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몸이 좀 힘들다. 피곤이 몰려서인지 아뭏든, 예전에는 일요일날 잡고 앉으면 서너권의 책들도 후딱 읽어치우곤 했는데 오늘은 내내 졸다가 말다가 하느라 제대로 읽은 게 한두권 정도이다. 한두권 정도라고 확실치 않게 얘기하는 까닭은 지금 두번째 권을 읽고 있다는 뜻이고..결국 난 오늘 하루종일 잠만 퍼질러 잤다는 거다. (으으으윽. 일요일이 가고 있는데. 아쉽다)

그건 아마도 첫번째 책의 우울함이 날 지배해서가 아닌가 라고 변명아닌 변명을 해본다. 오늘 읽어낸 책은 이것. 페터 회의 <경계에 선 아이들>.


난 이 책을 집어 들면서 아 이건 정말 리뷰 써야지...했다. 페터 회의 정서에 푹 빠졌었던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을 읽고나서 내내 기다렸던 그의 글이니 말이다. 아..근데 다 읽고 나니 못 쓰겠다..<스밀라..>와는 또 다른 우울함 때문에 말이다.

사실 우울하라고 글을 쓴 건 아닐거다. 아이들에게 늘 관심이 많은 페터 회에게 있어서 교육이라는 부분과 아이들의 성장이라는 것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일테고, 그것을 자신의 경험과 결부하여 사유하는 과정에서 원치않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마지막 뭔가 해결의 실마리를 안겨준 듯한 느낌으로 책이 끝남에도 머릿속이 아득한 것은 내가 지난 시간동안 받아온 교육에 대한 생각들과 지금 아이들이 받고 있는 교육들, 어른의 이상, 아니 국가와 사회의 이상이라는 것들이 마구 엉켜서 떼어내어지지를 않아서이다. 마치 머릿 속에 이것들이 다 뭉쳐져서 들어앉아 있는 느낌. 그래서 답답하고 또 답답한 느낌. 이 책을 덮으며 그런 느낌에 가득 차 있었다.

저자의 이름을 빈, 주인공 페터와 카타리나, 그리고 아우구스트의 슬픈 이야기. 주류와 비주류를 나누고 비주류를 주류로 편입시키려고 하는, 이 책에서 표현한 대로 어둠에 있는 아이들을 환한 빛으로 안내하려고 하는 시도는, 어른들의 그리고 사회의 일방적인 생각이다. 애초에 그런 식을 이분적으로 나눈다는 발상 자체가 말도 안되고 무엇을 정의라고 규정한 후 그 외의 것들을 모두 그 정의에 합류시키려는 자체가 끔찍하다. 페터의 이야기들처럼, 그러니까 저자가 계속 말하고 있는 것처럼, 시간이라는 개념은 각각에게 다 다른 의미일 수 있고 따라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의미하는 선형적인 사고로서 모든 사람을, 특히나 아이들을 재단한다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도, 아니 어느 나라에서나 이런 식의 생각들이 팽배해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참 마음이 아프고, 그런 속에서 자라난 나에게도 동정이 간다. 
 
페터 회의 다른 책, <콰이어트 걸>이나 기타의 책들도 사긴 사야겠는데, 좀 시간을 두고 읽어보련다. 그냥..뭐랄까..이 우울이 좀 잦아든 이후에 읽어야 할 것 같은 막연한 느낌이 들어서 말이다.



















그러나 어쨌든 페터 회는 매우 특이한 문체의 작가이자, 철학적 사유를 멈추지 않는 좋은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읽고 있으면 그의 내적인 고독이 독자에게도 전달이 되는 힘이 있는 작가이고.



1957년생.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태어났고 지금도 케냐출신의 무용수였던 아내와 두 딸과 코펜하겐에서 살고 있다. 책 표지에도 설명되어 있듯이 작가라는 직업을 가지기 전에는 선원, 발레댄서, 배우, 등반가 등의 직업을 경험했었고 이러한 경험들은 글에 잘 녹아나고 있다. 문명을 거부하는, 말하자면 반문명적인 성향을 가졌다고 이야기되기도 하는  매우 shy한 성격의 작가이고, 모든 작품에서 각각 다른 문체들을 선보이고 있어서 늘 질리지 않는 작가이기도 하다. 이 작가의 팬사이트는  http://peterhoeg.com/. 여기 들어가면 여러가지 정보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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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ce: http://peterhoeg.com/biography-peter-hoeg/ 

Biography, Peter Hoeg, 

admin on December 29, 2009


Peter Høeg (born May 17, 1957) in Copenhagen, is one of Denmark’s most celebrated contemporary writers of fiction. He holds a Master of Arts degree in literature from the University of Copenhagen in 1984. He is divorced and has two daugh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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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becoming a writer, he worked variously as a sailor, ballet dancer and actor. He is also a very good fencer and has done a lot of mountaineering. He has travelled a lot, and draws on his experiences in his writing. He also meditates, and has said that he meditates before starting his writing in the morning in order to become more focused and more compassionate. Also, he moves to remote spots and more or less isolates himself for shorter or longer periods of time – from one week to several months – in order to focus and concentrate properly while writing.

