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input과 output도 그렇고 일의 input과 output도 그렇고. output > input 이어야 가성비 높은 삶이 되는 걸텐데 말이다. 그 input이 무엇이고 output이 무엇이냐는 때마다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일의 input은 노력이 될테고 output은 ... 예전같으면 보람, 이라고 답했겠지만 이제는 돈.. 이라고 답해야겠지. 일했는데 돌아오는 금전의 양은 별로다 라고 한다면 그만큼이 보람이나 명예나 칭송이나로 채워지던가 하면 그나마 상쇄되겠지만,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 인생이 되는 것 아닐까. 나의 요즘은 몇 달전에 비해서 무지하게 가성비가 떨어지고 있는데, 그 나머지 부분이 뭔가로 채워지고 있는가, 문득 궁금해져서 도닥거린다. 


기본적으로 누가 나를 칭찬하거나 잘했다고 잘한다고 열심히 말해주는 것은 나의 기분을 낫게 하지 못한다. 그냥 그런가 보다.. 그보다는 내가 나한테 만족이 되어야 의미가 부여되는 게 나라는 사람인 것 같다.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지양하고 있는 일이, 그런 입으로 하는 부추김들인지라, 이런 것에 기분 좋아지는 스스로가 좀 더해지면 꼰대가 되기 딱 맞다 싶어서 말이다. 누구나, 그런 것에 약하고 그래서 어깨가 으쓱해질 수는 있지만 그런 것에 취하게 되면 나중엔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만 주위에 두게 된다. 쓴소리 하는 사람이 싫어지게 되는 순간, 소위 말하는 꼰대의 길에 들어서고 있는 것이지. 그래서 항상 조심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나이를 먹으니 그게 그렇게 쉽지 않고.. 나이먹을수록 귀만 얇아진다더니 달콤하고 띄우는 말들에 혹하는 게 사실인 듯 하다. 나이 많은 선배들의 심정을 이해하게 된다고나 할까.. 아니다. 이게 꼰대의 첩경이지. 이해. 이거. 


가성비가 떨어지는 이유 중의 하나는, 능률의 문제인 것 같다. 예전에는 많은 일들이 주어지면 밤을 새서라도 하고 그렇게 몇날 며칠 쭉 달려도 괜찮았다. 그러니 시간을 좀더 폭넓게 쓸 수 있었던 게지. 지금은 일을 하려고 해도 피곤하고 힘들고 며칠 죽자고 하면 그 다음 며칠은 그로키 상태가 되니, 일의 양을 다 해치울 수가 없는 상태인 것이다. 그렇다. 나이를 먹은 거고.. 나이를 먹으면 이런 식으로 효율이 떨어지는 모양이다. 예전 생각하고 일을 하다간 너도 나도 망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걸 절실히 깨닫고 있다. 술이랑 비슷한가. 예전처럼 술 먹었다가는.. 정말 아멘 하는 상황이 도래한다는 걸 얼마 전부터 알게 되어서 가급적 많이 먹는 것은 자제하고 있는 중인데, 아마 이런 거랑 비슷한가 보다. 나이에 장사 있겠는가. 인정하고 내가 일을 조절해야 하는 때가, 내게도 드디어 온 것. 


















바빠도 책을 거를 순 없어서 <성의 역사 1>을 조금씩 꾸준하게 읽어나가면서 (이렇게 읽다간 내년에나 다 읽겠다 싶지만) 소설책 한 권도 집어들었다. 콩쿠르상에 빛나는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아>. 제목이 정말 맘에 든다. 


