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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나갔다가 토요일이라 다들 어디 갔는지 사람들도 별로 없고, 한 주동안의 나의 고된 생활도 갑자기 생각나고 해서 좀 쓸쓸해졌다. 그래서 그래, 한 주를 잘 버텨낸 나에게 선물 하나 해야지, 하며 닫으려고 하는 수퍼에 얼른 들어가 맥주 한캔을 사서 나왔다. 사실 맥주가 막 먹고 싶다거나 그런 것도 아닌데, 그래도 그래도... 라는 마음?
하이네켄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맥주이다.
(뜬금없는... )
개인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맥주 캔 들고 놋북을 열었는데, 참.. 토요일 저녁에 뭔가 한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웃긴 거다 라는 생각이. 그냥 쉬어라.. 라는 마음도 없지 않지만 하루 분량만큼은 하고 넘어가야 할 일이라 일단 버티고 있다. 주중에도 버텼는데 주말에도 버틴다. 인생 자체가 버틴다... 의 일색이다... 지친다.
개인적인 일은 내가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인데도 요즘 마음이 꿀꿀하니 다 귀찮아지는 모양이다. 의욕이 바닥에 떨어졌다고나 할까. 나를 위해 뭘 한다는 것, 인생을 위해 뭘 한다는 것 자체가 조금 싫어진다. 시간만 대충 보내려고 하는, 좋지않은 버릇이 나오고 있다. 어릴 때는, 아니다, 젊을 때는 시간을 어영부영 보낸다는 자체를 경멸했었다. 어떻게든지 뭔가를 하면서 메꾸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열심히 계획도 세우고 열심히 뭔가를 하고 아니면 열심히 누군가를 만났다. 지금은, 이 모든게 다 무엇을 위한 일인가 라는 허무함 내지는 공허함이 있다. 너무 시간을 빡빡하게 사는 것도 그럴 필요까진 없지만, 널부러져 지내는 것도 그닥 권할 만한 사항은 아닌지라,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 라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지도 모르겠다.
흠. 그래도 맥주는 맛나다. 역시 하이네켄이다.
사실 날씨가 서늘해지면 즐겨 마시는 술은 정종이다. 따뜻하게 데워진 도쿠리 한병 잡고 오코노미야끼나 오뎅국 같은 것 안주로 벗삼아 살짝 먹고 나오는 게 최고다... 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따뜻한 정종을 함께 할 친구가 있었는데, ... 지금은 없어서... 이번 겨울엔 누구와 정종을 벗하나 싶다. 나이가 들수록 시끌시끌 여럿이 모여 왁자하게 술 먹는 건 딱 질색이 되어 간다. 마음맞는 - 이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 벗 한두명과 조용한 곳에서 아주 가볍게 술 한잔 하고 오는 게 사는 낙이라는 생각이 든 것도 얼마 전부터다. 이런 벗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사람한텐 가장 큰 복이다.. 라고도 생각하고. 그런 친구를 얼마 전에 잃어서 요즘은 술맛이 별로 없어졌다. 차라리 혼자.. 혼술.. 이게 낫지 싶다. 아무나 끌어다 술 먹자고 하고 싶진 않다 라는 거지.
꽤나 감상적인 글로 흘러갔으나 ... 맥주는 맛나다. 헤. 좀 망설였었는데, 잘 했다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