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첨으로 읽은 닉 혼비의 책은 요것...
앗. 이렇게도 글을 쓰는 사람이 있구나. 눈이 띠용용~ 하면서 그가 지은 책들을 모조리 찾기 시작. 그렇게 해서 그 다음으로 읽은 책은 요것...
영화로도 나왔다는 이 책. 세상에. 이 사람. 세상의 주변부에 거주하는 30대 아저씨의 삶을 이리도 비루하지만 명쾌하고 즐겁게 쓰는 사람이 있을까나. 음악을 사랑하고 축구를 사랑하고 책을 사랑하지만 사회에서는 늘 덜 떨어진 이 주인공. 그러나 그의 알 듯 모를 듯한 성장을 너무나 사랑하게 되는 나. 닉 혼비. 영국식 유머의 대가. 나처럼 이것저것 잡다구레한 데 관심 많은 아저씨.
감기에 걸려 헤매고 있는 나를 위해 이번에 집어 든 책, <피버 피치>. 예전에 마태우스님이 이 책을 소개했을 당시만 해도 난, 리뷰는 재미나게 읽었으나 이 책은 정말 눈을 주고 싶지 않았다. 왜? 표지! 도대체 표지가..ㅜ 이런 안습한 표지는 근간에 보기 드물다고 생각했었다. 이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이고 아마 백만년이 지나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닉 혼비가 쓴 축구 얘기라니. 읽어봐야지. 이 아저씨의 유머로 나의 감기에 철퇴를 내리리라.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닉 혼비. 우하하하~ 미친 듯이 웃기는 게 아니라 그저 피식 피식 웃는 나를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이 아저씨 책을 영어로 읽으면 더 큰 감흥이 오려나. 다시한번 진지하게 생각.
이것들을 다 읽어줘야 하는데. 이 외에 번역 안 된 것도 있지 뭔가..(신경질 중) 오늘은 가서 이것들을 다 쓸어담아 사주리라. 그리고 우울할 때마다 한번씩 꺼내 읽어야지. 야구를 무지하게 좋아하는 나는, 축구를 무지하게 좋아하는 그것도 첼시가 아니라 아스널의 골수팬인 닉 혼비에게 정말 친근감을 느낀다.. 야구 좋아한다고 맨날 구박받는데, 세상에는 이렇게 '팬'이라는 의미에 대해 제대로 정의한 사람도 있구나.
스윈든 전 이후, 나는 적어도 축구에 있어서 충성심이라는 것은, 용기나 친절 같은 도덕적 선택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사마귀나 혹처럼 일단 생겨나면 떼어낼 수 없는 것이었다. 결혼도 그 정도로 융통성 없는 관계는 아니다. 바람을 피듯이 잠깐 토튼햄을 기웃거리는 아스날 팬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축구팬에게도 이혼이 가능하기는 하지만(사태가 너무 심해지면 경기장에 가는 것을 그만둘 수는 있다.) 재혼은 불가능하다. 지난 23년 동안 아스날로부터 도망칠 궁리를 했던 적도 많았지만, 그럴 방법은 전혀 없었다. 창피스럽게 (스윈든, 트랜미어, 요크, 월솔, 로더햄, 렉스햄을 상대로) 패배할 때마다. 인내와 용기와 자제심을 총동원하여 참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달리 할 수 있은 일은 아무것도 없으며,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불만으로 가득 차 몸을 비틀 따름이다.
세상에 세상에. 축구를 야구로 바꾸고 아스날을 두산으로 바꾸면 딱 내 얘기다. 용기백배하여 요즘 열심히 FA 시장 얘기며 연봉협상 얘기며 광클하고 있는 나를 위안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