Peter Hoeg published his first novel, A History of Danish Dreams, in 1988 to very positive reviews. It was Smilla’s Sense of Snow (1992) that earned Hoeg immediate and international literary celebrity. His books have been published in more than 30 other countries.

Peter Hoeg has a reputation for being hard to place in terms of literary style. His writing is extremely polished, and he uses a lot of time to write his books, taking the time to work and rework his drafts until they are just as he wants them. For instance, he worked on his first novel, Forestilling om det tyvende århundrede (Introduction to the Twentieth Century, 1988; translated as The History of Danish Dreams, 1995), for six years, rewriting one chapter twenty times and discarding hundreds of pages.

His works are stylistically very different from one another. They have been given widely differing labels, such as post-modern, gothic, magic-realist, just to mention a few. To the extent that there is a red thread, it probably is in terms of theme; Hoeg’s works often seem to deal with the consequences of the progress of civilization.

Peter Hoeg is seemingly very shy. And as he became a literary superstar after the publication of Smilla’s Sense of Snow, the attendant publicity and hype seems to have been a challenge to the author’s natural shyness. He only reluctantly gives interviews and finds it terrifying to have become a literary superstar whose address must be kept secret. On the rare occasions that he gives interviews, he stresses the importance of having a break, of contemplating time by stepping outside of it: “Bogen er jo et langsomt facnomen, at standse op og bruge to ar af sit liv pa at skrive en bog, det er jo at vaere meget, meget langsom i forhold til samfundets ovrige hastighed”. [The book is a slow phenomenon, to stop and spend two years of one's life on writing a book is to be very, very slow in relation to the speed of the rest of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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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읽고 있는 건 마이클 코넬리의 <허수아비>이다. 1/3 정도 읽었는데, 역시 마이클 코넬리는 마이클 코넬리인 것이다. 간간히 보이는 그의 유머는 번역되어 나온 것임에도 푸하하..웃게 만든다. 긴장된 스릴러임에도 유머를 잃지 않는 그의 작법은 늘 유쾌하다. 오늘 이걸 다 읽고 잘 수 있지 않을까..왜냐하면 낮에 무지하게 잤거든...또 잔다면 넌 나무늘보이거나 수면병일거야..라고 혼자 읊조리는 비연..그러나 왜 이리 눈꺼풀은 무거운 것이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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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요일의 독서-2
    from 시간의 흐름, 그 속의 책 2010-03-15 22:29 
    어제도 여전히, 뒹굴뒹굴, 침대를 등삼아 배삼아 지내면서 독서삼매경...졸다말다 졸다말다 본 책들이 세권..그래도 이번엔 독.서.가 좀더 중심이었던 듯 싶습니당..^^;;;; 나비님이 보내주신 이 책, 닉 혼비의 '하이 피델리티'. 세상에 세상에. 내가 이제야 닉 혼비를 만나다니. 이러면 안되는 것이었단 말이다 말이다..(촐삭촐삭대는 비연이라니..ㅜㅜ) 완전 재밌는  이 책. 도저히 손을 놓을 수 없게 하는 유머가 돋
 
 
비로그인 2010-03-07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_+ 눈 반짝반짝~ 입니다. 페터 회!! 기억해 둘게요. 비연님!!!

(우울은 얼른 가시길~ㅎ)

비연 2010-03-07 23:38   좋아요 0 | URL
오호 바람결님! 이 시간까지 알라딘에~ㅋㅋㅋ 페터 회 기억해주세요~^^
책 읽고 얻는 우울함은 그래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히히히

이매지 2010-03-07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을 책 옆에 쌓아두고 하루종일 일본드라마 <도쿄독스>만 보고 있던 저보다는 알찬 하루를 보내셨군요 ㅎㅎㅎ 코넬리 어여 읽어야 할 텐데 -_ㅜ

비연 2010-03-07 23:56   좋아요 0 | URL
<도쿄독스> 재밌나요? 오구리 슌이 그리 멋지다고 하던데..이매지님 페이퍼에 '슈트입은 오구리 슌' 보고 이걸 봐야 하나 하고 있어요..ㅋㅋ 다운은 이미 받아놓았지요..룰루랄라~ 코넬리 좋습니다!

이매지 2010-03-08 00:12   좋아요 0 | URL
수트 입은 오구리 슌은 진리입니다. ㅎ 오늘 다 보려고 했는데, 이제 8편까지 봤네요. 아흑. 진지했다가 웃겼다가 왔다갔다 하는 데 전 진지한 드라마인 줄 알고 봤는데 이거 완전 웃겨요 ㅋㅋ 보세요 ㅎ

비연 2010-03-08 10:07   좋아요 0 | URL
오호. 이매지님~! 꼭 보겠습니다..ㅋㅋㅋㅋ 다운받아두길 잘 했네요~

라로 2010-03-08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페터 회의 작품은 [스말라~]만 읽었어요~.^^;;;물론 잘 읽었습죠~.ㅎㅎㅎ
늘 질리지 않는 작가라고 하시니 언급하신 책들을 더 읽고 싶네요~. 비연님 때문에 못살아~.ㅋ

비연 2010-03-08 12:46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제가 오늘 지름신이 된 듯..^^ 저도 쭈욱 더 읽어보려구요.
나비님, 함께 해요~ 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