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받으니 끊은 술이 먹고 싶어졌다. 끊었는데... 적어도 절주인데. 나의 이런 심정을 헤아리고 누군가가 유혹의 손길을 보낸다. 와인 한잔?.. 순간 정말 망설였다. 먹어도 될까. 근데 오늘같은 심정으론 먹으면 사고칠 느낌... 애써 뿌리쳤다. 아 이 허전함. 이 스트레스를 술로도 못 푸는 이 가여운 비연의 인생.
그래서 퇴근하고 느즈막히 오는 길, 마트에 들렀다. 그리고 맥주를 집었다. 오늘은 좀 색다른 걸로. STELLA ARTOIS. 내가 최근 좋아라 하는 맥주다. 다음에 집어든 안주는.. 꼬깔콘. 응팔에서 많이 나온다고 하던데... 난 꼬깔콘 무지하게 좋아한다. 그래서 이 두개를 집어들고 타박타박 걸어왔다, 집까지. 반기는 엄마에게 "나 기분 안 좋아" 라는 말로 속상하게 만들고... 방에 들어와 생각하니 내가 왜 그 말같지도 않은 인간들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엄마를 힘들게 하지? 싶어서 다시 나가서 "걱정마. 맥주 한잔 하면 내일은 말끔이지 뭐." 라며 어깨를 둘러 위로시켰다. 방으로 다시 들어오며 생각했다. 잘했다 비연.
놋북을 연 후... 맥주캔을 딴다. 똑. 그리고.. 꼬깔콘 봉지를 뜯는다. 부욱. 맥주 한모금에 꼬깔콘 한개씩. 좋다. 기분이 좋아진다. 어느새 사는 거 뭐 있어. 그래그래. 이렇게 위로받고 사는 거지 뭐. 라며 들떠버린다. 사람이 단순한 게 이럴 땐 다행이다 싶다가도 내 자신에게 허탈감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럼 뭐하러 화냈니. 그냥 참지... 그러나 이미 낮에는 열폭했고 화냈고 광분의 메일을 날려버린.. 그러니까 일을 저질러버리고 난 후다 이거다. 에라. 잊어버리자.
가끔 생각한다. 사람이 나이가 든다는 건, 이런 점에선 좋구나. 이렇게 맥주 한캔과 꼬깔콘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법도 알고. 예전처럼 옆의 사람 붙잡고 징징거리지 않아 좋구나. 그게 부질없음을, 오히려 나혼자, 좀 쓸쓸하긴 하지만 나의 마음에 침잠하여 이렇게 조용히 마시는게 오히려 낫다는 것을 깨달아버린 내가... 문득 대견하다. 좀 낫네. 한캔 다 마시니.
내일은 또 내일의 날을 살 거고. 누군가에게는 살고 싶어도 못 살았을 하루다. 잘 지내봐야겠다. 인생에 별로 도움 안되고 생각할 가치도 없는 사람들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말이다.
뱀꼬리) 이 맥주 추천이다. 스페인 맥주인데.. 오. 굿.
뱀꼬리2) 과자는 꼬깔콘이 갑이다.. 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어릴 때의 입맛을 잘 못 버리는 것 같다. 어릴 때 꼬깔콘 맛나게 먹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고소한 맛' 꼬깔콘은 내게 늘 향수요 그리움이다. 그래서 이걸 먹으면 괜히 안정되는 것 같다. 참.. 재미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