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 주인가, 누군가 자작나무 사진을 올렸었다. 아. 자작나무가 보고 싶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급번개를 소집하여 아는 언니와 둘이 어제 인제 원대리의 자작나무숲을 다녀왔다. 왕복 약 5시간의 거리를, 새벽 6시부터 일어나, 달려 달려... 강원도로... 하면서. 분명 피곤했을 일정이었지만 꼭 보고 싶었다.
중간에 아침 먹고 도착하니 10시쯤. 아직 사람들이 드문드문했다. 정신없이 출발하느라 아이젠을 안 가지고 간 두 여자는... 빙판길을 끙끙거리며 줄 잡고 옆 나무 잡고 겨우겨우 올라갔다. 아. 왜 그걸 안 가져왔을까. 지난 번 제주도에서 샀었는데, 또 언제 쓰겠다고. 1시간 넘게 올라가니..와. 자작나무숲이 펼쳐진다. 빨간머리앤과 다이애나가 뛰어놀던 자작나무. 불에 탈 때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고 우리나라 말로는 자작나무. 흰색 칠을 칠한 것 같은 나무가 쭉쭉 하늘로 뻗어있는데 그 모습이 참 아름다왔다. 같이 간 언니가 그러는데, 최불암씨가 어느 프로에 나와서 자작나무에는 눈이 많이 달린 것 같다고 했다고. 그러고보니 저 모양이 눈의 모양새다 싶다. 수많은 눈이 나를 바라보는 느낌. 그러나 기분나쁘지 않은 느낌.
그렇게 오고가면서 마음이 많이 좋아졌더랬다. 사실 지난 주에 나한테는 참으로 심란스러운 일이 있어서 일도 많고 해야할 것들도 가득했지만 다 내려놓고... 그냥 저녁까지 술 먹고 들어가는 일이 여러 날 지속되었었다. 사는 게 뭔지.. 라는 생각 때문에. 가슴아프고 속수무책이었던 내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그런 마음으로 훌쩍 떠난 자작나무숲은... 괜히 내게 위안이 되어 주었다. 하얀 눈과 잘 어울리던 그 자작나무숲.. 수많은 자작나무들. 좋은 곳이었다. 오늘 출근하면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