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가 문득 생각나서 페이퍼 하나 끄적. 사실 몇 군데 인용하고 싶은 글이 있었고, 그래서 포스트잍으로 단단히 붙여 두었으나 지금 내 손에 없다. 다 읽었다고 책장에 꽂고 다른 책을 가져 나왔네. 흠. 그럼 뭐 내 얘기나 잠깐 하고 휘릭 해야지.
책 이야기, 책이 있는 장소(예를 들어 서점) 이야기, 책방을 운영하는 사람 이야기, 책을 번역하는 사람 이야기 등등. 책이라는 대상을 두고 직업을 가진 사람들 얘길 좋아하는데, 이번엔 책을 편집하는 사람 이야기다. 글항아리의 이은혜 편집자.
편집자라는 직업은 어떤 걸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새로운 책을 기획해야 하고 새로운 작가를 발굴해야 하고 그 작가와의 인연을 이어나가야 하고 책의 판매도 생각해야 하고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도 기웃거려야 하고.. 등등. 심지어 어떤 책을 편집할 때 실수하지 않기 위해 관련 서적을 싹 사서 읽어서 기본적인 배경지식을 갖추기까지도 해야 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영역의 길도 알았다. 외서 기획자라는 사람도 있고 팩트 체커라는 사람도 있고. 헐.. 이게 책 한 권 나오는 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애쓰는 구나. 그런데 한 권의 책은 가격이 넘 낮구나..
책을 좋아하는 것과 책에 대한 업을 가지는 것은 다른 일이야, 라는 건 잘 알고 있다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그런 직업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내가 외부인이기 때문이겠지. 예전에 출판사 대표의 강의도 여러 차례 들어보면, 아이고야, 출판업이라는 게 참 녹록한 게 아니구나 했었던 기억도 있건만, 어느새 까먹고는 또 그 로망으로 이 책을 찾았고.. 역시 덮으면서 좋아하는 것과 일하는 것은 별개인 것이다 결론 짓고. 무한 루프.
내 친구가 인문학 서점을 해서, 요즘 알라딘에서 사야할 책들 중 인문학에 관련된 책은 이 아이를 통해 구입하고 있는데, 코로나 이후로 많이 힘들어보인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그저 책 몇 권 정기적으로 사주는 것 뿐이고, 안스럽지만 잘 버텨나가길 응원하면서 또 생각한다. 역시, 업은, 살아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야. 세상에 생각만큼 고상하고 즐겁기만 한 일이 어디 있겠어.
지금 들고 나온 책은 이것. 일한다고 읽지는 못하고 있는데, 어제 몇 장 읽어본 결과 내게 건네는 말들이 많은 것 같아 진지하게 읽으려고 하고 있다. 나이듦과 돌봄과 병듦에 대해 이제 좀더 사회적으로 논의할 시기가 온 모양이다. 그리고 이러한 집단적이면서 진지한 접근방법이 마음에 든다. 다 읽고 페이퍼 써야지 하면서 다시 일하러 휘릭. (오늘은 일요일이지만..)