요즘 사유리씨의 비혼 출산에 대해서 말이 많은 모양이다. 사유리씨의 용기에 정말 경의를 표하는 바다. 아마도 이걸 계기로 사람들의 잠재된 욕망이 겉으로 표출되면서 결혼에 관계없이 여성의 몸에 대한 권리로 출산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남자들은 대부분 , 아빠 없이 정상적인 가정도 아닌 데서 아이가 제대로 크겠는가, 아빠의 사랑을 안 받고 자라는 게 그 아이에게 행복한 일인가, 뭐 이따위 논리로 반대하는 것 같던데, 그렇게 생각하면 유복자나 한부모 가정이나 고아는 기본으로 불행을 깔고 들어간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아빠가 없다고 그 아이가 불행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누구도 남자가 아빠를 하고 여자가 엄마를 하는 가정을 정상적이라고 말한 적도 없다. 일반적으로 그렇다고 해서 그게 정상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예전에 보던 미드 내용 중에 그런 게 있었다. 어떤 상류층의 부자인 중년 남자가 있었다. 평소에는 아주 멋진 수트를 입고 많은 사람들의 리더를 하는 근엄한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살해를 당했고 그래서 그의 주변을 파다 보니 그에게 비밀의 방이 있었다는 게 밝혀졌다. 거기서 그는 기저귀를 차고 아이 침대 위에 누워 손가락을 빨며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어렸을 때 부모님 특히 엄마가 너무나 엄격하여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하고 자란 배경을 가져서 퇴화증상을 보이는 상태였다... 애정이란, 명칭으로 존재한다고 해서 그 명칭만큼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엄마라는, 아빠라는 명칭 속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을 주는 사람도 있지만 안/못 주는 사람도 있고 어쩌면 더 심하게 아이를 대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생물학적 아버지라야 그 아이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아마도 남자들은 그런 대의명분보다는 자신들이 한낱 '정자기증자'로 전락할까봐 두려운 게 아닐까. (개인적인 생각이다) 


물론, 문제가 하나도 없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어떤 결정이든 문제가 있다. 사유리씨의 아이가 크면서 아빠가 없어서 외로울 수도 있다. 아빠의 애정을 갈구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상황들은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지금부터 그럴 것이라고, 그런 일이 일어나서 그 아이 인생에 애초에 먹구름이 드리워질 것이라고 단정지을 만한 사안은 아닌 것 같다.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아> .. 라지 않는가. 


일하자. 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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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11-19 15: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장바구니에 퐁당 넣어놓았어요.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아_ 제목 좋아요. 제가 꿈꾸는 세상 풍경 중 하나는 이런 게 있어요. 비연님은 저에게 일본어를 가르쳐주시고 저는 비연님에게 스페인어를 가르쳐드리는 거요. 책상에는 커피도 있고 마들렌도 있고 와인잔도 있고 와인도 있고 막 그래요. 그래서 공부는 조금 하고 나중에 놀아요 ㅋㅋㅋㅋ 오늘도 힘.

비연 2020-11-19 18:48   좋아요 0 | URL
수연님의 꿈이 이루어지는 그날을 상상해보니.. 입가에 미소가.. 우힛.

단발머리 2020-11-19 15: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연님 꿈을 제가 응원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본적으로 누가 나를 칭찬하거나 잘했다고 잘한다고 열심히 말해주는 것은 나의 기분을 낫게 하지 못한다. 그냥 그런가 보다.

: 이건 말이지요. 득도한 분의 생활자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희일비하잖아요. 제가 바로 그런 사람인데요. 그냥 누가 칭찬해주면 그 말을 3회는 반복한답니다. 진정한 득도인 비연님! 제가 심히 존경하옵니다!!!!

비연 2020-11-19 18:49   좋아요 1 | URL
흠흠.. 그것은 득도라기보다는... 흠흠.. 그냥 제가 좀 남의 말을 잘 안 듣는 성격이라 그런 것 같..;;;;

라로 2020-11-20 1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풋과 아웃풋은 대부분 -가 아닐까요?? 그나저나 저도 단발머리 님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비연 님은 득도하신 것 같아요!! 진정한 득도인은 알라딘의 비연 님!!!!! 멋지십니다!!^^

비연 2020-11-20 13:07   좋아요 1 | URL
(-)가 기본..그럴까요.. 흑. 단발머리님께도 답글 드렸지만.. 제가 남의 말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그런 듯 ㅠㅠㅠㅠㅠ 득도는 다혈질이라 안 되구요ㅠ

라로 2020-11-21 02:42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비연 님이 다혈질이라니 안 믿어져요!!ㅎㅎㅎㅎㅎㅎㅎ

비연 2020-11-21 07:26   좋아요 0 | URL
앗 ㅋㅋㅋㅋㅋ 글에선 안 보일 지 몰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