은 세상의 면들, 특히 性적인 부분에 대해 눈이 뜨여가는 과정이 처음에 실감나게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남편과 자식,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집을 가지겠노라고 하지만 열정은 모든 것을 망쳐놓으니, 두 번 다시 사랑에 빠지지는 않겠노라고' 다짐하게 된다. 그리고 흘러 흘러 스위스의 제네바에 있는 클럽에서 춤을 추는 댄서가 되고...그녀는 위험한 세상에서 모험을 하기로 선택한다. 클럽에서 나오게 된 마리아는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한 여성으로서 창녀의 길을 가게 된다. 하루에 3명 이상씩의 남자들을 받으면서도 '나는 영혼을 담고 있는 육체가 아니다. 나는 '육체'라 불리는, 눈에 보이는 부분을 가진 영혼이다'라는 등의 일기를 써가며 자신의 목적(돈)에 충실하고자 애쓴다. 그러다 만난 두 남자. 진심으로 사랑하는 랄프와 사도마조히즘을 요구하는 영국인 남자. 그러면서 마리아는 性과 聖스러운 것 사이의 경계에 서서 곡예를 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게 된다. 그녀가 욕망에 따르는 삶, 고통, 굴욕 그리고 많은 쾌락이 있는 삶에 치우쳐 가려 할 때 마리아로 하여금 고통에도 한계가 있으며 거기에 구원이 있음을 알려준 사람은 바로 랄프였고 그녀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대상도 그였다. 그렇게 그녀는 끝내...돈과 남자, 선택한 생에 대한 만족까지 다 거머쥐게 된다.
육체적인 쾌락의 절정에서 적극적인 자유를 찾고 자신의 生을 쾌락에 그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의 어떤 해방을 맛봄과 동시에 어렸을 때부터 가질 수 밖에 없었던 남자와의 그릇된 소통의 문제를 해소한다는 줄거리는...매우 탄탄하다. 그것은 비단 性에 국한된 문제도 남녀간의 문제만도 아닌 듯 하다. 사람과 사람과의 교감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사랑이라는 것이 과연 그 속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가에 대해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었다. 작가는 性이라는 측면을 부각하여 얘기하면서도 인생의 흐름에 대해 또한 그 속에 매몰되어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인간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창녀라는 직업은 그래서 적절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책 속에서 나오지만 긴긴 매춘의 역사에서 창녀의 역할도 많이 변모되었고 그 이전의 고급 수준은 온데간데 없이 그저 몸만 파는 기계로 전락해왔다. 하지만 마리아는 현대의 그 창녀 개념보다는 몸을 주나 상대의 정신과 심리까지도 함께 아우르는 수준까지 이른 여성이었고 그것이 여성의 몸이라는 차원을 뛰어 넘어(한마디로 해방하여) 보다 높은 차원의 이해를 得할 수 있었다고 보여진다. 그래서 이 책은 해피엔드여야 하는 지도 모른다.
이 책은 '연금술사'만큼의 감흥을 내게 주지는 못했으나 나름의 메세지가 잘 전달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되었다. 이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건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