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넘의 지독한 감기.
나는 퇴근을 해서 꾸역꾸역 버스 정류장으로 향해 걸어간 후 복닥거리는 버스 안에서 서서도 꾸벅 앉아서도 꾸벅 하며 퇴근길 막히는 도로를 뚫고 집으로 향한다. 매일 그런 일상의 반복이었고 한동안은 집에서 이것저것 개인 일을 보며 행복해했는데, 이 넘의 감기... 덕분에 아무 것도 못하는 저녁과 밤이 이어지고 있다.
멍청히 앉아 엄마와 미드 '클로저'를 보고 (이 미드, 요즘에 매일 하는데, 꽤 재미있다. 주인공 여국장의 캐릭터가 정말 재미있다. 흥분도 잘하고 공주과인데다가 맨날 치마만 나풀거리지만, 일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예리하고 감각이 살아있는.) 잣을 한 가득 둥둥 띄운 꿀물을 먹고 (커피도 못 마신다. 맛이 없어서) 일단 침대로 직행한다.
그래도 책을 읽겠다고 책장에서 이 책 저 책 뽑아서 들고 가지만, 세상에....한 장도 펼치지 못하고 머리맡 위 장식품으로 둔 채 잔 게 며칠인가. 이 지독한 감기 같으니라고. 내게 공부도 독서도 허용치 않는 감기가 계속 내게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벌써 일주일 째인데, 누구는 한 달은 갈 거라고 하던데, 아 이거 정말 미칠 노릇이다.
어제 침대로 들고 간 책 두권은 <새크리파이스>와 <선택의 과학>이다. <새크리파이스>는 평들이 괜챻은 스릴러소설이라 오래 전에 사두었는데 이상하게 집어지지 않는 책들 중의 하나였다. 어제 문득 고르면서 뭔 내용이지? 하고 들춰보니 '자전거' 얘기두만. 흠. 그냥 심심풀이 땅콩으로는 좋을 것 같아서 일단 들고 오고. <선택의 과학>은 내가 늘 관심있어하는 주제인지라 좀 지루해보였지만 선듯 가져왔다. 물론 두 권 다 표지와 앞장만 보고...꿈나라로..ㅜ
책을 읽다보면 좋은 글귀도 많고 내 마음에 와닿는 글귀도 꽤 되는데, 그래서 그걸 좀 옮겨 적으면서 내 느낌이 이러이러하다 얘기하고 싶은데 건강도 허락치 않고 시간도 허락치 않는다. 맨날 표지만 덩그라니 올려두고는 이런 것 같다 저런 것 같다라는 피상적인 말들만 늘어놓고 있는 내가, 괜히 한심스러워지는 오후다.
얼렁 감기부터 나아야 하겠다. 병원에 다시 가서 링겔이라도 맞아야 하는 걸까. 아. 지독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