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내려갈 때, 이번엔 책을 가져가지 말자. 못 읽은 논문도 가져가서 중간중간 읽고 일어공부도 하고 그러자. 이랬다. 그래서, 터덜터덜 책을 안 가져갔는데..우우웅. 버스 안에서 논문읽기나 공부를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임을 다시한번 확인했을 뿐. (미련한 비연)

그래서 올라올 때는 버스를 오랫동안 타야겠다 싶기에 부랴부랴 울산 현대백화점에 있는 영풍문고(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소규모의 부스)에 가서 책을 골랐다. 책이 몇 권 없고 대부분 유아/어린이 서적인지라(당연하겠지. 젊은 엄마들이 주변에 많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들이 많았다. 고르다고르다 겨우 고른 게 이것.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가지 힘은 욕망(Desire), 모더니즘(Modernism), 제국주의(Imperialism), 몬스터(Monsters, 자본주의, 사회주의, 또 뭐더라?), 종교(Religions)로 나누어 각각의 역사들을 살펴보는 책이다. 이런 다이제스트식의 역사책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냥 한번 쭈욱 읽기에는 무리가 없겠다 싶어 샀다. 처음부터 나오는 얘기가 내가 좋아라 하는 커피에 대한 얘기인 게 더 좋아서이기도 했고. (괴상한 생각으로 책을 고르는 비연이다ㅜㅜ)

버스에서 무지막지하게 자느라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암튼 고개를 거의 들어보지도 못했다는..어떻게 그렇게 자냐..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계속 자는 나는 뭥미~)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오늘은 쉬면서 이거나 읽어볼까 라고 생각하니 조금 기쁘고.



알라딘에서 문자가 하나 왔다. 오호라~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3권 예약주문이 개시되었다네!


사실, 1,2권이 썩 내 스탈은 아니었다. 난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들이 훠~~~얼씬 좋다. 그래도 이 책이 아직 안 끝났다는 걸 알았을 때 3권 나오면 꼭 보게 되리라는 걸 알았다. 결말이 궁금하기도 하고. 그것보다 '어떻게' 결말을 지을 지가 궁금하다고나 할까.

나처럼 이 책의 은근한 난해함에 골머리아파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지. 서점에 가보니 1Q84에 대해 설명하는 책들이 벌써 나와 있었다. 흠...나중에 이런 걸 사다 볼 지도 모르겠다. 결말을 보고도 찝찝한 기분이 남는다면 말이다. 어쨌거나 28일 이후에나 도착한다는 예약주문을 오늘 덜컥 해버렸고, 심지어 내 후배에게도 한 권 선물로 배송예약..ㅋㅋㅋㅋ 아 책을 전도하는 비연..ㅋㅋ


이거 사는 김에 몇 권 더 샀다. 암튼 책 사는 것도 병인지. 한 권 만 사려니까 뭔가 좀 걸려서 말이다. 뭐가 걸려? 뭐가? 뭐가? 라고 속으론 울부짖고 있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간 사고 싶었던 책들을 조금...골라서 사버렸다.


지금 봐도 뭐. 꼭 사야 될 책들만 산 거다 뭐..(ㅜㅜ) 여왕벌은 예약판매 중으로 다음 주나 되어야 올 거 같고. 다른 책들은 먼저 오려나.

김남희의 일본여행책은 1권을 이미 샀고 따라서 2권도 사야 하는 것이겠고. ㅋ 일본의 길들을 찍은 사진들도 이쁘고 해서 그냥 바로 사버렸다.

'거대한 지구를 돌려라'는 하이드님 신간소개보고 고른 책인데 자못 기대가 된다. 표지도 이쁘고.  

 
로맹가리의 '그로칼랭'은 언젠간 살 책이었다. 난 책이 나오면 꼭 사는 작가들이 몇 있다. 그들의 책은 우리나라에 있는 책 모두를 소장하고 싶은 꿈이 있고 심지어 그들 작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들도 모으고 싶다. 쟝 그르니에, 알베르 카뮈, 수전 손택, 로맹 가리, 움베르토 에코, 미야베 미유키 등등.

그래서 이리 신간이 나오면 참 좋다. 그냥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다. 내 책장이 뭔가 그득해진 것 같고 또 뭔가 내 꿈이 담겨지는 것 같아 좋다. 조만간 저 책더미에 깔려 휘어지려고 하는 책장의 구원을 위하여 조그만 책장들을 몇 개 더 구입할 예정이다. 그러면 책을 더 사게 될지도 모른다. '빈 병상은 반드시 채워지게 되어있다'라고 하지 않는가. (이게 여기서 적당한 비유여? =.=;;;)

암튼 그냥 쉬어버리는 토요일 오후. 좋네. 약간 느긋하고 (사실 느긋하면 안되지만 임의로 느긋해지기로 했다. 몸도 피곤하고 정신도 피곤하고. 머리를 비워야 생각이 들어차는 법) 약간 나른하고 약간 한가한..그런 오후. 토요일 오후라는 말과 잘 들어맞는 느낌이 아닐 수 없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10-07-10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좀 쉬세요 ~ 버스에선 그냥 푹 자는게 최고인듯욥. 가끔 너무 곯아떨어져서 침흘릴때도 있지만요 ㅎ

비연 2010-07-10 16:0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버스에서도 6시간 가까이 있다보니 자는 것도 한계가 있더라구요..^^;;;;;; 나중엔 자고 싶어도 머리가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책도 눈에 안 들어오고..괜히 속만 부글부글. 금욜날을 일부러 택해 버스를 탄 나에 대한 실망과 저 막히는 도로에 대한 불만 뭐 이런 것들로요..ㅋㅋㅋㅋ 오늘은 편해요^^

ceylontea 2010-07-10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스에서 책 읽으면 어지럽고, 울렁거리고 결국 멀미를 하게 되던데요.. ㅠㅠ;
잠깐씩 10~20분 정도 타는 버스에서는 그나마 책을 읽기는 하지만요.. 장거리 버스 속은 책, 영화 다 어지럽더라구요.
그런데 6시간이나 자는 것도 허리, 엉덩이 다 으플 것 같아요. ^^

비연 2010-07-10 22:49   좋아요 0 | URL
ceylontea님이다! 웅...요즘 넘 뜸하세요~~ 암튼 방가방가^^
버스에서 책 읽는 건 넘 힘들더라구요 사실. 그렇다고 아무 것도 안 하자니 그렇고. 잠도 사실 2~3시간 마구 자고 나면 잠이 안 오고 말똥말똥이죠..ㅜㅜ 담부턴 버스 안 타려구요..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